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 5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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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사지 않아서 몰랐었지만 뒷표지는 이렇다고 한다.

일러스트 자체가 역동감이 있어서 좋다.

 

 옛날의 용사들이 다시 돌아온다. 사공운도 동굴에서 나오고 진충도 그럭저럭 봉성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다 좋긴 한데... 사공운이 단엽으로 변한 게 못내 아쉬운 면이 있다. (실제로 텍스트에서도 사공운이 아닌 단엽으로 등장한다.) 혼자서 무공을 배우는 데다가 동굴에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은 적이다보니 심성이 아주 독해졌다고 해야 하나? 관패란 자가 그의 수하에 들어서 그나마 성정이 순해질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관패는 개백정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독하게 사람을 죽여대는 녀석이라 사공운에게 뭔가 인간성을 불어넣을 기회도 주지 않는 녀석이다. 앞날이 좀 불안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이번 편에서는 뭔가 유머스러운 요소가 들어있기도 했다. 사공운이 들어간 동굴 속에는 4명의 유명한 마도적들이 살고 있었는데, 나갈 방법을 몰라 갖혀있는 처지에 사공운이 등장하여 10년 동안 그의 트레이닝 샌드백(...) 신세가 되었다. 그들이 아무리 살아생전 죄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사공운의 괴롭힘이 너무나 집요하다;; 동정심까지 느껴질 정도라고 해야 하나. 사공운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단엽은 내 타입이 아닌 듯하다. 이젠 진충이나 기타 등등의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눈여겨봐야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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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4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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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진충은 조금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머리를 숙이고 물었다.
"주공과 용설아님은 어떤 관계이십니까?"
물음을 던지고 살며시 고개를 든 진충의 시선은 사운공이 쥐고 있는 종이에 닿아 있었다. 진충의 질문에 사공운은 일순 말을 하지 못하다가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마저 눈치 챌 정도였었나,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네. 하지만 차우 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자네는 그녀를 나 대하듯이 해야 할 것일세."
진충은 사공운의 대답이 뜻하는 숨은 뜻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비록 그 안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느끼기엔 충분한 대답이었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공운은 진충을 자신의 충직한 수하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아무튼 사공운과 용설아의 사이는 냉정하게 보면 불륜의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용설아와 사공운의 관계에 대해서 딱 한 번 물어보고, 두 번은 묻지 않는다. 심지어 사공운의 손에 쥐어져있는 러브레터의 내용에 관련해서도 전혀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사공운이 도망친 이후, 용설아의 곁에서 머물며 십년이라는 긴긴 세월을 수련만 하면서 홀로 버틴다. 봉성의 둘째 아들은 남을 이용하려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십년의 세월로서 속죄했고, 사공운이야 자신의 아내와 딸 때문에 입술이 피나도록 깨물며 동굴에서 적들과 맞서며 버텼다고는 하지만, 진충은 그 사연에 전혀 관계되어 있지 않다. 남의 사연인데도, 사부를 위해서 그렇게 버틴 정신이 대단하다. 호위무사가 비극적으로 끝나리라는 것은 알지만, 진충만큼은 살아났으면 한다. 아마도 진충을 보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공운은 둘째치더라도 이 자의 행보가 정말로 기대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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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와 아도니스 셰익스피어 전집 33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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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토록 강요당하지만, 결코 복종할 뜻 없이
깔려 누워 있는 아도니스, 그녀의 얼굴에 헐떡거리며 숨을 내쉬는데
비너스는 그 김 서린 숨결을 마치 영양분인 듯 들이키네.
그 숨결을 하늘의 물기, 은총의 공기라 부르며 상상에 잠기는데,
자기의 뺨이 꽃이 만발한 정원이어서
그러한 증류된 소나기로 담뿍 이슬 맺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11절 p. 15

 

 셰익스피어가 쓴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관계는 원작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의 이야기와 다르다. 앞뒤전후 사정없이 비너스는 아도니스라는 어느 어린 청년에게 푹 빠져버린다. 그녀는 아도니스에게 철썩 들러붙어서 갖은 방법으로 그와의 하룻밤을 지내려 하지만 아도니스는 단호하게 그녀의 유혹을 뿌리친다. 비너스는 자신의 이상형에 맞지 않는 것은 두번째로 치더라도 자신은 사냥꾼이므로 여자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비너스가 아도니스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뒷배경이 나올 뿐더러 아도니스는 흔쾌히 그녀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온다.

 

 

말하자면 눈앞에 쭉빵미녀가 있는데도 와우경기를 봐야 하는 이 겜오덕과 같다고 봐야 할까.

2차원을 사랑하는 만화오덕들에 대해선... 그냥 이야기를 말자.

 

 그러나 이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똑같다. 그 과정을 이 시에서는 매우 음악적이고 감각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비너스의 사랑에 찬 구걸이 하도 애절한 나머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읽는 책에서 나오는 이 비너스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비너스 맞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글은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와 아내의 관계가 그닥 좋지 않았다고 하던데, 소문에 의하면 셰익스피어가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는 쪽이었다고 한다. 그는 사랑에 빠져 고심하고 있는 모든 남자들의 속을 풀어주기 위해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한 것은 아닐까. 동시에 남자가 자신의 야망에 너무 빠져 여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보여주며 경고하기 위해서.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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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숲요일
김수나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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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좋아졌다면 그가 좋아하는 길을 함께 걸어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길로 다른 사람을 안내하는 것은 그 어떤 방법보다 더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하는 방법이다. 서로 좋아하는 길을 주고받으면 마음도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p. 92

 

 

 

