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이마음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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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한국공포문학의밤>시리즈 중 두번 째 화요일의 이야기는 ‘사람의 심해’다.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의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이야기는 한 가문의 비밀에서 시작해 사회적 담론을 던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스물 다섯 정유는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다.
고향에서 가업으로 ‘소가수산’을 이어오는 정유의 가족에게는 큰비밀이 있다.
소씨 핏줄을 받은 이들은 누구나 죽은 뒤 몸에서 끊임없이 수산물이 나오는 기적이 일어나고 그 수산물로 소씨 일가는 대대손손 부를 축적한다.

가족 중 가업에 유일하게 반기를 들었던 작은 아버지의 하나뿐인 딸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랬듯이 죽은 아이 몸에 상처를 내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
작은 아버지는 완강히 거부하지만 모든 일은 할아버지의 뜻대로 관철되고 작은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은 몸에서는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이 튀어나온다.

화수분처럼 죽은 이의 몸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수산물을 팔아 부를 축척한 집안이 참을 수 없어 집을 나온 주인공의 삶은 생각만큼 녹녹하지가 않다.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자립하려 노력하지만 사기를 당해 빚을 지고 첫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옮겨간 다른 회사에서는 경영 악화로 임금이 밀리기도 했고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세상은 크든 작든 누군가의 희생으로 굴러가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 희생을 동력으로 삼아 부유하고 평안한 삶을 영위해 간다.
소가네 핏줄은 기적이라고 여기는 부의 비밀은 죽음마저 평안하게 맞이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다.
정유가 다니는 회사 역시 정유와 같은 사원들의 피땀으로 굴러가지만 부당한 대우와 폭력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돼 누군가는 끊임없이 희생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희생의 댓가를 독차지하는 지 그 악순환을 끊는 방법이 존재하기나 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래도 사회의 축소판같은 소가수산이 오빠의 선택으로 단박에 변화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작은 균열을 만든 듯해 한숨이 쉬어진다.
그나저나 당분간은 수산물을 먹기는 어려울 듯하다.

<본 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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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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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던 ‘나’는 신호 대기 중 8톤 트럭이 배달용 오토바이를 덮치는 사고로 왼손을 90도 정도 구부렸다 폈다 밖에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사고가 ‘나’의 과실로 밝혀져 보험금 한 푼 받을 수 없게되자 어려운 형편에 병원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반지하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나를 괴롭히는 환상통과 엄마의 애인이라는 자격으로 우리집의 들어와 최상위 포식자가 된 ‘박봉주’라는 인간때문에 매일 매일 괴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엔 친절한 얼굴의 그놈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며 엄마가 벌어온 돈을 빼앗고 매일 술을 마시며 엄마를 폭행하고 움직일 수 없는 ’나‘를 통나무라고 부르며 모욕한다.

어느 날 술에 취한 그놈은 자신의 범죄 이력을 자세히 읋어대며 자신이 연쇄살인마라고 ‘나’를 위협하고 괴롭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더위가 정절에 달한 날 엄마는 ‘나’를 위해 선풍기를 사오고 그놈의 폭력은 더 무자비하게 시작되자 엄마는 나를 구하기 위해 그놈에게 칼을 휘두르고 모든 것은 끝이 난다.

이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포함 황금가지에서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통해 발굴한 신인 작가의 작품들을 <중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이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출간했다.
일주일동안 매일 한편씩 읽은 수 있는 컨셉의 시리즈 첫 번째 월요일 이야기가 바로 전건우 작가의 “앨리게이터”이다.

‘나’의 처지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읽는 내내 괴로웠다.
실재로 한 집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배달 노동자가 존재하고 돈이 없어 병원치료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환자가 있고 여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누군가는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손을 구부렸다 폈다 밖에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인 남자가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후미진 뒷골목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의 침대 위에 누워있다.
연락할 수 있는 전화기는 물론 찾아 올 사람도 없고 도와줄 누구도 없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살인적이고 손닿는 곳에 물도 먹을 것도 없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은 반지하를 침수시키고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이대로 굶어 죽거나 익사할 수 밖에 없다.

