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1268호 : 2018.03.20
위클리경향 편집부 지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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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해외 의료기기에 대한 구매 정보를 올렸다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를 당한 한 블로그 운영자는 "호주와 미국에서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해외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조차 법적으로 문제 삼는 건 조금 억울하다"는 뜻을 밝혔다.

1. 이번 호 혐짤도 그렇지만 진짜 기업애들은 왜 갈수록 역겹냐;;; 인O파O에서는 강X도에 위치한 모모랜드에 대해서 쓰는게 금칙어랜다; 수정하긴 했는데, 요새 종교만큼이나 기업의 명예훼손 신고행위가 아주 엄해진 듯 ㅋㅋㅋ 어디서는 무슨 해외 직구한 병원기기 리뷰 쓰는 것도 장사질이라며 신고한다 그러고 아주 살판났다 살판났어 ㅡㅡ 재벌 2세거나 돈 많으면 아주 살기 좋은 우리나라.



 


2. 난 주간경향이 '국회에서는 여자도 남자 성폭행한다' 같은 기사는 좀 자제해줬으면 싶었다.


국회 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여자가 남자를 성폭행하는 사례는 있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를 성폭행하는 수가 남자와 여자의 비율을 보건대 국회에서는 더욱 절대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한데 일단 보좌관의 여성 비율을 늘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그리고 남성 보좌관은 그의 아들네미가 페북에 무슨 말을 씨부리는지까지 철저히 따져서 해고시키고 말이다. (목격담) 여성 국회의원이 남자를 성폭행한 건 당연 법적 처벌이 필요하지만, 미투 운동에선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듯 싶다. 당했던 본인이 이야기한 것도 아닌 듯하고 말이다.

그 와중에 또 설치고 다니네... 솔직히 안 봤음 좋겠는데. 차단할까. 보좌관이 얼마나 빻았는지 잘 봤구요.

3. 안희정을 미투로 보낸 게 삼성의 지시던 MB의 청부살인이던 무엇이던간에 애초에 그런 빌미를 제공하고 꼬리를 길게 만든 안희정이 잘못한 것 아닌가? 그리고 미투한 사람들이 돈 받고 흥청망청 잘 살 줄 아는데 일단 그 사람들이 겪는 건 해고이다. 미투는 그 사람의 인생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걸려있다. 올인을 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까지 일일히 잡지나 신문에서 일반인들에게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니 자괴감이 든다. 나는 사람들이 도서관 등 책을 접할 기회가 많으니 그런 것쯤 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나보다. 하기사 그런 것도 모를까. 존내 만만하니까 지금까지 모른 척 하다가 이제와서 밝혀지니 쪽팔리니까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변질되었습니꽈아아아 같은 괴상한 말들 하는 거지. 그런 글을 끊임없이 올리고 그런 말을 지껄이는 애들 입 찢어놓지 못하고 있는 자칭 남자 페미니스트들, 자칭 여성 젠더를 가진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자꾸 페미니스트가 트렌스젠더 공격한다고 하시는데, 페미니스트라는 게 워낙 광범위해서 진보 보수 꼴통 다 모여있는 데다. 근데 이런 말 해도 어차피 그 사람들은 지 인생이 걸려 있는 마냥 아니 근데 왜 트렌스젠더 공격해요 빼애액 이러고 있을 거고. 그냥 권력에 아부하려는 거 뻔히 보인다.

4. 지금이라도 나서서 다행이지만 왜 여성가족부는 이렇게 미투사건이 커질 때까지 뒷짐만 지고 바라봤는지 모르겠다. 아니, 따지고보면 미투사건 이전에도 성폭력 신고에 그렇게 여성가족부가 도움을 준 게 있는지 의문이다.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줬을수도 있지만 애꿎은 청소년 게임시간을 통제한다던가 죠리퐁이 뭐같이 보인다는 둥 헛발질한 게 너무 많았다. 지금이라도 무언가 좀 성과와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였음 좋겠다.

5. 민주평화당 뭐냐 ㅋㅋㅋ 요새 사회복지 때문에 뉴스는 꼭 챙겨듣는데 평화당이란게 나와서 저건 또 뭔가 싶었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서 개욕먹던 천정배씨가 있는 곳이라 하니;;; 그래도 꽤 지지자가 있는 듯? 자꾸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해서 관심가지고 인터뷰를 봤더니 김대중 들먹이는 걸 보면 그냥 관심론자구나 싶다. 말은 길었어도 결론은 선거제도를 해결해야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게 핵심이었던 듯. 개헌할 때 알아서 잘 하겠지...



