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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 디오라마 한정판 (3disc: 2DVD+OST CD) - 디오라마+도서(380p)+홀로그램 넘버링
장재현 감독, 강동원 외 출연 / 오퍼스픽쳐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너희들이 미웠다. 50255일 마실 물이 없고 85938일 검은 풍선이 터져 69302명 죽고. 오존층 소멸 93025 반은 타 죽을 것이고. 세상에 빛을 끄려고 왔다.

아니 대체 돼지는 무슨 죄야. 무튼 저 돼지를 처음부터 쭉 등장시킴으로서 대체로 음울한 기운이 감도는 저 영화를 코믹하게 만든 건 다분히 우리나라 영화다운 시도라고 하겠다. 하지만 막판에 죽일 거 너무 돼지에게 비중을 준 게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뭐 사람 목 조르고 기도문을 외쳐야 하는 엑소시스트에게 동물의 권리가 안중에 있겠냐 싶지마는.
의외로 잘 만들었다. 비중을 늘려서 드라마로 제작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귀신이 씌인 아이도 살았다는 암시가 나오던데 중년의 신부님이 다시 풀려나서 그 학생을 착실히 수제자로 키운다는 설정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만 여기선 또 의외로 영화가 단호함을 보여서, 퇴마가 시작될 때부터는 절대 유머러스한 진행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악마가 평상시 인간들이 이야기하듯 계속 평범함을 가장하다보니 그 미묘한 섬뜩함을 잡고 싶었던 것일까.
퇴마록이 예전에 영화로 나온 적이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신부가 엑소시즘을 하는 걸 표현하려 했지만, 퇴마록 원작 자체가 애초에 영웅담이 아니기 때문에 퇴마에 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자체를 충무로의 인간들이 이해하지 못해서 거하게 실패했다. 검은 사제들은 그에 비해선 마치 초능력물같은 느낌이다. 차에 치여도 전봇대에 깔려도 살아나는 강동원 신부... 뭐 그래도 그 정도면 충분히 퇴마 장면이 길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분량을 감안하여 생각하면 적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