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세라프 1 - 이치노세 구렌, 16세의 파멸, Extreme Novel
카가미 타카야 지음, 김동욱 옮김, 야마모토 야마토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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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에 갑자기 흡혈귀가 들이닥쳐서 어른들만 모두 죽이고, 아이들은 가축으로 기른다.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던 미카와 주인공은 각자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미카의 주도로 도망을 가려는 순간, 미카가 이용을 당했던 게 밝혀지고 주인공과 미카 외의 아이들은 모두 죽임을 당한다. 결국 미카마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도 못하고 도망간 주인공은 복수심에 흡혈귀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꿈을 품고 앞뒤 가리지 않고 군대에 들어간다. 그러나 미카는 흡혈귀가 된 상태이고, 왠지 주인공을 데리고 도망가려 하는데... 그러나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미 전우들과 우정을 다진 상태였다. 어쩌면 사랑도?

일본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엘리트 한 명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이론에서 시민 개개인의 목숨 모두가 중요하다는 회귀현상은 독특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새롭지는 않다. '이미 잃어버린 과거의 친구들, 그들을 둘러싼 두 명의 각기 다른 선택, 하지만 그들 모두 정의를 위해서 행동했다(솔직히 한 명은 그냥 사기당한 거잖아?)'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도쿄 구울은 그래도 맹목적인 복수에 매달리는 사람들과 이들을 이용해 승진하려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고찰은 아주 약간 했던 거 같은데. 이렇게 권선징악 구도로 가서야 스토리가 기존의 플롯에서 진보할 희망이 없다. 소소한 반전이라는 그 인체실험도 이미 처음부터 떡밥을 뿌린 데서 반전이 아닌 셈이고.

결국 특이사항이라 볼 만한게 '설정에 대한 아무 설명도 없는 만화 전개와 그걸 다크한 세계관으로 커버치면서 떡밥 뿌리는 소설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요새 소설 자체가 사장될 판이라서...

중반까지 질질 끌다가 막판에 가서야 호쾌한 액션이 나온다. 황폐한 배경과 다소 중세적인 모습, 또한 주인공과 배경을 가르는 경계선에서 다소 진격의 거인이 보이지만 그것 또한 근대 일본이 배경이었다는 데서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다. 거의 작붕 없이 전투씬을 살리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6화부터 12화까지는 쭉 정주행하는 게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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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약이다 - 유럽 최고의 간박사 이종수 교수의 술 지식 백과사전
이종수 지음 / 동아일보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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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속 반복되는 근무 끝에 몸도 마음도 지친 주인공은 평소 지니고 다니던 레몬 장난감을 잃어버리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레몬 장난감을 우연히 주운 바텐더 소라는 그녀를 불러 술을 한 잔 대접한다. 술에 쉽게 취하는지라 평소 바깥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그녀이지만, 맛있는 술에 감명을 받게 된다. 그 후로 소라와 결혼한 주인공은 퇴근 후에 남편이 만든 술 한 잔을 마시는 걸 낙으로 삼게 되는데...
2. 3분 애니메이션이지만 주인공이 취할 때 섹시+귀여워지는 서비스 장면과 남편 소라의 가정주부같은 면을 함께 내보이는 묘한 구석이 있다. 주로 칵테일을 다루며, 애니메이션의 끝에는 꼭 레시피를 공개한다. 엔딩이 꽤 신나는 노래인데다 일반 애니메이션 음악과는 좀 다른 분위기이고, 무엇보다 영어로 시작하는지라 부담없이 핸드폰 배경음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
3. 술을 좋아하지만 쉽게 취하는 게 문제라면 확실히 저렇게 마시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밖에서는 술을 못 마신다고 하면서 무알콜을 주문하고, 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 꼭 부부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취하는 상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무엇보다 원샷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싶다. 그런 마음은 유독 소주를 잘 못 마시는 나도 가지고 있다.
4. 참고로 이 부부 생각보다 닭살이 상당하다. 커플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거나 연애가 메인인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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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8.11
포춘코리아 편집부 지음 / 한국일보사(월간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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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먼드 헬만 박사에 의하면, 재단의 목표는 단순하다: 피임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피임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수의 자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철학이다. 그것이야말로 식민주의와 거리가 먼 여성의 권한 강화다."