 


6. 오랫동안 면접관했던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정중하게 거절하고 그 자리를 피한다가 그분들께는 베스트라고 합니다. 면접하는 사람들은 참고.


그렇지만 왠지 노인들이나 남자들 사이에서 반발감이 점점 강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커피심부름 시키면 어떻게 할거냐에 이어 직장 상사가 성추행하면 어떻게 할 거냐니..
1. 자신이 상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망각했다.
2. 일단 남자한테 면접에서 여자 상사가 성추행하면 어떻게 할거냐를 물어보진 않을테고 명확히 성차별적인 발언이긴 하다.
그래도 확실히 검사나 판사가 쓴 책을 읽어보면 '여성들은 성추행을 당할 때 정중하고도 확실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을 꽤 자주 쓰는 편이다. 이들의 말에 맞춰주기엔 너무 꼰대스럽지만. 미투가 가속화될수록 앞으로 점점 더 여성을 취업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정부의 강한 통제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계속 진보적인 정권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근혜같은 사람이 다음 대통령으로 뽑힌다면 상황은 이명박근혜 시절보다 여성에게 더 최악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애초에 '성폭력 당하면 얘기 할거냐'라는 질문 자체가 '우리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책임질 생각이 없거나 혹은 이미 행하고 있는 것을 사내에서 알고 있지만,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여 그대들의 여성으로서의 권리 혹은 인권보다는 우리 기업 이미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기업이 요구하는 건 오로지 두 가지 뿐이다.
1. 우리 기업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
2. 우리 기업에게 어떤 봉사를 할 거냐.
사실 그래서 취직하려는 사람들의 개성은 별반 상관이 없다. 솔직히 면접 통과할 정도의 스펙만 쌓으면 된다. 점점 더 면접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사실상 기업이 이 면접관들의 꼰대질을 견뎌낼 만한 역량을 찾기 때문이다. 면접에서는 잠시 인간이길 포기해야 취직이 가능한 건 사실이다.

뭐 일단 저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회부적응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껄껄껄 어차피 2년 후 취직할거라 나랑은 상관없지만 적어는 봅니다. 현재 취업경쟁전선에 선 전국의 여성분들 힘내세요.

 

마찬가지로 군복무 시절 끝없이 펼쳐진 강원도의 산맥들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리듬을 불러냈던 노래도 바로 정녕 그대를이었다. 연둣빛으로 찾아올 봄날을 기다리면서 나는 마치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만났던 연인들과 만났을 수도 있었던 연인들 모두를 상상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들어보니 예상보다 굉장히 구슬픈 노래다. 딱 군 배정이 강원도로 되었을 때 적합한(...)



뭐 그래도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으니.

 

고모와 고모부의 생애사는, 정말 역사의 우연처럼, 국제시장의 줄거리와 거의 90% 싱크로다. 어렸을 때 전쟁을 피하여 내려왔고, 힘겹게 고학하며 컸고, 성인이 되어 베트남 전장터로 갔고, 그 후에 독일까지는 아니어도 강원도 정선 함백의 탄광지대로 일했고, 탄광사고를 당하여 그곳을 떠나야 했고, 자동차 공장과 건물 경비 등등으로 평생 자식들을 위해 일만 하신 고모부.



 


솔직히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말하고 싶다.



블로그에 이런 식의 글을 쓰면 애가 어려서 그런가 전쟁을 안 겪어봐서 갬성이 없다라는 식의 말을 하는데, 남자들에게 정말 난 전쟁 일어나면 적응할 수 없을 거 같냐 물어보면 반반이더라. 그렇게 악바리가 있으니 군대 가면 최적이라는 인간과 부적응자로 찍혀서 선임들이 급식을 코로 먹일 것 같으니 가지 말라는 인간. 아무튼 그런 불합리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우연히 이 좇같은 대한민국에 태어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발버둥을 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돈 내서 박근혜 후장도 핥아줬던 씨제이 영화 보면서 질질 울면서 '역시 갬성이 중요한 것이여'라고 말하는 인간들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만든 인간들이 싫으면, 그들에게 돈을 바치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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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에서 - 가난한 농사꾼의 노래
박형진 지음 / 보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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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적, 이도 저도 아닌

부슬 부슬
가을 해 어스름한 저녁을 짓누르며
비가 온다

산 어둠이 먼저 내린
빈 밭 끄트머리

한 사내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

희끄므레 한
반딧불이

그는 치열하지 못했다
여름내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개땅빈대나 망초꽃은
어떤 결핍과 과잉 사이에서
방황한 게 아니다

