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
오히라 미쓰요 지음, 김인경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를 쓴 오하라 미쓰요씨의 에세이이다.
 유달리 굴곡있는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겪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솔직히 쓴 글이다.
 아니,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에서는 왠지 '내가 이런 일을 겪어도 이렇게 살아있으니 너는 이렇게 하거라.'라는 충고?
 자신이 무슨 대단한 것을 겪은 마냥,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읽으면서 펑펑 울었지만 속으론 이런 생각이 이중으로 들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러나 본인도 조금의 관용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처음 에세이를 읽었던 사춘기시절을 다 겪은 여유인지,
 이 에세이를 읽고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니, '저출산정책'에 대해 콕 찝어 비판을 퍼붓는 글을 보면서 후련해졌다.
 자신에 대한 고민이 어느정도 해결되면 친구와 사회에게 눈을 돌린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읽는 사람을 은근히 거슬리게 만드는 훈계조 존댓말은 변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주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종합적으로 성찰하듯, 반복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적어가면서 고찰을 늘어놓는다.
 종교의 장점을 정확히 꼬집을 줄 알며, 미래의 계획을 언급할 줄 알게 되었다.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 나는 그녀의 말을 듣기보다는, 그녀의 치유과정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을 보면서 혹시 본인처럼 실망한 사람들은 이 책을 보길 바란다.
 어딘가 찝찝한 엔딩에서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에필로그를 보게 되리라.
 더불어 '응원합니다 당신의 새출발을'이라는 책도 추천한다. 그녀의 공부법을 상세히 쓴 책인데 본인은 영어공부법에 가장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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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져야 문학이다 - 문학전문기자 정철훈의 작가 오디세이
정철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엔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시인들의 이야기, 무엇보다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장황하게 나와서 당황했다.
 '뒤집어져야 문학이다'라는 테마에 맞추려고 노력한 티는 보이지만 일반인의 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기껏 돈 비싸게 들여 출판해놓고 자기네들 소위 문학인들끼리 모여 시시덕거리는 거밖에 더 있겠음?
 뭐 김경주씨는 원래부터 특이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인정하겠지만.
 무튼 알아들을 수 없는 답답함과 지루함은 박민규씨의 얼굴을 보고 송두리째 풀려버렸다.
 썬글라스를 끼고서 사진을 찍으셨는데 '죽은 왕녀의 파반느' 프로필을 이미 봐버린 본인은 자꾸 웃음만 나와서 난감했다-_-;
 무튼 그 이후부턴 가볍게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잘 알만한 분들이 나오셨기 때문에.
 우리나라 문학의 고지식함과 편협함에 대해 군데군데 날카롭게 꼬집는 정철훈씨의 문장도 한가락했다.
 그나저나 대채 이문열씨는 왜 등장하신건지... 문학을 뒤집자는 테마인데 거기서 보수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
 무튼 여러모로 추천할 책은 아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김남조씨의 최근 삶과 조세희 씨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본인이 제일 알고 싶었던 한강님과 김선우 시인이 나와서 기뻤다. (그러나 역시 난해한 분들.)
 김춘수 테마에서 정철훈씨가 쓴 것처럼 하루 빨리 우리나라의 문학이 3김씨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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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집 창비시선 34
강은교 지음 / 창비 / 198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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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탓일까, 아니면 예전에 읽었던 김남조의 시집이 너무 내 생각을 뒤덮고 있는 탓일까.
 한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에 잘 집중이 되지 않았고,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완전히 그로테스크한 것도 아니고 그로테스크하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그 묘한 거리감.
 젠장. 나중에 이 분의 허무수첩이나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쭉 이 분의 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과 맞지 않는 듯.
 아니면 내가 성장하면서 변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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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개정판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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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방망이 깎던 노인'과 같이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만 봐오던 유명한 수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어른이 되니까 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수필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아무리 자기 딸을 사랑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대학생된 딸에게 로렌스의 소설을 보지 못하게 만들다니... 잔인하다ㅠㅠ!
 그것도 약과다. 아들은 아예 있다는 소리도 안하다가 수필 끄트머리에서야 존재감을 보였다!
 (본인은 줄곧 소영이라는 외동딸 한 명만 둔 줄 알고 있었음.)
 세대차이에서 이루어진 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 빙빙 돌아서 읽는 내내 개운치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장난스런 자기비하에 이어지는 자기 아내에 대한 외모비판...ㄱ-
 눈살이 찌푸려진 이유는 내가 개그콘서트를 안 보는 이유하고 같은 것일까 ㅎㅎ.
 어린시절의 상처를 담담히 혹은 원망스럽게 담아낸 저자의 모습이 쓸쓸하고 아프게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머넘치는 글들도 왠지 모를 다정함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이 글을 쓰셨을 때도 중년쯤 되셨을 텐데, 어째서 자꾸만 천진난만한 소년이 쓴 글을 들춰보듯 읽게 되는 것인지.
 그래도 외국 꽤나 드나드시는 교수님이라 그런지, 꼭 우리 학교 영어학개론 교수님의 글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특히 프로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맹목적인 존경에 넘치는 말투가 닮았다. 정말 프로스트는 누구던 좋아하는 시인인 듯.
 본인은 자연과 순수가 묻어나는 프로스트의 시보다는 생활고에 찌들고 사랑에 병든 존 던의 시가 좋지만.
 어쨌던 휴학한 이후 오랜만에 영미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쁘다.
 괜시리 블로그에 끄적거리다 중단했던 영미시 해석을 재개하고 싶다고 생각해 버렸다.
 진지한 이야기도 여럿 등장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부담없이 깔끔하게 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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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라는 여자와의 섹스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화니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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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류의 단편 소설이다. 원제는 '어디에나 있는 장소, 그러나 어디에도 없는 나'이다.
 '유년의 기억'이라는 제목도 그랬지만, 도대체 저 평범한 원제를 섹스라는 글자 하나로 평범치 않게 만들어버린 사람이 누구일까ㄱ- 
 어째 양억관씨가 번역할 때마다 제목이 바뀌는 걸 보면 그분 짓 같기도 하고.
 무튼 이 단편소설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들은 하나같이 어느 장소와 어느 주인공을 테마로 시간을 굳혀버린다. 장소도 여러가지고, 주인공은 주로 여자이지만 남자도 드물게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과 주인공이 겪어온 과거들이 조명을 받지만, 평범하다면 너무 평범한 주인공들이라 어느새 잊혀져버린다. 제목을 봐선 무라카미 류의 의도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는 마광수씨 뺨치게 파격적인 소설로 유명하며, 독특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내지만 이런 소설을 만드는 재주가 있는 줄은 또 처음 알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본의 이야기들을 돋보기를 들이댄 것처럼 확장시켜 범상치않게 만들어놨으며,
 마지막 소설 '역전'의 끝에선 허탈한 동감의 웃음을 지어낼 줄 안다.
 본인의 인상에 가장 남는 소설은 '공항'과 '피로연회장'이었다.
 한 쪽은 무라카미 류답지 않은 잔잔한 해피엔딩이었으나(정말 의외였다.),
 나머지 한 쪽은 사랑을 시작한 중년여자의 처절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여러가지 의미로 한 번 읽어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남자 이야기가 등장한 건 매우 뜬금없지만. 그는 역시 여자의 이야기를 쓰는 편이 훨씬 잘 어울린다.
 남성의 내면엔 여성이 있고 여성의 내면엔 남성이 있다는데, 그는 내면의 여성으로 글을 쓰고 나는 내면의 남성으로 글을 읽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왠지 맘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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