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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필립 슈톨츨 감독,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외 출연 / 미디어포유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격식과 열정을 다하여 마음을 뺏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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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책만 보지만 동생이 오면 가끔 TV를 틀어서 보는 때가 있다. 건강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들의 과도한 중금속 의심병에 질려서 리모컨을 들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데, 영화를 보는 경우는 잘 없다. 처음 부분을 볼 수 없게 되어 스토리가 뜬금없이 흘러간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도 이 영화는 맨 처음부터 보게 되었다. 덥고 몸이 축 처지는 여름날 보기에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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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했던 괴테의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맞춰져 있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괴테는 시를 쓰고 싶어하지만 번번히 출판사에게 퇴짜를 맞고 좌절하게 되어 하고 싶지도 않은 변호사 일을 시작하게 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본 사람은 많을테니 어차피 스포일러를 쓸 필요도 없지만 대체로 그 소설 분위기와 비슷하게 구도가 흘러간다. 다만 알베르트가 소설에서 쓰여진 것처럼 호인이 아닌데다 괴테의 상사라는 점, 괴테가 자살하지 못한다는 점 정도가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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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고 그게 당연시되는 세상이지만, 영화에서도 시사하고 있듯이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로테는 내심 소설에서도 베르테르가 계속 살아서 글을 쓰는 결말이 되기를 원한 듯하지만 괴테가 단칼에 거절한 것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싶다. 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그의 자살이 그렇게 중요한 구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필요는 했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실패는 베르테르에 의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실패로 남았다. 지금까지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찌질한 소설이라 공격을 받으면서도 고전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인간의 감성이 아직도 존중받지 못하고 돈으로 충족될 거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회의 인식을 변혁시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괴테가 낭만주의를 부흥시켰어도 말이다. 다행히도 현재는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아직도 사회적으로 배척되고 망신을 주는 계기가 되는 데에서 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문학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이 진보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러나 특히 국내의 출판시장은 요새 난항을 겪는 중이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독자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대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책을 안 보는 것일까? 나름 진보정치가 들어섰기 때문에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