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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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수시로 바뀌는 게 입시제도다.
2023년 여름 수능을 몇 달 남겨놓지 않고 대통령은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올해도 여지없이 수능이 치뤄졌고 수험생들은 단 하루 몇 시간 보는 시험으로 수많은 시간의 노력을 평가받았다.
수능일 당일이면 뉴스의 상당부분은 수능에 대한 내용이고 그해 수능이 불수능인지 물수능인지 따지며 입시교육이 이대로 좋은가로 리포트를 마무리한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 의식이지만 그 해결책은 쉽게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교육 실태를 조망하는 소설가 14인의 첨예하고 애틋한 시선”을 담은 테마 소설집이 출간됐다.
대부분의 소설이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글이기에 소설은 초단편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기호 작가의 ‘학교를 사랑합니다:자퇴 전날’속 고2인 나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부모님의 강압으로 잘 다니는 학교를 자퇴할 위기에 처한다.
싫다고 강하게 말도 못한 체 내신 등급이 낮게 나온다는 이유로 내몰리듯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표제작인 장강명 작가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에서 수능 아침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불법 약물을 권하는 부모와 반칙을 저지를 수 없다는 아이의 줄다리기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와 같은 제목의 서윤빈 작가의 소설은 불량스러운 ‘나’와 신비한 윤이의 이야기가 끝에 다다라서는 영화 ‘여고괴담’의 지박령이 된 여고생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문경민 작가의 ‘지나간 일’은 커다란 사회 문제 중 하나인 학교폭력 이야기로 가해자였던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서유미 작가의 ‘우리들의 방과 후’ 속 서진과 효우가 특별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아닌 입시지옥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

14인의 소설가는 각자의 목소리로 현재의 우리 교육에 대해 논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우정이라는 단어는 사치가 돼버렸고 부모와 조부모의 재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게도 한다.
입시지옥에 내몰린 아이들은 자퇴를 강요당하고 누군가와 끝없이 비교당하게 된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싶은 일들로 가득차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는 쫓기듯 시골의 대안학교를 가지만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기 위한 학원을 찾는 것도 만만치않고 영유를 다닌 아이가 남자끼리 커플이 됐다는 사실에 엄마는 큰일이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세상 어느 누구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입시생을 둔 학부모가 자식의 진학을 위해 펼치는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킬러 문항을 없애고 사교육 카르텔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데 부디 긴 시간을 갖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교육 계획을 세우길을 바란다.
오랜 시간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의자에 묶여 있는 아이들에게 자유가 깃들길 꿈꾼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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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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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 작가의 다른 저서 < #지구를살리는기발한생각10 >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지구 구하기 행동들과 국가가 나서야하는 일들을 읽으며 과연 작가는 소개한 사례들 중 일상에서 어떤 것들을 실천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번 저서 <이번 생은 초록빛>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위해 쓴 책으로 작가가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지 엿볼 수 있습니다.

모두 5장으로 이루어진 작가의 이야기는 환경작가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저자의 소소한 생활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가 환경 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생기게 합니다.
‘오래 쓰는 즐거움’에서는 유리병 뚜껑에 녹이 쓸자 꼭 맞는 뚜껑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오래된 가스레인지는 고민을 거듭하다 낡은 싱크대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체합니다.

‘나누는 재미‘는 귀찮음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야만 가능한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헌옷을 의류 수거함에 넣는 것보다 잘 분류하고 세탁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보내고 튼튼하고 예쁜 와인 전용 포장지, 세탁소 옷걸이,빵칼 등은 가게에 다시 돌려줍니다.
’초록초록, 식물과 더불어‘에서는 잘 키운 식물을 나눔하고 텃밭 가꾸기를 통해 재배한 채소를 이웃들과 나눕니다.

