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 어록으로 풀어 보는 손정의 성공 전략
이상민 지음 / 팬덤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균형을 취한다라고 하면 모든 사항을 중용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균형을 취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어 보인다. 양쪽을 철저하게 밝히고, 과학적으로 파악하며, 철저한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측면에서, 진지한 자세로 모든 일에 몰두하고 싶다."

 

솔직히 이 구절이면 이 책 다 읽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거 읽었으면 이 책 보지 말길 추천한다.
빨리 다른 책으로 바꿔 대출하러 가야지 어휴;;;
손정의는 내 생각보다 너무 고지식한 사람이었고 이 어록을 정리하여 풀이한 작가는 남자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꼰대 의식에 너무 사로잡혀 있어서 읽기가 괴로웠다 ㅡㅡ

 

 세계의 끝에 어째서 오지가 있어야 하며 오지에 왜 반드시 사람이 살아야 하며 그 사람은 노인도 남자도 청년도 소년도 아닌 꼭 소녀여야 하며 왜 그녀가 하필 너님의 제품에 질질 지리며 오겡끼데스까!를 외쳐야 하는가! 그러니 당신이 꼰대인 거야!

 아는 사람이 이상민 작가를 만났는데 아주 사람이 괜찮지만 책은 애매하다고 말해서 하도 궁금해 읽어본 책. 자기자랑과 자기애가 대단한 책들만 출판해댔는데, 이미 독서는 차고 넘칠 정도로 하고 있는 중인지라 평소 알고 싶었던 손정의도 같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택했다. 손정의가 평소에 했던 말들과 이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한 장 분량으로 적혀 있어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은 이름인가, 아니면 작가가 이렇게 짓자고 피력했는가?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해서이다. 손정의가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손정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 극구 칭찬하는 고승덕 변호사는 정치계에서(아마 일상에서도) 매장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시간이 많이 지난 현재는 손정의가 했던 예측들이 많이 달라져서 의미가 있다. 그는 진중한 기업인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허세꾼이었을까? 보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나는 일단 우리나라에만 박혀 있었다면 아까웠을 인물이었다고 조심스레 판단한다. 일단 그 아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던 이상민 작가도 손정의가 했던 말의 의미를 다 따라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럼 내가 손정의와 의견이 달랐던 사항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겠다.

 손정의는 남자란 30대에 삶과 지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40대엔 거기다 부모님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한다. 아, 자세히 보니 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인 듯도 하다.
 결혼할 능력도 없고 부자도 아니면 남자가 아니라는 것 같다.
 왜 페미만 공격하고 손정의는 안 공격하는가? 진정한 남자라서인가? 부자라서인가? 그럼 비겁하게 여자 공격하지 말고 지 무능을 탓하면 되잖아?
 물론, 여성 중에서도 노인 중에서도 죽을 때까지 일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냥 각자 살면 안되니? 징하게 같이 사는 거 고집하네. 외로우면 외롭다고 솔직히 말하던가.

 나는 해외여행은 가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보다 아주 조금 나았으면 나았지 여성차별은 어디에나 전세계에서 존재한다 생각한다. 해외의 모든 것이 새로워서 집중을 하게 되는 것도 잠깐이 아닐까? 가장 차이가 나는 게 언어이고 제2외국어를 쓰는 두뇌가 다르다고 하니, 언어학에 유달리 관심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결국은 환경을 바꾸더라도 나는 나일 뿐.

 내가 사장님들께 부탁드릴 게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정시퇴근 하시고 휴가 좀 잘 가시라는 거다.
 회사에 정말 아주 급한 일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파도 무리하고 계시면 옆에 있는 사원들의 부담감은 증가한다. 정시퇴근할 때 잔소리 안 해도 마찬가지.
 회사도 사회이고 회사 법규가 그 동네 룰인 만큼 그 자신부터 스스로 잘 지켰으면 한다.

 손정의가 꼰대라서 놓친 게 자동차의 컴퓨터 프로그램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길로만 가는 케이스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남자들이 멀티를 싫어한다고 한다. 요새는 멀티와 화합을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다. 점점 남성들이 일할 자리가 없어질 건 확실하다. 하긴 그 정도까지 성공했으면 몇 개는 놓쳐야 다른 사람들이 먹지.

