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인권사
이정익 지음 / 길찾기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좌익과 우익의 구별은 정부의 편에 서는가, 아닌가를 가르는 편의로 사용되었다.- p. 43

 

 

 

 

이 만화가는 두번째 작품으로 이 잡지에서 오이디푸스에 대한 철학만화를 연재한 적 있다.

현재에서는 어떤 만화를 연재한다는 소식이 없지만...

설마 요즘 사회가 뒤숭숭하니 절필을 한 건 아니었으면 ㅠㅠ

 

 이정익 만화가는 굉장히 가라앉은 느낌의 만화를 많이 쓰는 편이다. 고로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한국현대사의 불편한 진실 일색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뒷부분으로 갈수록 (전두환 편이다.) 상당히 피비린내나는 고어스러운 그림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저자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치 저자의 나약함을 부각하기라도 하는 듯이 사랑에서의 실연, 그리고 내부의 무서운 상상들에 대해 툭 까놓고 묘사하고 있다. 하긴 그 이전의 프롤로그에서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거론하기도 했었지... 생각해보면 옆으로 많이 새나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만화의 흐름을 끊는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박정희의 광주 대단지 사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맨 마지막 광주 대학살 사건을 이야기하기 전에, 박정희가 얼마나 교활하고 냉혹하게 그런 일이 일어날 사전준비를 해놓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빈민 쓰레기'를 서울로부터 광주로 치워버린 이야기, 그리고 먹고 살 것이 없어 인육 소문이 돌 만큼 참혹하게 변해버린 인간의 군상, 인간적으로 말 한번 해 보려 하면 분뇨를 코와 입에 짓이겨버리는 이야기 등등.

 박정희가 정치를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그의 사람으로서 인격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만화책이 될 것이다. 물론 그림체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빛의 각도를 다르게 하고 보면 색상이 달라지면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뀐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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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돈 관리 -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고득성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1. 당신의 순자산은 얼마인가?

2. 당신의 나이X연간 총수입(세금공제 전)은 얼마인가?- p. 63

 

 2번에다가 나누기 10을 하고 순자산을 뺄 때 마이너스가 나오거나 제로가 나오면 순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본인이 만으로 25살이므로 2번 계산을 해보니 거의 3천만원이 나온다.

 

 

 

대학 포기하고 왠만한 대기업에 20살부터 취직해서 청춘을 꼴아박으면 저 금액이 나올까?

 

 내 생각엔 부모로부터 미리 유산을 받아서 그 돈들을 대부분 수익성 높을 것 같은 주식이나 보험에 미리 투자한 아이들에게나 그 금액이 충당될 것 같다. 즉슨 이 글은 취업한지 10년은 넘은 30대 중반 내지 40대 초반에게나 필요한 계산이라는 뜻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남겨진 재산은 거의 없을 거라 짐작하지만, 맨 끝부분에 가면 빚을 청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오니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단점을 지적하자면, 이 책이 2010년도에 나온 책이다보니, 투자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다 지나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2010년도쯤에 쓴 글인데 앞으로 5년간은 주식이 오를테니 펀드에 걸라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의 말만 믿고 펀드를 고른 사람들은 무진장 손해를 봤겠지 ㅉㅉㅉ...

 그래도 좋은 점은 여러가지 있다. 첫째, 이 책은 은퇴자산, 보장자산(의료보험같은 것을 말한다.), 집 포트폴리오, 예비자산(비상책을 대비한 목돈같은 것을 말한다.) 등을 확실히 하고 위와 같은 재정적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투자를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본인은 안 할 거지만.) 둘째, 쉬운 수학적 계산을 사용하여 이 공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확히 표시해주니 금액에 대해 목표를 정확히 짜고 자산계획을 설정할 수 있다. 아무리 3년 전에 쓴 글이라 할지라도 내가 보기엔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요전에 읽었던 부부 재태크만큼 유용했으므로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보고 내용을 정리할까 생각중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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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문화첩 - L Novel
ZUN 지음, 곽형준 옮김, 아사이 겐지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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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야: "기춘제, 아니, 당신을 공격한 인간은 빨갛기도 하고 하얗기도 한 인간이 아닌가요? 혹시라고 할 것도 없이."
레티: "흑흑~."
아야: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밖에요."- p. 29

 

 

동방프로젝트 캐릭 중 유일하게 싫어하는 캐릭터입니다.

