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1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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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 지위도 올라가고 학벌도 올라가고 아이들 교육도 여성이 너무 잘해요. 일도 너무 잘하고 다 가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인생이 허무하다'라는 말을 해요. 여성들이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으면서도 더 나가지 못하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머무르고 새로운 사유를 열어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 p. 40

 

 비록 이 글을 쓴 사람의 동양학과 관상학 극한 찬양에 대해서는 일부 수긍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이 대목에 관해서는 공감하는 게 많다. 우리나라도 비록 '여성 대통령'이라지만 꼴보수 국가가 되었다는 세계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고, 다른 동아시아에서도 여자가 수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라 안의 분쟁과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그 세계에선 남성성이 있어야 살아날 수 있다는 선입견이 너무 강한 탓에, 여성성이 없는 여자가 되려고 너무 노력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선 남성이 여성성을 갖추어서 새로운 철학을 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깊은 글귀 다음에 적혀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신년대담코너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 진보층에게서도 등돌려지는 철학을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반가웠다.

 

 

나는 난로다 콘테스트 후기도 꽤 인상깊었다.

일에 쫓겨서 남쪽으로 내려갈 기회가 거의 없는 본인으로서는 간접적으로 알찬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난로는 아무나 들여놓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않은가. 일단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주택에 사는 사람이 주로 쓰는 물건인데... 원래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농사짓는 사람과 시골에서 사는 사람 위주로 기사를 쓴다고는 하지만, 난로소개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적정기술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와 함께 도시에도 응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소개했다면 좀 더 유익한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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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4.01.21 - 1060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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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경향은 다른 시사언론들과는 달리 기사와 사진이미지의 균형을 잘 잡아주는 게 특징이다. 보통은 순수하게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도대체 언제 저런 걸 캡쳐했지'하고 감탄할 만큼 신박한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올 때가 있다. 주간경향에서 이것만큼 큰 장점이 돋보인 적이 없는데 소위 이것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주간경향의 저널리즘이라는 것일까.

 단순히 벌레를 잡는 이모티콘의 동작을 재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네티즌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베를 해충으로 표현하여 그것을 잡는 장면이다.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설령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라고 하더라도 대세를 따라가는 그림을 표지로 삼는 그 가상함만은 높이 돋보이고 싶다.

 일베가 처음 생겨난 의도하고는 많이 달라진 그 의미심장한 배경에 대해 약간의 음모론을 품고 파헤쳐나가는 구도는 상당히 좋았다. 최근 생겨난 일베혐오와 관련된 낱말들과 일워도 이 기사에 의해서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단지 아쉬웠던 건 여성에 대한 일베의 놀라운 혐오감에 대해서는 싣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 범죄자'라고 섣불리 낙인찍는 것이 싫어서 그럴 수 있겠다 인정하더라도 '김치녀'라거나 '씹선비' 등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여성에 대한 욕설들을 들어보면 이 사람들이 여성을 인간으로 보기는 한 건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이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이 있고, 남성들이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데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일베를 사회현상으로서 냅두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여성가족부가 이제부터라도 일베와 전쟁을 벌여서 문을 닫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보니 다 틀렸다 싶은게... 박근혜가 불통이라는데 '아니에요 우리 박그네 찡이 얼마나 제 말을 잘 들어주시는데요' 이러고 있으니 하...)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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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상 -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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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달리 오직 인간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 좀 억지스럽지만 인공지능 시대엔 창의성 교육보다 순수한 인본주의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더 기댈 수 있는 믿음직한 언덕이 될 것이다.- p. 247

 

 한국에서 단연 최고라 부를 수 있는 미래학자, 사회학자, 과학자 등등의 지식인들을 총동원시킨 이 책의 단점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로 진중권이나 김규항같은 지식인 계의 아웃사이더는 아예 구성에서 빼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말은 거칠지 몰라도, 현대에 주목받던 지식인들 중 하나이며 무엇보다 '진중권의 오딧세이' 등의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진중권은 아직도 우리나라 미학계의 선구자이다. 2020년의 미학에 대해 물어보았더라면 정치 발언을 빼고 철저히 거기에 몰두할 수 있는 지식인인데. 아무래도 중앙일보가 보수신문에 가깝다보니 진중권이 거절했거나 중앙일보에서 꺼렸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10년 후 위축될 산업분야에 대해선 말을 굉장히 아낀다. 예를 들면 TV에 대한 설명이 그렇다. 노인들만 예전에 했던대로 TV를 계속 볼 것이고 청년들은 TV에서 벗어날 거란 이야기는 TV가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일러스트를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좁을 수 있는 A4용지 반 장 분량에 책의 주제들을 척척 담아내는 놀라운 그림이다.