 


 


 

인덱스 펀드가 자주 등장하는데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주요 이론이고 하나는 하나는 추락했다는 기사가 떴다. 한창 돈 벌 때 나보고 인덱스 펀드에 돈 부으라고 했던 이상한 남정네 하나 생각나네 ㅋㅋㅋ 물론 거기에 돈 안 붓고 지금 펑펑 잘 놀며 쉬는 중이다. 역시 남자보단 돈이 최고여. 그래도 이 잡지에 등장하고 자주 추천하는 걸로 봐서 지금 투자하면 오를 듯 ㅇㅇ(는 보장 못합니다 데헷?)


인덱스 펀드가 주가지수 내려갈수록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이 많은데, 그러면 지금쯤 전부 인덱스 펀드에 몰려가지 비트코인 등에 매달려있지 않을 거다. 경기가 어려우면 자동으로 인덱스 펀드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통은 인덱스 펀드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효율은 좋은 편이어도 효과가 좋다고는 장담할 수가 없다. 전쟁은 제 손으로 적을 죽이는 게 상대적으로 확실하고, 돈은 제 손으로 확실히 버는 게 좋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가 안 되는 건 이 책의 말대로 그 때문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지금 주식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찾는데 흔하게 쓰인다. 이제와서 급성장하는 회사를 찾아서 뭐에 쓰려는지는 모르지만 돈 날리는 모습은 천태만상. 인공지능은 창조자와 사용자에 따라 천재일 수도 바보일 수도 있다.

다들 마트 아줌마 등등으로 언급하지만 적어도 주식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롯데는 회장이 감옥에서 나왔지만 아직도 정리 중이고, 오프라인이 확고한 곳인지라 수익은 이 업계 치고는 안정적인 편이다. 게다가 이마트에브리데이가 방방곡곡에 기세를 펴는 요즘인지라 더욱 그러하다. 다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회사규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노조가 제대로 눌려버렸다는 점이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주식에서는 장점에 속한다.)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가 아직은 삐걱거리고 있는 형편이다. 재고조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개인적으론 기기 개선 등이 필요하다 본다. 하기사 이마트 본체에서 매장과 직원을 줄여가는지라 불가능하다 볼 수 있지만.

물론 가상화폐는 참신한 IT 스타트업 기업을 부강하게 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더불어 나는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다. 사토시는 미국에서 만든 가상의 존재이며, 알게 모르게 미국의 기업가들이 암호화폐를 전세계에서 사용하도록 선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래서 대부분의 인종에게 반감을 사고 있는 유태인이 암호화폐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암호화폐가 유통되면 종이화폐는 말 그대로 종이처럼 될 것이고, 중국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금을 풀어서 나라의 부를 거머쥐려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제약을 받기 싫어한다는 암호화폐는 강대국이 더 잘 살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물물교환에서 화폐로 물건을 사게 되었듯이, 돈이 없으면 자구대책이 없이 죽어가게 되었듯이.

제니퍼 모건은 미국 여성으론 처음으로 SAP 최고경영진에 오른 여성이라 한다. 현재 북미사업부의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하고, 개선한 일로도 유명세를 탔다. 여성 차별을 해결하려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돈이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심하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벌어져 여성이 노년기에 접어들면 빈곤률이 극심해진다. 물론 여성이 높은 지위에 올라 회사의 성차별을 개선시키는 것도 필요하나, 좀 더 본격적인 자원 투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남성들이 역차별이네 뭐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자 꺅꺅거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보통 돈을 평등하게 주려면 부자 남성에게서 뺏어 가난한 여성에게 분배해줘야 하니까 말이다. 그걸 그냥 일자리라 돌려 말하는 것 뿐이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성 너네는 태어날 때부터 어차피 커피타는 것밖에 실력이 없으니 기회도 없다 지금처럼 더 차별받으며 살다 굶어 죽어라라는 말과 오십보백보다. 근데 솔직히 난 남성이 골프하러 가는 것보다 주부 여성이 수영하러 가는 게 효율도 그렇고 더 나은 것 같은데 뭐가 문제지... 그리고 SAP는 의외로 IT 회사라고 한다.

아무튼 남성이 승진과 급여 인상을 제안받을 확률은 높다는데, 여성보다 자신의 성과를 잘 홍보하지 못하는 건 뭐냐 ㅋㅋㅋ 언어능력 딸려도 승진 된다는 거지 이거? ㅋㅋ 아 괜히 여기서 열받네. 리더 되라는 말을 들어도 시큰둥했는데 얘네들이 대체로 물 같다면 좀 생각해봐도 되겠구만.

