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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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여덟 번째 이야기다.
전편인 <어느 끔찍한 남자>에서 범인의 총격에 큰 부상을 입고 병상에 있었던 마르틴 베크가 15개월 만에 복귀한다.

이야기는 여성으로 짐작되는 강도가 은행을 습격해 강도행각을 벌이다 손님 한 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은행직원들을 제외하고도 네 명의 목격자들이 존재하지만 도망친 범인에 대해 모두 다른 목격 진술을 한다.

동료들은 은행 강도 사건에 투입되고 마르틴 베크에게는 밀실 상태의 집안에서 죽은 남자의 사건이 맡겨진다.
사망한 지 꽤 시간이 지나 발견된 남자의 사망 사건현장에 처음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자살자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 부검의는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마르틴 베크는 사건 기록에서 총상으로 죽은 남자의 집 어디에서도 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부검의가 찾아낸 총알마저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먼저 출동한 경찰은 일찍 연금 생활자가 된 62세의 전직 창고지기라는 사회적 지위때문에 그의 죽음을 유심히 살피지 않은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는 은행강도와 밀실 살인이라는 두 사건을 해결해 가는 경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은행강도를 추격하는 형사들은 역동적이고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반면 마르틴 베크가 조사하는 밀실 살인 사건은 사건 기록을 읽고 피해자의 주변인들을 만나는 전형적인 탐정 소설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다.

1972년이 배경인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영상촬영 증거를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범죄자들의 은신처를 급습하는 장면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케한다.
거기다 범인을 잡는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일을 망치는 불도저 올손 검사의 활약(?)은 경찰 소설임을 잠시 잊게 할만큼 우습게 그려진다.

시민들은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경찰이란 직업자체를 하찮게 보고 무시하고 경찰은 과중한 업무와 범죄자들의 위협에 노출된 모습은 작금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안타깝다.
범인의 정체를 알고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엉뚱한 사건의 진범으로 잡혔지만 어찌어찌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형량만큼 선고받는 모습은 정석을 벗어난 결말이라 더 좋았다.
상사들의 오해로 진급하지 못했지만 바람대로 현장에 남게 된 마르틴 베크의 다음 활약이 기대된다.


<본 도서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앨릭시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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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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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추리,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소설의 첫 네 페이지만으로 살인범의 정체는 물론 피해자들의 정보를 비롯 범인이 벌인 끔찍한 살인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다.

북스피어의 <복간할 결심 시리즈>의 첫 번째인 ”활자잔혼극“은 문맹인 여자가 그 사실을 숨기고 입주 가정부로 일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닌데 자신의 비밀과 인성이 발각돼 해고되자 공범과 함께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의 행적을 되짚어 가는 이야기다.

읽는 내내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숨긴 까닭에 중형을 선고 받았던 소설 <더 리더>의 여주인공과 유니스가 겹쳐보인다.
문맹으로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짐작할 수도 없고 그 사실이 인격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알 수 없지만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유니스가 가엾게 느껴졌다.

만약 유니스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생각해 본다.
유니스가 악인이 된 것이 모두 문맹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하고 그날그날 위태롭게 살았던 그녀에게 사건의 촉매제가 됐던 조앤 스미스가 없었더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사건의 얽힌 사연을 쫓아가는 이야기지만 한 순간도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었고 이야기를 끝을 알고 있음에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소설은 복간할 결심을 첫 번째로 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로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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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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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 “명화잡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히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미술 인문학 도서입니다.

“명화잡사”는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100만인 작가 김태진님이 들려주는 매혹적인 미술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그림 그리고 그림 속 인물이 겪은 일에 대해 설명합니다.

첫 챕터에 소개한 그림은 도미니크 엥그르가 그린 <라파엘로와 라 포르나리나>입니다.
그림 속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화가로 꽤 미남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림 속 라파엘로와 함께 있는 여성은 그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인 마르게리타입니다.
라파엘로과 마르게리타의 관계는 물론 라파엘로가 그린 마르게리타가 모델이 된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소개된 그림은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인데 그림 속 정물에 대한 의미는 물론 그림이 그려지게 된 역사적 사실도 재미있게 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 ”천일의 앤“의 실제 인물인 앤 블린을 그린 그림도 소개돼 있습니다.

”명화잡사“는 소설을 많이 읽는 저에게도 술술 읽힙니다.
아름다운 그림 감상은 물론 그림에 담긴 이야기까지 쉽게 읽혀 늘 목말라 있는 저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합니다.
거기다 김태진 작가의 유튜브 “아트인문학”을 함께 보면 완벽한 독서가 됩니다.
병렬독서를 하지 않는 저지만 이 책만은 한 챕터씩 지치지않고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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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기의 역학 TURN 3
설재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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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소득이 중위 100퍼센트 이하이며, 구성원 전부가 만 40세 미만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 시켜야만이 입주할 수 있는 청년전세임대지원사업에 당첨된 만 39세의 아정은 어렵게 투룸인 머니빌에 입주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며칠 후 변기의 물이 모두 사라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하수구 냄새에 견딜 수 없게 된다.
프리랜서 작가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정은 위층 501호의 생활 소음에 귀를 기울이고 변기의 봉수 파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청년이라고 하기엔 낯느꺼워지는 나이인 만 39세의 여성이 겪는 괴이하고 냄새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부딪히는 주거 문제와 가족 문제가 버물리면서 불쾌하지만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하등에 도움이 안 되면서 아정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가족은 내 삶에 평안을 깨뜨리는 공동주택의 이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남보다 못한 가족과 가족보다 더 가까이 살면서 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이들을 모두 깎아 사라지게 하고 싶은 심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여름 날 어디서 나는 지 모를 원인 모를 쿰쿰한 냄새같은 이야기는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살면서 변기에 변고가 생기면 위층에 사는 이가 무언가를 처리하느라 배관이 막힌게 아닌가 상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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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미나토 쇼 지음, 황누리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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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선수로 올림픽에서 동메달까지 딴 토우야는 경기 중 부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지만 트라우마로 더 이상 스노보드를 탈 수 없게 된다.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토우야였지만 먹는 즐거움을 향한 흥미를 잃지 않았기에 맛집 블로그인 ’리이의 맛있는 일기‘에 소개된 집을 찾아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가 본인이 그 블로그의 주인 리이라고 말하며 한 달 정도의 식도락 여행을 제안한다.
제안을 거절하는 토우야에게 자신은 ’여명백식‘이라는 최근에 발견된 신종 희귀병에 걸렸다고 한다.
백 끼의 식사를 마친 후 죽음을 맞는 병에 걸린 리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밝고 명랑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궁금증이 생겨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죽을 고비를 넘긴 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멋진 운동 선수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미소녀의 운명적인 만남은 다음엔 어떤 일본 맛있는 음식을 소개할 지 기대감과 함께 둘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궁금해 하며 읽게 된다.
로맨스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처음에는 어린 아이들 장난같은 둘 사이와 죽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어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변화하는 둘의 관계와 리이가 남긴 일기를 읽을 때에는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마지막 엄마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집에서 덤덤하게 식사를 마친 후 여명백식을 알리고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함께 슬퍼하게 된다.

우리 모두는 “여명백식”이라고 정확한 기한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된다.
리이는 아주 어린 나이에 정해진 날에 죽음을 맞게 되지만 담담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동안 즐겁게 추억의 음식을 찾아나선다.
리이의 한끼한끼의 소중함이 지금을 사는 나에게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야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정해진 죽음 앞에서 행복하게 살것인가 한 없이 슬퍼하며 그 시간을 기다릴 것인가에 대한 답은 누구나 알 것이다.


<본 도서는 필름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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