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대전환 - 인권 공화국을 위한 법과 국가의 역할
샌드라 프레드먼 지음, 조효제 옮김 / 교양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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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당히 굵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대기시간은 엄청나게 걸렸다.
 한 달을 기다리다가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빌려보게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작정하고 빌려본다는 이야기.
게다가 조효제님의 머릿글을 보면 알겠지만 샌드라 프레드먼이라는 분이 법학을 전공하시는 분이라서, 상당히 난해한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번역하신 분 정말 고생하셨겠습니다, 꾸벅.
 무튼, 그 엄청난 분량에 섞인 뒤죽박죽한 이야기를 다 읽어보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기나긴 이야기를 어떻게 단축시켜야 할지 모르겠으나, 대충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들을 내세우자면 인권과 참여민주주의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인권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인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일하지 않는 사람을 차별하는 인권이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잠시 후에 든 또 다른 반론.
 '아, 우리나라 사회는 가정주부도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해버렸었지.'
 문득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어떤 주부님이 자신을 '놀고먹는 백수'라고 소개했었던 기억이 났다.
입맛이 씁쓸했달까.
 굳이 젠더에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장애우와 동성애자와 노숙자 등등등의 인권보장을 거듭 강조하는, 상당히 오지랖넓은 책이었다.
 무튼 이 분이 말하는 '대전환'의 중심축은 사법부였다.
 어찌보면 획기적인 의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나는 민중 혹은 시민단체라는 걸 별로 믿지 않는 편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언급되지도 않는 인권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걸 보고 살짝 질투심(?)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특히 인도의 무상급식. 법원에서 소송을 낸 결과 승소하고 국가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영국법과 대륙법의 기준을 뭉뚱하게 합쳐놓고 설명했다는 점이다.
 법대로 처리하자고 하면 응당 그 기준을 명확히 했어야 하는데.
 아무튼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던, 반대하던간에 꼭 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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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어즈 13 - 강마의 이정표, NT Novel
칸자카 하지메 지음, 김영종 옮김, 아라이즈미 루이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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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슬레이어즈'하면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더빙해서 방영한 그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뭐, 슬레이어즈 try를 제외하면 인물들도 얼추 비슷하고 캐릭터도 똑같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완벽히 다르다고 봐야 한다. 차라리 추리소설 쪽에 가까움.
 게다가 신족과 마족관련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다수 들어있기 때문에 만만히 볼 소설이 아니다.
 그림들도 인물보다 마족을 더 상세히 그렸기 때문에 15세 미만이 보면 정서가 비뚤어질 듯.
 한 마디로 이 소설의 장르는 판타지코믹호러추리NT노블이라고 해야 걸맞을 듯. (이렇게 쓰니 왠지 엄청 장황한 소설같아 보인다;;; 실제로 종잡을 수 없는 소설이지만.)
 또 하나 참고로 하자면 이 책은 칸자카 하지메의 슬레이어즈 소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은 주인공(자칭 천재마법사) 리나 인버스가 15살 때 가우리 가브리예프라는 검사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즉, 가우리를 만나기 전 이야기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드래곤 매거진에 연재되었을 뿐, 공식적으로 책으로 엮어나오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뭐 나도 그 때의 이야기는 왠지 너무 시니컬해보여서 덮어버렸지만.
 무튼, 소장하니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2권인가 3권인가는 품절되버려서 출판사주문 후에 구할 수 있었다. 즉 앞으로 길어봤자 몇 년 후엔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보다 머리가 좀 커지니 칸자키 씨의 유머감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고.. 만족.
 P.S 어렸을 적 내내 내가 닮고싶은 여자는 리나인버스였고 남자이상형은 제로스였다!!! (모에!!)
 아무리 내가 bl커플만 밀어주는 버릇이 있다지만 이몸은 10년이 넘도록 순수 제로리나 지도자였단 말이다!
 (여기서 나의 마이너기질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쿨럭.)
 참고로 씨디에 구워서 허구한날 틀어놓던 노래는 메구미와 마사미의 환상보컬 眠れない夜は였더라.
 리믹스도 있으니 꼭 한 번 들어보시길. 그나저나 들으면서 노래가 야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전형적인 리나 노래였군. 보물생각때문에 잠이 안온다라...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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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아기 느림보 그림책 20
윤재인 지음, 하수정 그림 / 느림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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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할머니의 아기다.' 상당히 재미있는 주제를 모토로 취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책은 '유아용 에코페미니즘' 그림책이라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명확한 의도를 띄고 지어진 책이다.