 다만 손정의는 나이든 사람들 다 직위 떨어뜨린걸로 유명했다 하던데 그건 잘한거 같다. 그래야 이해찬 같은 인간들이 정권의 핵심으로 나오질 못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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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 - 열아홉 시인의 아름다운 생태시 선집
정현종 외 지음 / 호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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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 사람을 향해 고개 돌리던 나처럼

차주일

숲이 만드는 끝없는 바람 소리가 곡선이다
나무가 연애하는 중이다
연애는 제 심장을 끝없이 열고 닫는 것이어서
나무는 수그리며, 꼬며, 뒤틀며 제 곧음을 꼴바꿈한다
본디 곧은 몸이어서 욕정 없던 나무 중 하나가
교성 내지르며 뛰어다니는 짐승들이 낸 굽은 오솔길에
제 그림자 슬그머니 맞춰봤을 것이다
이성의 음부를 연 것이 심장 뛰는 소리였음을 알고
몸을 휘어 심장을 만들었을 것이다
오솔길처럼 굽은 나무가 심장을 여닫으며 첫 바람을 퍼뜨리자
다른 나무들도 그림자를 휘어 오솔길을 안아봤을 것이다
첫눈에 반한 사람을 향해 고개 돌리던 나처럼
연애의 느낌을 표현하는 나무들로 숲은 소란했을 것이다
나무들이 휠 때 생겨난 동사와 형용사로 살아온 나
내 유전자인 첫 오솔길을 찾으러 숲에 든다
숲길은 모두 굽어 모두가 첫 길이다
어떤 오솔길을 따라가도 움막 하나 매달려 있을 것 같다
나무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움막 안에서
바람과 침을 삼키며 기도와 식도를 구부리는 짐승과
침엽 같은 털 수북한 짐승을 만날 것 같다
나무 그림자들이 서로 휘감으며 교미를 한다
그림자 체위대로 나무들이 굽는다
숲에서 바라보면 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다
숲과 잇닿은 길은 모두 굽어 있다
숲에서 멀어진 길들은 반듯이 뻗어 죽었다
그곳엔 동사와 형용사가 없는 무정란 명사만 생존한다
그곳 사람들은 바람 소리를 만들지 못한다

  

시를 보고 생각난 모노가타리 시리즈 이야기이지만,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라라기랑 하네카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자길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도 그렇지, 지가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거야. 그냥 조금 먼 길을 헤메어서 돌아왔어도 하네카와는 그 자리에 있을 텐데. 어차피 아라라기는 절대 요괴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 같은데 같이 꽃길을 걸어가면 안 되는 거니.

 

  

환경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의견을 표력하는 시집일 것 같다고 생각하여 샀었다. 재활용용지로 구성된 시집인 만큼 기대가 컸다.

 그런데 약간 실망이었다. 류기봉이라는 시인과 기타 두 분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소극적인 의견 제시에 그치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상순이라는 시인 분이 당시 문학 계열에서 히트를 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허탈한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시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고 잘 감상했다. 그 많은 시 중에서도 양 세 마리라는 시가 압도적으로 인상적이었으니 말이다. 진정한 생태시가 이러니 저러니 따질 구석이 없다는 것도 인정은 한다. 그러나 농부가 반 정도 없는 대부분의 생태시는 그저 대부분의 책들에 등장하는 귀농 판타지에 불과하다.

 나중에서야 류기봉 시인의 시를 보고 책 껍질 뒤의 책소개를 보고서야 이 시집이 류기봉 시인의 포도밭을 테마로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류기봉 시인의 시를 메인으로 두던가, 글 첫머리에 시집을 편찬하게 된 계기를 명확히 설명해야 했다.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선 솔직히 세월호 관련 시집이라던가 사드 설치 반대 시집이라던가 혹은 촛불시위같은 글들을 기대했었다. 자연을 예찬하는 서정시를 기대하고 시집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예상치 못한 무거움에 색다름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순서대로 글을 읽으니 그걸 생각하여 독자들을 좀 더 배려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음 적어도 내가 이 시집을 사는 일은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시는 아주 괜찮았다. 단지 취향이 아니었을 뿐이지.

