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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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했다. 내 비록 다리가 다섯 달린 괴물이었지만 너를 사랑했다. 내 비록 비열하고 잔인했지만, 간악했지만, 무슨 말을 들어도 싸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했다! 그리고 때로는 네 심정을 헤어릴 수 있었고, 그때마다 지옥의 괴로움을 맛보았다. 나의 아이야, 롤리타, 씩씩한 돌리 스킬러.- p. 458

 

 

 

역대 원작 롤리타와 궁합이 가장 잘 맞았다는 영화 롤리타의 주인공 롤리타.

배우 이름은 도미니크 스웨인인데 우리나라 나이로 16살에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한다.

원작에서는 사실 12살 때부터 계부에게 잡혀살았다 하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도전했었던 작품이었지만 험버트가 롤리타를 학교에 보내고 롤리타에 대한 의심병이 도지기 시작할 때부터 질려서 그만두었었다. 그 때는 아마 험버트도 그녀에 대한 육체적 사랑에 슬슬 물리고 집착 같은 것이 형성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롤리타가 다른 남자와 도망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자 다시 소유욕이 충만해졌겠지. 그러고 나서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임신한 롤리타를 볼 때, 그 때 아마 그는 자신이 정말로 롤리타를 사랑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지나가고 나서야 깨달으니까. 사랑하면 자연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특히 정신병원에 조용히 수감되서 누워있다보면 더욱더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 자신이 롤리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비로소 깨달은 그는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질투에 눈이 멀어 롤리타의 첫사랑을 죽이고 나서도 (롤리타가 처음에 험버트를 따랐던 건 동경심이라고 치고.) 롤리타에 대해 책을 쓸 계획은 깜빡하고 고속도로를 역주행 한 것도 그 일종이라고 생각되고. 아니면 모든 것을 거꾸로 돌려 과거로 회귀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아무리 험버트가 자신의 짝사랑을 아름답게 미화시켰다 한들 현실은 가혹하다.

 

 의붓아버지는 그 모양이고, 첫사랑마저 집단성교를 할 것을 강요했었던 롤리타는 더이상 정상적으로 한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게 되었다. 원래부터 강단도 세고 똑똑했는지 귀머거리같은 남편을 잡아서 어떻게든 살고 있긴 했지만, 아무리 포즈가 열정적이라 해도 승부욕이 없어 테니스 선수가 될 수 없는 신세와 똑같다. 으레 짝사랑이 도가 지나치면 사람을 망칠 수 있다는데, 짝사랑 상대가 만약에 아이라면 효과는 더 심하다. 소설에서는 정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있을 수 없다. 아이의 멀쩡한 가정을 파탄내고, 좋아하는 감정이고 뭐고 다 사라져버린 변덕스러운 아이와 함께 납치여행을 다니고, 멋대로 아이를 순수하다고 생각하면서 선입견을 뒤집어 씌우고 비뚤어진 권력으로 억누르고. 육체적 관계보다 훨씬 더 나쁜 건 이 난리통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간 그녀의 주관, 그리고 자존심이었다. 역시 롤리타와 험버트같은 경우라면 이뤄지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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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색에 흐려진 일상 1 - AK Novel
다테 야스시 지음, 김지연 옮김, 에렛토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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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배우도록, 그의 발상, 번뜩임은 신의 영역에 이르고 있지. 시청자를 쌈싸먹는 애드리브, 막말과 호통, 공채다운 정통 개그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 두뇌는 저 복룡이나 봉추하고도 비견할 수 있다고. 고유명수로서 언제나 맨 먼저 상큼하게 나서는 그 자태는 쩜오 그 자체. 그야말로 진정한 희극인, 하얀 거성, 악마의 아들... 그게 바로 명수 옹이다."

 

 

요새 하도 일본 작가들이 혐한을 작품에 마구 던진다고 해서 기분이 우울했는데

이 책은 무한도전을 극찬하고 있다. 특히 명수옹을.

원작에서 짰는지 아니면 번역가가 짰는진 알 수 없긴 한데 명수형 이거 보고 기분좋아할까 ㅋㅋㅋㅋ

 

 일단 스토리 이전에 세계관(?)을 설명한다면 대충 이렇다. 사람이 죽었다. 그 주변의 산 사람은 계속 죽은 사람을 생각한다. (좋은 만남이던 안 좋은 만남이던 주변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에 없고 무덤 속에 있다는 사실은 강렬한 충격을 준다.) 그리고 그 산 사람의 생각에 부응하여 죽은 사람이 나타난다. 그 사람은 자신과 죽은 사람의 생전 관계에 따라 그 귀신이 나타난 이유를 멋대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귀신은 수호령이 되던 원령이 되던 산 사람에게 붙어다니게 되고, 아무리 끼가 있는 영능사라고 하더라도 귀신은 하나 이상 두기 힘들다. 만일 정말 드물게라도 그 원령이 여러 마리 붙어다니고 그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면 원귀가 된다.

