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우리그림책 155
박성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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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제6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인 <쉿!>은 민트색 표지에 가느다란 글자의 제목, 그리고 아이와 고양이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표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앞면지를 넘기면 새까만 바탕에 그려진 고양이에게 누군가 “안녕!” 인사를 건네네요.

편안한 잠옷을 입은 아이와 유연한 몸짓의 고양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건네는 말에 반응하며 물속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다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그림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검은 배경에 여러 겹의 실루엣을 겹쳐 그린 그림은 아이와 고양이의 꿈속인 듯 환상적입니다.
처음에는 아이와 고양이의 몸짓에 집중해 읽다 인사를 건네는 이의 정체를 알고 다시 읽을 때는 글자의 배치가 비밀스러운 존재의 소리와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글밥이 적은 그림책은 그림에 집중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글자를 읽기 위해 휘리릭 넘겼다면 반복해서 읽으며 아이와 고양이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됩니다.
짧은 글이지만 기발한 그림 속에서 여름밤의 성가시지만 그것마저도 즐거웠던 어느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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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는 법
박현민 지음 / 달그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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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달그림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놀이터의 그네는 앉는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놀이기구로 어느 곳을 보고 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박현민 작가의 신간 #그네타는법 은 방향을 선택해 탈 수 있는 그네의 특성을 살려 앞면과 뒷면을 고정해 놓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도형자 2개를 사용해 그린 그림책은 e-북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차별화된 그림책의 물성을 보여줍니다.
수직으로 움직이는 그네의 특성을 살려 길게 제작된 판형과 탁상 달력 방식의 스프링 제본은 앞뒤로 움직이는 그네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흰색 면과 회색 면으로 표현된 그림책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우리 인생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먼저 제목이 적힌 흰색 면을 시작으로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겨봅니다.
나한테 딱 맞는 그네도 처음에는 타는 게 쉽지 않은 데다 힘껏 발을 굴러야 하고 두 손을 꽉 잡아야 합니다.
중심이 흔들리면 베베 꼬이고 앉아서 타야 오래 탈 수 있습니다.

흰색 면이 그네에 빗댄 삶의 기준과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회색 면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누가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네 타기를 막 시작한 어린이에게는 그네를 타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설명서가 될 것이고 삶이 불안한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길잡이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그네의 앉는 방향을 내가 정하듯 우리의 인생 또한 나아갈 방향을 자신이 정합니다.
그네를 힘껏 굴려 높이 올라가는 아이도 있고 차분히 앉아서 흔들리는 그네에 몸을 맡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듯 인생도 저마다 좋아하는 높이가 있습니다.
혼자 타는 그네의 높이를 다른 사람과 굳이 비교하지 않듯이 우리의 삶도 남과 비교할 필요 없습니다.

<그네 타는 법>은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는 여느 책들과는 달리 매일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오브제가 됩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메시지는 큰 위로를 건네줍니다.
이왕 탔으니, 끝까지 올라가도 되지만 반드시 높이 올라갈 필요 없는 그네처럼 나 자신에 맞춰 유연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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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파티 : 파티원 구함
노에미 볼라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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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문학동네그림책 뭉끄 6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책도 다 읽었고 많은 발에 필요한 양말짝도 다 맞춘 그날은 정말 심심했어요.
심심한 채로 하루를 보낼 수 없었던 애벌레는 “이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어느 누구도 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따라올 수 없는 인생 최고의 파티를!!!”열기로 했습니다.

목마를 때 마실 주스도 멋들어진 파티 장식도 알록달록한 반짝이도 달콤한 디저트도 먹음직한 피자도 뾰족한 파티 모자도 얼굴에 붙일 별 스티커도 필요한 건 다 있어요.
그런데 파티에 올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올 수가 없대요.

파티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친구들을 초대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파티를 애벌레는 어떻게 보낼까요?
아무도 오지 않는 파티 때문에 기운이 쭉 빠지고 정말 속상했지만, 애벌레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낸 아이디어로 혼자만의 파티를 즐깁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가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해도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게 인생입니다.
머리와 여러 개의 마디가 있는 애벌레의 특성을 잘 살려 낸 그림책은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없을 때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려줍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애벌레의 지혜와 어울리는 귀여운 그림은 슬며시 미소 짓게 합니다.
함께 해도 즐겁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최고의 즐거움을 찾은 애벌레에게 박수를 보내며 애벌레의 파티에 초대받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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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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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은 가제본으로 읽었습니다.>

