비포 선셋을 보았다. 아내가 추천해 준 영화다.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내 기준에서는 아주 좋은 영화다. 

내 기준에서 좋은 영화는 배우가 좋아할 만한 영화다. 시나리오가 몸에 딱 맞아서 집중력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영화, 편집과 삽입음악 등으로 장난을 치지 않아서 최종 편집본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영화가, 내 기준에는 좋은 영화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남녀 주인공과 감독의 공동 창작이라고 한다. 게다가 롱 테이크(나는 롱 테이크를 미치게 사랑한다. 내가 홍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가 엄청 많다. 그러니 좋은 영화일 수 밖에...

영화는 일상의 언어(나이 듦, 시간)를 통해서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은,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들어낸 위조품이 아니라 영화로 담아낼 가치가 충분한 진짜 질문들이다. 

영화는 구석 구석이 다 좋다. 일일이 들어 말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므로 감상만 짧게 말하자. 

난 이 영화를 보고 어느 명절날 동생과 어머니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동생은 아이가 하나 있는 남자 가장이다.

동생: 엄마, 난 나이 먹으면 뭔가 다른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똑같아. 옛날 어릴 때랑 지금 나랑 다른 게 없는 거 같아. 어떻게 된거지?
어머니: 원래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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