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빵빵빵빵 웅진 모두의 그림책 72
김지안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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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슈크림 없는 슈크림빵이 텅 빈 속을 좋아하는 걸로 속을 가득 채우고 싶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속이 될 만한 걸 모으다 보니 없는 게 없는 만물버스를 운영하게 됩니다.
슈크림 빼고 다 있는 4층짜리 만물버스에 빵 손님들이 찾아오고 각자 꼭 필요한 물건에 대해 설명합니다.

버터롤빵처럼 매끈해지고 싶은 호밀빵은 매끈해지는 시럽을 찾으러 왔고, 재미있고 인기 있는 빵이 되고 싶어 친구들을 대표해 건빵도 재미를 찾으러 만물버스에 왔어요.
그리고 자신들이 빵인지 떡인지 꼭 정하고 싶어 거짓말 탐지기를 구하러 온 쌍둥이 찰떡빵도 있습니다.
거기다 자신을 지켜줄 물건을 찾으러 온 알 수 없는 상자도 있습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날 것 같은 귀여운 그림책은 #내멋대로슈크림빵 의 다음 이야기입니다.
만물상 주인이 된 슈크림빵은 필요한 물건을 찾으러 온 빵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

매끈매끈한 빵이 되고 싶은 호밀빵에게는 호밀빵만의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와 건강을 선물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호밀빵은 슈크림빵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찾게 되고 진짜 자신의 발견하게 됩니다.

웹툰처럼 분할된 그림이 빵 친구들의 대화를 한층 실감 나게 전해줍니다.
우리는 가끔 ‘나 다움‘을 모르거나 ‘나 다움‘을 알더라고 마음에 들지 않아 무작정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따라 하려 하기도 합니다.

그림책 속 빵들도 자신의 장점을 살피지 않고 다른 빵들을 무조건 따라 하고 싶어 합니다.
호밀빵은 호밀빵대로 건빵은 건빵대로 찰떡빵은 찰떡빵대로 각자의 장점을 갖고 있기에 슈크림빵은 빵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찾게 해 줍니다.

우리도 몇 날 며칠 고민하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친구를 만나 속마음을 말하다 보면 저절로 고민이나 걱정이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마치 슈크림빵이 빵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어느 날 현재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힘든 날이 찾아온다면 개성만점 빵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고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빵들에게 위로를 받아보기를 권합니다.
사랑스러운 그림은 밝은 결말만큼이나 환해 마음까지 밝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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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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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시공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영문학 강사인 시나 고스케는 동료인 오쓰코쓰 산시로와 신에쓰선의 어느 지역으로 휴가를 떠난다.
오쓰코쓰 산시로는 융통성이 없고 폭군의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지만 계획을 세밀하게 세울 줄 아는 까닭에 그대로 따르면 대체로 만족하기에 함께 하게 된다.

처음 휴가지에서 옮겨간 K의 숙소에서 N 호반의 은퇴한 의사인 우도 씨의 집을 소개받게 된 둘은 조카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는 호숫가의 우도 씨 집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N 호반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상의 노파의 섬뜩한 예언을 듣게 된다.

“아, 피, 피, 냄새다. 나는 맡을 수 있어. 당신들 주변에 이제 곧 무서운 피의 비가 내릴 거야. N 호수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거야. 아, 무서워.” (p37)

무사히 우도 가에 도착한 둘은 반신불수로 수년 동안 누워 지내는 우도 씨와 아름다운 조카딸 유미를 대면하게 된다.
별 탈 없이 휴가를 보내던 집안에서 다른 이의 수상한 기척을 느끼게 된 후 한밤중에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년 ‘신주로’를 목격하게 된다.

