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세코이 우리는 위장연애중~! 3
코미 나오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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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란마 1/2이나 천생연분같은 여느 하렘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이전엔 하렘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본부인과 두근두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니세코이는 가짜 본부인(?)과 두근두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캐의 비중을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에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마리카이다.

 주인공들의 학교에 잠깐 놀러온 마리카의 친구가 '너 아직도 니 남자친구에게 그 사실 안 말했니?'라는 식의 떡밥을 남기고 사라지는 걸 보면 마리카가 '팬던트는 하나인데 열쇠는 여러 개'라는 식의 이 난해한 퀴즈를 해석해줄 중개자로 보인다. 하지만 니세코이의 여러 여캐들과 동떨어지는 태도를 보이고, 남주 하나에게만 열렬하게 매달리다 보니 쉽게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남주도 대충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은 것 같긴 한데 그게 마리카 같지는 않아 보이고... 사실 마리카 외 여캐들의 결속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그 관계에서 빠져나와 남주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그 모임을 돌이킬 수 없이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는 것 같다. (너무 단단한 돌이 부서지면 완전히 초전박살 가루가 되듯이.) 그래서 가짜 본부인은 만일 자신이 연심을 못 이겨 남주에게 고백을 할 경우 외국으로 튈 결심을 한 것 같고. 심지어 남주가 기억을 잃자 여캐들 모두가 '그냥 쟨 이대로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버리기도 하고 흠... 코믹한 장면으로 등장하지만 뭔가 여캐들이 심리전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분위기다. 결론만 말하자면 남주가 개시키(...) 남자로서 예쁜 여자한테 두근거리는 마음은 그렇다 치고 진심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여자가 세 명이나 있는 건 뭔 시츄에이션인가 ㄱㅡ

 아무튼 주인공들이 예전에 봤다는 동화책이 생각보다 내용이 탄탄하고 복잡한 듯하다. 서브스토리가 많이 나와도 좋으니 결말만 흐지부지 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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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유실물 17
미나즈키 수 글.그림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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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변태물이라고 자자하게 소문났던 하늘의 유실물이 이렇게 완결이 났다.

제목에 의거해 마지막을 묘사하자면 하늘의 유실물들의 희생으로 인해 힘을 모아 제우스를 한 대 제대로 패버리고 모든 걸 원상태로 되돌리는 이야기이다.

아무튼 천하태평인 토모키도 마지막에서는 동요하긴 하는군.

이쯤되면 좀 쓸모없는 얘기이긴 하지만, 토모키가 은연중 마음에 두고 있는 본부인이 누구인지도 여기서 밝혀짐.

 

 그런데 다이달로스가 머리 한 번 묶었다고 소하라를 닮는다는 건 아무리 봐도 엄청난 억지다. 하긴 워낙에 인물들을 비슷하게 그리다보니 뭘로 우겨도 할 말이 없긴 한데, 이건 완전히 모 드라마에서 자신을 죽일 뻔한 남편에게 복수하겠다고 눈물점 하나 찍고 나타난 여자랑 다를 게 뭔가! 근데 팬층에서는 워낙 하늘의 유실물에서 주인공들이 대거 사망하는 사태를 많이 지켜봐서 그런지 그간 주인공들이 다 살아난 것만으로도 아침드라마 각본이 용서가 되는가보다 ㅋㅋㅋ

 아무튼 수습 못한 떡밥들도 몇 개 보인다. 우선 회장의 정체가 무엇인가라는 문제인데... 스기타도 간신히 도달한 시냅스에 어떻게 그녀 혼자서 슝 날아갈 수 있었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인간으로 보기엔 무리이다. 최근 외전으로 진행되는 코스모스에서 스기타가 나오니까 회장의 정체도 거기서 밝혀지리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인데, 설마 회장이 머리를 묶으면 코스모스의 성장판이 되는 것인가... (뭔가 상상하기 싫어지는데?)

 짐작하기엔 다이달로스가 생략한 이야기가 몇 개 있을 것이다. 망가진 이카로스보고 시냅스에 쳐들어가라고 명령하는 꼬마가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이게 제우스같다. 이카로스가 하도 강하다보니 상당한 양민학살이 벌어졌고, 제우스가 워낙 카리스마 강하고 독보적인 존재이다보니 마치 아주 옛날부터 시냅스가 제우스의 지배를 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 뿐. 아무래도 시냅스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천사들의 세계가 존재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고보면 회장은 제우스의 추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시냅스 이전 세계의 중요인물이고, 제우스의 눈을 피해 인간 세계에 숨어 사는 종족일 거라 짐작된다.

 아무래도 코스모스는 세계관과 떡밥 추스르기가 주요 테마가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미나즈키 수가 이 거대한 떡밥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장담하진 못하겠지만, 하늘의 유실물의 깔끔한 완결을 보면 코스모스 또한 소장할 만한 가치는 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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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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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알아서 하겠지. 가고 싶은 곳엔 가봐야지. 어쨌거나 곧 결혼한 여자가 될 테니까."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의 말은 '이제 네가 성인이라는 걸 인정해야겠구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했고 '너도 곧 구속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뜻인 것 같기도 했다.- p. 148

 

 

