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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의 동물 농장
도종환 지음, 김재홍 그림 / 바우솔 / 2024년 12월
평점 :
🐇엄마 잃은 산토끼 데려다
방안에서 키우다가
짝 만들어 내보내 주었더니
자고 나서 심심하면
방에 들어와 논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추운 겨울, 엄마 잃은 산토끼를 데려다 정성껏 키워 제 짝까지 만들어 내보내 주었더니 심심하면 방에 들어와 놉니다.
처음에는 혼자 들어오던 산토끼는 제 짝까지 데리고 들어옵니다.
방에 들어왔으면 얌전히 놀다가면 좋을텐데 온갖 저지레를 하고 다닙니다.
굽도리도 장판지도 책 모서리도 갉아놓고 똥도 오줌도 싸놓습니다.
그래도 크게 혼내지 않았더니 이번엔 닭들도 툭하면 방으로 들어옵니다.
시를 쓴 도종환 작가는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이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은 그린 김재홍 작가는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하는 그림을 꾸준히 작업한 화가로 ’동강의 아이들‘, ’숲 속에서‘, ’영이의 비닐 우산‘, ’엄마 마중‘ 등의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짧은 시는 화가의 그림과 만나 긴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발이 푹푹 빠지게 내린 눈과 낮은 툇마루, 창호지 문, 옷 덮개, 작은 장롱 위의 알록달록 이불, 벽에 걸린 사진,그리고 대문 없는 집은 어느 새 어린 시절 고향 집으로 데려다 줍니다.
아버지는 어스름한 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실 때면 지게 가득 소 먹일 풀을 지고 오셨고 마당을 자유롭게 뛰놀던 닭은 닭장으로 돌아갔습니다.
마루 밑의 강아지는 꼬리가 떨어져라 아버지를 반기고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소 여물을 챙기셨습니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풍경이 시를 읽는 동안 내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시만 읽었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고향을 떠올리며 다시 그림을 봅니다.
곤란해 하는 아버지의 표정, 그래도 토끼가 귀여운 아이의 표정과 두 사람을 지켜보는 엄마의 다정한 얼굴이 더없이 정답게 보입니다.
언제 보아도 좋은 그림책이지만 추운 겨울에 보면 더더욱 행복해지는 그림책입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바우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