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감옥 같은 학교에 살고 있는 ‘나’는 하루 중 대부분을 잔다.어느 날 사물은 보이는데 인간은 보이지 않는 희귀한 병을 가진 ‘류비’가 전학을 온다.교실 안에 친구들 역시 개성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만큼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안녕, 난 강류비야. 나는 사람을 볼 수 없어. 하지만 사람이 사물이 되면 볼 수 있어. 네가 움직임을 멈추고 날 10초 동안 바라본다면, 난 널 볼 수 있어.”“하나 더, 내가 널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내게도 그 순간부터 10초를 더 줘야 해. 그럼 우리는 서로 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어.”감옥과도 같은 학교의 아이들의 비밀과 ‘나’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 ‘엑스맨’을 보는 기분이다.다르다는 이유로 틀림이 되어 자유를 잃은 아이들의 모습이 꼭 소설 속에만 있을까 싶다.소설을 다 읽고 10초라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마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오롯이 한사람에게 집중하기는 단순한 10초가 아니라 매번 영원한 사랑에 빠지는 10초일 수도 있다.그 시간을 짧다고는 못할 것이다.
언론인을 꿈꾸고 있다면 글쓰기 공부는 가장 중요한 준비 과정중 하나일 것이다.본도서는 한겨레신문사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현재는 ‘언론사 입사를 위한 김창석 아카데미’ 강좌를 맡고 있는 저자가 단순한 이론이 아닌 글쓰기 실전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역대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작문 부문의 당선작 사례가 부록으로 실려 있다. 1장 ‘저널리즘 글쓰기의 기초’에서는 왜 언론인이 되려면 글쓰기를 해야 하는 지 설명하고 있다.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다독, 다작, 다상량의 상관관계는 꼭 언론인의 글쓰기가 아니라도 기억해둘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논술, 설득하는 글쓰기’와 ‘작문, 뇌를 깨우는 글쓰기’를 통해 설득하기 위해 주장하는 글인 ‘논술’과 문학적 글쓰기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성격이 혼합된 글인 ‘작문’ 쓰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는 ‘언론사 입사 시험’을 치룰 일도 없고 이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글 솜씨가 일취월장하길 기대하지도 않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극어사전을 곁에 두고 읽고 난 뒤 늘 기록해야 한다는 점 등은 다른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학생이 쓴 글을 첨삭지도를 해주는 선생님 버전의 글이라 관련 분야를 준비하는 독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물론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내는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인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어머니를 몹시도 구박하고 동구에게도 매타작을 가하는 할머니와 가부장적인데다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아버지와 여섯 살 터울의 동생 영주가 함께 사는 동구네 집은 인왕산 허리 부근,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산줄기의 조그만 달동네 한가운데 있다.동구는 3학년이 되도록 글을 읽지 못해 엄마가 학교에 불려가기도하고 집에서도 천덕꾸러기에 지진아 소리를 듣고 산다.더군다나 세 돌이 안 된 영주가 글을 읽기 시작하자 할머니의 구박은 더 심해지고 모든 잘못은 엄마에게 돌아간다.3학년 2학기 새 담임이 된 박영은 선생생님은 동구의 ’난독증‘을 눈치채고 방과 후 학습을 시작하고 동구의 착한 심성과 동생을 사랑하고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박영은 선생님 덕분에 난독증은 점점 나아지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함께 하며 동구는 점점 더 많이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다.영주가 태어난 1977년에 시작된 이야기는 동구에게 큰 불행이 닥치는 1981년에 끝을 맺는다.소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굵직하게 기록되는 12.12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지만 산동네 아이에게는 탱크를 구경하러 간 날이거나 박영은 선생님이 사라져버린 날로 기억되기에더더욱 마음이 아프다.너무나 극악스러운 할머니와 엄마를 지켜주지못하고 할머니에게 동조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 시절엔 다 그렇게 살았다고 눙치기는 어렵다.동구의 선택이 원하던 대로 끝까지 엄마를 지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기에 더 마음이 아파온다.2002년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작품을 출간 22년 만에 읽었다.오랜만에 새벽까지 책을 읽었고 동구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이 미워 울었고 착하기만 한 동구가 너무 일찍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는 게 속상해 울었다.