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와 키키 - 어수룩한 멍멍이 토비와 냉소적인 야옹이 키키의 시골 일일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박라희(스텔라박) 그림, 이세진 옮김 / 빛소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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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라는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됐지만 ’자연과 동물을 끔찍이 사랑했던 프랑스 대표작가‘라고 합니다.
’어수룩한 멍멍이 토비와 냉소적인 야옹이 키키의 시골 일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멍멍이 토비와 고양이 키키의 일상을 두 동물의 대화로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등장 동물 소개란에 검은 얼룩무늬의 수컷 불독 토비와 샤르트뢰 종의 수컷 고양이 키키에 대한 소개 아래 아주 작게 ‘하등 중요하지 않은 주인’ 그녀와 그가 소개된 모양만 봐도 이야기의 중심에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인간에 대해 오해하기도 하고 불의 강렬함에 끌리기도 하고 천둥번개에 놀라기도 하는 그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특징을 자세히 관찰해서인지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어색함이 없고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인간에게는 ’멍멍‘이나 ’야옹‘으로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를 통해 제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박라희 작가’의 귀여운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줍니다.

또한 <빛소굴>출판사 도서의 아름다운 외형은 ’토비와 키키‘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튼튼한 양장본과 두꺼운 종이에 색연필로 그린 토비와 키키는 살구색의 표지와 가름끈으로 귀여움을 더합니다.
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은 집사는 물론 동물 영상을 즐겨보고 동물과 함께 하고 싶은 독자라면 홀딱 반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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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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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부터 1926년 10월까지 31호, 1931년 1월 속간 후 1934년 8월까지 약 42호, 총 73권 내외로 발행’된 잡지 <<신여성>>을 강독하고 함께 공부한 필자 9인이 이를 바탕으로 2005년 <<신여성_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를 출간했다.
이후 잡지 <<신여성>> 발간 100주년을 맞이해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 바로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다.

모두 7장의 본문과 부록으로 구성된 책은 모던걸의 정의를 시작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신여성’에 대해 잡지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1장에서는 양산을 사고 머리를 구부리거나 염색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제껏 보지 못한 여성들의 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백화점을 다니고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고 스포츠를 취미로 했지만 호떡을 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하니 아이러니라 할만하다.

2장의 신여성 수난사는 ‘은파리’로 대변되는 관음증적인 남성들의 시선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신여성’은 땅에서 솟아난 존재가 아닌 신식 교육을 받은 여학생들이었으니 그들의 학교 생활과 기숙사나 하숙 생활들을 엿볼 수 있는 3장의 문제적 기호, ‘여학생’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와 자유연애는 물론 은밀하고 내밀한 성에 대한 이야기도 잡지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난다 긴다하던 모던걸들도 결혼이라는 제도 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
<<신여성>>의 필진들은 ’연애없는 결혼은 없다‘라는 자유주의 연애론을 이야기하면서도 결혼을 위한 전단계인 연애를 하는 신여성들에게는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넘어 비난을 퍼붓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에로 서비스‘자체를 직업으러 삼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비난을 쏟으면서도 직업여성의 에로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기대하는 남성들의 이중적 태도도 볼 수 있다.

<<신여성>>은 여성잡지의 확산을 도모한 어느 정도 장수한 최초의 여성잡지이고 여성을 주체로 한 잡지였지만 주요 필진은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다.
거기다 <<신여성>>에 소개되는 여성들은 물론 잡지를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구독할 정도의 여성이라면 일반적인 범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는내내 잡지에 소개되지 않은 여성들과 그 잡지조차 읽지 못했을 여성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모던걸‘이 아닌 ’못된 걸‘로 불리던 그들의 일상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찌됐든 100년 전 여성을 위한 잡지 <<신여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들이 살았던 100년 전의 가정의 모습과 여성의 역할이 더디지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게 된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인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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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점 반 - 20주년 기념 개정판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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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넉 점 반>은 ’나리 나리 개나리’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 ‘ 고향 땅’ 등으로 유명한 윤석중 선생님의 시에 ‘아씨방 일곱 동무’를 쓰고 그린 이영경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우리시그림책입니다.
이번에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넉 점 반’이 2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새옷을 입고 출간되었습니다.
책 사이즈가 살짝 커지고 표지 그림이 무심하게 여린호박을 따는 아기 모습에서 개미를 구경하는 아기가 그려진 그림으로 바뀌었네요.

