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팝스 2020.4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그런데 심리학과 관련된 콘텐츠들은 그저 교양지식 또는 '당신은 소중하다.' '당신은 괜찮다.' 식의 소프트한 힐링 내용이 주를 이루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런 식의 싸구려 힐링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n번방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살려면 결국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나는 잘했는데 쟤가 나빠' 식으로만 계속 약을 빨다 보면 결국 남들 눈에는 이상해보이는 언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심리상담 자체를 예전처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심리상담이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온 글로벌 인기 캐릭터 '어글리 돌'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한미커플의 러브 스토리에서 탄생했다. 어글리 돌은 한국의 김선민 작가와 미국의 데이비드 호바스 작가의 연애 시절, 서로 주고받은 손편지 속 그림에서 탄생한 캐릭터로, LA의 한 캐릭터 가게에서 인형으로 판매되며 미국 내에서만 10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저 중에서 초록색 토끼가 가장 귀여운 듯 ㅎ 미니언즈는 하긴 모아놔도 너무 똑같은 감이 있긴 하지.. 유행이 좀 지난 감도 있고. 아이와 키덜트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영화 선정을 잘한 것 같다. 

 

최근 2월, 캐나다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에 들어온다며 제게 가이드를 부탁했습니다. (...) 그렇게 그들의 여행 중 하루를 맡게 되어 고성과 속초 일대를 소개해줬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좁고 기념품가게도 DMZ 박물관보다 살 게 별로 없지만 경치는 일품이다. 요즘 꽃 피는 봄이라 절경이 펼쳐졌을 텐데 왠지 다시 가보고 싶어지네. 어서 코로나가 잘 수습되어 꽃놀이 갔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잠깐 여담 좀 하자면, 최문순이 감자팔이를 끝낸 이후 감자 가격이 폭등하더군요. 저 빼고 모두들 감자를 다 사갔길 바랍니다 ㅠ 

지난 2,3월호 'POP NEWS' 코너에 소개됐던 루엘, 그린데이 그리고 영블러드의 내한 공연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 및 취소됐다. 확진 사례가 연일 늘어나고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현시점에서 공연장을 찾을 관객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 그리고 3월 22일로 예정되었던 그린데이 내한 공연은 잠정 연기되어, 새로운 일정을 아티스트 측과 함께 협의 중에 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특히 그린데이는 무슨 한국에 오면 안 되는 징크스라도 있는거냐 왜 내한하려 그럼 자꾸 뭔 일이 터지고 그래; 일정 얼른 정해졌음 좋겠다 ㅠ 

I think, whether we're talking about gender inequality or racism or queer rights or indigenous right or animal rights, we're talking about the fight against injustice... And I think that when we use love and compassion as our guiding principles, we can create, develop and implement systems of change that are beneficial to all sentient beings and to the environment... 

 

 

호아킨 피닉스의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이라고 한다. 최근 피씨한(?) 주제는 모조리 저 글에 담겨있다고 봐도 될 듯하다. 영어를 떠나서 나도 저렇게 말 잘하고 싶지만 무리겠지 ㅠㅠ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싸워서 승리하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 틀 - 일상에서 찾아낸 꿈의 조각들
소이 지음 / 이덴슬리벨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인들의 근황으로 가득 찬 SNS를 보니 다들 삶을 즐기는 듯해 더욱 외로워질 찰나, 헤어진 후 친구를 끊었던 전 남친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그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 어찌어찌하여 내 타임라인에 뜬 것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더 이상 반응할 마음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겹겹이 쌓인 감정과 기억들 저 아래에 어느 작은 부분이 덜컹거렸다.

그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불행히도 내 전남친들 죄다 한남들이란 게 밝혀져서 이런 감정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난 이런 일 행여나 생길까봐 전남친들 거의 차단해버리고 걔네들의 친구들도 다 연락 끊어버렸다. 보통 안 좋은 방식으로 헤어진 친구들과도 이런 식으로 함. 

