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 바다 창비시선 346
곽재구 지음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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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택시

눈이 내리네

노란색 택시가 지나가네

 

노란색 택시가 지나가는 동안

근처의 눈밭은 노란색으로 빛나네

 

건너편 길가에서 우두커니 택시를 바라보던

늙은 은행나무 한그루도

벗은 온몸이 반짝 노란빛으로 빛나네

 

카페 후두둑의 유리창 앞 인도에서

꽃다발을 안은 당신이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넘어질 때도

노란색 택시가 지나갔네

 

택시 한대가 세상을 노란빛으로 바꿔놓았어

당신의 중얼거림도 노란빛으로 빛났네

 

얼음으로 빚은 따뜻한 술병들이

샤갈의 마을의 밤 주점을 들썩이고

 

세번째 네번째의 당신이 노오랗게 미끄러지며

보도 위에 입맞춤하네

 

노란색은 사랑이 시작되는 빛깔

사랑 쪽으로 몸을 눕힌 생명들의 온도

 

노란빛의 흉터 한 묶음을 안고 지나가는

당신의 뒤로 눈이 내리고

 

노란빛의 도시가

노란빛의 환호가

우리 영혼을 흔드네

 

 

세월호의 노란 리본을 너무나 연상시키게 하는 시여서 혹시나 했는데

인도에서도 보순토바하라는 시를 지어서 이 나무의 노란 꽃을 찬양하는 걸 보면

그냥 이 시인은 노란색을 너무 좋아하는가 보다.

 

 사실 난 와온 바다라는 시보다는 와온 바다로 가는 길이라는 시가 훨씬 더 좋았다. 짧은 시라서 더욱 함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와온 바다로 가는 때, 그 설렘의 느낌과 주위 풍경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보라색 꽃이 피는 나무 한 그루가 투명한 몸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쓴다는 구절에서는 여성성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시집 전체를 볼 때에는 와온 바다에 대한 시와 인도에 관련된 시로 나눠지는데, 솔직히 나는 와온 바다에 대한 시가 훨씬 좋았다. 딱히 이건 인도의 풍습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리라고 생각한다. 시를 보면 나름대로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 빈민촌에도 가보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시에 잘 전달되지 못했다. 반얀나무같은 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노인의 발을 보고 느끼는 연륜은 딱히 인도에서가 아니라도 한국에서도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와온 바다, 여자만처럼 보순토바하, 반얀나무도 그 단어를 발음할 때의 느낌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소리내서 읽어야 비로소 그 어감이 전달되는 시들이 많다.

 

 

우리집 개는 노란색을 아주 좋아한다.

이 녀석을 3개월 때 우리 집으로 데려왔는데, 눈이 내리는 날 옷에 꽁꽁 싸매 데려온 뒤 눕힌 곳이 노란색 방석이었다.

그 이후로 노란색만 보면 자꾸 그 위에 누우려고 한다.

발톱으로 몸을 긁다가 가끔 상처가 나는데, 그 위에 생기는 딱지도 또한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치유의 색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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