솔직히 이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아, 물론 맞다. 숲과 산은 다르다. 그치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난 숲탐방과 자세한 정보를 기대하고 이 책을 본 것이지 사람들이 놀고 먹는 걸 보려고 이 책을 본 건 아니었다. 뭐랄까... 밭에서 농사하고 먹을 걸 잔뜩 지고 산에 가는 건 확실히 부러워보인다. 하지만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그냥 부르주아들의 사치스러운 놀이같았고 호사스러워보였다 ㅎㅎ 차는 그냥 끓여서 마시면 되는 거지 그렇게 꼭 티 클래스까지 다니면서 차를 끓여야 하나? 뭐 복잡한 절차가 있긴 하지만 그거야 다기 구해서 하루 잡고 제대로 배우면 되는거지. 작가 말대로 결혼도 안 했는데 그릇에 신경쓰는 것도 좀 그렇다. 물론 플라스틱이 안 좋으니 그릇 구할 땐 자기라거나 좀 비싼 걸 구해야 한다는 데에선 찬성한다. 그런데 꼭 그렇게 담양에서 다기를 구해오고 그래야 하나? 요즘 시대가 얼마나 좋은데 좀 저렴한 걸로도 얼마든지 튼튼하고 이쁜 그릇을 구할 수 있는데, 뭘 저렇게 생색을 내나 싶다. 그래도 솔잎차는.... 좀 부러웠다.

 아무튼 여러모로 나와 맞는 책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에 휴식을 구해야 한다는 말은 맞는데, 그 휴식의 타입이 나하고 너무 다르다. 그 작가가 몸이 차갑다면 난 뜨거운 편이고, 그 작가가 산을 잘 못 올라간다면 난 완주하는 코스이다. 그렇지만 나하고 딱 하나 들어맞는 게 있다면, 도시 속에서 자연을 찾으려는 생각이다. 도시는 문명이고, 어차피 사방에 콘트리트가 쫙 깔린 이상 우리는 그 위에서 살아야 하는 신세이다. 그러나 도시 속에서도 자연이 더러 숨어있으며, 그것을 사람들이 누리고 즐겨야만 자연의 가치가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연을 즐기는 행위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완전히 다르다.) 이 책 끝엔 도심 속에 다닐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다 명코스같다. 특히 북촌 쪽 코스는 본인도 작가와 함께 추천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16000원짜리의 가치는 없는 것 같다... 뭐 이런 식의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지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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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올라누스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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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누더기 옷을 걸치고 서서 어중이떠중이들이건 나타나는 녀석들에게 필요치도 않은 추천을 구걸해야 한단 말인가? 관례 때문이라구? 우리가 매사에 관습이 요구하는 대로 다 행한다면 옛날의 먼지가 쌓일 대로 쌓여 잘못도 태산같이 쌓여 올라 진실은 그 밑에 눌려 기어나오지도 못하고 매몰될 거다.- p. 96

 

 

2011년에 영화도 출시되었다.

사실 이 내용은 연극보다는 영화가 어울린다. (아무래도 전쟁이니까...)

나중에 한 번 볼까 생각중이다. 기대된다. 

 

 상당히 특이한 내용이다. 배경은 로마. 원로원과 호민관의 갈등을 다루는 것 보면 시간은 대략 기원전 5세기 정도가 아닐까 추측된다. 주인공은 일단 전쟁에서 유명해진 용사지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날뛰는' 인물이다. 일단은 그렇게밖에 할 말이 없다. 공성전에서도 무턱대고 적을 잡으려고 성 안으로 혼자 뛰어드는 인물인데 뭐;;; 그러나 워낙 로마를 집어삼키려는 나라들이 있다보니 원로원은 비록 무모하더라도 속속들이 국가의 위협을 제거하는 그를 찬양하기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확실히 그를 우두머리처럼 받들게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전기를 쓰겠다는 노인이 한 명 있는데, 그의 입담이 얼마나 청산유수같은지 그가 받들어주는 사람은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국민들을 매우 싫어한다. 자신도 그 국민들 중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신이 국가의 원수가 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업신여기는 자세를 고치지 못한다. 이유인 즉슨, 자신이 전장에서 돌격할 때 병사들은 꽁무니를 빼기 바빴다는 것이다. 처음엔 코리올라누스의 말이 그럴듯 했는데,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그의 말은 틀린 것 같다. 그가 무턱대고 뛰어들어서 죽을 지경에 처했을 때, 그의 수하들은 병사들의 사기를 다시 올리기 위해 진을 뺐다. 그리고 병사들은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결국 나중엔 돌격해서 그를 구해냈다. 만일 그가 적진에 뛰어든 게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전술이었다면 (그럴 생각도 없었겠지만) 그들의 노고를 칭송해야 마땅한데, 그는 마치 전쟁이 로마시민의 전부이고 남녀 모두가 전쟁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군다. 자신의 말투가 원래 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사과해야 하는데, 사과해야 할 타이밍도 제대로 못 잡고 그럴 의도조차도 없다. 결국 그는 그의 숙적이 머리를 써서 그를 제거하기로 결심함으로서 로마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신도 죽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배역은 코리올라누스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아들의 야망을 너무 부추겼고 너무 늦게 무언가 잘못되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만, 결국 코리올라누스를 설득하러 갈 때 그 사실을 인정한다. 결국 자신도 아들도 며느리도 손자도 로마 시민임을. 좀 길게 풀어서 말하면, 로마 시민들에게 땅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등의 일을 반대하는 것도 로마 시민들을 배신하는 것도 결국엔 자신을 망치는 짓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언제쯤 그 사실을 깨닫게 될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법안들과 정책들 얼마나 많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국회의원 좀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동물과 꽃을 앞에 두고 정치를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국회의사당에서 레슬링하지 말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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