 

어릴 때부터 춤을 좋아했던 소이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20대에 남자친구에게 차인 것도 자세히 말은 안 하지만, 연예인이란 이유로 그렇게 되었던 모양. 그녀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 결국 라즈베리필드라는, 인디계에서는 꽤 거물의 밴드를 탄생시킨다.

 

여성이긴 하나 여성답지 못하단 말을 많이 듣곤 하는 나에게 옛날부터 이런 귀엽고 벚꽃 날리는 듯한 감수성은 부러운 편이었다.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최강희 에세이를 보고, 이후로 예능인들이 쓴 에세이를 가끔가다 챙겨보는 편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아 몸이 경직될 것 같은 때, 이렇게 말랑말랑한 책이 필요할 거라 생각된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신 저자는 나름의 외로움과 슬픔을 가지고 있으나, 그걸 섣불리 털어놓지 않는 것도 또한 매력적이었다.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영화 얘기와(...) 저자가 종사하고 있는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랑과 관련된 그녀의 솔직한 얘기와 친구들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는 데 충분할 만큼 따뜻하다. 코로나 등으로 최근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잠시라도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가끔가다 시처럼 쓴 것들이 나오는데 시라기보단 노래 가사같은 느낌이 든다. 직업정신이라고 해야 하나 ㄷ 그 안에서까지도 음악 소개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찾아 들어가면서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3. 오픈 마이크

장례식장 한가운데에 한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작은 단상을 준비해 그곳에 마이크를 세운다. 나와의 기억을 가진 이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상관없이 나를 기리도록 자유롭게 사용하게 한다. 음악인은 나를 떠올리는 노래를 해주거나 악기 연주를 원하는 만큼 해 주고 그림 그리는 친구는 그곳에서 나를 위한 그림을 그려 주면 좋겠다. 글 쓰는 이는 낭독을, 마술사는 마술을, 피디님과 감독님은 "소이 씨, 레디, 액션!"을 외쳐 주면 좋겠다.

 


 

내 장례식 땐 바니걸 의상을 입고 노래를..(응?) 

 

원하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혹은 그 전에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순간 세상은 온갖 힘을 작동해 그것을 막아 낸다는 것도 깨달은 지 오래다. 예를 들어, 어릴 적 새 학기를 맞아 산 어여쁜 연필 한 묶음을 몽당연필이 되기 전에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도, 큰마음 먹고 운동하기 위해 끊은 수영 학원을 하필 당일 마법에 걸려 일주일 정도 못 가게 되는 상황도 우주의 이런 저항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간혹 여력을 다해 이 원리에 맞서 싸운 끝에 내가 꿈꾸고 원했던 것을 얻는다 해도 그건 기적이라고 불리는 흔치 않은 사건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주어져 있는 것에 항상 감사해야 한다. 아무리 그게 내 노력 같다고 생각되어도.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생각 안 될 때까지 수련을 거듭해야지. 

무엇보다 다른 남자 사람들보다 그를 조금 더 자주 만나게 되는 이유는 그의 유머 때문이었다. (...) 영화에서 보던 게이 베스트 프랜드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고 실제로 여자 친구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할 때 '게베프'라고 불렀다. 물론 그는 여자를 좋아했고 심지어 여자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아 적지 않은 연애 상담이 내 몫이곤 했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도 오래 친하게 지냈지만 다른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거나 혹은 직접 사귀어보지 않은 남자사람친구를 게이라고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성애자를 그렇게 부르는 것도 잔인하단 생각이 들지만, 동성애자들에게도 실례되는 별명 아니었을까. 일부러 거리를 두고 싶었다면 좀 다른 호칭을 붙여도 되었을텐데;;

한참 동안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 문자가 도착했다. 이달의 결재 내역이라면서 월급의 절반이 되는 금액이 찍혀 있다. 아르바이트를 따로 시작해야 하나 한숨을 쉬며 버스에 올라탔다. 창에 머리를 기대고 고민하는데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오늘의 연예 뉴스를 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사랑스러운 그녀가 올해의 CF 여왕이란다. 한 편당 받는 금액이 5억이라고. 디제이는 또 그녀의 열애 소식을 꺼내며 이야기한다.

