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웅의 걸작 "인간과 음악"을 읽었다. 한국에 다녀 온 친구에게 부탁하여 구한 것이다.
(알라딘에서 구할 수 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필구하여도 후회 없으시리라.)
이 책은 원래, 내가 기억하기로는, "중고생을 위한 음악 강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저자의 말로는 그게 1988년 봄이었다고 한다. 난 우연히, 아마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었고 고전이 될 수 있는 책인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느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이 책을 구하려고 했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아마 절판 상태였을 것이다.
난 이 책에 계속 관심을 두었었고 나중에 "인간과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재출판된 책을, 아마 또 도서관에서 봤던 것 같다. 내용은 예전 책과 거의 같았지만 인쇄 상태가 아주 조잡했던 것이 특히 마음에 걸렸다.
그 후에 이 책을 사려고 했었는데, 그럴 때는 꼭 그렇듯이 책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저자 백대웅이라는 이름을 기억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서 이 분 책들을 죽 훑어 보았다. 글쎄... (아내되는 분 말씀에 따르면) 책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 굉장히 고집 센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분의 저작들 중에서 "인간과 음악"의 대체품은 찾을 수가 없었다.
퇴임기념논문집인가 하는 책에 김용옥이 쓴 글이 있었다. "중고생을 위한 음악 강의"라는 책이 절판된 뒷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원고가 처음 편집부에 넘어 왔을 때는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70% 정도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백대웅과 의견 충돌을 겪었고 책을 절판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대폭 수정했는데도 출판된 책에는 좀 더 손봐야 할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의 강점은 확고하고 일관된 시각에서 보편적인 음악 현상을 해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시각이 매우 강력하고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백대웅은 피상적이고 조잡한 방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서술하려는 유혹에 매우 자주 굴복하고 만다. 이 점이 이 책에서 대단히 아쉬운 점이다. 이 책은 대단한 걸작이 될 수도 있었고, 더 나아가 이 분야의 고전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한국에서 사 온 책의 활자 상태는 깨끗했다. 출판 정보를 보니 1999년에 초판을 찍었고 2013년에 중판을 찍었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올해 새로 사식을 찍은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거의 똑같은 것 같다. 여전히 찬탄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바램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 책이 완전히 새로 쓰여졌으면 좋겠다. 잡소리들과 피상적인 사상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관념들을 다 걷어 치우고 세련되게, 영원을 바라보면서, 즉 고전으로서의 자리를 노리면서 다시 쓰여졌으면 한다. 이 책에 담긴 사상은 정말 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