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진선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예전에는 꽃집에서 파는 화려하고 커다란 꽃이 좋았는데 어느 순간 휴대전화 사집첩에는 들꽃 사진이 가득합니다.봄이 오면 쪼그리고 앉아야 보이는 작은 별꽃도 예쁘고 여름이면 여러가지 색깔의 수국도 예쁩니다.꽃의 이름이 궁금하면 언제든지 휴대전화를 열어 검색할 수 있지만 오래오래 곁에 두고 보고 싶어 서평단에 도전한 책입니다.책 제목 그대로 <야생화 쉽게 찾기>에 최적화된 야생화 도감입니다.풀꽃과 나무꽃을 합쳐 2,100여 종의 식물이 올칼라 사진으로 담겨 있어 주변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꽃의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책은 크게 풀꽃과 나무꽃으로 분류해 정리하고 있습니다.분류된 꽃은 봄과 여름에 피는 꽃들로 다시 나눠 붉은색, 노란색, 흰색, 녹색 꽃으로 구분해 꽃의 색깔로 이름을 찾기에 용의합니다.특히 설명하는 글 속에 중요사항을 다른 색상의 글로 표시해 꽃의 특징을 단번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부록편에 실린 전문적인 식물의 구조나 용어 해설도 유용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유독식물”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식물의 독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감춰진 꽃의 이면은 보는 듯합니다.손톱을 빨갛게 물들여 주는 복숭아꽃은 한약재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전체에 독성이 있다는 사실과 여름날을 환히 밝혀주는 능소화에도 독성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마지막에는 “꽃 이름 찾아보기”가 있어 이름은 알고 있지만 꽃의 생김이 생각나지 않을 경우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습니다.날씨가 좋은 날 책을 들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며 꽃을 찾아보았습니다.이름을 모르고 무심히 지나쳤던 꽃들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아이와 함께 책을 들고 꽃을 찾아보고 꽃의 생김을 살핀 후 이름을 알아보기에 안성맞춤인 책입니다.
<본 도서는 열림원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아이들의 집>은 돌봄과 양육을 국가와 공동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상상의 어떤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p268, 작가의 말)아이에게 부모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세상,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양육에 중요하지 않는 꿈같은 사회다.집은 국가에서 제공받을 수 있고 아이의 식사와 교육과 돌봄은 아이들의 집과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그리고 시민들은 한 달에 하루, 돌봄 의무를 이행하면 된다.어느 날 주거환경 조사관인 ‘무정형’이 담당하는 공공 임대 주택에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다.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죽은 아이의 친모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무정형‘이 입주 전 그 집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는다.죽은 아이는 무정형이 돌봄 의무를 이행하던 아이들의 집에 거주했던 ’색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소설은 아이가 살해된 집에 차례로 입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거환경 조사관인 무정형이 그들의 사연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부모가 존재하지 않는 인공자궁을 통해 아기가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아기를 홍보 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발생하자 경찰은 조사에 들어가고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아기는 급한 대로 양육선생님과사건이 일어났던그 집에 입주하게 된다.아기가 아이들의 집으로 들어간 뒤 빈집에는 자신이 어떤 경로로 외국으로 입양된 지 모르는 ’관’이 입주해 친부모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소설은 아이는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키워주는 돌봄과 양육이 완벽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에 행해지는 학대를 이야기하고 있다.