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몰려온다 웅진 우리그림책 123
김효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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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부터 매미 소리가 요란합니다.
감히 창문을 열기 두려울 정도로 강렬한 햇살과 열기가 온 대지를 감싸고 있습니다.
못 견디게 괴로운 여름도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테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름은 소리 없이 스리슬쩍 다가와 바로 “여름이다”를 외친 듯 더위를 몰고 왔습니다.
우리는 햇님을 닮은 노란 튜브를 들고 바닷가로 몰려갑니다.
여름엔 물놀이도 빼놓을 수 없지만 “냠냠, 서걱, 오독, 쪽쪽, 호록, 와삭, 우적” 먹는 과일도 여름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여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은 바다에서 여름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아무리 햇님이 이글이글 후끈후끈해도 우리들의 여름은 즐겁기만 합니다.

주황색의 태양은 여름의 한 가운데로 아이들을 데려갑니다.
파도에 몸을 실고 와글와글 왁자지껄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겨납니다.

아이들의 즐거운 여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흉내내는 말들은 그림과 함께 소리내 읽으면 더욱 즐거워집니다.
햇님이 밤이 되면 서쪽으로 사라지듯 여름 또한 왔던 것처럼 갑자기 떠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커다란 태양, 푸른 파도와 의성어와 의태어까지 완벽했던 그림책은 여름 더위를 잠깐이나마 사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말복, 처서가 지나면 이 힘든 날씨도 견딜만 해지겠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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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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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저 종이에 적힌 글이 아니라, 다른 장소, 다른 삶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p15)


1921년 런던, 스물한 살이 된 오펄린은 오빠의 강요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가 물려준 책을 팔아 프랑스로 도망친다.
그리고 영어 서적 전문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일하게 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마서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무작정 더블린으로 도망쳐 까딸스럽기는 하지만 마서에게 용기를 주는 비밀에 쌓인 듯한 보든 부인의 집의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세계적인 유명 희귀본 수집가인 오펄린이 잃어버렸다는 원고를 찾기 위해 더블린에 온 헨리와 만나게 된다.

100년의 시간을 두고 에밀리 브론테의 사라진 원고를 찾기 위해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추리 소설이 아닌 마법과 로맨스가 함께 하는 이야기다.
오펄린과 마서와 헨리가 화자가 돼 펼치는 이야기에서 여성이거나 약자에게 행해졌던 가혹하기만 했던 일들을 목도하게 한다.

오펄린에게 책에 대해 알려줬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오빠는 팔아 넘기듯이 결혼을 강요하고 100년 후의 시대를 사는 마서는 남편의 의해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폭행을 당한다.
헨리 역시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채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잃어버린 원고 찾기라는 단순한 이야기라 짐작했던 예상과 다르게 소설은 20세기와 21세를 살아가는 취약한 존재들의 이야기로 확장돼 그들이 느끼는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덩달아 마음이 아파온다.

실재로 존재하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와 그 곳을 드나들던 작가들의 이야기와 아일랜드에 막달레나 세탁소가 연상되는 세인트 애그니스 정신병원은 작가가 상상한 이야기조차 사실로 믿게 한다.
오펄린과 마사의 이야기는 닮은 듯 다르게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다 끝내는 한 곳을 향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두 사람은 긴 시간을 건너 마법처럼 연결된다.
스스로 살아간 용기와 힘이 있을 때 비로소 다가오는 사랑을 오롯히 받아드릴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으며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위대한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원고를 기다려보게 된다.

내가 읽은 책 이야기가 등장할 때마다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 다시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
책에 대한 추억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공존하는 소설은 요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많은 표시를 하게 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500페이지라는 분량에 지레 겁먹는 독자가 있다면 시간 순삭은 보장하니 일단 읽어보길 강력하게 권해본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본 도서는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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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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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빠 소유의 에다우치지마섬은 둘레가 1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작은 섬이다.
큰아빠가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한 뒤 리조트 사업 계획이 진행되고 일단 섬을 시찰하기로 한 아버지는 ‘나’를 포함 큰아빠 친구와 관광 개발 회사, 건설 회사, 부동산 회사 사람들까지 모두 9명이 1박 2일 일정으로 섬에 도착한다.

큰아빠가 섬에 다녀간 지는 5년전으로 알고 있는데 섬에 도착해 보니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보이고거기다 작업장 안에는 다량의 폭약이 발견된다.
경찰에 신고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아빠는 큰아빠가 관련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망설인다.

‘나’는 관광 개발회사의 인턴인 아야카와 씨와 한 방을 쓰게 되지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는다.
그런데 밤새 부동산 회사의 오사나이 씨가 큰아빠의 석궁에 맞아 죽어 있고 범인이 보낸 열가지 지시 사항을 적은 종이가 발견된다.

1.섬에 있는 사람은 오늘부터 사흘간 결코 섬을 떠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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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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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정체를 밝혀내려 하거나 살인범을 고발하지 말 것.