"그 남자는 정말 행복하겠어요." 라고.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고 친구의 이야기라던데, 실례가 될진 모르겠으나 이 책에 나오는 스토리 중 가장 재밌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 2 - 사진과 자료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이야기 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 2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연구팀 지음,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기획 / 푸른역사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는 사람의 집에 들르니 돈을 벌 수 있는 데가 있다며 한 군데를 소개해주었다. 가보니 술집이었다. 창녕에 갔다가 다시 부산 영도로 갔다. 1948년 무렵, 스물여덟 살 때 나는 부산 해운대로 가서 미군을 상대하는 '위안부'가 되었다.



 

이래나 저래나 여성들 정말 고생이다. 위안부 할머니들 중에서도 제대로 연애해서 결혼하신 분이 거의 없는 것 같더라. 어떤 남자를 좋아해도 그냥 같이 살기만 하거나, 아니면 아무 남자나 만나서 결혼하거나; 이 케이스가 가장 기구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위안부는 일본인에게 끌려갔다는 이미지가 그래도 있었지만, 양공주는 지금까지도 욕을 먹는 존재인 것 같던데.


이건 여담인데 친구 아버지가 친구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무렵 미군부대에서 한국인들과 미군사이에 벌어지는 트러블을 담당하는 일을 했었다 하는데 그 해 아버지 얼굴 단 1번도 못봤다고. 사건들이 하도 많아서 친구 아버지가 집에 오지를 못하셨던 것이다. 사건도 많고 마음고생도 엄청났다고 한다. 거친 미군들과 한국 여성 사이에 수많은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서...

 

그러나 위에 있는 건 특수한 경우고, 대부분은 파출부나 술집에서 설거지하는 일을 하셨던 듯하다. 내가 6월에 저리 될지도 모름.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동안 실컷 먹고 즐겼으니. 밑바닥부터 다시 혼자서 올라가야지. 한두번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밖에 나가도 추근거리는 남자들 다 떨어지고 없으니 주변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네. 남자들 추근거리는 건 가끔 가다 참지 못할 정도로 짜증이 날 때가 있는데, 그나마 그 나이가 되도록 결혼 안 하고 왜 저러고 사나 하는 말투는 나름 변명할 거리도 있고 참을만하다. (개인적 의견.) 일자리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확실히 나이들 때가 낫긴 하다. 위안부 할머니분들 중에서도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 꽤 있는 걸 보니 착잡하다.

 

일본 분도 계신 게 독특했다. 이 경우엔 탈성매매 여성으로 봐야 하겠지만 아무튼 일본에서도 돈 없는 집안의 여성들이 위안부로 간 케이스라 볼 수 있겠다. 위안부에 대해 증언하는 몇 안 되는 일본인 중 한 명이라 볼 수 있겠는데 작고하셔서 안타깝다. 참고로 위의 사례와 비슷하게 일본은 패전 후 점령 미군 대상으로 위안부 운영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 때에는 몰락한 부잣집 고학력 여성들도 일부 참가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이 한동안 위안부 사실에 대해 말을 못 꺼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위안부라던가 '화냥ㄴ' 현상 때문에 이들을 최소한이나마 지원하면서 그나마 정치적 분위기가 형성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일단 일본이 조용한 건 피해자가 그런 얘길 하는 걸 수치스러워 하는 분위기니까(도리어 게이샤는 자랑스러워 하면서 저런 사회 분위기가 있는 걸 보면 웃기다고 할까.)라고 하지만, 솔직히 수치스러워하는 건 어떤 사회에서든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다 밝혀지고 위안부 여성들이 떳떳하게 TV 방송에 출연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간호사로 일했다 주장하는 어떤 분은 결국 그 일로 인해 지원금을 주는 게 1년 지체되었다 하시더라. 결국 정치적 환경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일리 대령을 가장 곤란하게 했던 것은 조선인 '위안부'들이었다. 그는 본래 이들을 일본인으로 알고 있었으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찾아온 15명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보호를 요청하면서 이들이 조선인이라는 사실과 일본군의 이야기와는 달리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스마일리 대령은 때때로 자신의 집에서 부대원들과 저녁을 먹을 때 이 여성들이 방문하여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고 기억한다.