 이 책이 예능을 가장한 만담으로 덮고 있지만 언뜻 보면 참 끔찍한 일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면 저 세상에서 편히 쉬었을 영이 다른 사람이 멋대로 생각한 것으로 인해 지상에 소환되었고, 그 영에게 멋대로 '자신을 저주하라'라고 말을 걸어 원령으로 만들다니. 

 

 

 

실로 하늘이 무섭지 않은 것 같은 그 사람이 바로 이 깜찍한 주인공 우도 루리이다.

 

 어찌 보면 그녀에게 그가 꼭 필요한 게 이해가 된다. 자신과 제일 가까운 사람이 누구보다도 센 원령이 되어 자신을 해치려 하고 있으니, 기분 전환으로 사람과 농담따먹기하려 끊임없이 장난을 거는 게 귀엽기도 하고. 눈이 부리부리하지만 단호하지 못하고 성격좋고 만개 로리로리 천국을 좋아하는(어째 토라도라의 누군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콘노 타카미가 말려드는 것도 어쩔 수 없지.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이 들렸던 소설이었고, 나도 그 독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긴 한다. 예컨대 왜 루리의 과거가 그렇게 빨리 돌직구로 등장하는 거냐. 주인공 과거는 단순하고 루리의 단짝친구 스이의 등장도 적절하니 그건 넘어간다 치고, 애초에 두번째 에피소드가 너무 우울했던 차란 말이다. 분위기를 좀 풀려고 하는 찰나에 루리의 이야기까지 섞이니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때문에 감당이 안 된다고. 작가가 유명해지려고 일부러 의도했으면 안타깝게도 판단 미스. 의식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질렀다면 참으로 불친절한 센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가가 엄청나게 커버해줘서 무사히 소설의 진미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 요행이었다. 이 소설의 번역가는 김지연인데, 라이트노벨 번역은 처음이라 한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책과 콩나무 출판사의 일본동화를 주로 번역했던가보다. 책과 콩나무 출판사 카페와는 나도 조금 인연이 있고 번역가 이름도 왠지 낯설지 않은게, 참 멀리 돌아서 만났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꽤 본인에겐 꽤 인상깊었던 소설이라 리뷰를 좀 길게 써버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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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Novel Engine
보르자 지음, Riqurr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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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리가 체포해도 되요? 괜히 멋모르고 체포했다가 꼬이는 거 아니냐고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어, 나 선도청장인데 거기 전화 받은 사람 이름이 누구요?' 이럼 어쩌죠? 전 머뭇거릴 거에요. 그럼 이러겠죠. '이름을 말하라는데 왜 말을 안 해?' 그래서 전 겁을 먹고 선배를 바꿔줘요. 그럼 선배에게 또 묻겠죠. '방금 전화받은 사람 관등성명 좀 말해봐요.' 그럼 선배는...."- p. 46

 

 

이건 전적으로 영희라는 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소설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듀라라라의 이자야와 맞붙어도 될 만한 강적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에필로그 읽어보니 그 정도까진 아니군 싶기도 하고.

 

 아무튼 위의 저 인상깊은 정치드립대사는 철수가 두번째로 무기정학을 먹을 위기에 처해있을 때 선도부실로 들어가자 선도부 졸개들이 주고받은 말이다. 그만큼 그 학교는 공권력이 쩔어있는 곳이다. 마치 자기가 페이트의 에미야이기라도 한 마냥 정의의식에 쩔어있는 철수에게는 한 마디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학교라고나 할까. 첫번째로 무기정학을 먹었던 이유도 어떤 남학생에게 폭력을 당했던 한 여학생을 옹호하기 위해 법적 고소를 하다가 말려들어서 이니까. 1년동안 학교를 강제로 쉬는 수치를 당했다면 왠만해선 그냥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과 다시 재소를 하기 위해 그는 학교로 향한다. 그리고 지부장에게 범죄를 도우라는 지시까지 묵묵히 듣고, 수행한다.