사이비 종교 단체에 세뇌된 엄마는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학대하다 죽음으로 몰고 가고 파렴치한 어른은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과학을 빌려오기도 한다.이유도 모르고 낯선 해외에 입양된 아이는 양부모의 학대 속에 자라고 어른이 된 후 국적 없이 떠돈다.작가는 가장 잘 쓰는 장르인 호러의 느낌을 살려 아이의 주검을 앞에 두고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를 모호한 상태의 엄마를 등장시켜 오싹하게 만든다.그리고 가장 안전하고 편해야 할 집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엄마의 유령이 떠돌며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지길 바란다.부모의 의해 살해당한 아이들과 종교에 빠져 제 자식을 돌보지 않는 부모나 한때 외화 벌이쯤으로 생각했던 입양 그리고 국가의 의해 아동에게 가해졌던 폭력까지 완벽해 보이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가 지금껏 뉴스나 시사고발 프로에서 봐오던 사례들이라 더 끔찍하다.거기다 그 집에서 지냈던 사람들의 사연이 한 곳을 가리키는 순간 느껴지는 음습한 공포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을 보여줘 슬프기까지 하다.소설을 읽는 내내 저출산 시대에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책임져 준다는 상투적인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대책은 더 큰 문제를 낳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은 보장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설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 현실 속 어딘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져 그 어떤 공포 소설보다 두렵고도 무섭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슈크림 없는 슈크림빵이 텅 빈 속을 좋아하는 걸로 속을 가득 채우고 싶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속이 될 만한 걸 모으다 보니 없는 게 없는 만물버스를 운영하게 됩니다.슈크림 빼고 다 있는 4층짜리 만물버스에 빵 손님들이 찾아오고 각자 꼭 필요한 물건에 대해 설명합니다.버터롤빵처럼 매끈해지고 싶은 호밀빵은 매끈해지는 시럽을 찾으러 왔고, 재미있고 인기 있는 빵이 되고 싶어 친구들을 대표해 건빵도 재미를 찾으러 만물버스에 왔어요.그리고 자신들이 빵인지 떡인지 꼭 정하고 싶어 거짓말 탐지기를 구하러 온 쌍둥이 찰떡빵도 있습니다.거기다 자신을 지켜줄 물건을 찾으러 온 알 수 없는 상자도 있습니다.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날 것 같은 귀여운 그림책은 #내멋대로슈크림빵 의 다음 이야기입니다.만물상 주인이 된 슈크림빵은 필요한 물건을 찾으러 온 빵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매끈매끈한 빵이 되고 싶은 호밀빵에게는 호밀빵만의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와 건강을 선물하는 장점이 있습니다.호밀빵은 슈크림빵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찾게 되고 진짜 자신의 발견하게 됩니다.웹툰처럼 분할된 그림이 빵 친구들의 대화를 한층 실감 나게 전해줍니다.우리는 가끔 ‘나 다움‘을 모르거나 ‘나 다움‘을 알더라고 마음에 들지 않아 무작정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따라 하려 하기도 합니다.그림책 속 빵들도 자신의 장점을 살피지 않고 다른 빵들을 무조건 따라 하고 싶어 합니다.호밀빵은 호밀빵대로 건빵은 건빵대로 찰떡빵은 찰떡빵대로 각자의 장점을 갖고 있기에 슈크림빵은 빵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찾게 해 줍니다.우리도 몇 날 며칠 고민하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친구를 만나 속마음을 말하다 보면 저절로 고민이나 걱정이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마치 슈크림빵이 빵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어느 날 현재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힘든 날이 찾아온다면 개성만점 빵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고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빵들에게 위로를 받아보기를 권합니다.사랑스러운 그림은 밝은 결말만큼이나 환해 마음까지 밝아집니다.
