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은 가제본으로 읽었습니다.>제목인 ‘인비인(人非人)’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하는 말이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 중)#혼모노 로 많은 사랑을 받은, 성해나의 신작 소설집은 여름에 어울리는 기담집이다.작가의 첫 기담집은 ‘어제, 오늘, 내일’ 세 개의 장으로 나눠 9편의 소설을 실었는데 각 장에 수록된 3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표제작인 <인비인>은 ‘어제‘의 장에 실린 소설로 영화감독인 ’나‘의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온 노인에게 받은 편지가 주 내용이다.일제 강점기 731부대에서 인간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으로 태어난 가타마리(덩어리)가 자신을 오야지라 부르자 생매장해 버린 남자는 일본이 패망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남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의원을 하며 평범하게 살다 그가 생매장한 가타마리가 발견되고 그곳에서 그의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이 함께 발견된다.인간의 형상과 거리가 먼 가타마리가 괴물처럼 느껴지기보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성도 없이 감독인 ’나‘에게 전범으로 몰린 자신을 대변해 줄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전한 노인이야말로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이 아닌가 싶다.’오늘‘편에 실린 <윤회(당한) 자들>은 이미 다른 지면에서 읽은 소설로 다시 읽는 이야기는 고군분투하는 다큐 감독의 이야기인 #cv빌런고태경 과 겹쳐 잠입 취재에 목숨을 건 주인공에게 동조하며 읽게 된다.과연 윤회 당하기 위해 모인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들이 최종 종착지를 꿈꾸며 서서히 모임에 스며드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자화상처럼 느껴져 서글퍼진다.미래의 이야기인 ’내일’편<아미고>는 인간을 대체해 나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미고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 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스턴트맨의 이야기로 그 어떤 기담보다 공포스러웠다.가끔 인간의 직업 중 로봇이 대체할 직종이 무엇인가 하는 논의를 보며 내가 하는 일은 아니겠지 싶다가도 이러다가 인간이 설 자리가 아예 사리지는 게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다.그래서인지 세 편의 이야기 중 미래의 이야기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져 그 어떤 공포보다 무섭고 두려운 이야기였다.맛보기로 읽은 세 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읽어온 기담과 다르게 기이한 현상도 무서운 유령도 등장하지 않는다.그렇지만 모든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일이기에 그 어떤 괴담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현실감 있는 기담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3편만으로는 아쉬운 성해나의 기담집, 나머지 이야기로 꽉 채워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창비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천명관의 #고래 를 읽고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작가의 소설을 읽어 나갔는데 어째 기다려도 신간 소식이 없더니 드디어 #이것이남자의세상이다 이후 10년 만에 새 책 소식이 들린다.그동안 고래는 2023년 부커 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작가는 <뜨거운 피>의 감독으로 참여했다.신간 <아코디언>은 한국전쟁 중 엄마를 잃고 홀로 남겨진 동이가 앵벌이 조직에 들어가 척박한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이야기다.목사이지만 누구보다 탐욕스러운 양 목사는 해방촌 산자락에 거처를 잡고 앵벌이 아이들을 착취하며 배를 불린다.눈이 먼 연이의 할아버지가 남긴 아코디언을 우연히 갖게 된 동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연이는 노래를 부르며 앵벌이를 한다.아이들은 목사가 건넨 마약에 중독돼 가고 어느 날 양 목사가 경찰에 잡혀가자, 조직이 와해할 지경에 이르고 움막은 불길에 휩싸인다.휴전 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는 <아코디언>이 아니라도 여러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을 통해 알고 있다.천명관의 이야기 속 아이들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배를 곯았고, 파리 목숨처럼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동이’를 중심으로 눈은 멀었지만, 누구보다 맑고 깊은 목소리를 가진 ‘연이’,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지만 영특한 두뇌로 세상을 살아가는 ‘거북이’, 미군 부대의 하우스 보이로 동이를 챙겨주는 ’미키‘까지 갖가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은 치열하고 묵묵하게 각자의 세상을 살아간다.도저히 하느님을 섬기는 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목사의 만행은 돈만을 좇아 부나방처럼 날아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특별한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오히려 아코디언을 연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앵벌이 조직을 빠져나올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포기한 동이가 숭고하게 느껴진다.누구나 아는 그 시대의 이야기가 천명관의 입을 빌려 전해진 순간 인물들은 지난 세대를 뛰어넘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그 시대의 유행가를 소제목으로 쓴 소설은 손풍금을 울리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이가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선하게 그려져 몇 번인가 눈물을 찍어내게 된다.
