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는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손 편지를 받지만 그 편지를 차분하게 읽을 새도 없이 한 살 아래 사촌 동생인 수장이가 찾아온다.수장이는 허약하게 태어난 데다 심장 수술까지 받아 집안의 응석받이에 어른들이 있을 때는 형 소리를 하고 단둘이 있을 때는 “김현우”라 부르며 까분다. 오늘도 수장이는 책상 서랍을 열어보고 베개 밑에 숨겨둔 편지를 찾아 누구한테 받은 거냐고 묻는다.편지를 빼앗으려다 수장이를 밀어 머리를 찧게 되고 울음소리로 온 집안을 시끄럽게 하자 엄마아빠까지 달려와 사과할 것을 강요한다.하지만 오늘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과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으로 버티다 컴퓨터 사용금지까지 당하게 된다.부모님은 큰아빠네와 저녁 약속을 잡지만 현우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혼자 집에 남는다.혼자 남은 현우는 시청 금지된 티브이를 틀자 왕 천사와 킹 천사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등장해 “베프 부모님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얼떨결에 0원에 베프 부모를 구입하지만 엄마 아빠가 집에 못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구매취소 전화를 하고 구매 취소 불가라는 통보만 받게 된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주문한 베프 부모님일까, 엄마 아빠 일까 두려워 수화기를 든 채 혼잣말을 한다.”확, 작아져서 숨어 버리고 싶다.“그 말과 동시에 현우는 소파 쿠션 뒤에 숨을 만큼 작아진다.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현우가 갑자기 15cm로 작아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4학년이 시작되었지만 호흡기 감염병이 퍼져 학교에도 못 가고 수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된다.거기다 사촌동생은 제멋대로고 어른들은 수장이의 잘못까지 모두 현우에게 이해하라고만 한다.별로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손 편지를 받게 되지만 작아진 키 때문에 만나서 편지를 보낸 이유도 물어볼 수 없다.다행이라면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것뿐이지만 다시 커지는 방법도 모르고 언제 다시 제 키로 돌아갈 지도 알 수 없는 형편이다.동화는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을 주 독자로 잡은 만큼 빽빽하지 않은 글자와 종종 등장하는 그림은 글밥 많은 책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준다.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동화는 단순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푸념이 아닌 언제나 곁을 지켜주며 내 편이 돼 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거기다 친구들의 고민을 조심스럽게 풀어나가는 모습은 바르고 건강하기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이 책을 고른 까닭은 제19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인 데다 노인경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에서다.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오늘’이라는 작가의 성함을 먼저 알았더라도 골랐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과연 현우는 본래 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친구는 왜 현우에게 손 편지를 보냈는지 내내 궁금해하며 단숨에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