<본 도서는 시공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영문학 강사인 시나 고스케는 동료인 오쓰코쓰 산시로와 신에쓰선의 어느 지역으로 휴가를 떠난다.오쓰코쓰 산시로는 융통성이 없고 폭군의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지만 계획을 세밀하게 세울 줄 아는 까닭에 그대로 따르면 대체로 만족하기에 함께 하게 된다.처음 휴가지에서 옮겨간 K의 숙소에서 N 호반의 은퇴한 의사인 우도 씨의 집을 소개받게 된 둘은 조카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는 호숫가의 우도 씨 집으로 출발한다.그런데 N 호반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상의 노파의 섬뜩한 예언을 듣게 된다.“아, 피, 피, 냄새다. 나는 맡을 수 있어. 당신들 주변에 이제 곧 무서운 피의 비가 내릴 거야. N 호수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거야. 아, 무서워.” (p37)무사히 우도 가에 도착한 둘은 반신불수로 수년 동안 누워 지내는 우도 씨와 아름다운 조카딸 유미를 대면하게 된다.별 탈 없이 휴가를 보내던 집안에서 다른 이의 수상한 기척을 느끼게 된 후 한밤중에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년 ‘신주로’를 목격하게 된다.그 후 시나와 오쓰코쓰 산시로가 뱃놀이를 하던 중 근처의 화산이 분화하고 우도 씨가 신주로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유미 역시 신주로의 피습에 부상을 입게 되고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지만 신주로의 행방은 묘연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신주로>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 이전 작가가 창조한 탐정 ‘유리 린타로‘ 시리즈 중 국내에 초역된 작품이다.긴다치 고스케가 “낡은 모직 기모노에 모직 하카마, 머리에는 쭈글쭈글한 형태의 찌부러진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니는 반면 유리 린타로는 “백발머리를 보면 일흔 살 노인 같지만 건강한 몸이나 까무잡잡한 얼굴“(p206)의 40대로 경시청 수사과장의 경력을 갖고 있다.살인 사건의 범인을 이야기 시작부터 밝힌 소설이지만 살인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까닭에 살인자를 알고 있다고 해도 전혀 흥미를 반감시키지 않는다.특히 신비한 외모를 가진 살인자의 탄생 과정은 나름 지식인에 의해 저질러진 괴기스러운 일이라 더욱 참혹하게 느껴지고 범인이 밝혀지고 난 후 드러나는 반전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소설은 화자로 등장하는 시나 고스케가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진행방식이라 독자는 살인현장에 있는 듯해 읽다 보면 더 소름 끼치고 공포와 긴박감을 느끼게 된다.DNA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이기에 목이 사라진 변사체의 신원을 증인의 말 몇 마디로 믿어버리는 시대지만 오래된 탐정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일본특유의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어 90년이 지난 소설이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거기다 단편 <공작 병풍>은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전해진 병풍에 얽힌 이야기로 소설이 쓰일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과 전쟁 중 가족의 일상이 잘 드러나 고풍스러움과 더불어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읽힌다.오랜만에 읽은 작가 특유의 퇴폐적이면서도 탐미적인 이야기는 다음 번역될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을 더 기다리게 한다.
<본 도서는 열린책들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프린스턴 대학의 노교수인 바움가트너는 논문을 쓰던 중 책을 가지러 거실로 내려갔다 부엌에서 나는 냄새에 멈추어 선다.세 시간 전 아침으로 먹을 달걀을 삶을 때 사용한 작은 알루미늄 냄비가 불을 끄지 않은 화구에 여전히 올려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맨손으로 냄비를 들어 올리다 손에 화상을 입는다.거기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집안일을 해주던 플로레스 부인은 남편의 사고 때문에 못 온다는 연락이 오고 초보 검침원을 안내해 지하로 내려가다 계단에서 굴러 무릎을 다친다.노교수는 연속적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난 아침, 10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리며 그녀를 회상한다.아내가 죽고 난 뒤 그는 아내가 지금까지 써온 시를 모아 시집을 내 문단의 호응을 얻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죽음의 책임을 느끼며 아내를 그리워한다.소설은 아내 애나의 이야기와 그녀가 남길 글, 그리고 유대인인 바움가트너의 부모 이야기, 그리고 애나가 남긴 시의 대한 논문을 쓰고 싶어 하는 비어트릭스 코언과의 교류를 담고 있다.바움가트너는 여전히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에게도 관심을 보이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그렇게 살다 문득 느끼는 ‘환지통’처럼 아내의 부재를 깨닫고 그녀의 글을 읽고 그녀를 한없이 그리워한다.폴 오스터 생애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이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오랫동안 사랑받은 작가의 마지막 이야기는 소란스럽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과 과거의 회상을 담고 있어 읽는 내내 누군가의 삶을 되짚어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우리는 살면서 많은 만남과 그만큼의 이별을 겪지만 가끔은 잊어버린 체 살아가기도 하고 어느 날 문득 몹시 그리워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작가는 어쩜 남겨진 이들에게 자신의 소설 속 바움가트너가 애나의 죽음을 겪고도 일상을 살아간 것처럼 씩씩하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