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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본 도서는 비채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표지가 먼저 마음을 사로잡는다.
글을 쓴 ”나스타샤 마르탱“은 인류학을 전공한 학자로 2015년 ‘시베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는 에벤인을 대상으로 인류학 연구를 진행하던 중 캄차카 화산 지대에서 곰의 습격을 받는다.’
<야수를 믿다>는 곰의 습격으로 얼굴 전체와 오른쪽 다리가 찢기고 턱의 일부가 사라지고도 얼음 도끼로 곰을 쫓아낸 저자의 투병기이자 그 후의 행보에 관한 이야기다.
“곰이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났고 나는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첫 문장부터 안개를 뚫고 러시아의 헬리콥터가 자신을 구하러 오길 여덟 시간째, 혹은 그보다 더 오래 기다린 저자가 느꼈을 고통과 함께 막막함과 두려움이 전해지는 듯하다.
러시아 클리우치의 군사기지 병원의 열약한 환경에서 무사히 수술을 끝낸 저자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병실에서 보내는 밤들을 초현시적으로 느낀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프랑스로 돌아간 그녀는 소련의 플레이트를 턱에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프랑스 의사들의 결정에 따라 서방의 플레이트로 교체하는 재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병원성 세균 감염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낳고 다시 재수술에 들어간 그녀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곰을 습격을 받았던 캄차카 반도로 다시 떠난다.
저자가 곰의 습격을 받았던 캄차카 반도에 살고 있는 에벤인은 전통 신앙으로 애니미즘을 바탕에 두고 특히 곰을 숭배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곰의 습격을 받아 살아온 이를 ‘마에드카‘라 부르며 곰의 표식을 받은 사람이라 여기며 반은 인간이고 반은 곰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며 그녀에 대한 습격을 곰이 표식을 남기고 싶어 했을 뿐이라고 여긴다.
곰의 공격이 있던 가을부터 시작해 겨울, 봄, 여름을 지나 세계로의 귀환으로 끝맺음하는 글은 읽는 내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공포와 아픔은 물론 대자연의 경의로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거기다 다시 그 공포의 순간을 대면할 수도 있는 장소로 찾아가는 저자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에벤인들에게 자신의 안전을 확인시켜주고 싶은 심정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슬퍼요? 내가 묻고, 그녀가 답한다. 아니, 왜인지 너도 알지, 여기서 사는 것은 귀환을 기다리는 거야, 꽃들, 철을 따라 이동하는 동물들, 중요한 존재들, 너는 그중 하나야, 기다리고 있을게.>>(p172)
선문답 같은 그들의 대화에서 그녀가 왜 그토록 그곳으로 가길 원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