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시간 웅진 모두의 그림책 83
베르나데트 제르베 지음, 신유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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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길지 않은 글과 네 컷의 그림으로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 바로 <네 번의 시간>입니다.

어떤 사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저마다 다릅니다.
동물들이 일정한 거리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과 날렵한 고양이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도착하는 시간, 그리고 산토끼가 깡충 뛰어 도착하는 시간의 길이는 모두 다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은 1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우리 곁을 지나갑니다.
사과꽃이 피고 작은 열매가 맺혀 햇빛을 받아 탐스러운 사과로 익어 가는 데에도 여러 날이 걸립니다.
하지만 비가 갠 뒤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는 찰나의 순간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세상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어떤 변화에 도달하기까지는 각자의 속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개념을 설명하고, 사물이 변화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길이를 이해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은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 사물들을 간결한 글과 짧은 문장으로 보여 주며, 시간의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직관적인 네 컷의 그림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인지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간이 만들어 내는 변화와 아름다움까지 자연스럽게 전해 줍니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씨앗을 세상에 퍼뜨리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푸른 나뭇잎은 단풍이 들고 잎을 떨군 뒤 다시 봄을 기다립니다.
흐르면서도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 역시 성장하고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여러 번 펼쳐 볼수록 깊은 진가를 느끼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시간의 숨결과 흐름을 느껴 보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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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충 사육 준수 사항 안전가옥 오리지널 48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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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가 준비한 초판이 현장에서 완판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는 말을 듣고 앞뒤 재지 않고 집어 든 소설이<빵충 사육 준수 사항>이다.
읽는 내내 왜 그렇게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함께 음악을 하던 밴드 친구들과도 멀어진 트럼펫 연주자 정한은 준비도 없이 청년 귀농 프로그램에 참여해 3억 원의 대출을 받아 딸기 농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경험도 기반도 없는 농사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그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에 빠진다.

우연히 이장이 건넨 ‘청년 스마트팜 신개발 유용 곤충 육성 분양 지원 사업’ 안내문을 보고 지원한 정한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다.
맛과 영양을 두루 갖춘 식용 곤충 ‘빵충’은 사육 방법도 어렵지 않아 초보 농부인 그에게 마지막 희망처럼 다가온다.

갓 구운 소금빵과 꼭 닮은 맛과 모양의 빵충은 정한에게 성공의 맛과 함께 새로운 인간관계까지 안겨 준다.
그러나 빵충 사육 농가가 급격히 늘어나고 로열티 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업은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동료들은 어떤 경우에도 어겨서는 안 되는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깨고 번데기를 성충으로 변태시키려는 위험한 계획을 세운다.

초반부에서 소설은 실패한 귀농 청년의 절망을 충분히 보여 주기 때문에, 정한이 성공을 거두는 순간에도 어딘가 불안한 기운이 계속 감돈다.
그리고 그 불안은 후반부에 이르러 거대한 공포로 폭발한다.
성충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뒤의 장면은 너무 선명해서, 냄새까지 상상될 정도였다.

읽는 동안 계속 정한 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떠올리며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이어 붙여 보게 된다.
특히 후반부에 사건에 가담했던 인물들이 들려주는 목소리는, 먹고살기 위해 끝까지 몰린 사람들의 절박함을 담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청년 농부의 실패담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서스펜스로 변하고, 다시 크리처물과 사회풍자극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 변화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의 속도를 끝까지 끌고 간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니 이 작품은 영상으로 옮겨져도 충분히 강렬하겠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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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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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텍스티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텍스티 출판사가 새롭게 시작한 HIP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정보라 작가의 미출간 단편선이 출간되었다.
세 편의 짧은 단편이 실린 얇은 소설집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라 외출할 때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다.

‘내 이름을 불러줘’의 세계는 15년간의 혁명이 끝난 뒤 이름 대신 숫자로 불리는 사회다.
여성은 결혼이 아니라 국가가 배정한 남성과 아이를 낳아야 하고, 태어난 아이마저 국가의 소유가 된다.
’바늘 자국‘의 마을에서는 20년마다 요물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표제작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에서는 길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비춘다.

