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20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넌 또 왜 머리 기르고 지랄인데 이 착각충 자식아!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의 노예였다. 거인이 힘이던 권리던 명예던 간에(일단 원래 형태는 편의점에 들어온 취객이었다 하니 명예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만), 무언가의 노예가 된 형태라는 케니의 분석은 인상에 깊게 남는다. 거인의 존재 또한 거인을 해치우고 영웅이 되려는 주인공에게 강한 집착을 안겨주고 말이다. 그런 식으로 인간들끼리 대립하다 결국 세상은 멸망하지 않을까. 이게 딱히 진격의 거인 세계관에서만 나오는 설정인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요새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분명 에렌들이 선택한 방식은 시민의 목숨을 지키는 데서 나아가 인류가 거주할 자유를 폭 넓게 보장하는 것이었다.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거인 하나 퇴치하기 위해 성으로 불러들이는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고, 앞으로 그런 거인의 수가 늘어간다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다소 변명의 여지로 쓰이긴 했으나, 나라를 통치했던 기존 지배자들의 변명은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했다. 그들이 받은 고문에 대해서 단순히 환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은데, 나로선 지극히 유감이다. '쿠테타'라는 단어에서 벌써 문제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나.

여기서부터는 원작을 보지 않아서 비교는 불가능한데, 지금 소드 아트 온라인의 그림이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걸 볼 때 아직 그림체 정도는 짱짱하게 살아있는 듯하다. 오히려 진격의 거인 초반에 축소되었던 개그 코드도 서서히 되살아나는 듯하고. 이렇게만 진행한다면 시즌4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엘빈은 뭐랄까, 초과 근무하는 팀장 같은 느낌이었다. 팀장과 친하기도 하고 직구 던지는 성격이기도 하고 아무튼 보다 못한 대리 리바이가 집에 좀 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남아서 일한달까. 컨디션 개 같은데 너 쓰러지고 그 때문에 회사가 망하더라도 상관 없냐고 하니 당당하게 상관없다 말하는 팀장님... 나완 정말 안 맞는 스타일이네. 아무리 일에 열정이 있어도 이 분과 같이 일하느니 회사 관둘듯.

 

쿠키영상 하마터면 못 볼 뻔했는데, 진격의 거인이 이렇게 행복(?)하게 마무리 될 리 없어 고기가 나오는 것도 수상해! 하고 엔딩 봤다가 소름 돋았다. 아무튼 Linked Horizon의 레보 아재 대박났네요. 그의 인기는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이제 성공하실 날만 남았네요 내가 사운드 호라이즌 들었을 때가 엇그제 같은데 그 때도 충분히 부자이셨던 것 같은데 ㄷㄷㄷ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70
김민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중에서

너 그때 버스 터미널 지나오며 뭐라고 했지?

버스들이 밤이 되니 다 잠자러 오네 그랬어요

너 일부러 순진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두사부일체 보면서 한 번도 안 웃었지?

웃겨야 웃는데 한 번도 안 웃겨서 그랬어요

너 일부러 잘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도미회 장식했던 장미꽃 다 씹어 먹었지?

싱싱하니 내버리기 아까워서 그랬어요

너 일부러 이상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진정한 시의 달인 여기 계신 줄

예전엔 미처 몰랐으므로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사연 끝에 정중히

호 하나 달아드리니 son of a bitch



 


 

버스들이 잠자러 오겠지 그럼 섹스하러 오겠냐.


개그콘서트 그런거 조또 재미 없다는데 왜 웃음을 강요하냐 니가 웃겨서 웃다 눈물날 듯.

그리고 돈 없고 배고플 때 우리 어머니도 꽃 먹으셨다고 하고 조선시대엔 화전 부쳐먹는 노래도 있는데 그럼 우리 어머니와 조상들 다 미친년들이냐.

누군진 몰라도 남자 새끼 피해의식 쩌네요. 아 성차별 발언 ㅈㅅ. 역시 한국남자가 욕이라 하는 한국남자답습니다요 ㅎㅎ 시인 본인인지 다른 사람 에피소드와 섞은 건지 모르겠지만 헤어지길 백만번 잘한 듯.