 

XC40에 직접 올라탔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춘천을 거쳐 가평, 서울 반포까지 240km 구간을 주행했다.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가 혼합된 코스를 모멘텀과 R-디자인 차량으로 바꿔가며 타봤다.
(...) 실내 인테리어는 웃음이 나올 정도로 만족스럽다. 잘 정돈된 서재를 보는 듯하다. (...)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운전석 시트 하단에 서랍이 있고 도어 트림 아래 포켓은 노트북과 큰 물병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다. 스피커 위치를 도어가 아닌 엔진룸과 실내 공간 사이로 옮긴 덕분이다. 운전석 왼쪽 송풍구 아래에는 카드나 영수증을 보관할 수 있는 카드홀더가 있으며 글로브 박스에는 짐을 걸 수 있는 가방걸이도 마련됐다.


일러스트를 찾다가 이런 게 나왔다. 자동차 회사의 느낌을 반영하여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 회사는 관련 그림이 유독 많았다. 아무래도 역사가 오래 되다 보니 옛날 신문에 그림으로 홍보한 것들도 뜨는 듯.

베스 포드
사장 겸 CEO, 54
랜드 오'레이크스
포드는 지난 8월 최고운영책임자에서 CEO로 승진했다. 농업이 도전을 받는 이 시기에, 매출 140억 달러 규모의 공동조합을 책임지게 됐다. 이 '운영의 달인'은 랜드 오'레이크스가 핵심 낙농 사업에서 눈을 돌려, 농업기술 플랫폼 같은 신기술과 R&D에 투자하도록 이끌어왔다. 그러나 포춘 500대 기업의 첫 커밍아웃 게이 CEO로 유명해진 포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미국 낙농제품과 곡물에 부과된 관세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그녀는 공동조합을 이끄는 첫 여성이자, 몇 안 되는 포춘 500대 기업 여성 CEO 그룹에 가장 최근 합류한 인물이기도 하다.


뭔가 주목할 요소는 굉장히 많은데...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존경심마저 느껴짐. 어찌보면 성과 빼고 저기 적혀 있는 게 전부 다 CEO로서는 핸디캡인데.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직원 수를 거의 1000명으로 두 배나 늘렸다. 추가 채용은 워라밸의 회복과 밤샘 근무자 수 감소에 도움이 됐다. 암스트롱 입장에선 자기 자신도 쉴 수 있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무실과 외부 가라오케에서 디즈니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 직원(암스트롱을 "뛰어난 가수"라고 부른다)은 CEO가 최근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디스트릭트 술집에서 '인어공주' 노래 합창을 주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솔직히 나도 이 세대긴 하지만 대체 언제적 디즈니와 인어공주냐. 렛잇고라면 또 몰라 왜 하필.. 회식에서 신세대인 척 하면 직원들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회사가 비트코인 다루는 곳이니 반쯤은 이해가 간다만.

한편으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시한 지 4년 된 이 서비스는 연 99달러를 지불하면 사용자들이 즉시 650개의 게임-대부분 오래된 카탈로그 타이틀이다-에 접속할 수 있다. 소니는 지난 2012년 초 클라우드 게이밍 회사 가이카이를 인수한 바 있다. 3년 후에는 가이카이의 경쟁사 온라인도 사들였다.


게이머들의 종합보험,,,,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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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구울:re 12
이시다 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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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세상의 모든 불이익은 본인의 능력 부족.