틀렸을 때 그는


피 흘리지 못한 것이다




 

 

1. 그래. 내 관점에선 도무지 이해가 안 가겠지만 아직도 농사가 6차 산업혁명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온갖 인적 재해와 자연 재해가 일어나고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꼭 정상 등교를 하는지 확인하는 아이들같이, 세상에 대한 불안감과 사명감으로 농사를 시작해보는 사람도 있겠지. 핵발전소 찬성론자들이 '근데 너는 핸드폰 충전 안 하냐? 컴퓨터 사용 안 하냐? 그것도 다 전기로 이용하거든? 핵발전소 지어야 그거 사용 가능하거든?'라고 개소리하는데 깜빡 속아넘어가 자연적인 생활을 하러 시골에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요새 잘 알려져 있듯이, 세상 특히 시골은 자비가 없다. 농사한다고 실질적으로 지원해주는 법 별로 없듯이, 농사 망했다고 보완해주는 법도 없다. 개샹마이웨이와 각자도생 사이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거나 쉽게 인생에서 겪을 수 있을법한 유혹에 끌려간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모모랜드나 펀드매니저에게 당하는 사람들이 숱하다. 특히 농민들이 그나마 부빌 수 있는 이유는 농민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연령과 재산으로 인해서다. 시인은 50대의 농민의 겪는 일상을 자신이 겪는 각종 고통과 땀과 눈물로 풀어간다. 쌀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시인으로서의 예민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다만 이 시인조차도 '옛날엔 더 어렵게 살았어' 같은 생각으로 자신을 세뇌시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단점이다. 아내와 투닥거리며 지내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2. 그는 그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은 가볍게 풀어놓았지만, 농촌의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꽤 애잔하게 풀어놓았다. 자신보다는 남의 아픔을 더욱 살피고 챙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남도의 사투리는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만, 소리내어 읽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3. (지구온난화같은 과학적 이론을 뺀다면) 언제나 땅은 한결같고 농사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항상 농사일을 놓지 않는다면 그 땅에 쏟아붓는 마음 하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그 땅 위에서 꾸준히 농사를 한다면 누구라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 직장에서의 일 같은 것도 그렇다. 내가 아닌 다른 누가 하더라도 솔직히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서이다. 메뉴얼대로 해야 하는, 틀이 정해진 일이 아니라면 내가 일을 해온 곳에선 망하지 않은 이상 내가 해왔던 것이 어디선가 쥐꼬리만큼이라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이 즐거워 나는 거의 한번도 쉬지 않고 여러가지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역경이 있어도 누구 한 명에게라도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부딪쳐서 해결했다. 그런 일들로 다져진 마음이 만일 벽처럼 느껴져 여러 사람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왔다면 미안할 따름이다.



 


4. 자연을 보며 잃어버린 사랑이라던가 지나간 과거를 기억하는 능력이 특히 뛰어난 듯했다. 후반에 그런 시가 상당히 많았는데, 앞에서의 생활시도 좋지만 역시 난 사랑이야기라거나... 아무튼 서정시가 가장 좋다. 특히 사월이란 시에서는 사월구라 너무 생각나서 혼났다 ㅠㅠ 살구꽃과 벚꽃은 좀 다를 것 같지만 핑크핑크한 이미지도 있구 ㅠㅠ 카오리짱 으헝헝 심지어 살구꽃은 왜 아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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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267호 : 2018.03.13
위클리경향 편집부 지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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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폭력적 상황에 직면할 때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하는데, 특히 전혀 그럴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대로부터 상상도 하지 않은 폭력, 예를 들어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보편적으로 예측되는 행동과 달리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실제 대부분의 피해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항 능력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는 '긴장성 부동화' 상태에 빠진다. 긴장성 부동화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긴장, 공포 등으로 몸이 굳어 꼼짝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 특히 성폭력을 당한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타자'가 가해자일 경우, 여성 혹은 청소년 피해자는 긴장성 부동화에 빠지게 되고, 그 상황에 대한 내적 합리화와 함께 분노의 내적 축적이 동시에 진행된다. 극복할 수 없는 가해자와의 공존은 스스로를 자기학대 상황으로 내몰게 되어 결국에는 오랜 시간의 자기 부정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성폭력을 당한 이후 '왜 저항하지 않았어?'라고 물어보는 사람들과는 싹 다 관계정리를 하는 게 맞다.


