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어찰첩 (보급판)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엮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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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금(?) 3만원을 들여 구입한 귀중한 책이다. 사실 조선의 왕들 중에서 상당히 흥미있게 지켜본 왕이 세종과 정조뿐이라 관련된 많은 책을 보아왔었다.
 그렇지만 역시 세부사항들에 대해선 읽기가 힘들었던 것일까;;; 예상외로 보는데에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심환지가 어떤 심정으로 그 편지들을 보관해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정조의 여러가지 모습이 후세에 길이 알려지게 된 점은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보면서 놀랐던 점은 정조의 엄청난 일중독이었다. 어느정도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정말 저 편지대로 일을 했더라면 자신이 쉴 일은 한번도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처럼 광범위한 정보통이 없던 그 시대에 관백들이 아닌 선비들의 일까지도 일일히 파악하고, 인사교체까지 스스로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욕설까지 써가면서 신하들에게 화내던 편지들은 우습기도 했으나 그만큼 날카로운 면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점은, 심환지는 정치사상으로는 정조와 라이벌이었으면서 흔쾌히 정조의 편을 들어줬으며, 자신의 임시사퇴까지도 편지를 받자마자 기꺼이 자행했다는 것이다. 후기에서 정조의 사후 심환지가 쓰러질때까지 곡을 했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닌 듯하고 말이다. 정조의 사상은 싫어하나 인간적인 인물로서 존경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정조의 정치력을 인정한 것일까?
 후기에 분명 이 어찰첩을 중심으로 한 논문도 나온다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줬으면 한다.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서 몸을 내던지며 노력했던 왕,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숙여서라도 국가를 중흥시키기 위해 애쓰던 진정한 신하의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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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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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개정판 표지에 그려진 그 누군가의 얼굴은, 일단 여자의 얼굴이나 표지만 딱 볼때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 얼굴이다. (마지막에 밝혀지지만.) 아마 이 책에서 나타나는 섹스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약, 난교, SM 등이 난무하는 관계에서는 엑스터시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없다. 그저 원초적이고 적나라한 관계일 뿐. 그 안에서 철저히 무력하게 끌려가서 삶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슬픔이나 안타까움보다는 그저, 무력을 지켜보는 경멸감뿐이었다. 어째서 그렇게나 젊은 사람들이 그런 세계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고, 류가 본 외국인과 일본인 여자에 관한 이야기만 약간 등장할 뿐이다. 사실 그래서 전혀 현실감이 없는 일인데도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다. 이 소설은 은근히 외국인들에 대한 기분나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뭐, 외국인들에게 수많은 일본 여자들을 뺏기는 남성들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자업자득 아닌가? 그 문화 속 가부장제부터가 문제있는 일인데. 뭐 여러가지 잡소리를 중략하고, 그렇게 혐오스러운 책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유는 원초적인 세상 속에서 류가 발견해낸 피묻은 유리조각, 그 속에서 비치는 '무언가'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 대한 묘사들 중 그 어느 것도 저 상징물만큼 어울리는 것이 없다.) 세상은 넓은 것이고, 우리가 겪은 그 어떤 험난하고 험악한 경험도 부드러운 것에 감싸여 있는 한낯 유리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그 속에 있고, 난 그 안에서 언제나 무한한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본다. 사실상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무라카미 류의 영혼과 가장 근접한 것이 아닐까. 이것은 무라카미 류의 가장 소극적인 저항이자, 가장 밝은 희망에 빛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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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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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요즘 이런 책도 나올 수 있다니 그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이다. 평가하기가 많이 어려우나,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의 솔직함이다. 자신이 아무리 해석해도 알 수 없는 유교나 불교는 패스하고, 주로 힌두교와 이슬람교와 가톨릭교와 신교의 4교, 특히 가톨릭에 초점을 두어서 맹렬히 무신론자로서의 관점을 피력하고 있다. 덕분에 무신론자들의 여러가지 어려움이라거나, 종교에서 나타나는 많은 단점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사상이 반 이상은 무신론자로서의 의견과 비슷하다는 것도. 그러나 결국 종교는 인간의 인생에서 떼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가톨릭사상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이기적유전자라는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과학은 솔직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글을 쓴 사람이라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간에 재미있게 썼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번역자가 리차드 도킨스의 영어농담들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상당히 노력했다는 점은 돋보이지만.) 제발 마태복음 몇 구절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우리나라 개독교들에게 몸소 이 책을 강의해 주셨으면 하는 바이다. 편지라도 보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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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 개정판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유승희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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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신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 신화를 기본으로 남성들의 타입을 조사한 심리남성학이라 할 수 있다.
 서론에서 가부장제가 몇몇 '특별한' 유형의 남자들의 심리에 끼치는 피해를 지적한 다음, 융의 원형심리학에 맞추어서 사람의 원형을 파악하는 유형이다.
 머리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유일신'이 아닌 '다신'을 내부에 모시고 있다는 그 표현방식이 마음에 쏙 든다. 사람에게 두드러지는 유형에 대한 조사는 물론 그 원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떤 원형과 잘 맞을지 등등을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한 글이다.
 일단 아버지 원형으로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가 있다. 그리고 아들세대로는 아폴론, 헤르메스, 아레스, 헤파이스토스, 디오니소스가 있다.
 일단 나에 대해서 찾아볼 때, 어릴 때 공상속의 친구와 있기를 좋아했고 혼자만의 무의식 세계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하데스에 좀 더 가까운 쪽이랄까. 범죄도 성공의 수단으로는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모두와 인간관계가 그럭저럭 원만한 남자친구는 헤르메스 쪽.
 이렇듯 딱히 남자뿐만이 아니라 여자에게도 속하는 원형이 있으니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신들 뿐만 아니라 여신들 판도 있다는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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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 천하의 큰 이로움이자 해로움
화원위엔 지음, 정광훈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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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 보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개독교 아줌마의 말이 가관이었음. '권력은 무한한 영생을 보전해주지 않습니다.' 자신도 종교계 내부에 있는, 또 다른 권력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사는 것일까? 아무튼 이 책은 마키아밸리에 버금가는 상앙의 정치에 이어 동아시아의 사상인 '충'의 권력까지 중국 땅덩어리에서 이루어진 가지각색인 부와 권력을 전격해부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리 말해두지만 한나라와 삼국지와 명, 청나라까지 이어가는 방대한 역사의 인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대충이라도 중국의 역사를 파악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조차 이해하기 힘든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권력으로 인해서 흥한 자들도 소개하는 한편 권력을 잘못 사용하여 나라를 말아먹은 자들까지 논한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보통의 역사책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영웅들의 또 다른 면모까지 상세히 알게 되었다. 역사는 매우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그 안에 있는 권력의 핵심을 철저히 해부하여 '충'과 '효'마저도 권력의 형태로서 해석한 책이다.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도 읽기가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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