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 4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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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진충은 조금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머리를 숙이고 물었다.
"주공과 용설아님은 어떤 관계이십니까?"
물음을 던지고 살며시 고개를 든 진충의 시선은 사운공이 쥐고 있는 종이에 닿아 있었다. 진충의 질문에 사공운은 일순 말을 하지 못하다가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마저 눈치 챌 정도였었나,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네. 하지만 차우 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자네는 그녀를 나 대하듯이 해야 할 것일세."
진충은 사공운의 대답이 뜻하는 숨은 뜻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비록 그 안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느끼기엔 충분한 대답이었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공운은 진충을 자신의 충직한 수하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아무튼 사공운과 용설아의 사이는 냉정하게 보면 불륜의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용설아와 사공운의 관계에 대해서 딱 한 번 물어보고, 두 번은 묻지 않는다. 심지어 사공운의 손에 쥐어져있는 러브레터의 내용에 관련해서도 전혀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사공운이 도망친 이후, 용설아의 곁에서 머물며 십년이라는 긴긴 세월을 수련만 하면서 홀로 버틴다. 봉성의 둘째 아들은 남을 이용하려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십년의 세월로서 속죄했고, 사공운이야 자신의 아내와 딸 때문에 입술이 피나도록 깨물며 동굴에서 적들과 맞서며 버텼다고는 하지만, 진충은 그 사연에 전혀 관계되어 있지 않다. 남의 사연인데도, 사부를 위해서 그렇게 버틴 정신이 대단하다. 호위무사가 비극적으로 끝나리라는 것은 알지만, 진충만큼은 살아났으면 한다. 아마도 진충을 보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공운은 둘째치더라도 이 자의 행보가 정말로 기대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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