덕분에 신문의 관심을 꽤 받은 기색이다만. 명성이 자자한 책은 거북스러웠지만 일단 에코페미니즘과 연관이 있으니 자료수집 겸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렴풋이 성교육용 그림책을 생각했으나 그것과는 관련이 없다.
 일단 정자난자 어쩌고 소리도 안 나오고 무엇보다 남자가 없다! 사실 그 점이 매력포인트였지만.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진한 애정이니 어쩌고하는 스토리는 질렸다고나 할까()
 일단 내용은 할머니의 아기로부터 내가 태어났으며,
 한 때 태반으로 이어졌던 셋의 사이는 눈물로서 연결된다는 스토리.
 라지만 일단 그림과 같이 봐야 그 감동을 알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역시 설명은 무미건조해()
 문체도 유아용답게 간결명확한 시같이 지어졌으나 역시 그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태반과 자궁을 하나하나 연필로 터치한 섬세함이 느껴졌다.
 원색으로 아이들의 시각을 자극하는 그림책들과는 달리 차분한 느낌을 다분히 강조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상상으로 부풀어오르게 만드는 여백들. 첫번째 창작그림책치고는 꽤나 수작이다.
 아르바이트 끝내고 녹초가 된 상태로 화장실에서 잠깐 읽은 책이었는데도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으로 그림에 그려진 아기의 볼을 직접 만진다거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방식으로 선을 그려 자궁을 그린다던가, 아기의 배꼽과 엄마의 배꼽을 교구로 만들어 태반삼아 붉은 실로 이어보는 놀이도 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수전공이 아동학과이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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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외젠 들라크루아 외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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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비극 제 1부밖에 보지 못했던 파우스트를 완독! 이렇게 후기까지 남기는 데 성공했다.
 삽화가 있으면서도 비교적 얇은 책의 두께때문에 완역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했지만 역시 가로가 더 길다란 구조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장대한 내용이 들어가기에 충분했고, 게다가 언뜻 보면 강의라고 느껴질 만큼 쓸데없이 장황한 주석덕분에 내용을 거의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석과 내용을 번갈아서 보는 데 흐름이 끊겨서 귀찮았지만, 아무렴 이야기가 흘러가는 내용을 몰라서 깜깜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 아닌가.
 게다가 스토리도 내가 소망했던 대로라서 다행이었다. 비극 1부에서의 사랑이 완결되는 순간이랄까.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사랑이야기 빼고는 사실 전부가 블랙코미디였다.
 비극이라기보다는 풍자라고 해야 더 좋은 것일까. 자신이 살았던 시대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괴테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상당히 재미있기도 했다.
 몇십년을 거쳐 쓰여진 명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괴테의 인생관과 철학관을 담고 있는 희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이런을 위 해 쓰여진 시에서는 개인적인 정감이 느껴졌고, 마리아의 대사인 두 소절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자비로움이 느껴졌다.  예수그리스도가 아닌 마리아의 등장이 뜻밖이었다. 마리아 숭배사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베크만의 익살스런 펜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그려졌던 그림은 아담과 이브를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파우스트의 혼을 껴안고 있는 마리아의 그림보다 더 상징적으로 보였는데 말이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을 읽어도 감동적인 연극? 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3D 텔레비전이 나오는 세상이라지만 저런 걸 진짜 연극으로 공연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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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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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적 스타일을 띄고 있는 소설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비유가 거의 없는 짧은 해설이라거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쓰여진 생생한 말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과거형으로 서술하고, 과거형을 현재형으로 서술해 소설 자체에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다. 정말로 시간을 한바퀴 돌리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독산 바로 옆이라서, 순간 움찔했다.
 그동안 출근하면서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여공들을 다시 눈여겨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몸보다 몇 배로 부풀려진 블루칼라를 입고서 출근하는 그들.
 그래도 지금은 이 작가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지 않을까.
 꽤나 진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음에도, 한국의 서정성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였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감과 혼란을 겪고 있을 때마다 옆에서 원래의 길로, 작가의 길로 가도록 계속 밀어준 가족들을 보게 되었다.
 '역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금이나마 훈훈해진 건 정녕 나 혼자뿐이었을까.
 어쨌던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설을 보게 되었다. 몇 시간 후에 가게 될 독서토론에서도 이런 책을 읽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점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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