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처럼 생각하고 조조처럼 행동하라
박가현 지음 / 로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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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또 양국공 남왕이라는 말만 앞세우는 인물이 권력을 빙자하여 명태조를 비난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주원장은 역모를 한 것도 아닌데 그를 잡아들여 심문하고 관련된 자들과 공신들까지 모조리 처형하여 무려 2만 명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사실 이 책에 나온 사람 중 옹정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보보경심이라는 중국드라마가 검색되서 뭔가 궁금하여 잠깐 검색해봤는데

세상에 이런 꽃미남이 등장하는 중국 대하드라마는 처음 봤다.

타임슬립 판타지 로맨스라는데 나중에 한 번 볼까 한다. 

 

 생각해보면 바라보는 여자들이 상당히 애가 탈 만한 남자이다. (어쩐지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만.) 일단 절대군주의 자리에 앉아서 사람들을 통치하니 멋있어보일 만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술수이던 원래 성격이던 간에 나라를 위한 모든 편지와 상소에 깨알같은 글씨로 대답을 해 줄 만큼 자상함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여자들이라면 제일 질색하는 사냥도 안 나간다. 당연히 술과 딴 여자도 가까이 할 시간 없을 테고. 20시간 동안 일을 하느라 놀아주지 못하는 건 좀 섭섭하지만 절대적인 지위에 올라앉아 일에 지쳐있고 고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면... 호오. 나름대로 매력있는 남자가 아닌가. 40대에 권좌에 올랐다고 하지만 부녀자들 계열에서는 아저씨에 모에하는 층이 꽤나 두꺼운 편이고, 형제들에게 철저하게 복수를 하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나쁜 남자의 냄새가 흐른다. 한 마디로 바보는 아니라는 얘기다.

 

 명태조에 대해서도 상당히 호기심이 갔다. 그의 사상을 겉핥기식으로 훑어본 것은 사실이지만, 꽤나 가부장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쨌던 파계승에서 도적으로, 도적에서 홍건적 우두머리로, 홍건적 우두머리에서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권력의 최상층까지 올라간 그의 성공스토리에서 우리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다. 중국의 역사는 너무 복잡하지만,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점들이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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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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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

ㅡ남한강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해서 수면은

새의 발자국을

기억하지 않는다

 

오래된 물길들이

산허리를 베는 저녁  

 

강 건너 마을에

불빛이 마른 몸을 기댄다  

 

미열을 앓는

당신의 머리맡에는  

 

금방 앉았다 간다 하던 사람이

사나흘씩 머물다 가기도 했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사진을 봐도 척 아실 것 같다만

나는 눈치쪽이라면 굉장히 둔해서 이 사진을 보고서도 이해 못했고 시집을 다 읽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시인 탓도 하려 한다. 난 '너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슴에 묻으려 한다'라고 하는 사람에게 분노한다. 내가 재미있게 할 줄 아는 놀이가 연애놀이밖에 없다 보니(...) 그렇기도 하다.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은 연애를 굉장히 재미없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마치 카드게임에서 한 번 진 거 가지고 카드를 바닥에 팽개치고 나가버리는, 게임센터에서 간혹 있는 쪼잔하고 철딱서니 없는 인간들처럼 말이다. 일단 애인에게 질릴 대로 질려서 도망가는 사람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말을 써도 되는 사람은 딱 한 종류밖에 없다. 바로 애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사람. 그러나 박준은 이 시집에서 일언반구도 그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단지 시집의 말미에서 딱 이 한마디만 한다.