나는 정보라의 작품을 좋아한다.
말로만 투쟁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치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SF와 호러, 괴담의 외피를 쓰고 있어도 결국 세상에서 상처받고 밀려난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작품의 중심에는 모두 여성 혹은 암컷이 있다.
‘내 이름을 불러줘’의 여성은 가족과 분리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혁명이 끝난 후에도 달라진 것 없는 세상에서 이름조차 잃은 채 사랑 없는 관계 속에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마저 빼앗긴다.
‘바늘 자국’의 소녀 역시 부잣집에 입양되어 부족함 없이 자라지만 결국 친딸을 대신할 제물로 선택된다.
길고양이 귀야옹 씨도 거리에서 낳은 여섯 마리 새끼를 모두 잃는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을 끝내 붙들어 주는 존재들이다.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한 채 빼앗긴 아이들,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온 소녀를 끝까지 돌본 몸종 애련처럼, 정보라의 세계에서는 거창한 영웅보다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꽤 오래전에 쓰였다고 하지만, 읽고 있으면 지금의 정보라 소설이 이미 이 안에 들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은 미래이기도 하고 먼 과거이기도 하며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어딘가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렀어도 약한 존재들이 겪는 고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에도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얇은 소설집의 뒷맛이 유난히 씁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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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큰 아기 개구리 하하! 호호! 입체북
키스 포크너 지음, 어밀리아 베스트 그림, 김보라 옮김 / 미세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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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서평단 자격으로 미세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파리를 먹고 사는 입이 큰 개구리가 다른 동물들은 무엇을 먹는지 궁금해하며 묻고 다니다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동물을 만나 혼비백산하는 이야기인 <<입이 큰 개구리>>는 너무나 유명해 소장하고 있지 않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한 번쯤 접해 보았을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후속작인 <<입이 큰 아기 개구리>>는 입이 큰 개구리의 알에서 태어난 입이 큰 올챙이가 입이 큰 아기 개구리로 성장하는 과정과 연못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입 큰 아빠 개구리는 “길고, 뾰족하고, 새하얀 이빨”을 가진 아기 악어를 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용감한 아기 올챙이는 호기심을 안고 연못 속 친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큰볏도롱뇽과 노란 물고기 역시 아기 악어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팝업북은 평면의 종이를 접고 펼치며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어 마치 무대 공연을 보는 듯한 역동성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동물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알에서 태어난 올챙이에게 뒷다리와 앞다리가 돋아나고 꼬리가 사라지며 개구리가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특히 연못 속 동물들의 특징을 팝업의 입체적인 장점을 살려 표현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림책은 단순히 개구리의 한살이와 연못 생태계를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지혜로운 태도를 전해줍니다.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상대를 오해하기보다 직접 만나 대화해야 비로소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채 선입견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곤 합니다.

연못 친구들 곁을 맴돌던 아기 악어의 진심이 밝혀지는 순간,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은 어느새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생 지침서가 됩니다.
그리고 그림책은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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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2 (양장) -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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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네 종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하인샤 대사원으로 가야만 했는지,
사모 페이는 륜 페이를 추적해
쇼자인테쉬크톨을 실행할 수 있을지,
구출대의 임무가 끝난 뒤 그들은 어떻게 될지.

1권에서 품었던 궁금증들이 2권에서 모두 풀린다.

대사원으로 향하던 길, 시구리아트 산맥의 통행을 관리하는
유료도로당과의 에피소드는 특히 인상적이다.
예외를 두지 않는 그들의 규칙도 흥미로웠지만,
그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사모 페이를 수호하는 대호와 두억시니의 활약,
그리고 처절하기까지 한 사모 페이의 선택과
몰아치는 반전들이 1권보다 훨씬 더 강한 흡입력을 선사한다.

다시 뭉친 구출대가 이제 수탐자들이 되어
펼쳐갈 모험을 기대하며,
기꺼이 3권을 펼쳐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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