 어릴 때는 몰랐다가 머리가 크고 남의 일에 (특히 불상사에) 관심이 생기는 나이에 접어들 때 왠만한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감춰져 있던 여러가지 비밀들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사촌의 딸이 태어날 때 아빠가 없었던 게 아니라 그 내면에 '여러가지 과정'이 숨겨져 있었다던가, 혹은 이웃사촌이 어떤 유부남이랑 바람나서 사이좋게 동네를 도망갔다던가.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인생을 살면서 한 두번 들어보기도 하고 실제로 직접 마주해보기도 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 순간을 어떻게든 모면하던가 모른 체 하던가 하여 지금 여기에 생존하고 있을 것이다. 타인의 입장이라던가 진실을 알면 버텨나갈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엔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이 소설은 단편집인데 '사람이 한 번은 물리고 지나갈 수 있는 꽃뱀같은 로맨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며, 그 사람들이 과거의 일이라던가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감돌진 않는다. (대부분의 상황에선 그렇다.) 하지만 뭔가 이 기분은... 묘사할 순 없지만 소설 하나도 안 보고 어톤먼트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그 충격적인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곰이 산을 넘어온다' 소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뒷목잡고 넘어가리라 생각한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뿌린다면 이 소설은 이전 소설에도 잠깐 언급된 모파상의 목걸이와도 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여자는 절대 남편 앞에서 아픈 모습 보이면 안 된다는 거 ㅡㅡ

 실제 남편이 비슷한 직업이었는지는 몰라도 어느 소설이던 대게 교수 남편과 전업주부의 결혼생활이 등장하는 점이 특이하다. 남자들이 쓸데없이 권위의식 쩔거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자가 일생껏 힘겹게 그 남편을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닌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동료로 똘똘 뭉쳐서 남편을 욕하느냐? 아니다. 그렇다고 도피를 꿈꾸거나 바람을 피느냐?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쐐기풀'이라는 소설의 경우에는 몇 초간 바람피려는 마음을 가지려다 단호박같은 상대 남자에게 매우 세게 걷어 차인다. 개인적으로 소설 중 이 여주가 제일 불쌍하다 생각함;;;;) 페미니즘 소설이라기보다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남성이 지배권을 잡은지 하도 오래 되서 여성의 몸 속에 근원적으로 박혀버린 존재론적 차별의 벽에 대해 다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작가가 내가 본 어떤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파탄적인 커플브레이커라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소설은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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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2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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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물떼새 대규모 군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05년 5월경 옥구염전이었다. 이 가운데 8만 마리 붉은 어깨도요는 더 이상 관찰할 수 없었다. (...) 새만금 주변 금강 하구와 유부도 일대, 곰소만 비롯해 한국 어느 갯벌에서 사라진 숫자만큼 관찰하지 못했다. 이를 증명하듯 호주에서는 월동하는 붉은어깨도요 숫자가 줄었음을 발표했고, 그 사라진 개체가 새만금 갯벌의 상실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껏 그 숫자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p. 36

 

 

새만금에 공사를 하도록 방치함으로서 이렇게 귀여운 새를 우리는 대량학살한 것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근데 저 정도가 되면 말리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2월호에선 철학이 많이 등장했다. 양심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건축철학, 시민들의 정보유출을 적극 권장하는 과학의 부정적인 철학, 자신이 살던 곳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철학 등등. 특히 본인은 맨 마지막에서 감동을 받았다. 흔히 정치가들과 과학자들은 마을의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님비현상'이라 일축하면서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라고 적극 권장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 쓸데없어 보이는 '현상'도 하나의 위험인지의식이며 인간의 중요한 본능으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녹색과학실 코너에서 김동광이란 분이 쓰신 칼럼인데 이필렬 교수님의 글을 많이 참조한 것 같다. http://opinionx.khan.kr/4414 이 사이트를 가 보면 첫 구절이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김동광 씨는 이 분의 글에서 더 발전하여 보이지 않는 위험을 경계하는 감각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글이다. 밀양 내부에서 송전탑을 지중화하자는 사람들과 지중화도 안 된다는 강경한 이론을 가진 사람들이 미묘한 긴장을 이루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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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향연 1 - 개정판 얼음과 불의 노래 4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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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욕한 그대로 직역 천지다 ㅋㅋㅋ 그러나 요즘엔 드라마도 나오고 미드덕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다보니 얼불노 해석이 거지같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엔하위키에서 책을 뜯어고치다시피 번역을 해주었다. 그걸 보면 전혀 이해가 안가는(...) 직역 부분들은 왠만큼 다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얼마나 달려들었는지 직역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부분들까지 다 뜯어고쳤더라(.....)

 지금까지 나왔던 얼불노 사상 가장 기막힌 반전으로 인해 멘붕된 티리온은 독백을 할 만큼의 여유도 없는지 이 소설에선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기이한 건 이 시점에서 타르가르옌도 티리온과 마찬가지로 잠수를 탔다는 것이다. 나쁜 남자 혹은 여자에게 끌린다거나, 드래곤을 좋아하는 등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둘이 만나서 짝짝쿵 할 거란 의견이 있던데... 뭐랄까 아무리 멘붕이라고 해도 그렇지 티리온은 절대 산사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산사가 매우 짜증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에 가혹한 일을 너무 많이 겪은 여자아이에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히스테리가 아닌가. 특히 아리아처럼 쿨하지도 못한 소녀소녀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더욱.

 

 

아무튼 3부 맨 후반에서 큰 사고를 친 이후로 산사는 어쩌다 얼불노의 숨은 중심인물처럼 되어버린다.

 

 샘의 비중도 덩달아 커졌다. 의도한 것인지 존 스노우가 연달아 승진하는 이후로는 그의 시점이 아예 차단되어 버린다. 아니, 어쩌면 그가 짧은 순간 겪었던 사랑의 아픔과 연타로 닥쳐오는 책임감 때문에 감정의 문을 닫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그의 추종자 노릇을 하던 샘은 그에게 아버지를 만나라는 지시를 전달받고 대략 멘붕받아 독백이 차단당했다. 4부 1장에서도 여러가지 사건이 있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는 정도는 아니다. 3부에서 연달아서 멘붕을 때린 직후라서 그런지 계속 정치이야기가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어딘가로 정처없이 떠돈다. 2장에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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