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기
백운학 감독, 손현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 참 어리석죠? 실수로 저지른 죄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죄를 저지르고 그 죄를 감추기 위해서 더 큰 죄를 저지르고…

 

 1. 평소 범인은 범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경찰정신으로 똘똘 뭉친 최반장은 특급 승진을 앞둔 상태이다. 그러나 행복의 절정기에 불행이 찾아오기 마련이라던가. 그는 어느 괴한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실수로 괴한을 살해하고 만 그는 당황하여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도망친다. 하지만 다음날 그 괴한의 시체가 크레인에 매달린 채 발견된다. 그것도 경찰서를 향한 채로.

 

 

 2. 평소 자신의 옆에 있던 동료, 자신이 키웠던 자신들의 식구들이 집요하게 '범인'을 쫓기 시작하자, 최반장은 초조함과 분노로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욕하는 사람들도 손현주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최형사 자체가 손현주에게 딱 어울리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느끼고 유혹에 약하기도 하지만 성품이 그렇게 모질지도 못하고, 끝없이 흔들리는 나약한 성격. '웃지 마 니 얘기야' 메시지를 끊임없이 날리는 그의 대사 하나 연기 하나를 숨죽여 지켜보게 된다. 심지어 이 영화에 나오는 어떤 남자배우나 여자배우보다 얼굴이 고와보인다 ㅋㅋㅋ

 

 

 3. 이 영화의 묘미는 맨 마지막, 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 등장하는 짧은 영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선설을 대표하는 것 같다는 착각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지만, 결국 귀결은 성악설이다. 최반장은 범인이 되고, 몸도 마음도 점점 피폐해져 나락으로 떨어질 즈음에 자신이 경찰에 몸담았던 초기의 그 마음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진정한 범인'은 그와 정반대로의 길을 걷는다.

 

 난 감독의 말에 찬성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적 동력은 살아있는 한 무한하며, 제대로 작동하는 한 시간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나오는 범인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종류에 속한다. 단지 감독이 그를 어떻게 악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는 알겠다. 첫째, 지나친 인정욕구. 자신의 죄를 인정받고 싶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극도로 손에 피를 묻히기를 꺼려하는 그의 태도는 치사하다 못해서 강박증적이기까지 하다. 둘째, 오만. 그는 모든 수를 써서 자신이 위에 군림하려 들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조종한다. 시체를 허공에 매달아서 경찰서를 내려다보게 만든 것도 이런 이치일 것이다. 이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좀비를 떠올리게 한다. 동성애자 코드도 비슷.

 

 셋째, 살인도 노동이다. 그것도 굉장히 힘이 드는. 그걸 남에게 하도록 뒤에서 시키고 자신은 구경하는 사람이 진정한 나쁜 놈이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영화는 그 생각을 더욱 굳혀주었다. 이전에 '사람은 날 때부터 착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악한 사람은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천국은 없을지라도 지옥은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걸 보면 어쩌면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감독의 말이 맞을지도;;; 이 영화로 인해 내 기본적인 철학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으니 말이다. 난 역시 나쁜 사람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마도 평생 용서치 않을 것이다. 남들과 기준이 좀 다를 뿐이지.

 

 사실 정치적으로 위험한 발언이긴 하지만(...) 그래서 난 박정희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강남개발을 보라. 박흥숙을 보라. 그럼 악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해선 다음 리뷰 <루리색에 흐려진 일상 2권>에서 설명하겠다. 우연의 일치로 인해 이와 정말 똑같은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