 

 

  

이 시집에 나오는 시인들 중에서도 내가 특히 주목했던 분은 이경우 시인. 원주농고를 졸업해서 서울로 상경하셨던 듯한데, 다시 원주로 돌아와서 시를 쓰시면서 서울과 원주를 왔다갔다 하시는 것 같다. 마치 하이쿠같이 짧은 시를 쓰시던데, 그만큼 다른 어떤 서정시보다도 더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근데 다른 시집을 검색해보니 시들이 보통 시인들의 시들처럼 길다. 이 시집에서만 일부러 하이쿠같은 시들을 올린 건지도 모르겠다. 

 

내안에 피다

이경우

5월,

오동나무 꽃등이 나를 찾아왔다

삼천 개가 넘는 꽃등이 오동나무에 모여

껐다가, 켰다가 하면서

나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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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창비시선 237
김태정 지음 / 창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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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네 뼈로 내 뼈를 세우리
네 살로 내 살을 보태리
네 몸을 이루는 바다로
삶의 부력을 완성하리
은빛 비늘의 눈부심으로
무디어진 내 눈물을 벼리리
어느날 문득 육지를 보아버린
네 그리움으로
메마른 서정을 적시리

그리하여 어느 궁핍한 저녁
한소끔 들끓어오르는 국냄비
생의 한때 격정이 지나
꽃잎처럼 여려지는 그 살과 뼈는
고즈넉한 비린내로 한세상이 가득하여,

두 손 모아 네 몸엣것을 받으리
뼈라고 할 것도 없는 그 뼈와
살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 살과
차마 내지르지 못하여
삼켜버린 비명마저도

 

  

누가 봐도 단연코 최고라고 할 만한 시집은 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거의 대부분이 운동권이라고 할 만한, 내 어머니 아버지 나잇대의 시인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시대를 반영하려는 시를, 문학을 써내려는게 도리어 그들의 족쇄가 되었다. 그들이 옳지 않은 일을 한 게 아니다. 다만 자연과 시의 본연이였을 노래로부터 도망쳤다. 이런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고된 수행만 반복함으로써 사후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 노력하는 수도원의 늙은 꼰대 수도사들을 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 시집은 달랐다. 일단 스케일이 크다. 시인은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몸을 열어 우주를 보여주고, 우주를 잠시 닫고 자신의 몸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치 어릴 때 거기서 우유를 빨아먹고 살았을 어머니의 가슴을 30살에 만져본 것 같은 충격이 손바닥을, 이윽고 온 몸을 스쳐지나갔다. 이래서 남자들이 그러는구나. 좋아하는 여자가 마치 자신의 어머니 같다고. 이제서야 그 의미를 알았다. 양성애자인지라, 퀴어로서의 감정도 있긴 있었지만 그 느낌이 깬 건 고3 이후 오랜만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낀 듯이 마음 설렜다. 감히 그녀를 내 눈으로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멀찌감치 팬사인회를 여는 그녀의 실루엣을 지켜보거나, 팟캐스트에서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행복해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충격이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떠나갔다니. 그것도 2011년 9월이라니.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리뷰를 쓰기 시작한 지 1년 후이고 블로그가 해킹당하기 1년 전이다. 한창 데이트하고 운동권 사람들과 만나서 술을 퍼마시고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거 가지고 내가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이 날뛰었던 시간이었던 듯하다. 바보같다. 이 시인을 그냥 스쳐 지나가다니. 그러나 이 시인은 지금 60년에 태어나신 우리 어머니보다 젊으신 분이다. 어머니와 팔십년대를 같이 회상할 수 있는 분이 그렇게 돌아가셨다니 생각도 못했다.

