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 8mm 05 - 완결 8mm 5
유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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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거미가 기어다니나봐.

누군가를 생각하면 자꾸 목덜미가 간지러워지는데...

누가 약 좀 뿌려줘!

 

 지금은 열심히 동인활동을 하시면서 BL만화계에 발을 들여놓으셨지만 예전에는 정상적인 노말순정만화(...)도 연재할 줄 아셨던 나예리님. 이 분의 작품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난 이 만화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그림도 스토리도 이 때가 가장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순정도 순정이지만 무엇보다도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잘 담았다고 해야 하나?

 

 

여주와 남주의 본격적인 연애스토리는 4~5권에만 등장한다.

 

 남자주인공 조석현은 어릴 적 고아가 되고, 사채업자로 일하는 할아버지가 그를 거두어주셨다. 비록 할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자라나긴 했지만 그는 자신을 길러준 그에게 존경심을 품고 나름 자신의 살아가는 기준을 잡아갔다. 조폭만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거나, 나름대로 취미를 만들어 카메라에 일기를 찍는다던가... 1권은 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죽음에 석현은 혼란스러워하지만 집도 변호사와 식모 등으로 번잡스러운 분위기이고, 그의 친구들도 있으니 그는 나름대로 슬픔을 이겨내고 살아간다. 엇나가려고 해도 변호사가 머리가 좋아 그가 성장할 때까지 재산을 다 숨겨놓고 있으므로 그럴 수가 없는 형편;; 사실 여기에 엉겹결에 끼여사는 여주 재영이도 있긴 하지만 3권 끝까지 그렇게 비중있게 등장하지 못하는 편... 처음엔 이게 순정만화이고 이게 여주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캐릭터가 너무 천연이면 저런 문제가 발생하는구나 생각될 정도였달까.

 아무튼 스토리 진행도 상당히 안정적이고 끝나야 할 때 딱 끊고 그림도 괜찮은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인간냄새나고 풋풋한 순정만화 보고 싶을 때 추천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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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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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인에게 댄스는 일요일 오후 한때를 즐겁게 지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노예나 이민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런 것이다. 그들은 심한 노동으로 걸레처럼 늘어진 몸을 이끌고 초라한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쿠바의 댄스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정당한 피로와 긍지와 희망을 자신의 몸에 되살려내기 위해서 춤을 춘다. 그 때문에 그 스텝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p. 210

 

 

무라카미 류는 맨날 이런 쪽의(...) 영화만 만드는 줄 알았던 나. 그런 나에게 교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기는 했다. 교코라는 여자아이는 8살 때부터 호세라는 어떤 미군에게서 춤을 배우고, 댄스슈즈를 선물받기까지 했다. 스무살 정도가 되자 그녀는 트럭운전사를 하면서 돈을 모아 자신에게 삶에 있어 가장 자신있는 것을 준 그 사람을 찾아가려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본 그는 에이즈 말기에 다다라 있었으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는 과거를 몽땅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다. 교코는 그를 트럭에 태워 부모님에게 데려가려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이 소설에도 쿠바가 등장한다. 아마 쿠바는 무라카미 류에게 있어 지상 최대의 유토피아 혹은 낙원이라는 느낌을 주었나보다. 또한 쿠바의 댄스란 그에게 있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그 무언가인가 보다. <달빛의 강> 단편에서처럼 교코는 쿠바에 가는 데 성공하며 거기에서 마음껏 춤을 즐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 극적인 전환을 맞았던 것처럼,

본인도 저 틈에 섞여 차차차를 추면 구원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까? 춤치라서 잘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류는 교코처럼 일본 여자가 되어 저 틈에서 마음껏 몸을 흔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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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귀곡자 - 세 치 혀로 천하를 훔쳐라
류예 지음, 김인지 옮김 / 미래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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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이란 나를 내보내거나 남을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반대로 '폐쇄'란 감추어서 나를 구속하거나 남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개방과 드러냄, 폐쇄와 감춤은 만물의 변화 규칙 가운데 하나이다.- p. 17

 

 

 

 

  

요즘 XTM에서 <남자의 기술>이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방송중이다.

