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에 영어 공부하기 - 명화를 감상하며 영어도 배운다
박우찬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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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소개란을 보고 ’설마’했지만 정말 사전을 방불케 했다. 한 단어를 가지고 어원과 어원의 의미, 그리고 발음기호까지 잊지 않고 붙여놓았다. 꼼꼼하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영어사전으로 공부한 사람들의 특징, 어원을 철저히 파헤치는 것. 책을 펼쳐보다가 이 분 보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란을 봤다. 영어로 독서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공부까지 게을리 할 정도라고 써놓았다. 헐 게다가 써놓은 주요 저서는 왜 이렇게 많아요. 한 보따리잖아?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그 분은 한 마디로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는 제목을 참조하시길.) 정말 제대로 영어공부한 사람을 찾기 힘든 요즘, 대단한 인물을 만난 것이다. 토익? 토익강의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토익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시험공부다. 물론 제대로 영어공부를 하면 토익이야 가볍게 패스할 수 있지만, 저자의 말대로 요즘 사람들에겐 그럴만한 시간과 용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영어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니까. 음... 생각해볼수록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하고. 아무튼 이 책은 예술용어도 배울 수 있지만, 영어도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영문과 학생으로서 추천하겠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너무 어렵게 쓰여졌다고나 할까. 말투를 보면 청소년들을 겨냥하고 쓰여진 것 같은데, 미술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그저 명화 감상할 목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금방 질릴 듯하다. 아무리 어려운 예술적 용어들을 간단히 해설하려고 노력한 티가 팍팍 난다지만 사진도 작고 설명은 많고 어려워보이는 영어단어들까지 있으니까. 요즘 아이들이 그만큼 조숙하니 괜찮으려나? 아무튼 모르는 예술단어들을 알게 된 게 무엇보다 반갑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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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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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머릿속에 딱 와닿는 구절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우리나라는 하도 결속이 잘 되어있는 민족이다보니, 고향이 없는 이 여자아이가 딱히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예쁜 흑인 여자아이라면 더더욱. 남자들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남자를 어느 정도는 후릴 줄 아는 여자라면 더더더욱.
 그저 글자 하나하나에 재즈가 흘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주인공이 어떤 곡을 피아노로 연주했을지도 듣고싶고, 어떤 춤을 추었는지도 보고싶다.
 왜 제목이 황금물고기인지 궁금했는데, 같이 읽고 있던 '황금가지'에서 때마침 아프리카의 황금물고기 설화가 올려진 탓에 그 글을 읽고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예쁜 여자아이의 영혼이 황금물고기에 있던 탓에 그녀의 미모를 질투한 여왕이 황금물고기를 물에서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면서 여자아이를 죽였다살렸다 한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그녀의 미모에 반한 어떤 왕자가 여왕에게서 황금물고기를 가져온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그러나 황금물고기의 결말은?
 스포일러를 뿌리고 싶지는 않지만, 대강 결말을 볼 때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부인과 이혼시키기 위해 이미 유산한 아이를 뱃속에 있다고 거짓말하는 듯하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왕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그러나 왕자는 '그녀의 목숨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황금물고기를 가지고 있다.
 황금물고기 소설에서 주인공의 남자친구는 아프리카로 가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그가 아내와 이혼했다는 구절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그녀의 뱃속은 '텅 비어있다.'
 흑인에다가 여자라는 이유로 이중차별받는 흑인여인들의 생활이 오싹할 정도로 실감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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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동서문화사 월드북 39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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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어서 내내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객기를 발휘해 읽게 되었다. 율리시즈 읽었을 때처럼 비싼 연체료 지불해가면서 읽어야 했지만 역시 두꺼운 책은 읽은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도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프레이저 씨가 한 권으로 직접 축약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생략된 티가 너무 곳곳에 드러나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야 할까... 12권 번역본은 우리 대학 보존서고에 꽂혀져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찾아봐야겠다. 나중에. 지금은 이 책의 여운이 너무 진하게 남아서 읽기가 좀 그렇고;
 유명한 전설인 네미 사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카니발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해석한 글이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은, 그 관습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 매우 먼 거리를 돌아갔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의 미신과 풍습, 종교, 그리고 약간의 과학을 한 데 어우른 책인지라 지식으로서는 따라갈 책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한국의 풍습까지도 부분부분 설명해두었다. (그 풍습을 프레이저 씨가 직접 봤는지 아니면 어디서 헛소문을 들은 것인지는 제쳐두고.) 그러나 너무 많이 돌아간 탓에 제목 ’황금가지’를 설명하는 요점을 다소 놓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무래도 신을 죽이는 관습, 혹은 왕을 죽이는 관습의 모순에 대해서 너무 집중한 탓이 아닌지. 자신이 전에 썼던 이론도 뒤집곤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신은 이전의 책에서 마녀를 숭배하기 때문에 죽인다고 설명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마녀가 재앙을 일으킬까봐 죽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뭐 철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을 잘 바꾼다고들 하지만 무려 몇 백장이 넘는 이론을 뒤집어놨으니, 허무감을 느끼지 않을리가 있나. 아무래도 마녀까지 조사하면 옆길로 빠지는 것 같아 적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 무리의 왕이 되는 게 진정 무엇을 뜻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P.S 이 책에 또 하나의 재밌는 구절이 있는데, 프레이저 씨는 인디언들에게서 성관계하는 시간에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 풍습을 발견하고서 의문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고 적었다. 만약 이 분이 책을 편찬했을 때 동양의 '음양론'을 발견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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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게임
아다치 모토이치 지음, 성지선 옮김 / 바다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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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책에서 멋있게 수염을 기른 노인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어린아이가 그 노인에게 잘 때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자는지 이불 밖에 꺼내놓고 자는지를 물어봤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인 자신마저도 수염을 이불 안에 놓는지 밖에 놓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랜다. 그래서 결국 그 노인은 밤새 수염을 이불에 넣다 뺐다 하느라고 잠도 설쳤다는 이야기이다.