 

 

  

 어떻게 그녀의 시를 도마에 올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의 시를 감히 비평하자면, 그녀는 결국 과거를 버리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시의 첫 부분부터 그녀는 20년 동안 써 온 호마이카상을 버리려 다짐한다. 세상의 끝 같은 느낌을 주는 땅끝마을 근처 절에 가서 미련을 떨쳐버리려고 다짐한다. 하지만 간질로 인해 첫사랑에 실패한 여성을 불쌍히 생각하면서, 점점 과거의 공장을 다니던 기억을 끌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 속에 죽는 순간까지 담겨 있었을 그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애절함을 일으킨다. 하지만 결국 시인은 실밥뜯기 1EA에 50원을 받는 아줌마(그나마도 다루기 좋고 약한 나이 어린 시다를 발견하면 쉽게 갈아치워질)들에 함락된다. 그들의 찌라시같은 시를 쓰리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내려오시기 전 본래 모습이셨을 천사가 되기 위해 가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살기 좋은 세상을 저승 어딘가에서 찾으신 건가. 그녀는 가셨다. 그리고 그녀가 30대에 쓴 글을 내가 서른 살에 읽고 있다. 나는 그녀처럼 아프게 살지 못했다. 어머니의 추억으로, 그녀의 친구라고 하는 이인휘 씨의 가슴아파함으로, 김사인 씨의 시로, 그리고 그의 절절한 글에 의한 모든 이의 눈물로 인해 그녀가 앉았을 법한 컴컴한 암흑을 더듬어갈 뿐이다. 그녀는 나와는 다르게 마음이 따스하고 솔직하여 친구도 많았다. 모두의 가슴에 별똥별같이 그녀의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나에게는 너무나 벅찬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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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School idol diary 2 - ~소노다 우미~, L Novel
키미노 사쿠라코 지음, 원성민 옮김, 무로타 유헤이 외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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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서면ㅡ지금까지 지나왔던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아키하바라의 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곳을 나와서 커다란 도로를 몇 개 건너고, 이렇게 돌아온 저희의 마을에서 바라보니......
그곳은 마치 주위의 어둠 속에서 떠오른 커다랗고 눈부신 섬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곳으로 나뉜...... 피안과 차안.
가슴이 먹먹해져 오고.
습하고 서늘한 바람이 선뜩 불어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꽤 많이...... 변했구나."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저처럼 아키하바라의 눈부신 빌딩 숲을 바라보고 있던 호노카가, 혼잣말하듯 툭 내뱉었습니다.

 

  

일단 우미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다. 

 

 각본가부터 이 캐릭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러브라이브의 기본적인 골격이 마을과 마을에 위치한 학교에 대한 사랑을 기초로 하는 만큼, 옛날부터 마을의 전통을 지켜왔던 그녀의 위치는 범상치 않다. 어머니가 일본의 전통 춤을 배우고 있고, 아버지는 일본 검도에 정통한 분인 만큼, 모든 스포츠와 도예에 만능인 그녀는 상당히 완고하고 도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그녀의 인기는 수직하강하기 딱 좋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데릴 사위로 장가갔었다는데, 남자의 자존심을 아직도 고집하는 고지식한 파오후 남자들 사이에서 솔직히 우미에게 장가가겠다는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오타쿠 계열에서 부잣집 도도한 아가씨를 보는 시선은 조금 복잡하다. 집안에서 교육을 잘 받아서 순결은 잘 보전하고 있을 것 같지만, 교육을 받은 만큼 모든 남자들이 자신들의 레벨에서 가르치기 딱 좋은 백치미와는 억만년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나 소노다 우미의 경우 점점 첨단 도시로 변해가는 옆 마을 아키하바라가 자신의 마을까지 점령할까봐 걱정하는 그런 안타까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녀의 철벽같은 도도함을 무너뜨리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똑똑해야 호노카의 그림자던 뭐던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각본가가 택한 방법은 성우계에서 제법 관록이 있는 미모링을 우미 성우로 채택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풍부한 표정을 그려넣었는데, 언뜻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이게 각본가 쥿키의 신의 한 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때문에 소노다 우미를 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녀의 오묘한 표정을 캡쳐해서 올려대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의 3D같은 면모를 좋아하는 미묘한 팬층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마이너틱한 유명세가 붙으면서 여성들이 뮤즈 팀원 중에서도 유달리 튀는 우미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러브라이브 팬층 자체가 단순히 아이돌로서의 면모만을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뮤즈의 다른 점들도 의식하기 시작하는 등 다양성을 띄게 되었다.