성폭력을 당한 것도 상처일 테지만 2차 피해는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생각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몇몇 친구가 상당히 잘 위로해주고 부모가 저런 말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친구는 물질적 도움도 없고 남이니 힘들겠지만, 그런 경우 빨리 부모와 떨어지고 그 친구와 가까이 지내는 게 나을 것이라 본다. 경험상 이런 경우 혈연은 필요없다. 그저 내 말을 들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짱이다.

한번 당한 것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생각나는게 성추행이다. 걍 인생 끝날 때까지 그 기억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하고 신중히 대처하는 게 낫다. 나도 이렇게 말하지만 원조가 필요하면 권력 있는 자들을 이용해라. 꼭 좋은 결말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1. 베트남 학살에 대해선 우리나라 정부가 사과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에게 당했는데도 사과받지 못하는 경험이 있는 이상 그냥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 일이다. 베트남군인을 찬양하는 동상은 헐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2. 요즘 사람들의 말에 날이 서 있다. 게다가 인증이나 팩트라는 단어까지 덧붙여져서 남의 조그마한 잘못에도 사진을 찍어 올리겠다느니 녹음해서 신고하겠다느니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느니 펄펄 날뛴다. 공정성을 찾는다는 의도는 참 좋지만 어느 정도는 참고 살아가는 것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에티켓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성추행은 참지 말아야 한다.

3. 어떤 남성은 나한테 정말 꽃뱀에게 당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는데 여자 측이 자신을 느닷없이 성폭행으로 신고했다는 것이다. 내가 그 말에 대해 의심한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이 페미니스트인 걸 강조했으나 한편으론 2차가해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곤 했다. 억울하게 신고당했으니 억울하게 신고당했다 이야기한 건데, 상대방 측에서 2차가해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생각은 개인의 자유이나, 어딘가 모순된 주장이다. 여성 쪽이 꽃뱀인가 아닌가는 둘째치고, 처음부터 남성 쪽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여성이 신고를 했다면 그건 꽃뱀 이전에 여성의 성격 문제일 것이다. 두번째로 자신의 잘못(이게 뭔지는 나한테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다.)에 대해서 제대로 시인하고 사과한 것 같진 않다. 마지막으로, 예전에라도 꿘이었다면 2차가해를 주장한 그 여성보다는 2차가해라는 단어를 만든 사회 시스템을 의심하는 게 정당한 순서 아닌가. 자신을 괴롭힌 동성 남성들은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는 항상 자신을 신고한 여성만을 탓하고 그녀 때문에 자신의 신세가 추락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내가 그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했는데, 그나 나나 어차피 집안 형편은 비슷했던 것 같고 그보단 아마 어떤 일을 받아들이는 생각의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난 자신의 잘못을 깔끔하게 받아들인 뒤 사람을 탓하지 않고 바로 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무고한 남성이 일반화될 수 있는 이유는 넘나 무지막지한 권력을 지녔기에 그 자체로 시스템일 수 있어서이다. 꽃뱀이 무슨 시스템 정도의 무언가를 가졌단걸 본적이 없다. 정말 무고한 신고를 해서 남성에게 사죄를 한 여성들도 기껏해야 주변 친구들이 부추겨서 그랬다는 정도다. 한두명 못된 사람들이 있겠으나 아직까지 꽃뱀의 사회화, 조직화가 이루어졌다고 보기엔 멀은 것 같다.
솔직히 성추행을 법으로 고소해서 해결하기에 무리가 있는 건 인정한다. 코딱지만한 돈 좀 받고 얘가 사회적 관점으로 잘못했다는 걸 인정받은 뒤 내 승리를 장담하고 싶은 것 뿐이지. 그러나 법 계열은 엘리트 의식이 너무 강하고, 남성들 위주이니 퇴근하면 룸싸롱이나 가겠지. 그러니 성추행과 관련해서는 인정받기가 너무 힘들다. 솔직히 한국도 미국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정서를 법에 반영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미국의 장점을 본받아야 하는데 인종차별같은 순 이상한 것만 본받고 있어.
장애인과 어린 여성들의 미투도 시급하다. 그러나 그녀들이 SNS에서라도 미투를 신청할 수 있을까는 또 별개인 문제다. '왜 돈 많이 벌지 않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미투를 하지 않느냐'라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데, 정작 가장 미투를 하고 싶을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걸 좀 알아줬음 좋겠다. 미투에 관한 기사 초반에도 부모님을 여읜 초등학생 아이들이 태권도 학원에 다니다 성폭행을 당한 사례가 나온다. 피해자들을 탓하는 행위는 결국 가해자 옹호로 이어질 수 있다.

