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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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베스트셀러 <급류>를 읽었다.
처음부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진평강 하류에서 벌어진 일이 그려진다.

“두 남녀의 시신은 엉켜 있어 끌어안고 있는 듯 보였고 사체를 뜯어먹는 다슬기가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남자는 도담이 아빠인 진평 소방서 구조대 반장 최창석이고 여자는 작년에 진평으로 이사 와 미용실을 운영하는 해솔이 엄마 전미영이었다.

최창석이 물에 빠진 해솔이를 구한 뒤 가까워진 가족은 서로 왕래하며 지낼 정도로 사이좋게 지낸다.
고등학생인 도담이와 해솔이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사귀기 시작하고 도담이 아빠는 아픈 엄마를 두고 해솔이 엄마와 바람을 피운다.
그런데 왜 둘은 끌어안은 체 죽음을 맞이했을까?

이야기는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서 다시 만남을 이어가지만 비밀을 묻어둔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해솔은 전공을 살린 약사가 아닌 소방서 구조대가 되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사건 현장에 뛰어든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잠깐만 읽자고 펼친 책을 끝까지 읽을 만큼 재미있었지만 나는 사랑을 응원할 수가 없었다.
만약 더 젊어서 읽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을 것 같지만 이 나이의 나는 그들이 걱정스럽다.

좋은 추억만 갖은 연인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싸우고 그 사랑이 연해지는데 부모의 불륜과 죽음을 겪었고 아름답기보다 추악하고 괴로운 기억으로 점철된 그들의 사랑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기에 응원할 수 없다.
그들의 사랑에 박수를 보낼 수 없지만 소설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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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 지음 / 보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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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와 전통의 현대적 감수성을 더한 그림‘을 그려온 김동성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

“김덕형은 조선 후기 실존했던 화가로, 꽃과 식물을 그리는 데에 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는 김덕형의 책 <<백화보>>의 서문인 <백화 보서>에서 김덕형을 ‘김 군‘이라 부르며 꽃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높이 칭송했습니다.”

김동성 작가는 지금은 잊힌 꽃을 사랑한 화가 김덕형을 그림책 안에서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
이리저리 꽃놀이를 하던 아이가 꽃의 세계에 빠져든 순간을 그려내고 어른이 되어서도 늘 꽃 가까이 살던 김덕형을 깨워 냅니다.

흔히 보던 그림책 제본은 책을 펼치는 순간 사철제본의 장점을 살린 그림책으로 재탄생해 작가가 그린 그림 어느 한 구석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은 출판사의 의도가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시골 마당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물론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문방사우도 소개합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화단의 모습과 김 군이 그리는 꽃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림 속 ’ 김 군‘은 어쩜 작가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등나무 꽃 아래 유유자적하는 김 군이 참말로 부럽지만 추운 날 작가의 꽃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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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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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필름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미노리는 새해가 되자마자 7년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갑자기 차이고 사무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주 3일 근무에 급여도 30% 삭감 통보를 받는다.
사표를 낼 용기도 없는 미노리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가게를 찾아다니지만 도저히 직원을 구하냐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지칠 대로 지친 미노리는 우연히 고구마 파르페로 유명한 카페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초등학교 3학년쯤 돼 보이는 범상치 않은 차림의 소년을 만나게 된다.
미노리는 고구마 파르페를 소년에게 사주게 되고 자신을 ‘소라’라고 소개한 아이는 미요시노 신사 옆 숲 안쪽의 ‘카에데안’에 가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카페 ‘카에데안’는 특별한 초대장을 받은 손님만 올 수 있는 반려동물 동반 카페로 마스터인 야히로가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게 된 미노리는 카에데안이 “반려동물과 주인이 마지막으로 단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p38)고 소라는 반려동물의 영혼을 황천으로 인도하는 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딸을 잃은 노부인은 수컷 포메라니안 레오를 딸을 대체한 존재로 여겼다는 사실에 미안해 하지만 마지막 대화에서 레오의 진심을 알게 된다.
고집불통 할아버지는 고양이 후쿠를 통해 먼저 죽은 아내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되고 주인은 잃은 골든 리트리버 에투알은 남매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해 준다.

어릴 적 마당에 풀어놓고 키운 강아지 말고는 반려동물을 한 번도 키워보지 않은 나는 책을 읽기 전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적잖이 걱정하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반려동물과 인간의 마지막 대화 속에서 내 주위의 관계 맺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얼마나 진실된가 생각하게 된다.