 

 

그리고 우미의 매력을 알려면 애니 자체에서 끝내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TVA와 달리 드라마 CD에서는 영상편지 끝에 키스를 날리는 의외성을 보이며, 장난기도 풍부하다. 그리고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에서 호노카를 사모하는 듯한 돌직구들은 확실히 그녀의 독백에서만 나올 법한 것들이다. 이걸 입밖으로 꺼낸다면 호노카-코토리-우미 삼각관계를 깰 수 있을 텐데. (호노카와 니코를 제외한) 러브라이브 팀원들도 왠지 우미에게 러브콜을 마구 날리는 기세여서 심상치 않았다. 특히 마키가 자기와 사귀어 달라는 등 엄청나게 달라붙었는데, 아니 니코는 어쩌고 여기서 그러시나요...?

 

팬층에서는 우미와 코토리를 맺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기엔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에서 우미의 호노카에 대한 공세가 너무 강하다. 일단 몇 글귀만 뽑아보자.

준비운동을 하던 중이라 린과 서로 등을 맞댄 채 팔을 엮고 있던 호노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동그랗고 커다란 호노카의 눈.

 

호노카가 없는 뮤즈는 역시 어딘가 부족해 보이거든요. 마치 레몬 조각이 들어있지 않은 콜라처럼. 겨자를 뿌리지 않은 우무묵처럼. 팥이 빠진 녹차 팥빙수처럼ㅡ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마음 속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마는 순수한 동경심.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감정이니까요.
제게도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매우 눈부시고도 매우 소중한 사람. 반짝반짝 빛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은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동경하는 사람이 있고- 설령 그 대상과 성별이 같더라도,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상대가 극히 가까운 곳에 있으며, 이따금 그 마음이 저를 극심한 혼란의 도가니에 밀어 넣기도 할 뿐.......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배 속에 있던 시절부터 쭈욱 소꿉친구인 저와 호노카.
분명 이대로 어른이 되어서도.
아줌마가 되어서도.
할머니가 되어서도.
저희 두 사람은 지금처럼.......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까지라도.......

 나중에 코토리 버전에서 상세히 쓸 생각이지만 호노카의 친구는 우미 말고도 코토리가 있다. 아무래도 의식적으로 코토리를 언급하기 피하는 이유는 질투가 나서가 아닐까? 자신이 먼저 호노카와 친했는데 코토리가 끼어들었고 심지어 그녀는 여성스러운 면모가 충만하니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우미가 부끄럼을 타기 때문에 호노카에게 자신의 애정을 어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이라면, 코토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가 없어서 호노카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어찌보면 상당히 우유부단한 성격인데, 그에 비해 우미는 호노카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품고 있어서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든다. 호노카와 코토리가 죽을 때까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호노카와 우미는 죽을 때까지 친구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호노카 어머니와 친한 우미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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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짓기 -하 -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21세기총서 3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최종철 옮김 / 새물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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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마찬가지인데, 시간이 있어야 해요. 다른 무엇보다도 내게 없는 것은 시간이에요. 내게 시간이 있다면 모든 것에 대해 지식을 쌓기를 좋아하고, 어떤 것, 아니 모든 것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을텐데. (...) 다시 말해서 좀더 지식이 있다면 누군가와 더 많이 토론할 수 있고, 많이 알지 못할 때는 격리된 채로 남아 있게 되지요. (가정부)

  

이런 자료가 있으면 진작 초반에 공개하지 프랑스 역사 무식자를 가지고 르 뿌엥? 무슨 이상한 신음소리같은 소리 하고 있으면 그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라는 거냐.