남자 전문 케이블방송에 심야프로그램인 만큼 내용이 자극적인 쪽이 많은데,

주로 연애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다는 목적인 듯하다.

내용이 연애이긴 하지만 분명 남자들도 요새 자기계발서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심리학이나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특히 잘 알고 있겠지만, 이런 토크쇼나 자기계발서들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TV프로그램이나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론에서 근간이 되는 '원서'를 참고하여 우리에게는 자신들이 생각한대로만 전달하기 때문이다. 즉 원서를 자신의 입맛대로 왜곡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차라리 본인은 하나의 철학자에 근간한 자기계발서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그것도 왜곡의 염려가 있으나 적어도 여러 철학자들이 잡탕으로 뒤섞여 이론이 섞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라면 난세의 동양철학자들을 좋아할 것이다. 그들은 전쟁사태 등 어려운 판국을 해쳐나갈 처세의 이론을 역사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귀곡자는 공자나 맹자와 마찬가지로 혼란의 시대 때 활약했던 철학자이며, 대표적인 제자로 손빈과 방연을 내었다. 또한 손빈과 방연은 각기 벼슬을 하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처세전략은 현대의 사회에서도 쓸 일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귀곡자가 제시하는 하나의 처세와 관련하여 동서양에 걸친 역사적 사건을 소개함으로서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한다. <귀곡자>의 이해와 함께 재미까지 겸비할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에서 나온 처세는 패합지술이라 하는데, 이 책 반 권에 걸쳐 이 단어가 등장한다. 패합지술에서 더 나아가면 허점을 메꾸는 것, 혹은 자신의 허점을 틈타 남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나오는데 아직 나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ㅠㅠ 책 내용을 정리하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을 관찰하고 적절한 시기를 구하여 나의 마음을 열고 닫는 패합지술, 내일 첫 출근 때 직원들에게 요긴하게 써보려 한다.

 

책 정리

1. 말하고 싶으면 침묵하라.
2. 오합술, 비겸술- 환경 속, 상대방의 의중 중심, 자신이 원하는 바 조화.
3. 기교- 이가구진: 거짓(침묵, 반대, 의심)->상대방 드러냄.
4. 버려야만 얻을 수 있다.- 구겸지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라.
- 저희지술: 상대방에 대한 정보 파악
5. 관찰- 작은 것에서 큰 것 보기
6. 유인술- 강함+부드러움
7. 지추- 주요한 갈등(핵심) 파악
8. 저희- 큰 틈새가 되기 전에 막음, 막을 수 없으면 숨기고 때를 기다림
9. 매사에 치밀- 개방시 가장 중시, 계획을 짜고 남몰래 실행
10. 만물의 결함 파악
11. 과감함- 과거 일 헤아림, 미래 일 검증, 일상생활의 일 참고
12. 넓은 마음- 의식적으로 발상전환
13. 무중생유- 기회 만들기: 문제를 일부러 만들어 기회로 이용함
14. 많은 사람의 계책- 작은 일도 찬찬히 뜯어봄, 다른 사람의 의견 존중, 두뇌집단
15. 객관적 규칙- 지추: 천시의 운용
16. 왕성한 정력- 최적의 수면: 11시 이전-아침 6시
- 영양상태, 꾸준한 운동(30분~1시간), 건상한 마음상태, 과로X, 10~15번 깊게 호흡, 좋아하는 일, 좋은 친구
17. 욕망 절제
18. 평정심- 자아인식, 마음의 지혜, 처세, 대인관계
19.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려라.
20. 능동적 태도-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파괴의 저를 만들라.
21. 해야 할 것과 하지 말하야 할 것 구분
22. 용서- 중정의 이치 터득
23. 방원술- 방: 주견있음, 너무 많으면 고집불통
- 원: 책략&기교, 너무 많으면 입신X
24. 거절- 상대방에게 착각 심어주기
- 솔직하게 말함, 될수 있는 한 빨리, 영원한 거절X, 좁은 장소,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고 확실한 긍정X, 우정표현
25. 창의력- 여러 방면 동시 고려, 독립적, 많은 지식
26. 카더라통신X
27. 강함은 약함이 쌓여 만들어진다.- 꾸준히 해라.
28. 융통성- 우둔한 사람과 사귈 때 도와줌
- 언변 좋은 사람과 사귈 때 상대방의 말 경청
- 신분이 높은 사람과 사귈 때 자신감있게 대함
- 부자와 만날 때 학문or예술 이야기
- 가난한 사람과 만날 때 돈을 벌 방법 조언
- 지위가 낮은 사람과 만날 때 겸손하게 존중감을 느끼게 함
- 직선적인 사람일 때 상대방의 기백 칭찬&자신의 기백도 표현
- 잘못한 사람과 만날 때 잘못을 알면 격려
29. 안정- 점잖음=성숙함, 여유
30. 침착- 대범하게 이치에 맞게 처리
31. 평온- 인생 경험 많이 함, 평정심 유지
32. 의지를 갈고 닦음
33. 아랫사람을 붙잡는 방법

