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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1 - 부기팝 시리즈 1, NT Novel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오가타 코우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너희들은 울고 있는 사람을 보아도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가.
착한 캐릭터도 이쁜 캐릭터도 맘에 드는 여자 캐릭터도다 나왔는데
돋보이는 건 의외로 이 녀석, 별로 잘생긴 점도 없던 사오토메 마사미였다,
평범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게 되어 잘못된 방식으로 특별해지려 했던 그의 노력이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웠다고나 할까.
여기 나오는 선남선녀들은 너무 정의로워서 인간미가 없어...
사실 우리나라에 라노벨이 알려진 계기는 이 소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투니버스에 이 부기팝 애니가 방송된다 하여 한바탕 난리가 일어난 적도 있었다. 학생들이 불량해진다는 이유로-_- 만티코어한테 조종되는 시나리오인데 이건 반대하시는 분들이 외계인을 믿는다는 증거인지 영 알쏭달쏭하다. 옛날알이라지만 아직도 검열하시는 분들의 심정은 알 길이 없는 듯하다. 아무튼 본인은 드디어 (혹은 간신히) 1권을 펼쳐보게 되었다. 문제는 부기팝 책은 거의 절판되었고 7권에서부터는 책을 구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구입하는가의 문제가... 아무튼 부담없는 옴니버스 이야기이니 일단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보고 읽을 수 있는 데까지 읽어보겠다.
온갖 희안한 소설들이 창작되는 현재에도 이 부기팝 시리즈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희안한 분위기를 가져다준다. 부기팝의 첫 단계를 끊는 이 소설은 시간 개념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다. 게다가 정말 난데없이 외계인과 식인귀가 등장하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선의를 베푸는 인간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희안한 존재는 이 책의 주인공(?) 부기팝이다.
간결하게 설명하자면 부기팝은 여자 아이들의 잠재의식에 존재하는 남자 아이, 즉 융의 이론을 빌리자면 '아니무스'라는 존재이다. 일러스트도 기이하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것 같지만 굳이 정하자면 남자에 속하는 동글동글한 얼굴과 망토 아래 치마를 보면 괜히 마음이 착잡해진다. 자신조차도 대체 왜 여러 여자아이들의 의식 속에서 자신이 생겨나는지 모르며, 다만 그가 알고 있는 건 자신이 생긴 곳의 주위엔 무언가 나쁜 것이 머물고 있으며, 그 나쁜 것과 어느새 싸우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영웅치고는 싱겁지만, 의외로 정의감은 넘치는 편.
이렇게 공기처럼 투명한 주인공 부기팝이 바라보고 있는 한 고등학교의 모습은 생지옥이 되어버린다. 대체로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현대인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딱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훈계를 하진 않는다. 그저 느끼라 한다. 그게 지금 내가 이 소설에 만점을 주는 이유다.
김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