 여러 말을 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기에 자세한 말은 생략하겠지만 이 소설에서 주목할 것은 어떤 상황을 들여다보는 영희와 철수의 명백한 차이이다. 소설의 말미에서 독자들은 기묘한 아쉬움과 함께 그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그녀는 '철수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 단지 진실도 함께 말하지 않을 뿐이다. 내 생전 의붓아버지에게 강간당해 애를 집 근처 보육원에 보냈다는 비터버진의 여주보다 더 불안하고 서스펜스한 여주는 그녀밖에 없을 듯하다. 그나마 비터버진 남주는 사실을 모두 알지만 철수가 그녀에 대한 진실과, 소설 속 그녀의 과거에 대한 암시까지 다 뚜렷하게 알게 된다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_-;;; 뭐 하지만 이 책은 단편이고 이야기는 소설 저 너머의 상상 속에서 계속 전개될 테니...

 책을 소장하고 싶긴 했으나 불행하게도 클라이막스에서 갑자기 뚝 끊기더니 앞부분이 반복해서 나오는 관계로 그럴 수 없게 생겼다. 이걸 중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출판사에서 이런 건 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봤다가 갑자기 맥이 확 빠진다. 어쩌면 그 부분만 없었다면 별점 5개 만점을 줬을지도 모르는데.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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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힘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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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세상이 하는 만큼 많이 무게를 단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이 죽은 사람을 어깨에 메고 간다. 분명히
하늘은 빵을 풍부하게 구우시리라.- p. 43

 

 파블로 네루다에게는 실례가 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유서를 떠올렸다. 구글 기사를 보니 참 많은 노조 사람들이 유서를 쓴 듯하다. 'ㅈ같은 세상 드러워서 간다'라고 그 이상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쌈박간단하게 메시지를 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상세하게 노조의 근황을 적으며 노동자들이 투쟁에 참여해 줄 것을 애원하다시피하는 꼼꼼한 글도 있었다.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라면서 유서에까지 자신의 원통함을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의 점을 찍어버린 노동자분도 있었다.

 유서를 쓴 사람들의 사연이 많다지만, 노조 분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번째는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을 이기지 못해서. 두번째는 자신의 자살로 인해 그래도 조금이라도 세상에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목적에 따라서. 두가지 다 파블로 네루다가 시를 쓴 심경에 딱 맞는 것 같다. 그의 시는 희망에 젖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시샘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 조소를 던지고 있으며 죽은 사람들에 대한 시를 쓰는 등, 굉장히 침울하고 불안한 면을 보인다. 그 위태로움이 딱 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민중들의 심정을 헤아릴 뿐만 아니라 그 마음에 파고들어 하나가 되는 그 완벽한 감정이입이란! 역자의 코멘트대로 진정성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이 시를 읽고서 나는 순식간에 그의 팬이 되었다. 그들의 육체에 잠입하여 그들과 함께 유서를 쓰고, 그들과 함께 여러번 올가미에 목을 매달아야 했을테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쩌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란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디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모두 성불하셔서 다시는 이 더러운 세상에 태어나지 마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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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자유의 길
장경각 엮음 / 장경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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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해자심애호 深怨害者深愛護! 나를 가장 해치는 이를 가장 받든다!- p. 123

 

 

 

성철 스님에 관한 불교만화 중 이번 책의 핵심 주제를 잘 나타낸 것 같은 한 컷.

 

 대체로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법어에서 시작하여 그 뜻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대하는 게 공양이라는 글에서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좋다고 할 것이지만, 충격적인 글귀도 여러군데 있다. 물론 사람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대체로 개신교에게는 아마 '하느님을 욕하는 사람들이 천국에 가게 해달라고 삼천배 절을 하시오'라는 구절이 충격적이었다거나. 하지만 보편적으로 충격적일 글이 하나 있다. 그는 자신을 제일 아프게 한 사람을 부모처럼 받들라고 한다. 물론 요즘 유명한 혜민스님같은 사람은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라는 직구를 던진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여러모로 레벨이 깊은 것 같다. 그는 악마가 부처가 될 수 있고, 부처 또한 악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전에도 성철스님에 대해 까대는 개신교에 대해서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이 바로 이 구절을 빗댄 게 아닌가 싶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부류의 의미심장하고 알쏭달쏭한 법어 중 하나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다.

 확실히 그렇다고 성철 스님이 사탄 숭배를 했다는 건 아니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봐야 왜 스님이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가 갈 텐데 개신교 작자들이 너무 짧게 생각하고 짧은 머리로 해석하다보니 문제가 된 것 같다. 이에 대해선 참 뭐라 설명할 길이 없고... 일단 성철 스님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머릿속으로 그의 논리가 이해는 가는데 인간으로서 실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말 수행을 하고 도를 닦아야 행할 수 있는 지론인 듯하다.

 이미 불교에서 나온 불생불멸이라거나 전생의 이론을 과학에서 답습하고 있다는 그의 이론도 흥미로웠다. 여러모로 이 스님은 알아갈수록 점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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