- 즉각 반응, 비밀 지키기, 경청, 정보수집하고 만류방법 강구, 온 힘을 다해 설득, 미연에 문제 방지
34. 지조술- 장점을 충분히 발휘: 자원을 잘못 쓰면 쓰레기가 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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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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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쳤고,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들은 그 말을 믿고 있었으나, 전쟁에서 패한 후,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자, 무엇이건 그 어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쪽에 진정한 삶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혁명도 사랑도,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매력적인 것, 너무도 좋은 것이기에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들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거짓말을 하였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확신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하여 살아왔다고.- p. 218

 

 확실히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하면 인간실격이 확 끌리는 것 같다. 묘하게 작가의 것인 듯한 주인공의 비참한 과거, 상당히 자학적이고 공손하지만 언제 거칠어질지 모르는 듯한 은근한 비난... 주인공은 유복한 집에서 자랐고 곁에 여자가 많이 붙어다녔지만 가엾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이용만 당한다. 자신을 이용하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쓰고 있던 익살의 가면을 떨치지 못하는 데다 선천적인 자학심 때문에 가만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째 이 소설은 어릴 적 하인들의 성적학대로 시작하여 20살 후반대 유모의 성적학대로 끝나니 더욱더 비참하게 보인다. 아무리 주인공의 성격이 좀 음침하고 기분나쁘다지만 인생이 저러면 그냥 불쌍해보이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 숨겨져 있는 코드는 마지막에 마담의 말 한마디에 간단히 풀린다. 그의 아버지가 그를 방치했던 것이다. 엄격주의를 표방하며 어머니가 아들 교육에 간섭하지 못하게 막아서지만, 결국 하인들이 아들에게 성적학대를 가한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파탄시키는 데에만 공헌했다.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수치심을 안겨다주었으며,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든 아들이 잘못을 빌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 품어주지도 않았고, 주인공의 두번째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는 아들을 뇌병원에 감금시켜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잘못된 부모와 잘못된 교육의 표본이므로 교육자나 부모들도 꼭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이 소설은 드라마와 만화로 각각 각색되었는데,

드라마는 잘 모르겠으나 만화에서는 주인공과 아버지간의 갈등이 소설에서보다 뚜렷이 부각되었다 한다. 