제목인 ‘인비인(人非人)’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하는 말이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 중)

#혼모노 로 많은 사랑을 받은, 성해나의 신작 소설집은 여름에 어울리는 기담집이다.
작가의 첫 기담집은 ‘어제, 오늘, 내일’ 세 개의 장으로 나눠 9편의 소설을 실었는데 각 장에 수록된 3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표제작인 <인비인>은 ‘어제‘의 장에 실린 소설로 영화감독인 ’나‘의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온 노인에게 받은 편지가 주 내용이다.
일제 강점기 731부대에서 인간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으로 태어난 가타마리(덩어리)가 자신을 오야지라 부르자 생매장해 버린 남자는 일본이 패망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남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의원을 하며 평범하게 살다 그가 생매장한 가타마리가 발견되고 그곳에서 그의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이 함께 발견된다.
인간의 형상과 거리가 먼 가타마리가 괴물처럼 느껴지기보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성도 없이 감독인 ’나‘에게 전범으로 몰린 자신을 대변해 줄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전한 노인이야말로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이 아닌가 싶다.

’오늘‘편에 실린 <윤회(당한) 자들>은 이미 다른 지면에서 읽은 소설로 다시 읽는 이야기는 고군분투하는 다큐 감독의 이야기인 #cv빌런고태경 과 겹쳐 잠입 취재에 목숨을 건 주인공에게 동조하며 읽게 된다.
과연 윤회 당하기 위해 모인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들이 최종 종착지를 꿈꾸며 서서히 모임에 스며드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자화상처럼 느껴져 서글퍼진다.

미래의 이야기인 ’내일’편<아미고>는 인간을 대체해 나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미고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 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스턴트맨의 이야기로 그 어떤 기담보다 공포스러웠다.
가끔 인간의 직업 중 로봇이 대체할 직종이 무엇인가 하는 논의를 보며 내가 하는 일은 아니겠지 싶다가도 이러다가 인간이 설 자리가 아예 사리지는 게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서인지 세 편의 이야기 중 미래의 이야기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져 그 어떤 공포보다 무섭고 두려운 이야기였다.

맛보기로 읽은 세 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읽어온 기담과 다르게 기이한 현상도 무서운 유령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든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일이기에 그 어떤 괴담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현실감 있는 기담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3편만으로는 아쉬운 성해나의 기담집, 나머지 이야기로 꽉 채워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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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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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천명관의 #고래 를 읽고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작가의 소설을 읽어 나갔는데 어째 기다려도 신간 소식이 없더니 드디어 #이것이남자의세상이다 이후 10년 만에 새 책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고래는 2023년 부커 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작가는 <뜨거운 피>의 감독으로 참여했다.

신간 <아코디언>은 한국전쟁 중 엄마를 잃고 홀로 남겨진 동이가 앵벌이 조직에 들어가 척박한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목사이지만 누구보다 탐욕스러운 양 목사는 해방촌 산자락에 거처를 잡고 앵벌이 아이들을 착취하며 배를 불린다.

눈이 먼 연이의 할아버지가 남긴 아코디언을 우연히 갖게 된 동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연이는 노래를 부르며 앵벌이를 한다.
아이들은 목사가 건넨 마약에 중독돼 가고 어느 날 양 목사가 경찰에 잡혀가자, 조직이 와해할 지경에 이르고 움막은 불길에 휩싸인다.

휴전 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는 <아코디언>이 아니라도 여러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을 통해 알고 있다.
천명관의 이야기 속 아이들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배를 곯았고, 파리 목숨처럼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동이’를 중심으로 눈은 멀었지만, 누구보다 맑고 깊은 목소리를 가진 ‘연이’,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지만 영특한 두뇌로 세상을 살아가는 ‘거북이’, 미군 부대의 하우스 보이로 동이를 챙겨주는 ’미키‘까지 갖가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은 치열하고 묵묵하게 각자의 세상을 살아간다.

도저히 하느님을 섬기는 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목사의 만행은 돈만을 좇아 부나방처럼 날아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특별한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코디언을 연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앵벌이 조직을 빠져나올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포기한 동이가 숭고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아는 그 시대의 이야기가 천명관의 입을 빌려 전해진 순간 인물들은 지난 세대를 뛰어넘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 시대의 유행가를 소제목으로 쓴 소설은 손풍금을 울리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이가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선하게 그려져 몇 번인가 눈물을 찍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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