신비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이야기는 카페 마스터 야히로의 사연으로 이어지며 더 스팩태클해지고 예상과 다르게 흐르지만 마음속 진심은 시간을 내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말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얻게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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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자라면 - 제6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 웅진 우리그림책 131
김현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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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머리카락이 자라면 무얼 하고 싶은지 상상해 보아요.
한 올 한 올 매일 아침 인사도 할 거고
조금 더 자라면 새들이 내 머리에 집을 짓게 나무인 척할 거예요.

뾰족 머리 거품 요정도 되고
머리카락으로 귀신 놀이도 하고
긴 머리를 날리며 맘껏 달리기도 할 거예요.

아이가 그린 그림 같은 주인공 아이는
머리가 길어지면 하고 싶은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합니다.

어른들은 생각도 못한 엉뚱한 생각도 하고
위험한 동물 친구를 구하는
기특한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제6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인
<머리카락이 자라면>은 아이가 할 수 있는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합니다.

천진하게만 보이던 아이의 상상은
현실의 친구에게 가 닿는 순간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머리카락을 길러야 하는 진짜 이유를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결연하기까지 합니다.
친구를 위해 소중한 것을 선뜻 주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노란 표지 속 밝은 색상의 그림들은
아이의 고운 마음이 친구에게 꼭 닿을 거라는 믿음을 줍니다.
그림책을 보며 오랜만에 훌쩍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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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줍다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전성태 지음, 한병호 그림, 서영인 해설 / 길벗어린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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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비둘기호 열차에서 땅콩과 오징어를 파는 일이 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향 후 농사꾼이 됩니다.
할아버지가 남긴 손바닥만 한 산밭이 유일한 농토였지만 묘지기 몫으로 밭 두 마지기, 소작으로 논 세 마지기를 얻어 짓게 되었지요.

농사를 너무 예술적으로 짓는 아버지는 능률 없이 답답하지만 가축을 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으셨습니다.
돼지를 여럿 낳아도 젖을 골고루 먹여 축나는 놈 없이 키우자 가축이 잘 되는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를 맡기는 집도 생겼습니다.

긴 장마가 누그러진 어느 날 동맹이는 강둑에 나가 강물에 떠내려오는 물건들을 엿을 바꿔 먹기 위해 건져냈어요.
그러다 강 바위에 걸린 소를 본 동맹이는 소 주인을 찾아주고 보상을 받을 욕심에 위험을 무릅쓰고 소를 구해 냅니다.

동맹이는 주인 잃은 소를 집으로 끌고 오지만 아버지는 지서에 신고하고 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키우기로 합니다.
하루 이틀…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동맹이는 진짜 소 주인이 된 듯 정성을 다해 소를 돌봅니다.

도깨비 그림으로 익숙한 한병호 작가의 그림은 80년 깡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앉아 있는 논두럭도 낯이 익고 어릴 적 여름철 장맛비가 잠깐 그치면 흙탕물이 흐르던 강으로 갖가지 가재도구는 물론 작은 동물들도 떠내려가던 그날의 강물을 기억하게 합니다.

농사를 짓는 집이라면 소는 가장 소중한 재산 중 하나입니다.
하루 농사일을 마친 아버지는 소에게 먹일 꼴을 키보다 더 높게 지게에 지고 어둑어둑해진 논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여름이면 소마구간에 모깃불을 피웠고 겨울이면 커다란 솥에 소죽을 쑤어 주고 송아지를 낳는 날엔 온 집안이 잔칫집 같았지요.

그렇게 귀한 소를 줍게 된다면 얼른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과 우리 소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갈등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소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지서에 신고를 하고 주인이 나타나지않자 정성을 다해 돌봅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동맹이네 소가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정을 붙이지 말라고 말하는 아버지지만 어느새 소를 정성껏 돌보는 모습은 생명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전남 고흥군이 고향이라는 전성태 작가의 글은 잊고 지냈던 친구들과 아버지와 고향을 떠오르게 합니다.
글을 읽는 순간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잊고 있던 사투리들이 되살아나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로 검색하지 않고도 말맛을 살려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그림책입니다.

“주옥같은 단편 문학들을 품격 있는 그림”으로 새롭게 꾸민 작가앨범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는 고향이야기라 좋고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 더 좋았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길벗어린이에서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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