 

 현재는 2014년이고 이 책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2020년은 앞으로 절반 정도 남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이야기 중에서 3분의 1 정도는 이미 사회에서 충분히 이슈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아직도 논술시험 대비, 혹은 10년 후 자기 모습에 대해 쓰라는 과제가 주어진 학생에겐 쓸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추천하는 바이다. 신문기자들이 편집한 탓에 상당히 정리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최대한 쉬운 문장을 쓰려 노력한 티가 보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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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4.01.07 - 1058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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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힐링이란 우리의 상처를 마취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통해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직시하고, 분노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p. 49

 

 

사실 본인이 주간경향을 다시 보게 된 건 일전의 경향신문사 폭거 사건 때문이었다.

경향신문사 직원들도 이제 민주노총이 겪는 수난을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

적어도 예전처럼 이상한 인사들을 초대해서 이상한 말로 눈을 더럽히진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또한 이제는 그런 식으로 해서 정부에게서 몸을 숨길 수도 없을 테고.)

 

 과연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 사진과 그에 걸맞는 기사는 언제나 내가 주간경향을 읽으면서 가장 높게 평가했던 분야였다. 특집 '2014년 말해야 할 것들' 첫 부분의 사진과 (경찰들이 증거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하늘 위로 드는데 그 포인트가 집중되는 위에다가 기사를 붙여놓았다.) 최연혜 철도공사사장이 물을 마시면서 지었던 표정사진은 압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전 능청스러운 투의 기사는 그대로이지만, 거기에 좀 더 가시를 박아둠으로서 신랄한 느낌을 한 층 더해 놓았다.

 조금 아쉬웠던 건 문화 관련 기사의 급격한 증가이다. IT칼럼 분량이 갑자기 줄어든 느낌이 들고, 반면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란이라던가 '정윤수의 도시 이미지 읽기'란이라던가, 무엇보다 백가흠이라는 소설가가 쓰는 란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 갑자기 그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운동권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글쓰기 활동을 많이 하는 작가라서 일단 안심은 되었다. 본인은 엄연히 소설가는 소설로서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드러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유를 매우 적절하게 쓰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이니 그의 작품을 조금 읽어볼까 생각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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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소화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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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 그만두라고! 내려와! 여긴 좋은 곳이야. 볕이 잘 들고 나무가 있고 물소리도 들리고, 게다가 무엇보다도 먹을 것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그가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낮은 웃음소리도.
아아. 이 유혹은 진실과 비슷하다.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속에서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하지만 피는, 산에서 자란 나의 바보 같은 피는 역시 집요하게 외친다.
ㅡ싫어!- p. 107

 

 

최근에 오바타 타케시가 인간실격을 리메이크해서 그렸지만, 난 그 작품은 보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제 오바타 타케시는 뭘 그리든 데스노트의 라이토를 연상시킨다는(...)

개인적으론 오시미 슈조가 그렸으면 인간실격의 결말부분을 좀 더 잘 표현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나중에 만년의 후기를 보니, 다자이 오사무는 이 만년이라는 작품을 쓰기 위해 어언 10년간을 미친 놈처럼 살았다고 독백처럼 고백했다 한다. 실제로 인간실격은 여러모로 그의 인생을 반영한다는 인증도 있고 하지만, 만년은 인간실격에서보다 훨씬 더 성찰적이고, 더 자기비판적이다.

 

 인간실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당히 죽인 채 진행하다가, 느닷없이 '아버지가 잘못이다' 따위의 독백으로 끝내서 상당히 허무했던 감이 있었다. (물론 본인이 인간실격을 읽고 쓴 후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의 부모는 굉장히 비열한 방식으로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탓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케이스가 상당히 복잡하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간실격 후기를 참조하기를.) 하지만 만년에서는 자신의 인격을 쪼개어, 주요 등장인물에서부터 매우 사소한 인물 하나하나를 연기하도록 시킨 기분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어수룩하게 연기하는 광대를 보는 느낌. 게다가 말이 단편소설이지 장면 하나하나는 매우 짤막하다. 인간실격만 봤지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은 벌써 '잎'만 보고서 책을 덮었으리라 생각한다. (섬뜩하게도 아무 연관 없어보이는 잎의 구절들 하나하나가 그의 인생 하나하나에 절묘하게 연결되면서 소설 하나가 완성된다. 엔하위키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검색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 작가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그의 인생을 이해해야 한다.)

 

 위에 인상깊은 구절은 '원숭이 섬'이라는 소설에서 따온 구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마네스크'와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가 제일 재미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자신을 신랄하게 까대는 소설이라서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악의 꽃' 만화에서 자신의 동물적 본능과 실수들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카스가를 문득 떠올렸다. 책을 다 읽은 아직도 오시마 슈조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그런데 샛길로 빠진 이야기지만 소문에 의하면 오시마 슈조의 아내가 평범한 성관계로는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고, 오시마 슈조 자신은 정작 아내를 만나기 전엔 정상적인 남자(...)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여자가 없었다면 남자문학가가 탄생하지 못했을 거라는 작가들 사이의 여담이 어느 정도는 맞을 지도.)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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