 

스토리텔링 시는 질렸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집은 에세이같은 스토리가 아무래도 메인인 듯하다. 오히려 없으면 허전하다고 할까. 여자의 삶 자체가 한국에선 별난 일이라는 게 표본이라는 듯, 시인의 어떻게든 남을 웃겨보려는 듯한(소위 남자들에겐 인기 없는) 익살 속에 기이한 일들과 풍자가 살살 녹아있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중에서

처음 극장이란 델 가서 본 영화가 개 같은 내 인생이었다 하필 그랬다 중학교 1학년을 단체 관람 시킨 도덕 선생님은 전교조였다 하필 그랬다 (...) 침대에 벌렁 누워 영화나 보는데 어디선가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 우리 개가 아랫집 개를 물어 죽이고 어디로 내뺐다는데...... 그 집 연놈들이 씩씩거리며 문 차고 들어와서는 날 아주 잡도리하듯 그거이 참...... 개를 찾아 개보고 나보고 사과를 하러 오라지 않수...... 이 비에 그니까 비가 와 개새끼가 미쳤나...... 생돈 십만원 물어주고 내 속이 쓰려 술 한잔했시다 (...) 며칠 지나 시인 지망생 후배 몇이 보신 약속을 잊었느냐 해서 불광동 개고기집엘 끌려갔다 하필 그랬다


길이가 좀 있어서 중간중간 잘랐지만 끝까지 보면 더 재밌습니다 ㅎㅎ

나미가 나비를 부를 때 중에서

개그우먼이 되기에는 썰렁함밖에 재주 없는 소녀에게 재주라곤 제 얼굴이나 뜯어 먹는 일, 하여 한 입 두 입 솜사탕처럼 달착지근한 살점이 소녀의 엄지검지손가락에 들러붙었고 그걸 핥기 위해 고양이는 제 키보다 더 긴 기지개로 잠이 깨기 시작했어요 나비야, 나비야...... (...) 허나 우는 고양이를 내 젖으로 달랠 수는 없는 일, 우는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괜찮지만 너무 우는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혼이 날밖에요 지금 집집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튀김 솥이 끓고 있을 거예요 펄펄 끓는 식용유에다 슛! 이렇게 집어던져질 때 고양이에게 죽음이라 하면 그 잔뼈가 오독오독 씹힐 때야 비로소 제 뼈가 관절염에 좋다는 걸 아는 일일 터


사실 노래가 주제라서 맨 끝에 이 시를 올리지만, 가장 인상적인 주제요 시 구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각적인 면을 굉장히 잘 묘사해서 상상을 자극했다고 할까. 여성은 고양이에 많이 비유되는데, 그들의 삶은 길거리에 있을 땐 상당히 비참해진다는 데선 공통점이 있을 듯하다. 요새 그런 해석도 많고 말이다.

예상 밖의 효과

한겨울에 강원도의 아이들이

북어를 가지고 칼싸움을 한다

소리가 제법 칼이다

그렇게 믿고 또 휘두른다

칼에게 칼날이 전부이듯

북어에게 최선은 몸통이다

국으로 끓여 아침 식탁에 올리면

몸 푼 동생이 가장도 아니면서

가장처럼 먼저 한술 뜨는 이유,

젖 도니까


어디선가 덜 두드리면 18K이고 더 두드리면 24K가 된다는 이과문과 상관없이 심각하게 싫어할 만한 짤을 본 적이 있다. 이 시가 그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싫지 않은 이유는 뭘까. 시인의 묘사일까, 아님 비유의 적절함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모닝 팝스 2019.3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지만 '일본의 길 100선'에 꼽히기도 한 산책로인 교토 철학의 길은 벚꽃과 단풍을 즐기며 걷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이 길을 산책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해서 '사색의 작은 길'이라 불리다가, 언제부턴가 '테츠가쿠노 미치'라 불리기 시작했으며, 1972년에는 정식으로 '철학의 길'이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 핑시 천등제는 대만 북부 신베이시 핑시 지역에서 매년 정월대보름을 기념하고자 하늘에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비는 대규모행사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추천하는 '세계 10대 최고의 겨울 여행 활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천 개의 빨간 전등이 깜깜한 밤하늘 위로 높이 떠오르며 하늘을 수놓는 광경은 쉽게 볼 수 없는 황홀감을 선사하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억 핑시 천등제를 모티브로 한 아름다운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 대만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코스는 '지우펀'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배경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유명한 지우펀은 대만 북부 신베이시에 있는 마을로, 수도인 타이페이에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다.