 


 

아니 이렇게 되면 강간 빼고 일본군이 한 거랑 별반 다를바 없지 않나;;; 여성들이야 빚을 무효화해주고 놓아주니 고마워서 그랬겠지만 이 분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준 건도 아닌 듯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극구 말렸어야지;


 

남북한은 '위안부' 피해를 당한 시점에서 하나의 나라였으므로 그 역사적, 사회적 피해의 조건이 같았을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남북 관계없이 동원되고 전후에 귀국했으니, 별도의 기소를 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도 않았다. 문제는 남북의 대화통로를 가로막은 장벽이었다. 우리는 일본의 동포들을 통해 준비를 진행시키자고 다짐했지만, 팩스 하나도 전달되지 못하는 분단의 현실을 절절하게 체험해야 했다. 그냥 어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법정 사흘 전에 도쿄에 도착하여 남북의 기소팀은 반가워 눈물을 흘렸지만, 더이상 진전이 안 되는 서로의 시각적 차이를 절감했다. '일제의 말발굽에 짓밟혀......'를 반복하는 북쪽 팀에 젠더 시각을 이해시키는 일은 정말 힘들었지만, 모두가 지혜를 모았다.



 


마지막에 뭔가 사적인 감정이 ㅋㅋ

 

2017년 7월에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군함도에는 하시마에 강제동원 된 조선인 노동자들과 더불어 조선인 '위안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속 '말년'이는 만주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다가 일본의 하시마로 이송되어 다시 '위안부' 생활을 했다. 엔딩 크레딧에는 말년이가 지냈던 곳을 '유곽', 말년이와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위안부'라고 표기했다. 그러나 일본 공창제하에서 조선인 여성은 성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법적 성매매 업소인 '유곽'이라기보다는 형식적 성매매가 묵인된 요리옥, 또는 특수음식점이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고증도 제대로 안 한 것들이 역사영화라고 깝치지 않았음 좋겠다 ㅇㅇ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한길의 공시 합격을 위한 선한 영향력
전한길 지음 / 사피엔스넷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처럼 영어나 국어에 취약하고 문제 푸는 스킬이 없으면 현실을 직시하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장수생들은 사회복지 자격증을 딸지 말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제발 고민하지 말고 따라고 하고 싶다. (...) 제발 운에 기대려 하지 말기 바란다. (...) 고민하지 말고 제발 실행에 옮겨라. 물론 자격증 따는 게 귀찮고 실습도 짜증나지만 내년이 되면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 앞으로 공무원시험 합격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유입되는 인원은 늘어나는데 합격자는 소수이니까. 빨리 선택해서 내년에는 이 지옥 같은 시험에서 탈출하길 바란다.


 


 

나름 유명한 수도권 대학교에 합격한(?) 내가 충고 한 마디 하자면, 절대 공부하는 데 스톱워치 쓰지 말라는 거다. 만일 알바하면서 공부하는 거라면 쪽잠도 깨울 겸 스톱워치가 유리하다. 그러나 만일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다거나 혹은 어딘가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공부하고 있다면 스톱워치는 추천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럴거면 취침할 때까지 책상에 엉덩이 비비고 있는 게 낫다. 애당초 누가 공부할 때 스톱워치 쓰라고 추천해줬는지는 몰라도, 그 인간 상당히 악질임에 틀림없다. 스톱워치 켜고 정지하는 시간, 그 시간 보고 멘붕 올 너님들이 정신 추스르는데 소요할 시간을 스톱워치로 재 보라.


굉장히 공무원이 다른 계급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는데, 현실이 그렇다. 공무원을 하는 중인 사람이던 공무원을 하다 그만둔 사람이던 간에 잘난척 안 하는 사람을 나는 이때까지 본 적이 없다. 언젠가 만일 지방직 면접시험을 볼 때 자신을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걸 솔직히 고백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너 공무원과도 친한 적 있어?'라고 되려 물어보는 것이다. 난 어째서인지 몰라도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간에 아는 사람 중 공무원들이 꽤 있지만, 그들을 사람이나 친구로 여겼지 한 번도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인물'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이미 계급을 그어놓고 그 선에 맞춰 바라보는 것 같다. 이것은 공무원들을 거만하게 만들고 나아가 부정부패를 저지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물론 공시 합격은 어렵지만, 어렵기 때문에 또 그만큼 운이 중요한 게 아닐까.