아기가 엄마 심부름으로 구복 상회 영감님께 시간을 물어보러 갑니다.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아기는 혹시 시간을 잊어버릴까 “넉 점 반 넉 점 반” 소리내 말해 봅니다.
물 먹는 닭도 한참 서서 구경하고 개미 거둥도 한참 앉아 구경하고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다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 노래 부르다 해가 꼴딱 져 돌아와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그림책이 처음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좋은 그림책의 생명력은 언제나 길고 강인합니다.
20년 전 이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 어린 시절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면 깔끔하게 새단장한 개정판은 세월이 지난 탓인지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고향의 골목길을 사무치게 그립게 합니다.

방안에서도 손님이 오는 지 볼 수 있는 유리를 끼운 창호지 바른 문과 벽에 걸린 사진들, 그리고 꽃이 한 가득 그려진 둥근 양은 밥상에 꽃무늬 벽지까지 어느새 어린 시절 할머니방으로 데려다줍니다.
마을에 하나뿐인 가게는 없는 것 없이 모든 것을 갖춘 만물상입니다.
주전부리는 물론 파란색 비닐 우산, 원기소 광고, 미원 등 가게 안에 물건들 모두 눈에 익습니다.

아기를 따라 마을을 걸어봅니다.
물 먹는 닭도 보고 아기와 함께 앉아 개미도 구경합니다.
잠자리를 따라가다보니 논길을 지나 수수도 도라지꽃도 분꽃도 흐드러지게 핀 곳까지 따라왔습니다.
이리 해찰하고 온 마을을 돌아다녔으니 집에 오니 해가 꼴딱 져 버렸습니다.

아기는 늦게 왔다고 혼내지 못할만큼 귀여운 모습입니다.
넉 점 반에 나가 다 저녁에 돌아와도 아이는 심부름을 끝낸 자신이 자랑스러운 듯합니다.
윤석중 선생님의 시만 읽어도 좋지만 이영경 선생님의 그림과 만나면서 아기가 보는 풍경을 독자도 함께 볼 수 있게 됩니다.
20년 뒤에도 여전히 사랑받은 것 같은 그림책은 잊고 있던 그리운 시절로 데려다주네요.
시계따위 없어도 별 상관없던 시절, 언니가 있고 오빠가 있고 나의 젊은 엄마가 존재했던 그곳이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본 도서는 창비그림책에서 진행한 20주년 개정판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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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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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상경력이 적힌 띠지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연물’은 군마 현경 수사1과 가쓰라 경부의 활약이 돋보이는 5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가쓰라 경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소설은 그의 개인사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다.

‘달콤한 빵과 카페오레로 끼니를 때우며 서류를 작성하고, 수사 상황을 보고하고,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일을 처리하면서 짧은 틈새 시간에 또 곰곰이 생각했다.’ (p185)

<낭떠러지 밑> 친구 다섯 명이 함께 온 스키장에서 코스를 벗어나 스노보드를 타러 간 친구 네 명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수색을 시작한 경찰은 낭떠러지 밑에서 두 사람을 발견하지만 한 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고 다른 한 명은 병원으로 옮겨진다.
조사 결과 사망자는 흉기에 의해 살해 당했지만 어디에서도 흉기는 찾을 수 없고 나머지 두 명의 친구도 행방이 묘연하다.

<졸음> 경찰이 감시하던 강도치상 사건의 용의자가 몬 차량이 새벽 시간에 교통 사고를 일으킨다.
뒤를 쫓던 경찰은 신호에 걸려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다수에 목격자를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목격자들은 입을 맞춘듯 하나같이 용의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다.