근데 나라도 10년 후에 과거 친했던 사람들 만나면 모르는 척하고 싶을 거 같다(...) 특히 카네키는 지금까지 굴렀던 거 생각하면 창피해서라도 ㅋㅋㅋ (폼 엄청 잡지만, 결국은 10년 전에 사고치고 잠수하면서 어떤 얼굴로 만날지 고민하다가 그냥 무표정 컨셉 잡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솔직히 말해서 애니가 이해 안 가는 건 사실이지만 가면 쓴 구울 역할 한 성우 알아맞히기 같은 걸로 편안히 봐도 될 것 같고 주인공은 아닌 척 하지만 어딜 봐도 걔이지 않은가. 어릴 적부터 인내심 없었나 마시멜로 이야기 모름? 그냥 닥치고 4~5화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가 무심코 애니메이션 영상 댓글 읽다가 짜증이 확 난다. 이건 뭐 스포일러 어쩌고 할 것도 아닌데 줄거리의 핵심 부분만 이야기해도 스포일러네 아니네 난리치는 인간하곤 별로 애니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싫을 것 같음 ㅋ 우리나라만 이러나 싶기도 하고 뭔 자기네들이 애니메이터도 아니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차피 원작 내용도 쿠소였다는데 저 정도면 잘 만든거지. 그리고 애초 2기 끊어지고 re 1기 이어질 때 그 중간 내용이 말도 안 되고 ㅋㅋㅋ 아리마에게 당한거야 그렇다치고 왜 그 상황에서 친구를 먹는지 그 심정 이해하는 인간 손 좀 들어봐라. 내가 보기엔 복수에 미쳐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거 아닌가 싶고 이후는 자기합리화 같던데. 카네키 시점으로 만들려면 차라리 그런 부분은 애니로 안 나오는 게 낫지 않은가?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는데 넷상에서 갹갹대다 보니 인격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사고력도 떨어지는 듯. 원작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그리고 제발 댓글에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지 말고 알고 싶으면 만화책을 사서 보던가 빌려서 보던가 최소한 마루마루라도 들어가던가 해라.

 

 

고어는 제법 그럴듯하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황은 물론이고 사람이고 구울이고 숭숭 잘려나가는 지라 기분이 짜릿했다. 11화부터 나타난 (카렌 관련) 조그만 반전도 애틋하면서 좋았고 말이다. 어떤 분이 2기는 더욱 더 감명적이라던데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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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손 창비시선 297
고영민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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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중에서

추석 전날, 환갑이 지난 맏형이 어머니께 드린다고 선물을 꺼낸다. 난데없는 바바리맨 인형, 잔뜩 옷깃을 세우고 검은 안경을 낀 바바리맨이 식구들 앞에 나타났다. 순간, 야! 하고 형님이 소리치니 으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바바리맨이 앞자락을 열어젖힌 채 심벌을 아래위로 흔들어댄다. 심벌은 거대하고 사실적이라, 며느리들은 민망하여 고개를 돌리고 팔순의 어머니는 눈물까지 닦으시며 웃으신다. 인형은 소리를 치면 반응을 하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바바리맨을 향해 영민아, 하고 소리를 친다.


서울에 자취하고 있던 시절의 꿈을 꾸었다. 사람의 관계는 오래가질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이 알고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두 사람분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만큼 강인하지도 정에 매이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까지 기억한다는 건 미련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눈에 덮이고 추운 그 길들은 보인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일평생 잔상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나를 죽이고 싶어서, 나를 살리기 위해 만날 수 없다던 중2병 남자. 현실에선 뉴스에 살인사건이 뜰 때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옛날의 그. 그래도 꿈에서만은 좋게 나왔구만.

요지는 꿈을 열라 요상하게 꿔서 무슨 세종 아니 태종이 정도전과 쎄쎄쎄 BL찍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본 지라 실연시를 읽으니 마음에 확 와닿고 기분이 묘해지더라는 이야기. 어쩐지 이 시집 읽고 싶더라니.. 서평이란 깜빡이를 봤어야 했는데 못 봐서 교통사고 났으니 이 마음은 술로 치료해야겠구만.

그런데 이 시 읽을 때 초반엔 묘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그보다 왜 이렇게 여성과 폭력적으로 붙으려고 한다냐 전생에 엿이었나... 과거에 옛 여친과 힘겹게 보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려고 한다. 자기 행동에 좀 문제가 있던 게 아닐까? 물론 시인 자체가 아니라 시 속에 나오는 화자 이야기이다;; 그런데 60년대 초반생이신 어머니께서는 이 시를 굉장히 재미있어하셨다. (역시 아재 냄새가...) 어머니 말씀으로는 가족이 싸우고 나서, 상대방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부끄러움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무늬

서산에서 과수원을 하던 넷째 형이
감전사고로 죽기 전,
속초에 살던 셋째 형은 이유 없이
며칠을 앓았다

중국 한나라 때 미앙궁에는
커다란 종이 있었는데
서촉의 동산에서 캐어낸
동으로 만들었다
어느날,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이 종이
숨죽여 울었다

그날, 서촉의 동산이 붕괴되었다
당신은 내가
한 달도 못 견딜 거라고 했다


무려 속초에서 살았는데 이유 없이 아플리가 없지 ㅋㅋㅋ 시인이 한 달도 못 견딘다는 건 과수원 농사인가 아님 속초살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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