 

오랫동안 기별이 없는 당신을 생각하면 낮고 좁은 책꽃이에 꽃혀 있는 울음이 먼저 걸어나오더군요

 아... 박준 시인이여. 메말라가고 척박해지는 시대에서 가난함에 대한 쓸쓸함에 대한 이 절규를, 도대체 우리나라 섬 이름도 다 모르는 무지몽매한 독자들에게 어찌 감당하라고 이렇게 썼단 말인가. '오늘의 식단'을 보고 나서야 나는 이 시의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목격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창비 책다방 시즌 2에게 더욱 분노한다. '이 시에 적혀 있는 건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고? 애인과 나누는 것도 사랑이고 가족간의 애증도 사랑이다. 인간에게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면 그럼 무엇이 우리의 전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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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11.12 - no.003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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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핵심이 뭐야? 뭐가 궁금한 거지?"

"다른 여자애들은 나처럼 아프다고 안 하냐고."

"응?"

"내가 계속 아프다고 했잖아."

"아! 그래서 싫어?"

"싫어."

"왜? 왜 싫지?"

"아프니까 싫다고. 도대체 몇 번을 더 말해야 알아들을 거야?"

"아픈 게 더 흥분되잖아."

"무슨 소리야. 아픈 건 아픈 거야."

"네가 아직 뭘 모르는구나. 그건 아픈 게 아니라 좋아죽겠는 거야."

"도대체 어디서 뭘 들은 거야? 내가 아니라는데!"

"아니야? 정말 아니야?"

어느새 담배를 끈 동준이 실실 웃으며 다시 내 곁으로 기어왔다.

나는 이불을 둘둘 감은 채 벽 쪽으로 달라붙었다.

"정말 아닌지 확인해볼까?"

 

 

나츠미가 똑똑한 게 아니라 너네가 멍청한 거다 이 오빠들아 ㅡㅡ

아프다고 이 오빠들아 ㅡㅡ

아프다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저런 그렇게 아팠니?'라는 질문이 너의 입구녕인지 똥구녕인지에서 튀어나오는 거냐.

 

 박민규 작가 다음으로 공지영 작가가 나온다니, 흑과 백도 아니고 이게 무슨 조화인가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고보니 이거 말고 1호와 2호는 정말 흰색과 검은색이다. 그 다음 이번 3호는 회색이고. 역시 공지영 작가는 창비 출판사에 대해서 굉장히 시니컬한 태도를 보였다. 창비 라디오 시즌 2에서 황정은 작가가 보낸 노골적인 조소와 겹치기도 했고, 겹치지 않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는 역시나 진보적인 분이라 야당의 젠틀함에 대해서 경고한다. '야당은 똘끼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지론과도 맞먹는다. 그러나 왠지 '시위할 때 야당이 스크럼을 짜서 폭력시위가 되지 않도록 몸으로 막아야 했다.'는 나의 지론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언제나 기운이 넘치는 공지영 작가님은 또한 시위대 내부에 스파이같은 인물이 섞여 있어서 일부러 사태를 폭력적으로 유도한다고 언론계에 써서 화제가 되었다. 지금은 전직 신부에게 고소를 당했다는 기사들로 뒤덮여 검색해도 보이지도 않는 걸 보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뭐 그런 이야기가 도시괴담처럼 시위장에 나돌기도 했었고, 이 악스트에 나오는 마지막 연재소설 도트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공지영 작가가 그런 말을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단지 '이것은 이것이고 그것은 그것이다'라고 자신감있게 말하는 그녀가 너무나 부러울 뿐이다. 나쁜 남자들에게 맞춰 살아가려 노력하다 보니 성추행 혹은 강간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10대 같은 여자들과, 그 당시 사랑하여 저질렀던 행위를 성추행으로 신고해서 '그때 그 남자'를 붙잡으려는 사기꾼같은 여자들이 예상보다 너무나 많아져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공지영같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기도 하고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동시에 품으려면 싫은 추억을 곱씹어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 했을까. 그녀와 같은 시대에 살아서 정말 기쁘다. 한편으로는 이런 여성도 이전에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니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공지영씨야 뭐 워낙 이뻐서 어떤 장면과 포즈로 사진을 찍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이번 사진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강병융의 우라까이라는 소설 잘 읽었다. 이 분은 이명박 정권 시절 나온 신문기사의 글귀를 하나하나 뗀 다음 붙여서 소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동받았다. 이런 분이 있으니 이제 쥐와 닭의 시대는 조만간 저멀리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들었다. 유투브에서 책을 읽어줄 때의 음성도 너무나 차분하고 좋았다. 이 분의 소설 중 한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에게 경찰이 또 다시 물포를 발포하고 집단 폭행을 가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20대 여성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보도블록을 깨서 경찰에게 던지고 경찰이 날아온 돌을 다시 시위대에게 던지면서 최소한 부상자 4명 이상이 발생했다. 피켓 하나 들고 광화문을 걷는 것조차 불허하는 상황에서 슬픔 말고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다른 돌파구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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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바다 창비시선 346
곽재구 지음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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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택시