저번 달에 독자 엽서란에 나왔던 짤막한 사연이 있었다. 베일리 어게인을 보고 유기되었던 리트리버를 입양했다는 사람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그 분이 자세한 사연을 쓴 것 같다.


사람이 사는 목적도 개가 사는 목적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인생의 진리를 개와 함께 지내면서 깨우쳐가고 있다는 사연이 훈훈했다. 나 때문에 우리 집 개 랑이의 발가락 살이 잘려나갔던 일이 있었다. 나는 그 때 내가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다른 사람에게 개를 입양시키려 했었다. 하지만 이번 동물사랑실천협회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보고서, 랑이를 책임지고 마지막까지 키울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음을 깨달았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글쓴이도 리트리버와 함께 마지막까지 같이 행복하게 살았음 한다.

 

에미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연출가 젠디 타타코브스키 감독이 1,2편에 이어 3편까지 연출을 맡았다. 그는 TV 애니메이션 파워 퍼프걸1998과 애니메이션 영화 사무라이 잭2001, 스타워즈:클론 전쟁2003 등을 제작했으며, 몬스터 호텔1 2012을 시작으로 장편 영화 연출을 시도했다.



 


 

애니메이션 파워 퍼프걸은 애니의 본고장이라 일컬여지는 일본에서도 역수출 되어 Z 시리즈로 방영되거나, 팬티&스타킹 with 가터벨트처럼 분위기가 비슷한 애니로 재탄생되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 점에 있어서 높게 평가할 만한 애니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귀여운 여성들이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악당을 퇴치하는 장면이 어마무시하게 폭력적이다. 옛날 애니메이션이라고 방심하면 금물. 왠만한 고어물 다 나온 지금 봐도 경악할 정도이고, 나도 무심코 투니버스를 보다가 채널을 돌렸던 적이 있으니 말 다했다(...) 몬스터 호텔은 본 적이 없지만, 파워퍼프걸의 그런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한 요소를 몬스터들에게 이입시켜 분위기를 살린 게 아닌가 싶다. 혹시 몬스터 호텔을 좋아하는 분들은, 파워 퍼프걸도 정주행하시길 바란다. 일단 이분이 그 후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들보다 감독의 메시지나 패러디, 풍자 내용이 훨씬 풍부하다. 특히 CN 코리아의 더빙판이 인기가 좋다. 중2병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부담 없으시다면 덱스터의 실험실도 추천하는 바이다. 짤은 Z 시리즈. 더빙판으론 성우 이현선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어 요소를 뺀 변신물이다.

 

'South of the river'는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리듬 라인으로 그 어떤 댄스 음악보다도 몸을 흔들게 만들고, 음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즉흥적인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로 형형색색 깔끔한 멜로디 라인을 그려낸다. 톰 미쉬가 가장 대단한 것도 바로 이러한 훌륭한 재능과 실력을 어렵게 풀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는 자연스럽게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라는 말처럼 그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공존시키는 것에 집중했고, 결국 성공했다.



 


 

호 이거 들어봐야겠군요. 베이스라고 하면 무조건 구미가 당겨서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nEJk2FJJ18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중일 사회에서의 소수자가족
최연실 외 지음 / 하우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그들의 역사를 중국사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 근거로 다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이 시기 항일운동의 기본적인 주체가 중국의 조선족이었고, 그들의 후손이 지금도 중국에 남아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리를 행사하는 중국 조선족이기 때문이다. 둘째, 당시 민족주의자들이나 공산주의자들은 모두 역사적인 제한성으로 말미암아 '조선독립'이나 '조선혁명'의 구호를 제기하였을 뿐 중국 조선족의 실제 상황에 부합되는 반제반봉건구호를 제기하지 못하였다. 1930년에 와서야 중국 공산당의 영도 밑에서 비로소 반제반봉건적인 투쟁강령을 제기할 수 있었다.



