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 - 경계선적 문학
임상태 지음 / 문학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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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하잖아, 언젠간 노트르담 성당의 딸이 될 거야. 쇠기침을 몰아쉬며 그녀는 말을 했고 십자가는 멀리, 붉게 돌고 있었다.
하 늘 이, 내 리 신 병...이래.
(...) 우리는 그리움이라는 성수로 침례를 행한 후 카펜터즈의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를 불렀다. 미지에 주파수를 맞추자 밀교의 종탑으로 향하는 흰 계단이 달을 넘고 있었다.

나는 우주인이야, 벗어나게 해줘...................!
(...) 노래를 멈추려 했건만 쉴 새 없이 혀를 토했다. 어미 잃은 고양이마냥 목울대가 터졌다. 목사님이 안수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단다-. 중창단이 찬양집회를 해도, 소용이 없단다-. 어떤 권사님은 노래가사에 '응답하라!'는 남자 목소리가 수상하다며 혀를 잡아 빼려했고, 그래서 함께 울었다.

 


 

처음 글을 볼 때부터 아 뭔가 천재시다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보통 이러한 글귀에는 느낀 바를 글로 쓰려하지만, 도저히 쓸 용기가 안 난다. 저 명문에 나 따위가 페북에 휘갈겨 덧붙인 글은 얼마나 욕되어 보일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느끼고 지나가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농담조차도 굉장하시다.
페미 쪽으로는 진짜 아닌 사람인데 그냥 그쪽에 대해서건 어느 쪽에 대해서건 할 말이 없게 만듬;;;
문장이 그냥 압도적이라고 할까.
물론 서슴없기도 한데, 그냥 한 문장 한 문장이 확 다가오는 게 있다. 저자는 스마트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냥 시가 아닐까 한다.

교회에 다니신 적이 있는지 성경(특히 구약) 이야기를 요약해서 코믹하게 단편소설로 펴냈다. 시리즈로 연재했으면 좋았을 텐데 출애굽기에 한정되어 이야기되서 상당히 아쉽다. 그러나 지금만으로도 교회의 상당히 핵심적인 약점을 집어서 날카롭게 풍자적으로 성경을 해석해냈다고 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교회 이야기는 시 쪽이 훨씬 괜찮았다.

 

된장찌개에 막걸리,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어차피 예술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잘 섞거나 어울리는 것을 어울리지 않게 섞는 편이 훨씬 예술적이다. 어울리는 것을 어울리게 섞으면 새로울 게 없다. 나는 막걸리 한 잔도 새롭게 마시고 싶다.
내가 해변을 달리는 이유는 아직 꿈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땀내 절은 팬티를 동해의 짠바람에 오징어 머리처럼 말려야 할 것 같다는 미묘한 예감.


 


강원도 양양에 사신다고 하는데 강원도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펜의 힘차고 대범한 움직임이 마치 깎아지른 듯한 설악산의 바위를 닮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들 실험적이긴 했지만(...) 여러 장르를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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