 

 끝나가고 있는 건 확실한데 점점 판타지 세계관 보는 기분이다. 아님 외계어 판독이나. 암호 풀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아무튼 2달만에 다 읽기는 했다. 지금도 이 책을 다 읽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상권에서부터 페이지가 계속 이어지는지라 문장을 보려 노력해도 자꾸 밑에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눈이 갔다. 옮긴이후기도 책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때, 이 책은 990페이지에서 끝난다. 보통 논문에서 파생되어 나온 책들이 몇 권으로 나눠지는가는 상관없이 그렇게 페이지 수를 쭉 표기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다. (혼모노다!) 아무튼 이 책 덕분에 다음엔 이보다 더 쉬운 책들을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게 될 듯하다 ㄷㄷㄷ

 

  

상권에 비해 하권은 유독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인터뷰한 게 많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한숨 돌리고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도표보다는 그림이라던가 왜 찍었는지 모를 흑백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읽기 편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진 중에서는 이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위의 사진에서 저 아주머니 둘은 무슨 관계일까. 아래 사진에서 저 두 사람은 왜 의자 세 개 간격으로 서로 떨어져 앉아 있을까. 왜 그 옆의 글에선 '팬'이 광신적 배외주의로 흐른다고 나와 있을까. 

 

 결론은 이거 아닌가 싶다.
 1. 돈 말고도 자본이 많은 애들은 다 말이 진짜 많다. (불평 불만도 죨라게 많다.)
 2. 그러면서 자본 없는 애들한테 꼭 한 마디 한다.
 ex/ 일기 혹은 소설 쓰고 앉았네. 그럴 시간에 도서관이나 가.
 3. 근데 시간도 자본이다. (모모!)
 4. 빈자들은 점점 분노하게 되면서 사회관계자본도 잃고 문화생활도 때려치고 정치도 때려치면서 꼰대가 된다.
 5. 근데 인간으로 지구에 태어난 이상 이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죽음? 장례도 구별짓기 ㅇㅇ
 부르디외가 트럼프 현상을 봤다면 뭐라고 해석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 ㅎㅎ 그런데 그것도 구별짓기다. "높으신 분들은 이해를 못해요~ 대학교 대학원 나오면 뭐해? 그 따위로 살면서~" 트럼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이렇게 끝없이 재생되는 히든 트랙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샤이 트럼프라고 불리는 미국 시민들도 그 히든 트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겠지.

 

  투쟁 속에서 그리고 투쟁을 통해서만, 신체화된 경계들은 구체적 경계선이 되는데, 사람들은 그것과 충돌하며 그것을 이동시켜야 한다. (...) 그러나 이 분류체계는 사람들에게 정신구조를 강제로 부여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의도한 대로 보고 믿도록 하는 특징의 상징적인 권력을 갖게 될 때에만 비로소 그 질서의 유지에 나름의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머리보다는 몸으로 밀어붙이며 투쟁하는 게 제일 좋다는 게 부르디외의 결론이다. 문화의 중심이 되고 싶다면 양극단에 밀리지 않는 새로운 관점을 항상 유지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힘써야 하며, 반드시 권력체계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글쎄. 난 분류하자면 오타쿠(대중적)와 순수문학계 사이에서 골고루 문화를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중류층에서 하류층으로 몰락한 편이고 딱히 다시 기어오르기도 싫어서 이 책에 쓰여진 구별짓는 사람들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순수문학계도 아니고 오타쿠 층에서 왜 애니메이션 감독이나 성우 운운하면서 어떤 작품을 무턱대고 쓰레기라 비난하고 자신을 P (프로듀서. 아이돌마스터에서 캐릭터를 아이돌로 양산하는 게임의 주인공격 인물이다. 구별짓기에서 말한 대로라면 그들은 아이돌을 발탁해내는 천부적 기질이 있는 신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격상시킨다.)라거나 제독(칸코레. 배를 여체화시키는 게임의 인물로서 역할은 P와 비슷한 신적 역할이다.)과 일치시키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달까. 페친을 끊는 건 물론이고 반경 10m 밖으로 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는 가난한 사람들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둥의 말을 하지 않겠다.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봉사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노오력 부족을 비난하는 비열한 발언이었구나 싶다.

 인상적인 글귀들은 아주 많았다. 상권에서 주로 학교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하권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연극에서 정치까지. 그러다보니 주제를 나눌 수밖에 없을 듯하다. 단편적인 글귀를 위주로 하여 리뷰를 진행해보려 한다.