생각해보면 왜 피해자들은 유명한 가해자들만 신고하느냐는 질문은 좀 그렇지 않나? 주간경향에서 말했듯이 가해자가 유명하지 않아서 묻혔을 수도 있고. 당연한 말이지만 나처럼 괜히 주변에서 문제인물로 찍힐까봐 신고 안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또 적시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맞고소 붙어서 없던 돈도 다 뺏길까봐 하기 싫은 사람도 있을테고. 그러고보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왜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지? 이건 미드 성범죄 전담반에서 문제가 되었듯이, 신고하기 싫은 피해자를 무작정 끌어내놓는 것과 같다고 본다. 가장 치욕적이고 무력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무조건 존중해야 하는 건 기본이지 않나. 이건 또한 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피해자를 몰아붙이는 것과 같다.



 


4. 오늘 사람과 싸울 때 예전 주간경향에서 봤던 칼럼을 활용하여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전에 주간경향에서 '만약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이란 말을 빼라는 충고를 따라서 '그렇게 생각하게 해서'라는 말을 붙여서 사과했더니 무서운 효과가 있었다. 한번 화내면 완전 부모 다 잃은 듯이 펄펄 뛰는 타입인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사람의 화가 순식간에 확 가라앉은 것이었다. 좀 무섭다는 느낌까지 들었는데;; 아직 이야기는 진행중이지만 잘 정리될 듯하다. 다시금 제대로 된 사과의 필요성과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로 고의가 아니게 남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이 사과를 꼭 활용했음 좋겠다... 라고 해도 요즘 시대에 이런 사과를 할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 같다;; 그래도 혹시나 난 하층민이라 앞으로도 굽실댈 것밖에 없다 싶음 쓰시길.

 

장삐쭈: 고전 애니메이션에 'B급 감성'이 넘치는 더빙으로 웃음을 주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입소문이 나면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에도 나왔고, 기업 광고 CF에도 출연했다. 장삐쭈가 주로 구사하는 것은 10대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급식체'다. 7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동생놈이 요새 나랑 같이 공뭔시험 보고 있던데 맨날 방송 끼고 살더라 처음엔 공신보더니 이젠 다른 거 봄.



무튼 우상숭배 분위기는 변하지 않더라 지림; 그런데 유투브가 1인 방송 체널의 중심으로 뜬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본다. 유투브가 훨씬 더 접근성이 좋지 않나. 나 아는 애들은 다 유투브로 옮겼더만. 솔직히 아프리카는 광고가 너무 많이 뜨지. 그래서 예전부터 난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어떤 크리에이터에게 차라리 유투브로 가면 어떠냐 말해준 적이 있었다. 4년 전인가?
역시나 나는 크리에이터에 흥미가 없어서 주간경향에서 여러 명을 소개했는데 아는 사람은 도티랑 대도서관이랑 이 분밖에 없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땐 낄낄거렸고, 그걸 애니메이션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더빙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예시로 든 적은 있다. 이렇게까지 뜰 줄은 몰랐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원래 아이스 슬레지하키로 불렸다. 슬레지, 즉 썰매를 이용하는 아이스하키와 같다. (...) 2006년 창단된 국내의 유일한 실업팀 강원도청 선수들은 대부분이 국가대표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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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무시 어린이 생활 영성 시리즈 15
수잔 케이 리 지음, 빌 클락 그림, 권혜신 옮김 / 두란노키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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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번 다른 사람에게 내 섹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가로막히고 말았다. 애인과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잤네 잤어, 하며 웃던 친구들은 정작 애인과의 섹스 얘기를 하면 네 잠자리 사정까지는 듣기 좀 그렇다며 막았다.

1. 역시 킨제이 보고서는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이쪽 업계(?) 내에서는 짱인 듯하다. 배운 적이 없는 관계로 무성애라는 관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아직도 통용되는 걸 보니.



 

 


2. 언해피에서 오토코리섹슈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모에화하다니 섬나라는 역시 대단하다.)



혹시 무성애자에 관해 좀 친숙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참조해도 되겠다. 주인공은 공사판 안내표지를 사랑하며, 이런 자신을 이상하다 여기며 끊임없이 경계하다 결국 정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어느 학교 내의 대안교실에 입학하게 된다. 사실 오타쿠들에게 그나마 좀 친숙할 수도 있는 소재가 바로 이 오토코리섹슈얼이겠다. 피규어같은 사물이라던가, 애니메이션의 어떤 캐릭터를 진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3. 대체로 남성들이 테크닉이 없어서 발생하는 여성들의 성적 흥미 저하(...)의 특징을 여전히 여성의 '오르가즘 문제'로 돌리는 남자들이 많다.