또 전한길 선생님과 생각이 다른 점이 있다. 그 분은 가난한 사람이 노력해서 공무원이 된다 생각하지만, 난 애초에 돈이 있는 사람이 공시준비를 한다고 본다. 나도 돈이 없으면 공시는 꿈도 못 꾼다. 부모님이 내가 대학 다닐 때 뒷받침을 해주셨기에 돈을 벌 수 있었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취미처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신경쓰이는 점만 뺀다면 거의 나와 의견이 같은 책이었다. 솔직히 이후에 지으신 책보다 훨씬 진실된 의견이 실려있는 듯하다.

또 전한길 선생님과 생각이 다른 게, 난 일단 공무원 되기 전에 최소한 대학문화에 발끝이라도 담갔다 오는 게 미련도 없고 좋다고 생각된다. 뭐 선생님처럼 멘탈이 강한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공무원 계열에서도 대학을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상당히 따진다고 들었다. 뭐 남의 사정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고졸에 남들보다 오래 공부해서 공무원 붙었는데 그걸 이유로 밤낮없이 굴린다는 분 얘기도 들어봤고... 나 자신이 그걸 버틸 수 있을만큼 강한지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아무리 공무원직 좋다고 해도 개같은 직장은 어디에나 있으며 당신이 거기서 개같은 직속상사와 같이 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남이 트집잡을 일을 절대 직장까지 끌고와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진짜 사이버 대학이라도 나오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대학가기 전에 꼭 졸업생이 도서관 출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자. 나는 그거 꽤 후회중 ㅋㅋㅋ 도서관 하나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는 건 훗날의 인생에도 메리트가 꽤 크다. 특히 대학교 도서관은 책 관리 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또한 장애가 없는 사람을 굳이 장애가 있다고 놀리는 것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 장애가 없는 사람을 빗대어 비웃는 것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둘 다에게 모욕감을 준다. 예를 들어 색맹이 아닌 사람을 보고 색맹이라 할 때 색맹이 아닌 사람은 이후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싫고, 색맹은 색맹이지만 자신은 나름대로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착실히 살아가기 때문에 싫어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차별과 관련된 욕을 쓰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말하는 사람은 설령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해도 듣는 사람이 차별이라 생각하면 차별이다. 자신은 추행 의도가 아니라 해도 남이 추행이라 생각하면 추행이듯 말이다.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2가지가 있다. 색맹을 색맹이라 하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주장하는(?!)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인간. 그리고 '나도 훗날 색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간. 겉보기에는 전자보단 후자가 낫지만 이 또한 비난에 대한 회피이자 비겁한 변명으로 보일 수 있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 있으면 시와의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를 3번 들어보자. '던져 놓고서 아니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야 쉬울 순 있겠지만 그가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거란다.'

 

공감하는 건 자격증 얘기. 요새 왠만한 자격증들 검색해보면 다들 쓸모없다며 비웃는데 국가에서 괜히 자격증 인정하고 인정 안 해주고 하는 게 아니다. 뭐라도 일단 가지고 있음 나중에 다 쓸모가 있다. 지금 당장 자격증과 다른 일을 한다고 쓸모없는 게 아니다. 지금은 개나소나 다 자격증 얻는다 할지 몰라도 나중엔 자격증 따는 과정이 엄청 어려워지고 그때 가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실습이 ㅈㄹ맞은 건 사실이긴 한데 그래도 그것만 이겨내면 어쨌던 물질적인 결실이 나오지 않나. 이것조차 선생님의 머리가 아니라 그 제자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말이다.