’아끼는 기쁨‘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의 적절한 활용과 절약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실천하는 모습은 온 집안을 채우고 있는 전자제품들이 생활을 편리하게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마지막 ‘뚜벅뚜벅, 나의 삶’ 속 많은 강연을 다닌 탓에 이동거리가 상당한 작가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은 묵묵히 환경운동에 매진하는 작가의 뚝심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놀라운 내용은 계절이 바뀔때마다 별 생각없이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들에 행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나 역시 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우리나라에서 재판매가 되든, 외국으로 수출하든, 잘라서 농업용 덮개를 만들든 누군가 입거나 재활용이 잘될 거라고”(p68)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프리카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은 미안함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작가는 새로 구입한 것보다 더 비싸게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엄마의 부엌칼을 수리하고 전기밥솥, 빨래건조기, 식기세척기,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의 가전제품이 없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은 특별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엄마의 부엌칼은 추억은 물론 큰 일을 치룰때면 언제나 엄마와 함께 하고 필수가전이라 여기는 제품이 없이도 저자는 별 어려움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실천하고 있는 에코한 생활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다보면 어느새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일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 혼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일들이 모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생깁니다.

저자의 생활 모습은 빠르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활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천은 크게 세상을 바꿀 수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더디더라도 세상은 변할 것이고 더 에코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사용해 식상하기까지한 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쓰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말아야 할 것 입니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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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동남아 -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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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는 지리적으로는 아시아대륙 동남부를 일컫는 곳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통티모르가 속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거리상으로 가까운 까닭에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다수 포함된 곳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라는 부제가 붙은 “인물로 읽는 동남아”는 우리에게 낯선 동남아의 역사적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개된 16명의 인물을 6명의 저자가 맡아 서술한 이야기는 모두 3장으로 나눠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장은 ‘동남아시아 역사를 이끈 사람들’로 아시아인 최초로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말레이시아의 의사인 우롄테를 시작으로 하노이의 옛 거리와 민중을 사랑한 베트남 화가 부이쑤언파이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킬링 필드라고 불리는 대참사를 빚어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폴 포드’의 인생은 그릇된 신념에 따른 결과의 참혹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2장은 ‘근대와 민주주의라는 갈림길’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이끈 통합 민족주의자인 수카르노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의 설계자인 고켕스위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 인도네시아의 저널리스트 작가인 ‘목타르 루비스’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종군 기자로 한국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록한 인물로 그를 보며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마지막 3장은 ‘독립의 꿈, 민족의 청사진을 그리다’에 소개된 인물 중 21세기 첫 독립국가인 동티모르의 초대 대통령인 샤나나 구스마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가 ‘광주인권상’ 초대 수상자였다는 사실과 우리나라 상록수부대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주둔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2003년 3월 6일 민병조 중령, 박진구 중령, 백종훈 병장, 김정중 병장,최희 병장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사건은 잊지말고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학창시절 배운 세계사는 유럽이 중심이 된 서양사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지리적으로는 아주 가까운 나라들이고 우리와 같은 식민지 시대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있는 미국과 유럽의 역사와는 비교도 못할말큼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16명의 인물 중 가장 익숙한 ‘아웅산’이 향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반대 세력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위인이라 불리는 완전무결한 인물들이 아닌 실패하기도 했지만 자국에서는 유명한 동남아의 인물들의 대해 알아보는 기회라 더없이 좋았습니다.
