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동남아 - 24가지 요리로 배우는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현시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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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유럽이나 미주의 다른 나라보다 부담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종교와 역사적으로도 복잡한 관계를 유지해온 동남아의 여러 나라는 음식 역시 닮은 듯 서로 다른 색다른 맛의 음식이 다수 존재합니다.

<미식 동남아>는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에 재직 중인 현시내 교수가 직접 맛본 동남아 음식에 대해 설명한 저서입니다.
참고자료나 연구를 통해 쓴 글이 아닌 직접 경험한 동남아의 사람들의 인정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음식에 대한 설명으로 그치지 않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모두 5부로 나누어 샐러드, 국수, 볶음밥, 한 그릇 요리, 디저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24가지 요리를 소개하면서 특유의 맛을 내는 소스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음식의 유래를 역사와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에 얽힌 추억을 읽을 때는 나와 전혀 인연이 닿지않은 이들이지만 그 다정함이 전해집니다.

가장 관심이 갔던 국수 이야기는 대부분의 면 요리들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혀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베트남 쌀국수 퍼, 태국 볶음면 팟타이, 인도네시아 볶음면 미고렝, 필리핀 볶음면 빤싯,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커리 국수 락사까지 면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현지인들의 취향과 욕구에 맞춰 현지의 재료와 요리 방식으로 새롭게 재탄생“(p114)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우리 고유 음식인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부르거나 스스로 김치 종주국이라고 말하는 중국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오릅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우리는 정작 동남아 음식을 각 나라별로 구분하지 않고 대표적인 이름으로 뭉뚱그려 말하곤 합니다.
<미식 동남아>를 읽으며 음식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자가 직접 먹거나 만들어 본 음식은 대부분 직접 찍어 책에 실은 사진처럼 화려하지않고 수수해 보여 좋습니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전문 요리책이 아니라 “그 음식을 둘러싼 역사적, 문화적 배경 등을 소개하는 데 초점”(p12)을 두고 있어 어렵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국수부터 시작해 다채로운 역사가 뒤섞인 디저트 ’할루할로‘로 끝을 맺은 이야기는 음식과 함께 한 동남아의 역사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먹게 될 동남아 음식은 전혀 다른 느낌과 맛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꼭 ‘할루할로’를 맛보시기를 바라며 맛깔난 동남아의 다른 이야기도 기다리겠습니다.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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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 식물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안톤 순딘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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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은 약 4억 년 전에 지구에 등장했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 시절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알고 있는 양치식물이라고는 나물로 먹는 ‘고사리’뿐인 저에게 이 책은 양치식물의 역사와 분포, 종류는 물론 기르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봄이면 돌돌 말린 새순이 돋아나고 그 새순이 펴지면서 종에 따라 다양한 잎으로 성장하는 양치식물은 오랜 세월 인간에게 신비한 식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특히나 꽃이 피지도 않고 홀씨주머니로 번식한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마법과 신화 속에 신비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했답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양치식물이 대영제국이 식민지를 늘려가면서 유럽의 정원을 식민지의 양치식물이 차지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값나가는 양치식물을 채집하다 목숨을 잃기도 하고 멸종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니 그 시절 얼마나 사랑받은 식물인지 짐작이 가기도 합니다.

저자 “안톤 순딘”은 양치식물을 향한 열정은 물론 토양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에도 관심이 많은 원예사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양치식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식물이 좋아하는 토양을 알려주고 키우는 방법, 번식 방법 등 정원 꾸미기 안내는 실제로 적용하고 참고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양치식물이라는 한가지 종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양치식물의 역사와 분포, 종과 품종, 양치식물에 얽힌 역사, 예술에 담긴 양치식물, 양치식물 재배 기술”뿐 아니라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진들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원예와 문화사에 관심이 많은 사진 작가의 눈으로 본 식물들의 생생함을 사진 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고사리뿐 아니라 상당수의 양치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난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던 ’박쥐란‘ 역시 양치식물의 한 종류였고 홀씨 번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양치식물의 사진을 보는 것도 정말 좋은 책입니다.

<도서는 생각의 집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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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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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특별히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내 삶을 좌지우지해서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것도 아닌데 그냥 싫어지는 것들이지요.
젊은 작가는 ’이유 없이 싫어지는 것들‘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 아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지금의 삶을 짚어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반지하에 살아도 딸에게는 최선을 다했던 엄마가 있고 학처럼 고고한 할머니, 그리고 다섯 살 어린 동생의 삶이 녹아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 데 누군가에게 대놓고 자랑할 수도 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나와 전혀 다른 세대의 작가이지만 그의 삶에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경비나 택시 아저씨에게 음료를 건네면서 비슷한 일이 내 부모에게 일어나기를 바랐고, 누군가에게 화를 내야 할 때 애써 웃으며 비슷함을 내 동생도 겪을 수 있길 바랐다.”(p81)