 

나는 공시 공부하는 사람들 다 붙었음 좋겠다. 그렇지만 이건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공부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떨어진다. 그래서 난 정말 절박한 상황 속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필기시험에 붙었음 좋겠다. 이 중에서 페미니스트에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 면접시험에서 붙었으면 한다. 그런 시험을 많이 내서 공무원을 뽑는다면 그들은 봉사정신을 잊지 않고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설적인 래퍼 에미넴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냐고? 호주머니에 돈이 있는 게 달라진 것이다. 먹고 싶을 때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면 된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난 랩을 위해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 처박혀 있다."



 


 

에미넴 노래 요새는 전 같지 않아서 듣지 않고 있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존중하는 편이다.

 

학원 직원이든 '댓글 알바'든 동원하여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남을 비하하는 글을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가 아니라, 적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험생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웹사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그렇게 탄생한 카페가 '전한길 한국사' 카페이다.



 


 

공시를 도전하는 사람들이 초반에 들어가서 기운을 받기에는 딱 좋은 사이트이다. 그러나 공시생이 해야 하는 건 공부다. 일정기한 지나면 딱 끊어버리는 걸 추천한다.

 

1년 반 중에 1년은 아르바이트 병행하면서 드라마도 챙겨 보고, 늦잠 잔 날도 많은 것 같다. 아주 미친 듯이 죽을 만큼 한 건 아니다. 그래도 초반에 열정이 있을 때인 2015년에는 직장 생활 하다가 와서 그런지 공부하는 게 행복하긴 했다. 카톡도 3월부터 지우고 친구, 지인, 거의 안 만났다.



 


 

사실 나이 들면 친구, 지인 다 쓸모없어지더라. 직장 동료랑 가족 챙기느라 정신없어지고. 만일 20대에 공부 죽어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걸 좀 일찍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진짜로 다들 그런다.


이 분은 드라마 보고 알바 병행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1시간 이상 연속으로 드라마를 보면 안 된다. 휴식은 2~15분 이내로 끝내야 한다. 안 그러면 공부 흐름이 끊긴다. 내 생각에 이 후기를 쓴 분은 공부하는 과목들에 대한 기초가 있던 것 같다. 그리고 공부하다 외로워지는 건 공부 장소 때문일 수도 있다. 혹시 도서관에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많다면 시립도서관 같은 곳을 가보는 걸 추천한다. 한때 문제만 푼다고 도서관을 자주 돌아다녔는데, 시립에선 청소부 되려고 공부하시는 할아버지 분도 본 적 있다. 가끔 모르는 걸 물어보셔서 좀 귀찮긴 한데, 그래도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일해야 할 때가 온다는 걸 말이다.

 

9급 면접 준비할 때는 7급 공부와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면접 스터디 할 때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준비했고, 7급 면접 준비 할 때는 풀타임으로 면접만 하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3주 정도 후에는 정말 할 게 없어서 수험 기간 동안 못 본 TV '썰전'을 하루에 10개씩은 본 것 같다. 운이 좋은 건지 '썰전'에서 나온 빅데이터가 개인 발표 주제로 나와서 그와 관련된 예를 풍부하게 들 수 있었다. (...) 9급 때 나온 주제는 너무 황당해서 내가 발표를 하고도 무슨 발표를 한 건지 몰랐으니까.



 


 

내가 보기에 주로 7급 면접에선 정확한 대답을 원하는 것 같고, 9급 면접은 일할 때의 기본 자세와 간단한 전문지식을 원하는 것 같다. 법원직 합격하신 분의 말로는 필기합격하시고 다이어트 겸 헬스장 끊어 운동하셨다던데, 그런 때 앞으로의 전공(?)과 관련된 방송을 들으면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 영어회화도 시킨다 하니 간단히 자기소개할 만큼은 실력 쌓아둬야 할 듯하고. 영어문제 찍는 능력과 영어로 말하는 능력은 또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픔계량사전 천년의 시 62
김수목 지음 / 천년의시작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애가 필요합니다 중에서

 

앉지도 못합니다

서지도 못합니다

눕는 데는 더 힘이 듭니다

모든 감각기관들은 엉덩이 위에 부서진 몇 개의 뼛조각을 향합니다

밥을 먹으려면 꼬리뼈의 안부부터 물어야 합니다

바흐를 듣는 귀도 눈치를 봅니다

가장 멀리 있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머리조차 걱정합니다

안녕들 하신 거냐고?