 

오늘날의 직업여성들에게 접대란 계획을 뜻한다.

 최근 '한끼줍쇼'라는 코너가 JTBC에서 방영 중이다. 손석희 사장님으로 유명한 그 종편방송이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이 유명하다보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게 아닌가 싶은데 한 마디 좀 하자면 그 방송은 제약이 있다. 혼자 있는 남성한테서나 아주아주 부자인 케이스에겐 얻어 먹을 수 있지만 쁘띠 부르주아나 아주아주 가난한 케이스에게선 얻어 먹을 수 없다. 보안의 이유도 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 외양 등을 신경써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니까. 접대는 인텔리하면서도 따뜻한 가정집답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매우 치밀한 계획이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솔직히 나는 부담감을 느꼈다. 낯선 사람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여도 식탁이 조촐하다면 인색하다고 비난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꼈으니까.

 브레네 브라운의 경우도 옆집에 이사온 이웃이 인사하려고 벨을 눌렀을 때, 자기도 모르게 어떤 CF틱한 장면이 뇌리에 떠오르면서 그 장면에서 나오는 가정의 이미지와 지금 자기 집안의 현실을 비교하며 수치심을 느껴 집에 없는 척을 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없는 틈을 타 집을 축성하기 위해 신부님을 불렀다고 한다. 내 방에 들어가고 나서 '대체 따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 하고 물었다고... 그도 그럴 게 책들이 라노벨과 환경운동책과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로 범벅이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신부님은 어떤 종류의 책에 더 눈길이 가셨을까? 어머니가 은근히 책이 빼곡한 내 방에 대해서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기분은 알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나는 아마 신부님에게 내 방의 축성을 부탁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레테르 효과

그러나 그가 어느 정당에 속하는 지를 말하기 시작할 때 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가정부)

 레테르 효과는 내가 상대방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행동을 말하고 칭찬하여 상대방이 그걸 습관화하도록 도와주는 걸 말한다. 보통 양육에서 쓰는 방식인데, 확실히 여성들에게서 종종 그런 정치행위방식을 많이 보는듯. 아니 근데 솔직히 이렇게라도 해야 사는 게 사는 거지. 내가 10년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보냈는데 아주 죽을 맛이라고.

 

새로운 문화매개자들은(가장 전형적인 것은 TV나 라디오의 교양프로그램 담당자, 또는 '고급' 신문과 주간지에 기고하는 비평가나 작가적 저널리스트 혹은 저널리스트적 작가들이다) 생산자인 아욱또르(창조자, 쓰는 사람)와 정통적 재생산자인 렉또르(해설자, 읽는 사람)ㅡ대량보급수단인 매스미디어를 지배함으로써 얻게 되는 특정 분야에서의 권력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문화매개자들은 이들(아욱또르와 렉또르)에 대하여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없다ㅡ와의 이중적 경쟁에 직면하여 정통적 문화와 매스미디어에 의한 대량 보급 생산을 매개하는 일련의 장르('단편', '에세이', 증언' 등과 같은)를 발견했다.

 고오급 신문에서 한 번 소름돋았고 단편소설에서 두 번 소름돋았고 에세이에서 세 번 소름돋았다. 한겨레21과 안녕 주정뱅이 등의 소설과 최근 읽었던 서점 관련 에세이들이 영화 필름 돌아가듯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특히 마지막에서는 서점을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구분하던 어떤 프랑스 기사가 선명히 떠올랐다. 아아! 싸게 책을 살 수 있으면 된 게 아니었다. 책의 품질도 아니고 바로바로 서점에 근무하는 사람이 서점의 건물주인지 아닌지, 서점을 찾아오는 고객의 클라스가 부르주아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했던 것이다. 신자들의 신앙체험 증언들이여! 그 쓰레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수없이 낭비되는 종이와 베어지는 나무들이여! 그 저자들만큼 환경에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니라!