“스스로를 보살피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개조차 그냥 안다. 나는 개처럼 살아서 숨 쉰다. 개에게 배운바, 그건 머무르는 자리에서 언제나 한 뼘의 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p106)

”사람을 방해하는 것도 사람,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도 사람, 누군가는 구체적인 악의를 가르치지만, 후자는 구체적 선의를 가르친다. 그런 게 구체적 악의에서 나를 구한다.(p139)

관심이 없는 존재에게는 싫다는 감정도 생기지 않습니다.
정말 나와 상관없는 존재가 싫어졌다면 안 부딪히고 안 보면 해결됩니다.
무언가를 싫어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고 고쳐 말하면 대상에 대한 무한한 관심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싫어하는 것이 없는 인생은 그리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의 싫은 행동을 따라하지않고 왜 내가 그것을 싫어하는 지 고민하는 사이 나의 모습은 좋은 쪽으로 조금씩 이동할 것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나 역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은 변화된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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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와 페카 삼부작 zebra 13
요쿰 노르드스트 지음, 이유진 옮김 / 비룡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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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와 강아지 페카는 늘 함께 합니다.
세일러의 스웨터를 사러 시내에 가는 길에 자동차가 고장나도 둘은 놀라거나 속상해하지 않습니다.
시내까지 걸어가는 길이 꽤 멀지만 넓고 고요한 바다를 보며 걷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세일러가 아플 때 페카는 잭슨 여사를 불러오고 의사 선생님의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사오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잭슨 여사의 복음 성가대의 노래를 듣기도 합니다.

<세일러와 페카 삼부작>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 작가인 ‘요쿰 노르드스트룀’의 <세일러와 페카> 5권 연작 중 첫 세 권을 한 권으로 묶어 번역 출간한 그림책입니다.
세일러와 함께 사는 강아지 페카의 일상을 소개한 그림책은 “콜라주, 소묘,회화” 등의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그림들로 가득합니다.

세일러와 페카의 이야기는 대단한 모험이나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마을에 사는 전직 선원인 세일러와 강아지 페카의 소소하지만 보다보면 슬며시 웃음이 번지는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입니다.

광대의 잃어버린 트럼펫을 우연히 찾아주기도 하고 페카가 약국에 가는 길에 딴청을 피우기도 하고 당구장에 갔다 싸움이 일어나자 살짝 피해 나오기도 하지만 둘의 하루하루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저 둘이 함께 보내는 날들이 특별하지 않아 더 특별하게 보입니다.
더구나 다정한 잭슨 부인과 함께 식사하고 춤을 추고 차를 마시는 모습은 소소하지만 따듯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현대 미술가‘인 작가의 그림은 단순한 형태의 인물들과 풍부한 색상이 대조를 이루어 그림을 보는 기쁨을 줍니다.
한 페이지에 여러 컷으로 분할된 그림들은 만화를 읽을 때처럼 다이나믹한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현재 활동 중인 현대 미술가의 그림책은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은 물론 화보집처럼 즐길 수 있어 더 없이 좋았습니다.
이 그림책으로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이에게는 세일러와 페카의 우정을 어른에게는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사랑스러운 두 친구의 나머지 이야기도 번역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도서는 비룡소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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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숲속 어딘가
린데파스 지음, 이한상 옮김 / 월천상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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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아버지가 너무 바빠 반짝이는 선물과 트리 장식, 기분 좋은 음악은 꿈일 뿐입니다.
소피는 즐거운 일을 찾아 외투와 장갑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눈송이들은 매서운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고 밖은 너무 춥고 쓸쓸하지요.
그때 눈송이 사이를 헤치고 커다란 사슴이 소피 앞에 나타나 어서 등에 올라타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사슴의 등에 탄 소피는 알 수 없는 세계에 다다랐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하얗고 커다란 숲에 도착한 소피는 꽁꽁 얼어붙은 푸른 호수를 만났어요.
그 곳에서 외롭게 서 있는 작은 나무를 보았습니다.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창문으로 비치는 따듯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이웃집과 어둡고 쓸쓸해 보이는 소피의 집을 대조적으로 보여줘 소피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지 보여줍니다.
눈보라 치는 도시의 살풍경한 모습은 추운 겨울이 느껴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눈 덮인 숲 속은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해서인지 춥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도 근사한 선물 상자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림책을 보는 내내 크리스마스의 축복을 받는 기분입니다.
하얀 눈이 쌓인 키 큰 나무와 동물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꾸민 나무 장식은 그 어떤 트리보다 아름답게 빛납니다.
거기다 늘상 바쁘기만 한 탓에 함께 하지 못했던 아빠까지 등장하자 세상에서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가 완성됩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커다랗고 평온한 숲 속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진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따로따로 있을 때는 사소하고 작게 보이는 것들이 모여 보물의 되는 경험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 행복이 찾아옵니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어딘지 알 수 없는 숲 속 하늘에 닿을 만큼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서 있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소피의 따듯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눈 덮힌 나무와 빛나는 작은 나무는 더더욱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의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월천상회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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