얘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먼치킨 반대.

 

 드디어 사놓기만 해놓고 벽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던 동방프로젝트 시리즈를 용감하게 도전해보았다. 사실 동방어레인지, 즉 BGM만 좋아하고 게임은 안 해봐서 거의 게임스토리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대충 봤는데 그럭저럭 이해가 되었다. 뭐 동방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하는 스토리평을 들어보면 차라리 게임을 하지 않고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소설책과 만화책까지 다 읽은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면 완전 스토리가 중구난방으로 날뛴다고 하니, 어지간한 동방 팬이 아니라면 아예 스토리를 연결시켜보려는 노력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ZUN씨의 글은 생전처음 접해보는데, 이건 완전히 뜬구름처럼 두둥실 떠있는 게 굳이 예를 들자면 무라카미 류의 <피지의 난쟁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딱히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라 환상향 분위기 자체가 그냥 못생긴 난쟁이가 한 여자와 함께 기나긴 복도를 헤메고 있는 그 스토리 그대로였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왠지 무라카미 하루키같이 '돈 벌면 좋고, 아니면 말고'같은 나른하기도 하고, 어딘가 니트 아저씨처럼 위험한 냄새도 풍기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대충 이런 성격의 인물들이 스타가 되는 건가.

 아무튼 동방문화첩 자체로는 양호했다. 아야의 신문기사와 1년 뒤의 인터뷰라는 설정도 신선했고, 음악에 대해 ZUN씨가 직접 평한 것도 그럭저럭이었고, 단편만화도 봐줄만했고. (간간히 등장하는 백합드립과 사이쿄우지 유우코의 "엉덩이 씻고 기다려라!"라는 대사엔 뿜었지만.)

 

 

뭐 이런저런 단점을 꼬집어봐도 매우 부러운 건 ZUN씨가 일본설화와 민간전승을 동방프로젝트에 최대한 차용했고,

그게 흥했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게임일러스트에서 우리나라 설화들을 리메이크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

동방프로젝트같은 걸 우리 자체의 기술로 만들 수 있다면...하는 꿈을 꿔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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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4 대산세계문학총서 24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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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사부님, 몸이 한가롭기를 바라신다면 어려울 게 뭐 있습니까? 공덕을 이루신 뒤에 '모든 인연이 끝나고 모든 법이 공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 때에는 가만히 계셔도 자연스럽게 한가로운 몸이 되실 게 아닙니까?- p. 58

 

 

서유기는 개그요소가 충만한 전개에 풍부한 도교지식,

그리고 걸핏하면 벌어지는 요괴와의 싸움이 쏠쏠한 재미가 있어 동양의 여러 군데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너무 미화시켰고, 중국에선 섹드립만 충만했던 것으로 기억함...

본인은 우리나라의 날아라 슈퍼보드가 그나마 가장 리메이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기에 여자를 집어넣은 게 흠.

