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
리틀빅미디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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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돼지 좋아하는데!

성직자들은 가난하지 않다. 그들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집안환경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프란치스코 또한 이미 그런 생활을 겪어봤기 때문에 더욱더 낮은 곳으로 향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란 핑계로 무언가를 소유하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소유해야 남을 도울 여유가 있는지 한도가 없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 프란치스코의 고민도 어디까지나 귀족의 삶을 살았던 자의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사실 전 세계 공통으로, 성직자 "배경"이 중요하다.  성직의 계급은 사가의 재산이 얼마냐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가난한 성직자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후원이 별로 없어서 부자들 마음을 이해 못해 유명해지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석가모니만 해도 왕자였으며 신라와 고려시대 유명한 국사급도 왕족들이었다. 성 프란치스코는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예수만은 못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결국 인간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얻을 수 있었다. 기적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영화는 프란치스코가 작은 형제회를 세웠을 때부터 시작되며 프란치스코가 아닌, 그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려졌다. 특히 프란치스코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성직자 엘리야에게 시선이 맞춰졌다. 그러나 한 인물이 주인공이거나 자주 나올 때, 우리는 그 인물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지 또한 의심해보아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의 오상에 대해 의심의 시각을 갖는 것 또한 그렇지만, 약간 더 이전으로 돌아가보면 엘리야 또한 사제들에게 세뇌교육을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프란치스코처럼 눈병을 앓은 것도 아니고, 단지 자살을 하려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으나 멀쩡했던 그에게 어째서 수도승은 책을 읽어줬을까?

영화감상평을 둘러봤는데 대체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주변을 너무 힘들게 한다'는 평이 많았다. 종교인이 아니라서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나라  인간들은 너무 인간관계에 중독되어 진실을 보는 눈마저 흐릿해진 게 아닐까? 결국 엘리야도 상당히 많이 고민한 끝에 프란치스코를 다시 찾아왔고 이는 자신이 작은 형제회를 위해 희생한 게 아니라 권력에 굴복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론 사회적이고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이득을 버려 가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진실이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프란치스코는 죄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개돼지가 아님을 입증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의외로 찬송가가 많이 나왔는데 분위기 너무나 좋았다. 혹시 그때 나왔던 노래로 OST가 있다면 꼭 다운받아서 듣고 싶다. 인기없는 걸 보니 왠지 찾아도 나올 것 같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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