이 항목들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작업장에 있는 폭탁의 기폭 장치가 작동해 모두 죽게 된다.

섬에 함께 온 사람들과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단지 큰아빠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누구를 범인으로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범인을 알려고도 해서는 안되고 설령 알고 있다고 해도 발설하면 안된다.

보통의 클로즈드서클물이라면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전화도 할 수 없고 그 곳을 벗어날 수도 없다.
‘십계’ 속 섬은 섬이지만 휴대전화의 전파가 잡히고 언제든지 배를 불러 그 곳에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십계 속 범인은 고립되었으나 고립되지 않은 섬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살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기를 명령한다.
작가의 전작 <방주>가 전형적인 클로즈드서클을 추구했다면 <십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해야만 하는 설정이다.

거기다 범인을 짐작하거나 추리해서도 안되고 누군가 의견을 나눠서도 안된다.
설령 범인을 짐작하고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 짐작하더라도 절대 알려서는 안 된다.
누구를 구하려는 것은 남은 모두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때문이다.
작가는 범인을 추리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끊임없이 모두를 의심하게 된다.
나는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어떤 단어를 읽는 순간 오타인줄 알았다.
뭔가 있을 줄을 알았지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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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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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증조할머니가 50년 넘게 살다 돌아가신 적산가옥은 외증조할머니가 전쟁터에서 간호장교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구입한 집이다.
‘나’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적산가옥에서 보냈고 외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집은 ‘나’에게 상속된다.

’나‘는 유산을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서른이 되는 해에 딱 1년을 적산가옥에서 살아야 한다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 우형민과 적산가옥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나’의 적산가옥에서의 생활은 알 수 없는 존재의 등장으로 평안은 깨지고 외증조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의 원래의 집주인인 가네모토의 아들 유타카의 유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은 현재의 유타카 유령에 시달리는 ‘나’와 유타카를 간호하기 위해 적산가옥에 입주했던 나의 외증조할머니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1930년 대의 잔혹한 일제의 수탈만큼 끔찍한 유타카의 이상행동과 그 이유에 중심을 둔 외증조할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집에서 풍기는 을씨년스러움과 불쾌한 냄새가 그대로 전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미래를 안 덕분에 경제적인 이익과 목숨을 건지는 데도 유용하다면 그 욕망의 크기는 감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가네모토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유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임을 진즉 알고 있었지만 우형민과 가네모토의 악의는 그 어떤 것보다 추악하고 공포스럽다.

’작가의 말‘을 읽고 소설의 모티브인 군산시 신흥동의 히로쓰 가옥을 검색해 보았다.
이제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가등록유산이 된 집은 밝고 환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그 집의 암흑기를 짧게나마 경험한 작가가 부러워지고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조예은 작가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 아팠지만 그만큼 슬프고도 아련한 공포스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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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는 역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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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다가 과거 어느 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해 줍니다.

선택하지 않은 과거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마호로시역에 가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 되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확히 보름달이 떴을 때 소부선 전철을 타고 신코이와역에서 히라이역까지의 구간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후회의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소설은 모두 5명의 사연자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의 다나카 노부루씨는 네 명의 아들을 두고 있지만 현실의 삶은 점점 피곤하고 지쳐갑니다.
오랜만에 참석한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동창 이와사키가 건넨 학창 시절 좋아했다는 한 마디에 졸업식 당일 고백했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하게 됩니다.
그 후회가 크고 간절했던지 다나카는 마호로시역에 가게 됩니다.

나오코는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동생을 시기질투하며 사이가 멀어집니다.
만약 그때 가고 싶은 대학에 합격했더라면 어땠을까 늘 생각하고 후회합니다.
유명한 뮤지션인 마야마는 SNS에 올린 글때문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고 현재는 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때 꿈을 좇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늘 궁금합니다.

아이다 린은 엄마가 수술을 받자 미리 병원에 모시고 가서 건강 검진을 받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만약 그때 병원에 모시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합니다.
자연재해로 아내를 잃은 가쓰라기 신이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매일매일 후회를 하며 보냅니다.

등장인물들은 마호로시역에서 자신이 현실에서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삶을 살아봅니다.
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을때는 처음 그 시간의 전철 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다른 선택은 현실 세계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단지 주인공들이 지금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고 돌아올 뿐입니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경험은 지금의 선택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기도 하고 오해하고 있던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깨달음과 함께 일희일비라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도 됩니다.

현실 세계에서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마호로시역에서 과거로 돌아가 본들 무엇 하나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삶을 살아본 주인공들은 현실의 삶의 소중함을 찾아내 조금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어쩜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선택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전작 <작별의 건너편>에서는 죽음 뒤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현세에 있는 존재를 만날 수 있는 24시간의 이야기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번에는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이야기하며 그 때의 선택은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고 다독여 줍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지금의 삶을 소중하기 여기고 후회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본 도서는 빈페이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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