 

개인적 경험을 계급에 공통된 유적 경험의 특수한 사례로 부각함으로써 개인적 경험을 비개인화하는 '정치화'의 조작과는 반대로, '도덕화'와 '심리화'의 조작은 경험을 개인화하고, 그런 점에서 종교적 구원의 추구가 다소간 세속화된 형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비개인화하는 정신분석적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현대적 도덕은 분석이라는 구실로 대상을 도덕화하는 심리학적 유포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누가 죽거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매스컴과 웰빙에 대한 찬미에 세뇌되어 있던 사람들은 시스템의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거부한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합의금을 받고 일을 끝낸다.
 그러나 (물론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서)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하지 않고' 심리전문가들이 여기저기 나서서 트라우마에 대한 글들을 쓴다.
 그 책을 읽고 사람들은 "나 힐링받았어요"하며 좋아한다.
 이 무한루프를 최근 정혜신이 깼다.
 이 분이 없었다면 사태는 아마 세월호 전 용산 혹은 기아처럼 되지 않았을까?

 

 지금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때 신의진이 육아 관련 서적들을 잘 써서 유명했었다. 백과사전 같은 두꺼운 책을 쓰니까 정치나 사상을 감출 수 없어서인지 점점 글이 이상해졌었다. 강한 제재로 아이를 다스려야 한다는 글로 인해 아이한테 절대 매를 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부모들이 불매운동 비슷한 걸 벌인 적도 있었다. 결국 신의진은 새누리당으로 입당했었다. 지금쯤이면 새삼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애를 공부 빡세게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안 낳는게 최고지만.) 차라리 성경 시편과 잠언 구절들을 읽고 또 읽어서 외우게 한 다음 마음에 새겨서 인성을 키우는 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중요한 게 줄 잘 서는 거랑 친구 잘 사귀기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마음이 비뚤어져 있으면 둘 다 잘 안 되더라.

 

즉 칸트의 저작에서 보면 혐오는 공포의 감정 속에서 누구에게나 공통된 동물성을 발견하는데, 이런 동물성의 위에서 그리고 그 동물성에 대항하여 도덕적 탁월성이 구성된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움직임(오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진지충)에서도 벗어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대립은 청년과 노인의 대립과 비슷하다는데 이게 맞는 것 같다.

 

즉 정신분석은 유적인 메커니즘을 기술하지만 개인의 원체험의 단일성 속으로 귀착시키는 것을 공인하고 장려하는데(반대로 사회학은 그것이 개인적인 것을 유적인 것, 일반적인 것으로 환원하지 않는 한 별로 큰 저항을 야기하지 않는다), 정신분석은 이 자아숭배의 현대주의적 변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후반 넘어가니 아주 대놓고 정신분석을 깐다 ㅋㅋ 사회학 겁나 찬양하네 우와 ㅋㅋㅋ

 사실, 사회학에서의 분석방법론을 크게 나눠보면 "질적방법론"과 "양적방법론" 인데 사회학은 주로 "질적방법론"에 있어서 집중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정신분석과 비슷한 요소가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양적방법론"을 취하면 통계 사기극으로 빠지게 되니 별반 차이도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나? 나는 이 책을 보고 질적 양적 방법론과 변산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 이 사회학자는 아주 분명하게 정신분석을 싫어한다는 건 확실하게 알았다. 대체 이 책 편찬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무슨 소릴 들으며 살았을까 걱정이 될 만큼 노골적이다. 그런 수준이니 학계에 대한 비판은 가려서 보자.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851070FBC86C544C->클릭하면 Pink Floyd- The Wall 앨범 전곡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출판된 시절 어떤 간호사의 생활을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성별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사강의 책을 샀다는 걸 보면 십중팔구 여자다(...)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딱히 길고 지루한 글들 사이에서 갑자기 펄핑크 빛으로 튀어나온 핑크 플로이드가 반가워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으로 사생활의 상당히 많은 걸 추론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흠흠. 

 

 그녀는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하는데 그들의 레코드도 한 장 갖고 있다. 하지만 '단지 피상적으로 좋아할 뿐이다.' (...) 독서로는 주로 소설인데, 최근에는 '한 스인이 쓴 네팔에 관한 책', 사강 소설 모두, 보리스 비앙과 그에 대한 많은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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