그래서 여성의 바람을 의심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 그 다음 농담으로 동성애자냐 아님 무성애자냐 은근슬쩍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또한 독신주의자들이 주로 "오랫동안 애인이 없다보니 무성애자가 될 것 같아."라는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성애자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남녀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아닐까. (나는 무성애자의 요소라고는 1도 없기에 이 글은 추측이다.) 이는 무성애자들끼리의 만남을 자칫 이성간의 관계로 정의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성애자 하면 어렴풋이 생각나는 게 있었다.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남녀관계와 관련되어 있는데 무성애자들은 그럼 그런 때엔 조용히 있는 걸까?' 그런데 무성애자들도 로맨틱한 관계는 추구하고 있더라. 그동안 함부로 선입견을 품었던 데 대해서 반성한다.



 


4. 여자가 여친일 때 섹스하면서 동영상을 찍는다. 여자가 헤어지자고 하자 남성이 그 영상을 보여주면서 협박한다.


나명원 씨의 글이다. 왠지 정말로 있을 것 같아 무섭지만 나는 한 번도 이런 복수를 당한 적은 없어서 다행이다. 대신 헤어진 남친에게 살해될 거란 예고(?)를 받긴 했지만. 자기 혼자 보고 자위할테니 동영상 한 번만 찍자는 남자놈들 말 진짜 믿으면 안 됩니다. 그거 하면 항문섹스하자 그러고 그거 끝나면 지 친구들하고 돌림빵하고 싶은데 상대해주면 안 되냐 그러고 그거 해주면 다른 여자하고 자도 괜찮겠냐고 물어보고 그거 허락하면 아마 그 여자랑 님이랑 쓰리썸하고 싶은데 괜찮냐고 할 것임. 완강히 저항하라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애초에 애인이나 부부관계도 남이라 생각하라. 다 캡쳐하고 녹음하고 일일히 점검해봐야 됨. 실제로 저 일을 다 겪어본 분도 처음에는 남자가 괜찮다 그렇게 생각했고 나랑 주변 사람들도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지. 그리고 미친 놈들아. 여친 가지고 AV 그만 찍어라. 잘 살고 있냐. (한 분은 SNS 하고 있고 유투브에서 게임 방송 중이다. 다른 한 분은 모르겠음.)



 


5. 좋으면 스킨십도 하고 싶고 뭐 그래도 관계까진 하기 싫을 수 있는 거 아닌가.


Part 1이란 수필에서도 남자가 허리를 감아서 끌어들이니깐 여주도 두근두근하더만. 하도 다른 인물들이 고자고자 욕하고, 그거 안 하면 무슨 문제있는 것처럼 난리치니깐 에이섹슈얼이라 하면서 거리를 두고 세상에 천천히 접근하는 게 아닐까가 내 생각이다. 솔직히 사귀면서 섹스 따지면 정상적으로 볼때 쫌 그쵸.

 

"연애가 다 그렇죠 뭐. 혼자 사는 게 짱이에요."
그는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는 선배님도 예전에 연애 했다면서요."
"뭐 할 때는 좋죠. 암요."
"와. 진짜 태세전환 빠르시네."
"제가 한 우디르 합니다. 우디르 해 본 적은 없지만요."



 


놀랄 게 많다.
여자분이 혼모노 롤덕후다.
남자보다 2살 정도? 연상이다.
책에서의 비유라면 여자가 고자다.
그보다 이거 연애물인데 수필이다.
아니 근데 이거 무성애자에 대해서 쓴 책 아니냐.
그럼 뭐지? 쵸비츠인가?
배울 게 많은 분야(?)인 것 같다.


그나저나 섹스 좀 안 한다고 해서 고자라고 놀린다니. 은따인 내가 이런 말 해도 될까 싶지만 저런 말하는 애들을 왜 친구로 두고 있냐 ㅉㅉ 하기야 나도 숫한 남캐들에게 고자고자 거렸지만. 갑자기 머릿속을 지나가는 애들이 몇 명 있구나. 아니... 그동안 고자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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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2 - 문종에서 연산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2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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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부하 직원에게는 자존감 없는 상사가 정말 최악인데, 그게 왕이면 더 말할 게 없겠죠. 결국 이럴 때 제일 무서운 건 사실 시범 케이스거든요. 이세좌도 약간 그런 경우인 것 같아요.
신명호: 말씀하신 대로 이세좌가 시범 케이스가 된 이유는 그가 예조판서였기 때문입니다. 예조판서라 하면 솔선수범해서 예를 지켜야 할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자기한테 술을 쏟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그랬느냐? 예 전문가가 왜 그랬느냐? 이유를 막론하고 네가 술을 쏟았으니 일벌백계 하겠다' 이러면서 전라도로 귀양을 보내죠.