그 후 시나와 오쓰코쓰 산시로가 뱃놀이를 하던 중 근처의 화산이 분화하고 우도 씨가 신주로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유미 역시 신주로의 피습에 부상을 입게 되고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지만 신주로의 행방은 묘연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신주로>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 이전 작가가 창조한 탐정 ‘유리 린타로‘ 시리즈 중 국내에 초역된 작품이다.
긴다치 고스케가 “낡은 모직 기모노에 모직 하카마, 머리에는 쭈글쭈글한 형태의 찌부러진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니는 반면 유리 린타로는 “백발머리를 보면 일흔 살 노인 같지만 건강한 몸이나 까무잡잡한 얼굴“(p206)의 40대로 경시청 수사과장의 경력을 갖고 있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이야기 시작부터 밝힌 소설이지만 살인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까닭에 살인자를 알고 있다고 해도 전혀 흥미를 반감시키지 않는다.
특히 신비한 외모를 가진 살인자의 탄생 과정은 나름 지식인에 의해 저질러진 괴기스러운 일이라 더욱 참혹하게 느껴지고 범인이 밝혀지고 난 후 드러나는 반전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소설은 화자로 등장하는 시나 고스케가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진행방식이라 독자는 살인현장에 있는 듯해 읽다 보면 더 소름 끼치고 공포와 긴박감을 느끼게 된다.
DNA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이기에 목이 사라진 변사체의 신원을 증인의 말 몇 마디로 믿어버리는 시대지만 오래된 탐정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일본특유의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어 90년이 지난 소설이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거기다 단편 <공작 병풍>은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전해진 병풍에 얽힌 이야기로 소설이 쓰일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과 전쟁 중 가족의 일상이 잘 드러나 고풍스러움과 더불어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읽힌다.
오랜만에 읽은 작가 특유의 퇴폐적이면서도 탐미적인 이야기는 다음 번역될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을 더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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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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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열린책들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노교수인 바움가트너는 논문을 쓰던 중 책을 가지러 거실로 내려갔다 부엌에서 나는 냄새에 멈추어 선다.
세 시간 전 아침으로 먹을 달걀을 삶을 때 사용한 작은 알루미늄 냄비가 불을 끄지 않은 화구에 여전히 올려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맨손으로 냄비를 들어 올리다 손에 화상을 입는다.

거기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집안일을 해주던 플로레스 부인은 남편의 사고 때문에 못 온다는 연락이 오고 초보 검침원을 안내해 지하로 내려가다 계단에서 굴러 무릎을 다친다.
노교수는 연속적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난 아침, 10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리며 그녀를 회상한다.

아내가 죽고 난 뒤 그는 아내가 지금까지 써온 시를 모아 시집을 내 문단의 호응을 얻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죽음의 책임을 느끼며 아내를 그리워한다.
소설은 아내 애나의 이야기와 그녀가 남길 글, 그리고 유대인인 바움가트너의 부모 이야기, 그리고 애나가 남긴 시의 대한 논문을 쓰고 싶어 하는 비어트릭스 코언과의 교류를 담고 있다.

바움가트너는 여전히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에게도 관심을 보이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 문득 느끼는 ‘환지통’처럼 아내의 부재를 깨닫고 그녀의 글을 읽고 그녀를 한없이 그리워한다.

폴 오스터 생애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이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가의 마지막 이야기는 소란스럽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과 과거의 회상을 담고 있어 읽는 내내 누군가의 삶을 되짚어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만남과 그만큼의 이별을 겪지만 가끔은 잊어버린 체 살아가기도 하고 어느 날 문득 몹시 그리워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작가는 어쩜 남겨진 이들에게 자신의 소설 속 바움가트너가 애나의 죽음을 겪고도 일상을 살아간 것처럼 씩씩하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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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로렌스! 안녕, 소피아! 웅진 세계그림책 275
도린 크로닌 지음, 브라이언 크로닌 그림, 제님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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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울타리 밖이 너무 넓고 소란스러워 언제나 집 가까이에서만 노는 아이 로렌스와 나무 아래는 너무 울퉁불퉁해 나무 사이를 오가면서만 노는 파랑새 소피아의 이야기입니다.
절대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둘은 어느 날 문득 생긴 소피아의 용기로 친구가 됩니다.