<목숨 빚> 유명한 산책로에서 짐승에 의해 훼손된 신체의 일부가 발견되고 경찰의 수색을 통해 대부분의 시신을 찾게 된다.
치과 흔적으로 신원은 밝혀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피해자가 6년 전 등산 중 목숨을 구해준 남자에게 꽤 많은 돈을 차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를 시작하지만 가쓰라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가연물> 늦은 밤 주택가에 연쇄 방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을 시작한다. 발생했던 불은 항상 생활 쓰레기를 태우는 작은 불인데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자 화재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진짜인가> 한적한 교외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인질 사건이 발생하고 범죄 전력이 있는 아버지가 아들과 레스토랑의 직원을 인질로 잡고 있다.
거기다 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는 듯 한데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

다섯 편의 소설 모두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 소설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가쓰야의 활약이 탐정이 범인을 잡는 과정과 비슷함을 느끼게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건 관련자의 증언을 듣고 동료 경찰들과 공조하지만 마지막 사건 해결은 마치 미스터리 소설의 범인 찾기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가쓰라 스스로 직감을 ‘차곡차곡 쌓인 관찰력이 경고를 보내는 신호’(p220)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는 동료 경찰들의 조사 내용을 세세히 듣고 자신의 직감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생각을 정리한 뒤 사건을 해결해 낸다.
특별히 부하 직원들에게 자상하지도 않고 상사들과도 썩 사이가 좋은 것 같지 않은 독물장군 스타일이지만 수사 능력은 탁월하고 사건을 해결하고도 그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분명 사망자가 나오고 범인을 쫓는 경찰소설이지만 가쓰라의 수사 과정은 서두르지 않고 느리게 걷는 산책만큼이나 평온해 보인다.
특별한 것 없는 작은 화재사고는 물론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사연을 찾아내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쓰지않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어떤 명탐정보다도 멋지다.
소설은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생각을 들게 하고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라는 문구가 빛나는 이야기들이다.
후속작이 나올 예정인 것 같은데 벌써부터 가쓰라의 활약을 기대하게 된다.


<본 도서는 리드비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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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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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뱀의 머리카락을 가진 메두사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 돌로 변하게 하는 괴력을 가진 괴물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그지만 제우스와 인간인 다나에의 사이 태어난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리고 아테네 여신의 방패에 걸리는 신세가 된다.

 

제시 버튼의 메두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닌 메두사의 입장에서 페르세우스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아테네 여신의 노여움으로 뱀의 머리카락을 갖게 되는 형벌을 받은 메두사는 두 언니와 외딴 섬에서 철저히 고립돼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섬에 페르세우스가 도착한다.

4년 만에 인간을 만난 메두사는 모습을 숨긴 채 마음을 터놓게 되고 자신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이야기를 어렵게 꺼낸다.

페르세우스 역시 어머니가 겪고 있는 부당한 이야기를 털어 놓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메두사를 찾아 모험 중이라고 말한다.

 

신화 속 악한인 메두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소설은 강자에게 유린된 어린 여성이 내뱉는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름다움이 약점이 되는 이야기는 신화 속 여성의 이야기만이 아니고 잘못을 저지를 강자보다는 피해를 입은 약자에게 손가락질 하는 세상이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가슴이 아프다.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메두사와 페르세우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었다.

힘 있는 그림과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메두사의 고민이 그대로 전해지는 소설은 생각했던 결말과 전혀 달랐지만 그래서 좋았고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예쁜 여자라는 말보다 잘생긴 남자라는 말을 듣는 편이 더 쉬울 것 같다. 여자한테 아름답다는 말이 따라붙으면, 그게 곧 그 애의 본질이 되거든. 그 애가 가진 다른 모든 가능성을 덮어버려. 남자는 그 사실이 모든 가능성을 덮어버리진 않잖아."
- P85

"그럼 낚시를 그만뒀어야지."
"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둬야 해? 포세이돈이 나타나지 말았어야지. 나를 쫓아다니지 말았어야지!"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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