 

세조는 술자리를 통해 공신을 장악하고 정치력을 과시한다. 인생은 모다? 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자리가 결정짓는 것이다.


지금은 옛말이다라고 반격하는 사람이 있을테지만 요새는 술자리가 적은 대신 혼술을 마시고 SNS에다 아무말이나 지껄여서 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결국 적당히 마시는 게 중요하다. 나? 내 경우를 잠깐 이야기하자면, 요새 이해 안 되는 것들이 이렇다. 1. 하루종일 자기 신세 한탄하는 것. 2. 술 못마시는 사람에게 계속 술마시라 그러고 주정하면 하지 말라 무엇. 3. 날카로운 말들. 이거 하나라도 안 되는 애들 정리하다보면 친구 다 떨어지더라 ㅇㅇ 혼술가즈아.

사회에서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건 취해서 실수하고 다니는 게 아니라 마셔도 취하지 않거나 적당히 흘려서 버리는 요령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아는데 난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셔도 취하지 않거나 술자리에서 술 안 마시는 사람이 난 이제 가장 무섭다. 그들은 술을 마신 사람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자세히 관찰한다. 옛날엔 음료수에 뭔가 섞어서 남자들까지도 고기잡이 배에 팔아넘기는 사람들 꽤 있었다. 아무튼 난 이제 나이도 들었겠다 절대 사람들 앞에서 술 마시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혼술을 하는 게 낫지. 근데 정말 자존감 없는 상사 쉬발인거 공감한다. 알바 포함 사회경력 3개월 정도 쉬고 거의 10년동안 쉬지 않고 일했는데, 일이 빡센 건 아무것도 아니다. 상사가 열등감 있으면 그 직장은 무조건 최악이다. 시달리다 자살하지 않고 목숨 구하려면 걍 때려치는 게 제일 낫다.

인간은 누구나 가소로우며 또한 아무도 권력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권력은 또한 바닷물과 같아 아무리 마셔도 갈증만 일으키게 되며 사람의 몸과 정신을 해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쾌락과 안락함과 안정에 대한 추구는 우정과 핏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그래서 우리 인간은 매순간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걱정과 나태함을 버리고 드러누워 잠을 자고 싶은 나 자신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기 자신을 항상 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기 자신이 세상에 배신을 때렸는데, 세상이 나에 대해 의리를 지켜줄 책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신숙주도 학자로서 큰 공을 세우긴 했지만 이렇게 시조를 성삼문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성삼문에게 뒤쳐지는 느낌이다. 그의 죽음이 매우 아쉽다. 분명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성삼문의 비참한 죽음은 큰 손해가 되었을 것이다. 꽤 권세 있었던 그의 추락은 사람이 솔직하고 정의로워도 우리나라에선 언제든지 권력에 의해서 압제당할 수 있다는 하나의 예시가 되어버렸다. 나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저렇게 망언을 해대면서도 오만할 수 있는 계기가 이와 멀지 않다 생각한다.

옛날에는 책이나 건물도 그 왕이 살던 때에 뚝딱 만드는 건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고 후손들이 완성시키더라. 마치 훈민정음이 세종이 아니라 실질적으론 문종 때 마무리가 되어서 나왔던 것처럼. 그리고 이런 게 시험에 나와서 사람을 혼동시키게 하겠지 ㅠㅠ 경국대전같은 걸 만든 면은 그래도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집현전 사람들을 너무 많이 죽인 건 좀 그렇다. 그들의 뇌 하나하나가 보물인데..



 


집현전 학자들은 숙청되었어도 워낙 세종 때가 르네상스 시절이고 세조는 또 심하게 감정적인 사람이라 백성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 때 시조가 많이 나온다.