 쇼지와 사에는 마치 옛날이야기의 정령들처럼 홀연히 책에 등장해 유희를 부리고, 그 유희에 말려든 인간들이 덫에 걸려드는 장면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러다가 마치 그들이 책에 쓰여지지 않았던 것마냥 홀연히 사라진다. 단지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요정들이 아니라 인간이라서 웃고 떠들며 그 비극을 즐길 수 없었다는 것 뿐. 그저 아무 말 없이 폐쇄된 방 안에서 TV스크린을 보며 이렇다 저렇다 상황을 평가할 뿐이다. 처음에 나온 이야기는 뭐 그럭저럭 넘어간다치고 두번째 이야기는 정말 섬뜩한 이야기였는데, 읽는 동안엔 그닥 섬찟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쇼지 특유의 무감증에 전염된 것일까? 덕분에 보는 사람의 마음도 다소 가벼웠다. 화려하게 치장된 비극적인 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딱딱한 문자보다는 예산을 철철붓고 CG를 적절히 녹여 만드는 요즘의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뭐랄까, 결국 이 러브게임의 창시자인 쇼지와 사에는 못된 년놈들이다. 사랑의 진실된 모습을 찾으려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진실들을 낱낱이 들어낸 주제에 결국은 계속 살기로 결심했다니. 괘씸하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모습에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둘은 세상에 있는 모든 커플들처럼 사랑을 찾으려 하고, 사랑에 아파할 줄 알고,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희생을 치러서야 그 둘은 자신들에게 걸맞는 결말을 찾았다. 아니, 찾으려 한다.

 이 책은 사랑이 어떻다는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단지 손을 맞잡은 모든 커플들의 내부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그 의문을 제시할 뿐이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사랑이야기가 있고, 온 세계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낼 책은 없다. 그 전부를 볼 수 없기에 사람들은 남들 이야기 중에서도 최대의 프라이버시, 사랑이야기를 듣는 걸 최고로 치는지도 모른다. '스캔들'이라거나 '우결'같은 방송이 아직도 망하지 않고 계속 방영되는 걸 보면, 스크린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관음증 증세는 꽤 오래 버티려나 보다. 아울러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어리석은 방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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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Astrology 2 크리스천 점성술 지혜를 품은 책 5
윌리엄 릴리 지음, 김고은 옮김 / 좋은글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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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하우스부터 12하우스까지 설명이 꼼꼼하게 되어있는 저서이다.행성과 별자리의 속성도 물론 나오지만 책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천궁도를 그릴 줄 알아야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책이다 ㅋ본인은 중세 영국 시대의 지식을 들여다보기 위해 읽고 있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의학적인 저서이기도 하다. 음양에 관한 설명이 있으며 상황따라 몸에 좋은 약초에 대해서도 열거되어있다. 서양 약초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의학 코너만 들여다봐도 상관없을 듯. 단 좀 더 길게 쓰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시와 같이 실제 점을 칠 때 사용한 당시의 천궁도를 제시한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매우 조그마해서 맨 뒤에 컴퓨터로 정리한 천궁도를 참조하시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셔야 할 듯. 별 희한한 내용까지도 점성술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점도 매우 신기했다 ㅋ 간단한 동종주술도 나와있으며, 선대 세계 방방곡곡의 주술사들이 기록한 것을 참조했다고도 한다. 윌리엄 자신의 입으로는 객관적으로 미신 없이 점성술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주술성은 들어갈 수밖에 없는 듯. 중세 책에서 응당 있을 수밖에 없는 오류가 있지만, 주석에서 설명되어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대충 넘어가도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참으로 탄복할 만한 번역솜씨가 아닐 수 없다. 문맥의 이상함을 지적하면서 점성술에 관한 소견을 표현하는 베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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