눈에 그려지는 듯한 방안 풍경과 끝까지 그를 괴롭히는 존재까지 시커멓게 밀려드는 물줄기만큼이나 사실적이고 공포스럽다.
문득 ‘나’에게 온 불행은 ’박봉주‘때문만이 아니라 ’돈‘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엄마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했고 엄마는 ’나‘의 병원비를 도움 받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박봉주‘를 가까이 한다.

만약 ’나‘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신호를 어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르고 다른 이유로 사고를 당했더라도 병원 치료를 계속했을 것이고 반지하에는 살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불행의 시작은 모두 ’돈‘이었고 어떤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그의 앞으로 삶이 행복할거라 장담할 수 없는 탓에 더 답답하고 무섭고 슬프다.

<본 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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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어때요?
츠치다 노부코 지음, 김여진 옮김 / 노란우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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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니는 해나는 엄마는 잘라준 머리가 마음에 들지않아요.
가족들은 훤히 드러난 해나의 이마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오빠는 대머리라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엄마와 가장 좋아하는 시장 구경도 훤히 드러난 이마가 창피해 가고 싶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해나를 보고 귀엽다고 하지만 모두 놀리는 것만 같아요.

고양이를 따라 고개를 숙이고 걷다 엄마에게 혼나고 오빠의 해결책은 어른들을 놀래키기만 합니다.
해나는 내일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이 놀릴까봐 걱정스러워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해나가 내일 무사히 유치원에 갈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어른들에 눈에는 귀엽기만 한 해나의 머리스타일이 정작 본인에게는 걱정거리가 돼 버렸습니다.
수 년전 #마빡이면어때 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그림책이 새로운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이해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낸 그림책은 해결책 역시 해나를 잘 이해하는 언니로 부터 나옵니다.

밝은 색감의 그림과 어울리는 따듯한 이야기는 어른의 귀엽다는 기준으로 잘라준 머리때문에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이해해주는 언니의 모습을 부각시켜 더 마음을 따듯하게 해줍니다.
일본이 배경임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그림이 등장하지만 아이들에게 낮설지 않은 이야기라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흔히 바가지 머리라고 불리는 이마를 드러내는 짧은 머리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머리라 어린 시절 한번쯤 잘라주는 머리스타일입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언니 덕분에 단박에 유치원 스타로 등극한 해나를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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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햣켄 기담집 - 공포와 전율의 열다섯 가지 이야기
우치다 햣켄 지음, 김소운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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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햣켄이 일본 문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기담집이라는 제목에 혹해서 고른 책이다.
“공포와 전율의 열다섯 가지 이야기“가 실린 기담집은 ‘분위기 공포문학’의 대가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대부분의 이야기가 공포를 주는 원인이나 존재를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는 이야기이다.

‘개 짖는 소리’의 가게 주인과 무덤 쪽에서 걸어온 ‘나’와의 대화를 읽다보면 진짜 ‘나’는 누구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환영’ 속 남자는 유리를 끼운 미닫이문에 자신의 얼굴이 수시로 나타나지만 왜 나타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부지불식간에 나타나 공포를 안기고 사라질 뿐이다.

비슷한 시기의 일본 기담집에서 느끼는 외설적인 이야기는 단 한편도 없다.
하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하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느껴져 섬뜩한 이야기들이 다수 들어있다.
잘 쓴 공포는 괴물의 등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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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는 영원히 위픽
황모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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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옥 같은 학교에 살고 있는 ‘나’는 하루 중 대부분을 잔다.

어느 날 사물은 보이는데 인간은 보이지 않는 희귀한 병을 가진 ‘류비’가 전학을 온다.
교실 안에 친구들 역시 개성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만큼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안녕, 난 강류비야. 나는 사람을 볼 수 없어. 하지만 사람이 사물이 되면 볼 수 있어. 네가 움직임을 멈추고 날 10초 동안 바라본다면, 난 널 볼 수 있어.”

“하나 더, 내가 널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내게도 그 순간부터 10초를 더 줘야 해. 그럼 우리는 서로 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어.”

감옥과도 같은 학교의 아이들의 비밀과 ‘나’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 ‘엑스맨’을 보는 기분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틀림이 되어 자유를 잃은 아이들의 모습이 꼭 소설 속에만 있을까 싶다.

소설을 다 읽고 10초라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
마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오롯이 한사람에게 집중하기는 단순한 10초가 아니라 매번 영원한 사랑에 빠지는 10초일 수도 있다.
그 시간을 짧다고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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