“그저 우리가 사는 세상 한쪽에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굴곡진 삶을 살았으니 한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의미”(p7)의 저자들의 본뜻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산 우리 선조들만큼이나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봅니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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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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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공익’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쓰고 있지만 그 뜻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익’과 반대되는 말로 ‘모두의 이익’이라고 해석될 수 있지만 세상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공익을 ”사회적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아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p6)으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한 저자는 사회적약자와 소수자들을 직접 변론하며 겪은 사례를 실례로 들어 공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두 3장으로 이루어진 저서는 국가를 상대로 한 국민의 공익을 다룬 1장 ’공룡과의 싸움‘,어떤 이에게는 사익을 위한 투쟁으로 비칠 수 있는 사례를 다룬 2장 ’무엇이 공익인가‘그리고 공익 변호사로 활동중인 저자의 이야기인 3장 ’나의 사익 투쟁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때 세상을 뜨겁게 달군 스쿨미투 사건의 뒷 이야기를 읽으며 입맛이 씁쓸했습니다.
들불처럼 일어난 미투사건이 뉴스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때는 온 나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그 뒤 결과는 알려지지않고 가십거리로 전력해 소비되곤 했는데 스쿨미투 사건도 별반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용기낸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사건이 처리되길 바라며 그 후속 조치 또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진행되야 할 것 입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강아지 로마의 가족 등록 소송기‘를 읽으며 작은 마중물 같은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 등록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물 보호자가 소유자로 등록할 때 몇 명까지 등록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자체를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지난한 소유자 등록 과정을 읽으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됩니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정당한 집회를 하는 노동자들이 내는 소음때문에 수업에 지장이 있다고 고소한 학생들의 사례는 왜 우리는 약자의 편에 서서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약자인 그들을 향해 화를 내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에게는 절대 해당되지 않는 일처럼 보이는 일도 언제가는 그 변화의 해택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공익이 사회적약자만이 아닌 우리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호사를 만날 일 없이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않고 살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익과 인권을 위해 싸워온 그들이 변화시킨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생활인으로 살아야 하는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싸우고 로스쿨 개혁운동을 하고 후배들을 위해 ’5탈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두려움을 갖지않은 ’공익,인권 변호사‘류하경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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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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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언니가 들어간 <<언니네 미술관>>은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 그림을 통해 인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미술관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지만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예술품을 통한 인생 이야기에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첫 번 째 파트는 “다시 바라볼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각 장마다 ‘근육, 마녀, 거울’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현실과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격려의 말을 그림을 통해 전해줍니다.
특히 2장의 마녀는 신화 속 괴물이나 악녀로 등장하는 메두사와 키르케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을 울렸던 파트는 두 번째 ”크게 바라볼 것들“로 ‘슬픔,서투름,사소함, 익숙함,하찮음’으로 다수의 부정적인 단어가 등장하지만 작가는 그 단어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귀함을 찾아냅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가장 무해하고 본질적인 감정인 ’슬픔‘을 다룬 1장에 소개된 오귀스트 쉥크의 <비통함>과 <고아>는 단장(斷腸)의 슬픔을 느끼기에 충분한 그림이었습니다.
사람이 주인공인 그림보다 양을 등장시켜 화가가 나타내고자 함을 잘 드러내고 있어 보는 독자도 함께 슬퍼하게 됩니다.

마지막 파트인 “함께 바라볼 것들”에는 ‘직선과 곡선’‘앞과 뒤’‘너와 나’처럼 언뜻보면 상대적인 단어들이 함께 합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소개된 단어들이 함께 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작가 스스로 ‘곡선 같은 직선, 직선 같은 곡선’이라고 말한 고려시대 ’청자 상감 모란 구름 학 무늬 베개‘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은 곡선이나 직선이 아닌 두 가지의 선이 공존하는 세상임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언니’라고 부르는 순간 혈육을 나눈 언니는 말할 것도 없고 나보다 나이가 많아 부르는 호칭이어도 다정하고 편안해집니다.
저에게도 나이차가 꽤 나는 언니가 있는데 어떤 말을 하든 내 편을 들어주는 엄마다음으로 좋은 사람, 든든한 존재입니다.
작가의 이야기는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하고 즐겁고 그래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작가가 읽은 수 많은 문학 작품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어 익숙한 이름의 작가의 등장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이 책은 미술을 매개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면 좋겠“(p6)다고 작가했지만 말하지만 읽다보면 이 설명이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로 한정되지 않은 남녀를 구별짓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분명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언니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을만큼 총명하고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현명한 인생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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