 


 

혼불에서도 이런 고민이 꽤 나온다. 부르주아라 놀림받는 남주가 점차 독립운동을 하는 친척과 가까이 사귀면서도 일본 여성을 기생으로 삼고, 부자이면서도 사회주의에 이끌리게 되는 장면이 나올때였나 그랬다. 좀 더 스케일을 크게 해서 압제자들을 탄압하는 데 집중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독립운동은 당장 일본만 처단하는 데 급급했다나.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


그리고 이건 내 추측인데, 소설 토지는 땅 투기 얘기랑 조선족들 우리 민족으로 끌어들이려고 떡상. 반대로 소설 혼불은 공산당 지지했다고 인기 추락했다 생각함. 혼불에서 기생과 사귄다고 욕하는 사람 봤는데, 시불 토지에서도 불륜 나오던데 ㅋ 기생은 바람직하지 않고 땅 투기와 불륜은 바람직함 그럼?

 

물론 중국의 민족정책 및 국가통합전략에 관련되어 있으며 조선족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걸 수긍하면 이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으니 뭐든지 중국에 양보하는 건 좋지 않다. 실제 한국의 족보를 대대로 보존하던 조선족도 있었다 하고.




 


 

원랜 이 논문에 참여한 멤버 중 하나가 팟캐스트에 소개된 분이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다. 일단 내가 주목하고 있는 분은 철학자이고, 역사가까지 있다. 중국 지명을 한자로 쓰고 있는데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발음이라도 적어주지 ㅠㅠ 아무튼 사회복지가 굉장히 다방면의 사람들과 팀을 짜서 연구해야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지식이 어느 정도 폭이 넓어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같다. 검색해가며 읽는지라 200페이지인데도 속도감 있게 넘어가지 못해 암담했다.


물론 모든 다문화가족들이 가난하다 생각하는 건 차별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과 같이 살아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게 꽤 충격적이다. 살면서 이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 받은 상처가 얼마나 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일단 당장 내 부모 세대들만 봐도 나름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분마저도 난민이나 화교를 정말 싫어하신다. 최근 일본 등 외국으로 취업하러 가면서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차별받지 않길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소수자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자기 자식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단 걸 자랑하면서 주변 외국인들을 홀대하는 행동은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확실히 모순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이름을 드날리는데 우리나라 화교들은 그렇지 못해왔다고 이야기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중국인들을 싫어했던 나부터 일단 반성해야겠다.

 

솔직히 우리나라 국뽕 맛을 그 누가 알겠는가 소수자들만 알겠지. 환빠니 뭐니 종류가 많은데 난 다 뭉뚱그려보면 국뽕 아닌가 싶은데. 근데 그 논란되는 삼국시대 가보면 막상 국뽕은 국왕만의 전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마지막 논문이었다. 통일만 나오면 감정적으로 찬성하시는 분들이 있고, 젊은 사람들 중에선 통일을 하면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혼돈이 오고 무엇보다 북한은 독재주의이니 통일하면 민주주의가 퇴보한다고 일부 주장하고 있다. 그 중간에서 이 논문은 남한에서 다문화사회를 점점 호의적으로 보듯이, 북한에도 똑같은 시선을 취하면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고 통일할 수 있다는, 아주 독특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에까지 변화를 줄 수 있는 혁명적인 글이라 보고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봐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모든 한국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주 1,2세대들이 강한 화교적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었던데 비해서, 3,4세대로 내려오면서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경우는 혼성적인 정체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경우는 TV,인터넷 등 매스컴의 영향으로 점차 한국적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고립적이거나 폐쇄적인 정체성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소위 한류의 확대로 한국 문화에 동화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 그렇지만, 아직도 화교만의 가족으로 구성된 가족의 경우는 한국 문화와 단절된 채 생활하는 한국 속의 또 하나의 폐쇄된 공동체로서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최소한 화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 얘기 다음에 젊은이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하는 말을 보면 우리나라는 짱개 혹은 짱꼴라라고 하며 자신을 놀려대서 싫으며 중국이 훨씬 좋다고 했다. 상주시같은 곳은 출산율이 적다며 상복을 입고 근무했다 하던데, 그렇게 인구율이 신경쓰인다면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 살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놀림당하지 않게 최소한 주민들에게 인권 교육을 펼친다거나, 관리해주는 방법이 있을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 눈이 내 얼굴을 - 제3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228
안태운 지음 / 민음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일기를 쓰고 있다 중에서

