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제로 다크 서티 : 킵케이스 한정판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제이슨 클락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혼자 세상과 싸우는군.

 

 

 1. 새벽에 잠이 오질 않아서 영화를 봤다. 추천받은 것도 있고, 아무래도 계속 2시간짜리 영화를 보다보면 잠이 좀 올까 생각되서였기도 하다. 그런데 왠걸, 더 잠이 오질 않았다. 영화 내내 빈라덴을 추격하는 요원들에게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나에게도 전이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뿐이긴 하다만, 딱히 군대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이 영화를 보는 덴 지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미국 특수부대의 특성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특정한 작전을 수행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수염을 기르고 사복을 입는 등 자유로운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미국 부대는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들어서 이들을 보고 약간 놀랐었다.

 

 

 2. 전투씬도 전투씬이지만 특히 주택에 사는 제 3자가 빈라덴일 확률을 따지는 높으신 분들을 조소하는 주인공의 대사들이 인상깊었다. 사실 쉽게 어느 편을 들 수 없는 입장이었던 듯하다. 정말 빈라덴이 아닐 경우 정치가들이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문제라던가 인권 논란의 재발이라던가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고,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빨리 끝내버려야 더이상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후자가 주인공의 입장인데, 이 감독은 철저하고 집요하게 주인공의 입장 쪽으로 파고든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일단 빈라덴을 제외하더라도) 다분히 정치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신념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정치계의 약자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CIA 내부에서는 그녀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주인공의 상사인 지부장은 '너 찍혔어'라는 말을 계속 하는데, 딱히 파키스탄에서의 입지 뿐만이 아니라 CIA 자체도 목적어에 포함될 것이다.

 

 

 3.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선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포로에게 가한 학대를 필립 짐바르도가 수행한 교도소 실험에 빗대고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간수가 아닌 사람이 간수 옷을 입고 죄수가 아닌 사람이 죄수 옷을 입은 채 진행했다가 굉장한 상황(...)들이 일어나서 중도에 마무리해야 했던 실험이다. 사람은 상황에 휩쓸리기 쉽고, 그런 분위기를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어찌보면 주인공은 분위기를 바꾸기보다는 아예 상황을 종료시킴으로서 모든 것들을 끝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설령 10몇년간 빈라덴을 쫓던 자신의 사명의 종료를 초래하더라도, 갈 곳이 없어진 자신에게 다가올 각종 트라우마를 감소하더라도 말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이 가장 생존하기 쉽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언제나 가장 고통받는 건 평범한 민간인들과 약자들이다. 여담이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나라 혹은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정말 '끝까지 가는데', 우리나라는 어째서 광주를 포함한 자국민들에게 고문을 가할까 싶었다. 그것도 나라를 위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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