 

 사실 본인은 인간실격보다는 사양이 더 좋았다. 아이를 한 번 사산한 적 있는 이혼한 여성이 첫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간청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성의 심리를 정말 세세히 분석하는 듯한 글에 깜짝 놀랐다. 소설에서는 편지투의 글이 적절히 섞여있는데,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재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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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4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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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소죠라는 정치사상가는 '소나무에게 물어라'라는 짧은 문장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1963년 노리쿠라다케로 가는 자동차도로가 만들어졌을 때, 개발의 희생자는 실은 인간이 아니라 하이마츠(눈잣나무)라는 나무였습니다. 고지의 험한 자연에 맞서기 위해, 대단히 키가 작고 성장이 매우 느린 식물로, 일단 베어버리면 재생이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하이마츠가 풍설에 견딘 오랜 시간에 담겨있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 하지만 이 때문에 경제발전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 과정에 사람들이 모두 동조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안락전체주의'라고 후지타 소죠는 말합니다. 더 편리한 생활, 더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전체주의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p. 31

 

 좋아하는 구절하고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본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팍팍 누출되겠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가장 필요한 이야기와 딱 떨어지기도 하고 어제 밤에서 오늘 낮까지 이 일을 관계하여 남친과 가족과 설전을 벌였으므로 이 리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이번 4월호에서 나온 소행주이다.

 http://money.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828057&ctg=1100

소행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장점과 단점이 다 나와 있는 기사로 이것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셰어하우스'라는 단어는 자는 곳 빼고는 다 공용으로 쓰는 다세대를 뜻한다고 알면 되겠다.

 

 작아편집단에서는 칭찬 일색이었지만 본인의 의견으로 정리하겠다. 일단 소행주건 이 책에 나와있는 다른 셰어하우스이건간에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체로 집주인들과 같은 동네에 살거나, 혹은 사상이 같은 사람들에게만 집을 주겠다는 것이다. 입주자에게 기준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 내가 짐작하건데 여기서 나온 셰어하우스 셋 중에서 둘은 진보적이고, 환경을 생각하고, 운동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녹색당같은 단체에 속한 나 혼자였다면 기뻐할만한 희소식이었겠지만, 나와 같이 살 계획을 가지고 있는 내 애인은 녹색당 등의 몇몇 진보적인 커뮤니티에 부담감이 있다. 우리끼리는 애인관계니까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지만, 일명 '화합'이 잘 되어야 하는 커뮤니티에서 우리 둘 다 받아줄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소행주의 평수는 평균 9평. 다른 셰어하우스에도 대부분 마찬가지의 입장일 거라 생각한다. 부부에 딸린 애 한 명이면 그럭저럭 살 수 있겠지만, 애가 둘셋넷딸린 가족이라면 이런 데에서 잠을 자기도 힘들 것이다. 게다가 부부면 괜찮지만 본인은 '남녀칠세부동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라 아이들이 크면 방 한 칸씩은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거나 한 명만 낳겠다는 결심을 해야 소행주에서 평생 살 수 있는 것이다. 하기사 '애를 낳을수록 인간이 많아져 환경오염이 심화되니 애를 낳지 말아야 한다'라는 내용의 책도 나오는 세상인걸... 

 아무튼 요새 집을 구한다는 건 가정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중요한 과제인 듯하다. 아이는 커녕 집장만을 못해서 결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갈라서는 커플도 본 적이 있다. 난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월세든 전세든 일단 공간을 장만해서 살아보라고. 소행주나 기타 커뮤니티의 장점은 입주자들의 관리가 되기 때문에 이웃시스템이 절로 설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끔 가스가 끊기고 가끔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주말에 개념있는(?) 동아리나 이웃들과 밥 한끼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면 그것도 또 그런대로 살만하지 않을까. 딱히 셰어하우스에서 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욕심을 버리고 유혹을 떨치고 한 단계 한 단계 내딛기 시작하면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그만큼 눈물과 땀이 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의 경험담이기에 확고한 문장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눈만 높아서 같이 살지 않고 무한 준비에만 들어가면 눈 앞에 있는 가능성마저 놓칠 수 있다.

 

P.S 우유부단한 남자는 질색입니다.

믿고 있기에 넘어가지만 가족들은 어떻게 반응할 지 알 수 없네요.

혹시라도 헛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끝낼 겁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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