 

네가 좋았다. 너도 그럴 것 같고 나는 너의 일기를 쓰려 한다. 너는 허락한다. 나는 너의 일기를 쓰고 너도 너의 것을 쓰자. 우리는 서로 쓴 일기를 보여 주진 않으리라 멩세한다. 볼 수 있어선 안 된다고. 안 됩니까. 너는 끄덕인다. (...) 너의 방은 신기하다. 모든 것의 처음 같다. 봄 같고 서랍이 있다. 서랍은 비어 있다. 우리는 들어간다. 그곳으로 너는 회색 일기장을 넣는다. 나는 갈색 일기장을 넣고 있다. (...) 너의 가족은 서랍 속 일기장을 출간한다, 그러나 회색이 아닌 갈색 일기장을. 그것이 덜 불온하다고. 덜 위험하고, 덜 음란하다고. 덜할 것이라고.



 


 

여기서부터 한동안 연애시처럼 보이는 작품이 갑툭튀한다. 그러나 메시지는 심오한 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무엇보다 잘 알 거라는 편견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가까이 본 콩깍지 낀 나보다, 그 사람을 한번 봤거나 먼발치에서 거리를 두고 지켜본 누군가가 더욱 잘 이해한다는 걸 우리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 그들은 진실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사실 진실이 그렇게 필요한가? 세상에선 치장한 가짜가 진실보다 더욱 인정을 받는다. 그 외에도 시에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조차 사실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는 시인의 고통이 드러나있다.

 

고래책방 갔을 때 실망한 점은 일단 에세이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고래를 테마로 한 책이라고 꽂아놓은 칸에 고래사냥에 대한 책이 있는 점은 완벽한 날들에 비교해볼때 상당히 할 말이 많은데 일단 제외하고.) 물론 그 사이에서 보물이 있었지만, 키가 160인 나로서는 도저히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이에 위치해 있어서 직원을 불러야 했다. 마지막에 팟캐스트를 하고 있다는 사람이 썼다는 시를 볼 땐 약간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걸 지금 시라고 쓴 거야?'라고 하기보단 '이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납득 가능하게 하는 시를 쓰는구나'라고 하는 게 차라리 내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최근 터득한지라. 안태욱 시인의 시를 잠깐 보면 굉장히 투박하고 단면적인 글로 읽힌다. 그러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 낳는 걸 축하하거나 축하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걸 발견하면, 시는 굉장히 깊어지는 면이 있다. 500페이지 남짓되는 자기계발서는 줄줄 읽으면서 정작 어떤 과거가 있는 사람이던 쉽게 읽을 수 있는 100페이지 남짓한 시집이 어렵다고 읽지 않는다니. 참 세상은 요지경인 듯하다.

 

서평이 좀 과장된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몇몇 시로 한정해보면 그로테스크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나처럼 우울한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재밌게 읽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고어하진 않고, 유령 이야기 정도로 보면 될 듯.

 

옥상으로 중에서

 

영화는 끝났고 스크린을 철거한다. 영화를 뜯어낸다. 뜯어내고 있다. 이곳은 무너질 것 같다. 바람이 분다. 주변에선 이곳만이 생생하다. 옥상이 철거될 겁니다. 우리는 올라가곤 했었다. 옥상은 다른 곳에서 재현되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올라갔었다. 취한다.



 


 

그런데 진짜 이 시집에서는 가망 없는 시들이 많다 ㅎㅎ 꿈에서 이미 헤어진 전애인을 만났지만 화자가 이미 꿈이란 걸 알고 있다던가. 환상이란 걸 알아서 화자가 그리 빠져들거나 즐기지 않으면서도 엿보듯 묘사하는 게 은근 매력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