문지혁 작가의 오토 픽션은 자전적 이야기와 허구적 상상력이 함께 하는 장르라는 걸 깜빡 잊을 만큼 현실적이다.#초급한국어 에서 문지혁은 미국 뉴욕에서 한글을 가르쳤고 #중급한국어 속에서는 강단에서 문학을 강의한다.대학의 전임 교수 면접에 떨어진 문지혁은 구청의 평생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 강의를 시작한다.문지혁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수강생들과 부대끼고 가정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고 아내가 아플 때는 함께 아파한다.초급과 중급의 뒤를 이을 소설은 ‘고급 한국어’쯤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실전 한국어>다.연습이 아닌 실전에 투입된 작가는 기대했던 취업에 실패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원하지 않은 일을 시작한다.초급, 중급을 지나 고급으로 뛰어넘지 못한 문지혁이 세상이라는 실전에 투입된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같아 짠한 마음과 더불어 위안받게 된다.소설 속 문지혁만이라도 고급에 다다르길 바라면서도 쉽게 고급에 도달할 수 없는 게 삶이기에 공감하게 된다.문지혁은 아내와 육퇴 후 맥주 한잔으로 시름을 덜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의 일상에 힘을 얻고 내일을 살아간다.가끔은 돌부리에 걸려 삐끗하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은 자라고 실전으로 단단해져 고급에 다다를 수 있음을 믿기에 문지혁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한다.
<본 도서는 길벗어린이에서 진행한 서평단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2026년 새해에 <#만희네집> 30주년 기념판 출간 소식에 가슴이 설렜는데 드디어 30년 만에 동네에서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은 만희네 집 꽃밭을 구경 갑니다.찬바람 속에 따뜻한 햇살이 오래 머물면 쪼글쪼글하던 손바닥선인장에 물이 돌고 명자나무에는 꽃망울이 터집니다.만희는 할아버지와 상추, 고추 모종을 심고 직박구리 날갯짓에 살구 꽃잎이 나풀거리지요.봄이 온 만희네 꽃밭은 부추는 물론 봄꽃으로 가득합니다.앞집 시윤이가 만희네 꽃밭에 놀러 와 함께 소꿉놀이하고 앵두가 익으면 따러 오기도 합니다.살구가 열리고 먼저 핀 작약이 지면 나리꽃이 피고 감꽃이 피고 손바닥선인장이 노랗고 튼튼한 꽃을 피우면 벌들이 찾아옵니다.만희네 꽃밭은 계절에 따라 피는 꽃도 달리는 열매도 다릅니다.할머니 댁으로 이사 온 ‘만희네 집’을 둘러보면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을 그리워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지요.이번에 후속으로 나온 ‘만희네 꽃밭’은 별로 크지도 않고 특별한 규칙을 두고서 심은 것도 아닌 꽃밭의 꽃과 나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모습을 환한 원색을 사용해 꼼꼼히 표현한 그림책입니다.만희네 꽃밭에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좋은 그림책은 긴 생명력으로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자랍니다.‘만희네 집’을 보며 자란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이 돼 자식을 낳아 함께 ’만희네 꽃밭‘을 보는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 만희네 꽃밭은 신기한 보물 창고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집안 어른들과 함께 가꾸던 추억의 꽃밭이 됩니다.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수돗가 한쪽에 병을 거꾸로 세워 경계를 지었던 작은 꽃밭이 있었습니다.땅에 가까운 채송화를 제일 앞에 심고 그 뒤로 금잔화, 봉숭아, 샐비어를 심고 뒤쪽에는 키가 큰 접시꽃, 맨드라미, 해바라기를 심었습니다.할머니는 꽃이 지고 씨앗이 열리면 잘 갈무리해 뒀다 봄이 오면 작은 꽃밭에 꽃씨를 뿌렸습니다.지금은 작은 꽃밭도 할머니도 다 사라졌지만 만희네 꽃밭을 보며 어릴 적 가꾸던 작은 꽃밭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탐정 캐릭터의 대명사인 <셜록 홈스> 시리즈 중 한 권이다.자신을 찰스 버스커빌의 주치의이자 친구였다고 소개하는 모티머 박사가 홈스를 찾아와 버스커빌 가문에서 내려오는 고문서를 보여준다.버스커빌 정원을 휴고가 소유하고 있던 시절 악행을 일삼던 그는 이웃하고 있는 자작농의 딸을 납치한다.휴고가 술에 취해 감시가 느슨해지자, 아가씨는 그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도망치지만 그녀를 붙잡기 위해 황야로 향한 휴고는 무시무시한 개에게 물려 죽는다.그 후 버스커빌 가문에서는 어두운 밤에 황야를 지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 데 석 달 전 찰스 버스커빌이 산책하던 도중 황야 근처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그 근처에 거대한 개의 발자국이 발견된다.버스커빌 가는 찰스의 조카인 헨리 버스커빌에게 상속되고 삼촌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헨리는 홈스에게 진상을 밝혀 달라고 의뢰한다.저택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헨리가 묵고 있는 호텔로 황야에 가지 말라는 협박 편지가 도착하고 그의 구두가 없어진다.바쁜 홈스를 대신에 조수인 왓슨이 바스커빌 가로 함께 출발해 사건을 조사하고 홈스에게 보고서를 보낸다.스산한 황야의 전경과 간혹 들려오는 사냥개의 울음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실루엣의 남자, 그리고 교도소를 탈옥한 살인범 등 등장인물 모두가 의심스럽고 의뢰인마저 흑막이 있는 것만 같다.출간된 지 100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지금 읽어도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홈스가 아닌 조수 왓슨이 사건을 조사해 보고 한다는 설정의 소설이라 홈스의 활약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모든 걸 통달하고 있는 듯한 홈스가 사건의 내막을 밝히는 순간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