성삼문을 따라갈 자가 없지만 단종도 나잇대 치고는 시조가 꽤 괜찮다. 이 가사는 단종의 시와 그가 느꼈을 심정을 가다듬은 노래이다. 원래 단종은 4개월 정도만 유배되어 살았는데 이 노래에선 시적 허용으로 3년이라고 썼나 보다. 근데 이 책 왜 이리 군대 이야기를 많이 하나 모르겠다. 아무래도 1권에서 류근 시인이 하도 군대 비유 갔다대다 보니 신병주까지도 군대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하나 보다. 이거 촬영한 이후로 류근이 두번째 시집을 내며 여성비하적인 시들을 쓰다가 매장되고 현재는 처음부터 했던 사업만 계속 하고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보건대, 군대 이야기 계속 해대는 남자들은 끝이 별로 좋지 않더라. 아무래도 직업군인이 아닌 이상에야 전반적으로 남자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일텐데 왜들 그러시는지.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개선되어야 할 요지가 많다고 본다. 요샌 어차피 1인가족이 대세라 시신을 찾아서 화장시키는 게 인간의 주된 일이 될 것 같기도. 문종은 세자이면서도 정치를 했다하니 황희를 늙어죽을 때까지 굴렸던 그 세종대왕님 밑이라면 진짜 빡셌을 듯. 활도 쏘고 책도 통으로 외우고 못한 게 없더라. 애들 좀 그만 부려먹어요...

순빈 봉씨의 동성애 사건이란 문종의 두번째 세자빈이 시녀를 강제로 덮친 일을 말한다. 처음 봤을 땐 웃어넘겼는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이건 동성애를 떠나서 강간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동성애자로 살기 시작한 순간이 동성의 추행, 강간이었다는 저서들도 워낙 많으니 말이다.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동성애자가 된 자신의 계기를 추행이나 강간이라 간단히 말하지 말아달라 주장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 권력으로 위협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쁜 짓이다. 최근 BL소설에까지도 이런 논란이 퍼지고 있는데, 현실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동성간이라도 강간은 강간이 아닐까?

좇ㅅ...아니 A채널의 어느 역사프로그램에서 세조 시대 때 공신들에게 살인면허가 있다길래 엄빠랑 같이 에이 아무리 세조가 이상한 인간이어도 그렇지 뻥을 거하게 치시네 그랬는데 살인면허 맞다네 ㄷㄷㄷ 사람을 죽여도 사형은 물론 아무 처벌도 없다니 그건 인륜을 벗어난 짓이 아닌가? 아무튼 좇ㅅ...아니 A채널 우습게 봤는데 그건 사과해야 할 듯. 그래도 너무 살인사건 위주로 다루는 게 아닌가 싶긴 하다.



 


인수대비에 대한 내 감상.


뭐든지 너무 과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남들에게 모범은 될 수 있을지언정 본인의 인생은 파탄된다고 봄. 하지 않아도 될 건 하지 않고, 뭐든지 적당히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음. 이건 중학교 때부터 내 인생 격언. 오래 살면서 편안히 가고 싶다면 조금만 힘들고 복잡해지면 바로 발을 빼는 게 낫다.

 

신병주: 조선 왕릉 중에 도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왕릉이 뭔지 혹시 아세요?
그날: 글쎄요. 강원도 영월에 있는 단종릉 아닐까요?
신병주: 맞습니다. 단종은 유배지에서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으셨기 때문에 장릉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죠.
그날: 왕릉조차 유배 같네요.
신병주: 단종이 돌아가셨을 때는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이 안 됐어요. 누구도 함부로 나서기 어려웠죠. 당시 영월 호장 엄흥도라는 사람이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고 세운 무덤이 바로 장릉입니다.



 


오호. 꼭 한 번 가고 싶네.


 

나이가 드니 자꾸만 왕릉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실제로 가서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던 적도 없고.
지금은 가서 아무도 없을 때 근처에 앉아 캔맥주 한 잔 하고 싶다.

 



 

 

 오랜만에 수원 왔다.


 
온 김에 찜질방에도 들러서 힐링 확실히 하는 중이다. 확실히 경기도에서 특히 수원은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수원역이 그렇게 큰 것도 신기하고, 역 앞 상가 건물이 다리로 서로 연결된 것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사우나나 찜질방이 정말 많다; 나는 편의 때문에 홍익을 많이 이용하지만, 어디에 약수가 펑펑 쏟아져 나오는 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온 사방에 찜질방이 퍼져 있다. 거의 마을에 2개 이상?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많이 수긍이 되는 면이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 내부에서 이동할 때는 이상하게 수원을 거쳐서 가야 편안하더라. 아, 물론 내가 찜질방에 집착해서 그렇지 모텔도 많다. 게다가 의외로 시설도 훌륭하다.

 

아무튼 나가는 원래 옷이 저러니 온천을 가도 건전하구나. 같이 간 리나는... 음.... 치하야보단 크니까 그냥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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