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블루레이] 쥬라기 월드 : 콤보팩 (2disc: 3D+2D) - 아웃케이스 없음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 빈센트 도노프리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1. 일단 다들 이 영화를 욕하는 것 같으니 쥬라기 월드에 대한 변명을 하겠다. 어쩌면 이 리뷰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에 대한 변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난 이 영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 무언가를 한참동안 머릿 속에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 증거로 다들 이 영화에서 '닌자공룡이 출연한다'고 주장하면서 싫어하긴 하지만, 아무도 '빨리 잊어버려야지'라는 식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무서운 것은, 영화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장 중 하나에 '공룡스러운 공룡이 나와야 하는 거 아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은 좀 더 크고, 좀 더 무시무시한 공룡을 원한다'라고 주장하는 레이첼의 주장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인간은 거의 언제나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부분만 보게 되는 듯하다. 

 

 

 2. 이 영화에서는 공룡보단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되려 더 상세히 나온다. 이는 옛날에 나왔던 쥬라기 공원 소설과 정확히 일치한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쭉 봐온 열혈팬들은 다들 원작소설이 제일 나았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실제로 보다보면 굉장히 재미가 반감된다. 사실 공룡보다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초반에 굉장히 많이 나오는 데다가, 애들이 읽기에는 분량도 상당히 미묘한 구석이 있다. 사실 그렇게 보자면 쥬라기 월드는 다시 쥬라기 공원 초기의 의지로 돌아간 구석이 있다. 2008년에 돌아가신 작가분이 살아있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악평을 하진 않으셨을 것 같다. 이것은 또한 콜린 트레보로우라는 감독의 초기 데뷔작과 맞아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감독은 1시간 분량의 중편 B급 영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으로 인해 이름이 알려졌는데, 그 영화가 지적받는 문제 중 하나가 '초반에 시간을 너무 질질 끈다'는 것이다. 단지 소설책과 이 쥬라기 공원의 차이점은 존재한다. 소설책에서는 고대 생물의 원초적 힘에 밀리는 인간의 열등감과 절망이 담겨져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원초적 힘을 과학과 동물심리학을 이용하여 제어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이 담겨져 있다는 점. 그 결과물로 탄생한 쥬라기 월드를 전쟁에 쓰려고 하는 사람들과 비즈니스로 쓰려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인간들에게 생리적 혐오를 느끼면서도 결국 공룡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야기가 첨예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난 이 영화가 원작 쥬라기 공원의 진정한 후속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은 쥬라기 공원 스토리를 고스란히 이용한 게 아니라, 또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해낸 것이다. 물론 쥬라기 공원의 명성에 낚여서(?) 이 영화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지금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에 전국이 난리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예매율 82%를 돌파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3. 그런 의미에서 쥬라기 월드는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 중 공룡보다 인간 캐릭터가 가장 주목받은 작품이라 할 수도 있겠다. 쥬라기 월드 최대의 위기 상황이 닥쳤고 심지어 목숨이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하이힐을 절대 벗지 않고 심지어 군인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레이첼이란 인간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대부분은 위의 그림에서 나오는 아이들 두 명을 너무 좋아하더라. 그들은 더이상 어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다. 심지어 그들의 부모님은 이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그들만 쥬라기 공원에 일주일간 보내버린다. 그런데도 어른보다 더 똑똑하게 위기 상황을 해쳐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짠한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요즘 메르스로 인해 유행하기 시작한 사자성어 중 '각자도생'이 있는데, 언뜻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듯한 이 단어를 이렇게까지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경우는 이 영화가 처음인 듯 싶다. 영화 엔딩에서마저 부모님이 상황 다 끝난 뒤에 이들을 찾아와서 부둥켜 안고 울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혼을 취소하겠다는 소리는 결코 하지 않더라. 그것도 정말 인상깊었다.

 

 동생은 자신이 그토록 가고 싶었던 쥬라기 월드에 있으면서도 부모님과 자신의 앞날이 걱정되어 울고 있는데, 형은 무심한 척하면서도 동생을 따뜻한 말로 달래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 때 쓴 영어인 'No matter what'이 지금 내 카톡 프로필 문구로 저장되어 있다.  

 

 P.S 이런 아이들의 각자도생 군상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면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라는 소설집을 추천한다. 그 단편들 중에 저 이야기랑 비슷한 게 딱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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