가장 기다란 나뭇가지를 따라 산책을 나간 소피아의 용기 덕분에 로렌스를 만나게 되지만 둘은 여전히 로렌스는 울타리 안에, 소피아는 나무 위에서 놀면서 우정을 키워갑니다.
어느 날 온 세상이 깜깜해지고 비바람이 거칠게 휘몰아치고 폭풍이 몰려오자 둘은 서로를 걱정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머물고 싶어 하지요.
로렌스와 소피아는 울타리 안과 나무 위를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놀지만 둘은 서로의 사정을 헤아릴 뿐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은 평화로운 로렌스와 소피아의 일상의 모습을 잘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간혹 친함이 지나쳐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로렌스와 소피아는 서로가 생각하는 안전한 곳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폭풍이라는 위험이 닥치자 서로를 걱정하며 용기를 내 친구를 찾아갑니다.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낸 로렌스와 소피아지만 여전히 울타리 밖은 생각처럼 소란스럽고 나무 아래는 울퉁불퉁합니다.

다시 울타리 안으로 나무 위로 올라가는 걸 택하지 않고 또 다른 용기를 내는 두 친구의 모습은 함께라면 힘이 세지는 우정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따로따로 울타리 안과 나무 위에서, 가끔은 손을 잡고 울타리 밖을 오가며 함께 할 두 친구의 우정에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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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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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래빗홀출판사의 래빗홀클럽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2004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작가의 소설은 앤솔로지에 수록된 단편 한편을 읽은 게 전부라 초면이라 할만하다.
한국 SF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집에는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표제작이자 로제타상 후보작인 <고래눈이 내리다>와 짝을 이룬 <귀신숲이 내리다>는 심해와 우주라는 전혀 다른 장소가 배경이지만 생태계 파괴와 지구 회복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다른 존재들에게 인간이 어떤 악형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인간이 아닌 심해에 살고 있는 생물과 우주에 버려진 거대구라는 점이 흥미롭다.

“저 위의 주민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이제 세상이 조금은 좋아지려나요? 흙 위를 뒤덮은 괴물들이 지금 다 사라지고 나면, 썩지 않는 것을 먹고 죽는 아이들도, 그런 것에 목이 감겨 살이 짓물려가며 죽는 아이들도 사라지려나요?“
(p22, 고래눈이 내리다)

실상 지구에 인간만 한 자연재해는 없다. 원전이 터져 방사능으로 뒤덮인 곳이나 태풍으로 초토화된 지역, 폭탄으로 유리질처럼 녹아내린 도시마저도, 사막처럼 황량해지는 대신 울창한 숲이 들어선다. 치사량의 방사능이든 맹독성 낙진이든, 그 어떤 재해도 인간만큼 파멸적이지 않다. 재해는 오히려 지상 최대의 재난인 인간이 떠나가게 하여 동식물의 낙원을 되돌리곤 한다.
(p226,귀신숲이 내리다)

소설가가 되기 전 게임 회사에서 시나리오 작가 겸 기획자로 활동한 이력 덕분인지 <저예산 프로젝트> 속 게임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 증강현실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기다 엽편 소설인 <까마귀가 날아들다>는 우리가 실제 경험한 작년 12월의 사태가 다른 평행우주에게 다른 결과로 일어난 경우에 예상되는 일 같아 소설의 발표된 날짜를 찾아보며 작가의 선경지명에 놀라게 된다.

함께 읽은 출간 기념 무크지 속 인터뷰는 작가가 쓴 소설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거기다 에세이는 작가가 어린 시절 처음 읽은 책 소개는 물론 글 쓰기에 도움을 준 여러 가지 그림과 만화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에게 한층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된다.
바람이라면 sf작가가 요즘 읽고 도움을 받았거나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도 소개해 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해를 시작으로 게임의 증강현실 속, 테이터화 된 세계는 물론 우주까지 넓혀가며 진행되는 소설은 생태, 상실, 회복, 기술 문명 등 현대적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낯설고도 경이로운 세계를 펼쳐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의 우리에게 당장 일어난 일이 아닐 거라는 안도와 언젠가는 실제로 일어날 일이지도 모르는 불안을 안겨주는 주며 우리에게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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