 

 아무튼 이번 4권에서는 산중에 요괴가 없었는지 계속 신들의 부하들이 요괴로 변신해서 등장한다. 급기야 세번째 등장(청북사자던가?)에서는 손행자가 막 짜증부리는데 그 기분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왕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는데 가뭄이 들어 고심하던 찰나, 신통한 도사(=요괴=청북사자)가 등장하여 비를 내리게 한다. 삽시간에 그와 엄청나게 친해졌던 왕은 어느날 그와 같이 호수를 거닐고 있었는데, 그 도사가 왕을 호수에 빠뜨리고 왕으로 변장하여 나라를 다스린 것이다. 본색이 보살 밑에서 도를 왠만큼 닦은 닦은 청북사자라 왕보다도 더 정치를 잘 펴는데, 그래도 3년동안 우물 밑에서 갖혀살았던 왕이 귀신이 되어 삼장 일행에게 사정하니 그들은 또 못본척 할 수가 없어 도와준다. 그런데 알고보면 왕이 그런 벌을 받았던 '끔찍한'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 보살이 변장하여 왕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라 충고하였더니 물에 빠뜨려 죽을 때까지 3일간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왕은 내심 찔리는 데가 있었는지 복귀하자마자 삼장 일행에게 당장 왕자리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럴 마음이 딱히 없었던 삼장 일행은 왕 자리를 거절한다.

 게다가 왕이 정치를 잘하면 백성들이 심기가 편해질 것인데, 왕궁과 가까운 절은 삼장 일행을 매우 차갑게 대한다. 게다가 왕의 아들은 자신들을 도와주기로 한 삼장 일행에게 대뜸 신경질부터 부리질 않나. 그 왕의 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왕이 되었으니 삼장일행이 다녀간 다음부터는 정치를 잘 하겠지 싶으면서도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책에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었기에 본인이 굳이 사족을 붙여서 이야기를 설명한다. 요괴하고 싸우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사회비판적이고 심히 오묘한 이야기도 있다.

 다음엔 홍해아와 우마왕이 등장한다. 우마왕이 손행자와 마왕시절 알고지냈던 사이였기에 그들의 싸움이야기는 좀 지지부진하게 길어지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엔 반드시 10권까지 완주하고 말겠다고 다짐한 게 있으니 다 읽어보겠다. 왠지 다 읽은 후에도 다시 재탕하게 될 것만 같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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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생
최인호 지음, 조금희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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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걱정하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부르시는 것은
우리가 날개를 가진 거룩한 천사임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는 암을 앓고나서 이 소설을 썼으며,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에세이를 씀으로서 더욱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는 '암을 치료하는 데 이 약이 좋다 혹은 저 방법이 좋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단지 투병을 견뎌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모든 에세이에서 그렇듯이 여기에서도 그는 종교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표방한다. 단지 이 에세이에서는 그 문장이 더 간결해지고, 표현력은 더 짙어졌을 뿐이다. 그는 창작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마리아상 품안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고 어린 아이가 떼쓰듯이 영감을 달라고 떼를 썼다고 한다. 중세시절, 창작의 고통으로 인해 뮤즈에게 기대고 싶으나 차마 체면을 버리지 못하고 엄숙한 글을 서면에 쓰는 것으로 자신을 억제했던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생각난다. 그들에게는 아마 최인호 소설가가 선망이자 질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그는 마침 이 에세이를 쓰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과 법정 스님의 죽음을 거쳐가게 되었다.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무소유했어야 했다는 그의 말에 나는 새로이 눈을 뜨게 되었다. 본인이 한국의 진정한 문학작가라 부르는 사람은 김진명, 이청준, 이 둘 뿐이었다. 그런데 최인호를 추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인해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솔직히 <광장>을 봤을 때는 김진명의 소설을 봤던 때처럼 찌르르하게 울려나오는 한국의 우렁찬 음성도 없었고, 이청준의 소설을 봤던 때처럼 잔잔하게 울려나오는 한풀이의 곡성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냥 난 이 분을 유일하게 맘에 드는 한국의 에세이스트로 기억해야 할 듯하다.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는 게 에세이스트의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본인은 이 분의 글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를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매우 힘들었을 때 예수와 같이 십자가를 지고 가는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거의 10년간 잊고 있었던 그 꿈을 이 책이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힘들때마다 이 장면을 생각하면서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성서를 더 열심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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