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집단심리치료
어빈 얄롬 지음, 이혜성.최윤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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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인심리치료보다 집단심리치료가 아주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위험상황이 많고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단점때문에 그 가치가 가려진다고 해야 할까. 뭐어 그건 일대일심리치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만. 사실 어빈 얄롬의 ’카우치에 누워서’라는 심리학 책을 노리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처음 집게 된 책은 이것이었다. 쇼펜하우어와 집단심리치료의 만남은 사실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나에게조차도 너무나 키워드가 안 맞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형적인 소설 방식을 따라가고 있지만 심리치료라는 가상현실과 쇼펜하우어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조합시켰다. 또한 줄리어스라는 유대감 높은 심리상담가와 필립이라는 감정이 결핍된 철학상담가의 대립도 주목할 만했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흥미가 있었던 장면은 팸과 필립의 만남이었다. 여기까지는 스포일러이므로 생략. 여성과 남성에게 얽혀있는 감정을 매우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겨내려 노력하는 남성에 대한 편견이 팸과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아무튼, 심리치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그동안 쇼펜하우어를 부정적으로만 보았었는데, 프로이트가 그의 이론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일단 ’의지와 표상으로부터의 세계’부터 정독해봐야겠다. 쇼펜하우어에게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파격적이라고 생각한다 ㅋ 하지만 그가 치료되었다면 과연 지금 허무주의라는 개념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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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과 트라우마 - 한국 고전 서사에 나타난 귀신 탐색 아로리총서 16
윤혜신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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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듯, 눈오는 싸늘한 날에 보는 귀신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본인에 대한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귀신을 무서워하는 편이었다. 식스센스랑 링이 한창 유행하던 때 그 영화를 보고 가위에 눌렸다는 아이들 말을 들으면서 벌벌벌 떨었었다. 좀비영화를 보며 태연히 밥을 먹고 있는 본인을 보면 그 말이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_- 지금도 귀신나오는 영화는 잘 못본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귀신에 관한 여러 재미있는 고전설화를 들려주면서, 귀신이 사람의 심리상태에서 만들어진 트라우마일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용이 놀랍게도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귀신담까지 들려주는 친밀감마저 보인다. 끝에는 자신의 책상에서 산다는 사물귀까지 소개하고 있다.(분명 사진같은데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신기했다.) 특히 전쟁과 관련된 귀신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공포영화에서도 전쟁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여럿 있지 않던가. 사람에게도 귀신에게도 전쟁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가보다 싶다. 트라우마를 풀어주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으니, 심리학관련 도서를 편하게 대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 보시길. 귀신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유용한 방법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P.S 천녀유혼 애니메이션을 어렸을 때 매우 재밌게 봤었는데, 이 책에서도 소천이를 만났다. 매우 반가웠다.
       언제봐도 옛날 여성같지 않게 솔직하고 당당해서 귀여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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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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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살은 네 것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나는 내 살이 아니야. 나는 내 살과는 다른 무엇이야.- 98p.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수용소에 갖힌 한 아이의 이야기지만 그다지 스펙트럼하지는 못하다. 무엇보다도 수용소에 갖힌 이유가 좀 어이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경멸하는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이유가 뭘까?  아무튼 범상치 않은 소설인 것은 확실하다. 어조도 매우 단조롭다. 물론 죽을 뻔한 상황이라던가 죽임을 당할 뻔한 상황들이 여럿 나오지만, 수용소에 있는 인간들이 난 가장 섬찟했다. 인간이 아닌 생활을 했으니 당연히 짐승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족들이 사흘만 굶어도 아버지가 담을 넘는다 하지 않던가. 아무튼 이 소설은 수용소에 갖혀서 러시아를 위해 일했는지 독일을 위해 일했는지도 분간못한 채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 사람들을 경멸하지는 않지만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써갈 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질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화자가 수용소 안에서 어떻게 미쳐가는지. 적어도 위에 있는 명언을 할 때 까지는 그럭저럭 소년같았는데 말이다.
  바닥 먼지구덩이에 떨어진 딱딱한 건포도와 춤을 추다가 덥석 집어먹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문득 주인공이 투어 프리쿨리치를 죽인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판옵티콘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우리는 어떤 수용소에 갖혀있을까. 책 표지에 그려진 눈 먼 소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서 문득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러나 살아가려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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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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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이 있어서 책을 빨리 들춰볼 수밖에 없었다ㅠㅠ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게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정말 드문 책인데... 우리가 아는 심청전같은 이야기는 물론 근원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잘 모르는 이야기들 속의 여성성을 에세이처럼 풀어나간 책이다. 에세이라고 가볍게 보지 마시길,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의외로 상당수 들어가 있다. 특히 융의 아니무스와 프로이트의 꿈 해석에 관심이 많으신 듯하다. 본인이 인상깊게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꽤나 심리학에 비중을 두고 해석조로 여성의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결혼에 실패한 분이라서 그런지 폭이 다소 좁은 점은 있다. 남성에 관한 이야기는 심청이야기 이후로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결혼에 관한 이야기에선 글 곳곳에 아픔을 절제하려는 태도가 보여서 읽는 본인이 다 안타까울 정도였다. (페미니즘 책이 아니라) 여성성에 대한 책은 언제나 재미있다. 무의식의 깊은 어둠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해야 할까, 깊은 물 속에 들어가서 감각을 점점 잃는 느낌? 아무튼 오랜만에 여성에 대한 글을 읽었고, 조금이라도 더 읽고 싶어서 책을 눈으로 훑고 또 훑었다. 이렇게 열중해서 책을 읽다가 마지막 표지를 보게 되면 언제나 몸이 흥분으로 부르르 떨리면서도, 아쉽다. 이 책은 절판되었지만 글쓴이가 쓴 또다른 책<태초에 할망이 있었다>아직 판매중이다. 언젠가 빌려서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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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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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같은 범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쓰여져 있는 책이었다. 척 봐도 여자가 쓴 것 같은 냄새가 나는 책이다. 아니, 여자가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마녀의 냄새? 의미를 매우 분명히 알 수 있는 ’독일 콧수염’을 제외하고는 책에 쓰여져 있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마법주문같이 느껴졌다. 감정을 느끼도록 허락해주기보다는 소설 속 으로 들어가도록 압도시킨다. 소설 속에 있는 잔인함은 어떻고? 여기 쓰여있는 소설 중 그나마 가장 긴 저지대도 대충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만, 어느 누구도 자연을 이렇게 공포스럽게 그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마냥, 자신이 아직도 소녀인 마냥 쓰여진 소설은 시골마을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적 환상을 깨뜨리기에, 그리고 또 다른 환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그로테스크함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난 어느 정도의 레벨에 도달해야 저 수준의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착잡하기도 했지만. 이 소설을 보자 헤르타 뮐러의 다른 소설에도 급 호기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그 당시 5월에는’이라는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로서도 익숙치 않은 기이한 분위기 중에서도 그나마 다소 서정적인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단편소설이라고 해서 그닥 기대는 안 했는데 엄청난 수확을 얻은 듯하다. 조경란씨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특히 읽어보길 권한다. 또다른 잔인한 여성성이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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