눈이 내리네

노란색 택시가 지나가네

 

노란색 택시가 지나가는 동안

근처의 눈밭은 노란색으로 빛나네

 

건너편 길가에서 우두커니 택시를 바라보던

늙은 은행나무 한그루도

벗은 온몸이 반짝 노란빛으로 빛나네

 

카페 후두둑의 유리창 앞 인도에서

꽃다발을 안은 당신이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넘어질 때도

노란색 택시가 지나갔네

 

택시 한대가 세상을 노란빛으로 바꿔놓았어

당신의 중얼거림도 노란빛으로 빛났네

 

얼음으로 빚은 따뜻한 술병들이

샤갈의 마을의 밤 주점을 들썩이고

 

세번째 네번째의 당신이 노오랗게 미끄러지며

보도 위에 입맞춤하네

 

노란색은 사랑이 시작되는 빛깔

사랑 쪽으로 몸을 눕힌 생명들의 온도

 

노란빛의 흉터 한 묶음을 안고 지나가는

당신의 뒤로 눈이 내리고

 

노란빛의 도시가

노란빛의 환호가

우리 영혼을 흔드네

 

 

세월호의 노란 리본을 너무나 연상시키게 하는 시여서 혹시나 했는데

인도에서도 보순토바하라는 시를 지어서 이 나무의 노란 꽃을 찬양하는 걸 보면

그냥 이 시인은 노란색을 너무 좋아하는가 보다.

 

 사실 난 와온 바다라는 시보다는 와온 바다로 가는 길이라는 시가 훨씬 더 좋았다. 짧은 시라서 더욱 함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와온 바다로 가는 때, 그 설렘의 느낌과 주위 풍경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보라색 꽃이 피는 나무 한 그루가 투명한 몸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쓴다는 구절에서는 여성성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시집 전체를 볼 때에는 와온 바다에 대한 시와 인도에 관련된 시로 나눠지는데, 솔직히 나는 와온 바다에 대한 시가 훨씬 좋았다. 딱히 이건 인도의 풍습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리라고 생각한다. 시를 보면 나름대로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 빈민촌에도 가보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시에 잘 전달되지 못했다. 반얀나무같은 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노인의 발을 보고 느끼는 연륜은 딱히 인도에서가 아니라도 한국에서도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와온 바다, 여자만처럼 보순토바하, 반얀나무도 그 단어를 발음할 때의 느낌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소리내서 읽어야 비로소 그 어감이 전달되는 시들이 많다.

 

 

우리집 개는 노란색을 아주 좋아한다.

이 녀석을 3개월 때 우리 집으로 데려왔는데, 눈이 내리는 날 옷에 꽁꽁 싸매 데려온 뒤 눕힌 곳이 노란색 방석이었다.

그 이후로 노란색만 보면 자꾸 그 위에 누우려고 한다.

발톱으로 몸을 긁다가 가끔 상처가 나는데, 그 위에 생기는 딱지도 또한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치유의 색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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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명언 악당의 명언
손호성 지음 / 아르고나인미디어그룹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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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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