어린아이를 어린아이답게 살 수 없게 하는 현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동구에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어른이 된 동구는 그 착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믿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준이는 죽은 새를 밟은 날, 오래된 연인 선우와 잠시 헤어져 있기로 한다.엄마는 돌아온 준이를 보고도 특별한 말이 없다.엄마 집에 온 지도 보름이 지나고 외할머니의 부음을 듣게 된다.구정 당일을 하루 앞둔 연휴 첫날이라 순천까지의 먼길을 돌아가신 아버지의 차를 타고 출발한다.소설에는 두 개의 죽음이 등장한다. 준이의 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죽음이다.아버지는 엄마와 헤어졌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엄마의 돌봄을 받았고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시다 운명하신다.누구나 끝은 죽음이라는 것을 다 알지만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가 않다.집에서 함께 해도 시설에서 지내게 해도 곁을 지키는 가족은 괴롭고 힘든 일이다.나 역시 얼마전 엄마를 요양병원에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딸이라 남의 일같지 않은 할머니의 부음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그래도 할머니의 장례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의 배려(?)가 준이와 선우가 일단은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집으로 가게 한다.우리가 살면서 ‘진짜’ 얘기를 나눌 기회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괜히 외할머니가 남긴 선물처럼 느껴진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이나 형사가 범인을 찾는 과정의 이야기라면 도서 추리(도치 서술 추리)는 범인이 소설의 첫머리부터 자신의 존재를 밝히며 등장하고 독자는 이미 범인의 정보를 알고 있지만 수사진이 범인을 어떻게 특정하게 되는지 즐기는 방식의 소설이다.<봉인된 빨강>오랫동안 비어있는 할아버지집을 관리하던 ‘나’는 소중한 열쇠를 잃어버린다.열쇠수리공을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을 부술 수도 없다.방법은 단 하나 분실물로 신고 됐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으로 경찰서를 찾는다.<거짓의 봄>’나‘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기 그룹의 리더다.그런데 함께 범죄를 저지르던 두 명이 사라지고 누군가 큰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다.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이름 없는 장미>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자영업자나 기술직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나‘는 도둑이다.어머니가 사고로 입원한 병원의 간호사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나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하지만 도무지 믿지 않는다.그녀는 진짜 내가 도둑이라면 장미를 훔쳐달라고 한다.<낯선 친구>’나‘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대를 다니고 있다.어느 날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오는 길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나쓰키에게 들키고 만다.내 어려운 형편을 알고 된 나쓰키와 살게 되지만 ’나‘를 조종하고 나를 마치 하인처럼 부려먹기까지 한다.<살로메의 유언>’나‘는 유명한 작가다.한때 연인이었던 ’에밀리‘의 죽음에 관련돼 수사를 받고 있다.하지만 진짜 내 목표는 내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세상이 시끄러워지기만을 바라고 있다.모두 5편의 단편이 실린 <거짓의 봄>은 도서 추리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범인을 이미 알고 있으니 재미가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한때는 ‘자백 전문 가노’라고 불리던 가노 라이타가 파출소 순경이 돼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지만 매서운 눈썰미로 범인을 지목할 때의 쾌감은 범인을 알고 있어도 짜릿하다.나는 이 소설을 이미 3년 전에 한번 읽었지만 이번에 <아침과 저녁의 범죄>를 읽고 ‘자백 전문 가노’가 왜 파출소 순경으로 근무하게 됐는 지 기억나지 않아 재독하게 됐다.처음 읽었을때보다 휠씬 더 재미있게 읽었고 도서 추리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범죄자지만 어린 시절 겪은 일의 트라우마로 자신도 어찔 수 없이 범죄자가 된 청년의 이야기는 불쾌하지만 마음이 아팠다.그리고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게 돼 있다는 사실과 나는 혹시 누군가 베푸는 친절을 자격지심을 가지고 곡해하지 않았나 되짚어보게 된다.작가들의 다른 책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도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