엄지발톱은 자신까지 빠질 것 같다며 엄살 부려옵니다

 

꼬리가 필요합니다

퇴화기관이 아닌 당당한 꼬리가 있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살랑거리며 다가갑니다

권력 앞에서는 요망스럽게 흔들어 보입니다

앉을 때를 위한 꼬리전용의자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꼬리뼈가 아픈 적은 없지만 옆에서 일하다 꼬리뼈 다친 동료를 본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다른 동료사원들이 꼬리가 나려나 왜 거기가 아프냐고 놀리고 그랬지. 아무튼 이 시 왠지 좋다 정겹다 ㅎㅎ 

 

별 메시지 없는 시에도 묘하게 끌리는 데가 있다. 우울과 고립, 낙망이 느껴진다.

마치 소크라테스처럼 짧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질문들로 마음을 치고 지나가는 것 같다. 니가 했던 게 사랑이었어? 외로워서 그저 잠깐 만났던 것 뿐이 아니었나? 추억이 있다고? 그런 거 금방 지워져. 그리고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선 뭘 해도 즐거웠던 게 아니었을까? 헤어진 게 슬픈 이유는 그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네가 단지 다시 외로움에 빠지는 게 무서워서가 아닐까? 책을 읽어봤자 지식이나 스펙만 하나 더 쌓으려고 하는 것일 뿐 별 의미 없는 것 아냐? 등등. 이렇게 나열해보면 상당히 시니컬한데 시로 엮어져서 그런지 막상 글에서는 저자의 깊은 슬픔이 드러나 있다. 일상 얘기같은데도 왠지 모르게 저자의 관록이 잘 드러나 있다. 이런 게 시인의 역량일까.

 

나날들

 

하나씩 떼어내어 하루를 마감해주는 일력을 걸어두지요

오늘 하나를 가볍게 떼어내지요

 

두서는 없고 나열만 있는 나의 하루는

열서너 시간쯤은 자야 하지요

자는 순간은 구름 위를 걸어 다녔던 발바닥이 풀썩 땅에 떨어져

발자국을 남기는 시간이거든요

 

태생부터 나였던 나는

내가 아닌 것처럼 어설픈 몸짓으로 내 일상을 끌고 가지요

걸린 것도 없는데 납작하게 넘어지고

곤란한 일이 생기면 엄지손가락부터 빨지요

 

태백에서는 에어컨 없는 여름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다가

졸아드는 연근조림의 안부는 미처 듣지 못해 까맣게 눌었네요

환풍기 사이로 연근 타는 냄새 따라 태백으로 가요

여행객이 던진 황지연못의 동전 한 닢이 되어

나날은 서서히 삭아가요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는 구절들이 많다. 잠이 많다던가, 시험문제를 고쳤는데 사실 처음에 찍은 게 답이었고 그걸 내가 알고 있었다던가 ㅠㅠ 세상에 다양한 슬픔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작품들이다. 

 

셧다운 중에서

 

물고기가 지독히도 죽지 않았다

지난 여름 물놀이에서 잡아온 피라미 한 마리였다

물에 담가만 놓고 관심도 없이 버려두었는데

한겨울 속에서도 살아 있다

 

잊고 싶어서 잊은 게 아니야, 잃기 싫었을 뿐이야

쓸데없는 말장난은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 들었던가 읽었던가 헷갈리고 있었다

닫힌 입술이 더 이상 열려고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는 게 싫었다

 

손바닥 안의 TV를 본다

범죄자와 쫓는 자, 범죄자를 사랑한 여자

모두 한통속이라는 생각에 TV를 껐다

들은 말도, 읽은 말도 아닌 것이

손바닥을 간질였다

 

 

 

위의 소개글에서도 눈치챘겠지만 멜로물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구절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그러나 사랑같은 단어들이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겠단 것일까. 그런 애틋함이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