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 네번째 살인 - 비밀 + 델타 명지사 한국추리단편선집 5
이상우 외 / 명지사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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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누가 맞는지 몰라서 인상적인 글귀를 쓸 수가 없다; 변호사는 어리둥절할 뿐이고...

 의외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감독 치고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온대서 봤는데 본격적으로 가족을 다루었다는 다른 영화들을 보려면 좀 힘들겠구나 싶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포스터가 다르다. 이 점에선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좀 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표현하려고 한(?) 것을 좀 더 확실히 잡지 않았나 싶다. 변호인이 용의자와 이야기할 때 유리의 단면을 비추면 용의자의 얼굴이 변호인에게 담기거나 혹은 용의자의 얼굴이 변호인에게 담기는 것 같은 장면이 된다. 전부 옆얼굴이다. 사건과는 반대로, 인간이 얼마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남의 이야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듣고 싶어하는지, 그 말이 진실인가 아닌가를 얼마나 공들여 고민하는지를 이 영화는 긴 침묵을 써서 드러내고 있다. 확실히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감동적이고 희망적이다. 그러나 법정에서 벌어지는 공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피해자의 딸과 용의자의 말이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아닌지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둘은 과거도 앞날도 진지하게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변호인과 피해자의 딸과 용의자가 눈 속에서 노는 장면은 확실히 아름답다. 그러나 용의자가 주장하는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꿈의 허망함을 보여준다. 감독이 보여준 꿈에 대한 부정을 부정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 아닐까 싶다.

 

 

 

뭐 심중의 말은 숨기고 서로 주고받는 핑퐁공방은 잘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피해자의 딸과 용의자는 살인이 벌어진 이후 서로 한 마디도 안 했지만.

아마도 세번째 살인은 용의자의 살인을 말하는 것이라 본다. 요즘에는 용기있게 검사들의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매우 많아졌지만, 현실은 더 더럽고 추악하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목숨을 맡겨도 될지 대중들은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사형은 아마 법률상으론 있어도 실제 행하지는 않는 것이 되어 낡아가리라. 그리고 언젠가 후세의 사람들은 그 부조리함에 혀를 차리라. 그러나 특히 권력 다 겪어본 사람들이나 그 밑의 중간보스류들이 특히 용의자를 보고 쉽게 말한다. 사형(혹은 범죄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게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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