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해피 브레드
미시마 유키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1. 영화보면서 애니보면서 음악까지 들으려니 정말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간략하게 한 마디만 하려고 한다. 도심에서 일하는 사람들 누구나 시골로 내려오기를 원하는데, 이 분들은 정말로 그냥 무작정 내려왔다. 손님이 많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드문 오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날씨가 좋지 않은 때도 등장한다. 하지만 역시 너무나 농촌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일본을 가보진 않았지만 저 곳의 경제도 사실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지 않나? 특히 후쿠시마 사건 이후로는. 워낙 대사가 많지 않다보니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도쿄에 올라가기 힘들다는 시골 청년의 푸념은 그냥 푸념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대뜸 등장하는 신파적인 이혼가정, 즉 아버지가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이야기는 하품이 나올 만큼 지루하다. (살짝 졸았다.) 계속 어머니가 만들어 준 호박수프 타령하고 있길래, 카페 마니에서 직접 메뉴에서도 없는 호박수프를 만들어줬다. 근데 이 기집애는 먹지도 않고 일어서서 학교로 간다. ... 뭐야 이 짱미오같은 설정. 만일 귀여운 여자애가 그 말을 안 했다면 나 그냥 이 영화 꺼버렸다. 니 엄마가 니가 그렇게 클 때까지 호박수프 줄곧 만들었으니 이젠 니가 해먹을 때가 되지 않았니 얘야? 


 2. 아무튼 '빵'이란 이름의 기원이 깜빠뇽이고 깜빠뇽이 동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여태까지 몰랐던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봐도 좋다. 

 프롤로그 부분에 대해서 잠시 설명하겠다. '달과 마니'라는 그림책에 푹 빠진 리에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야 하는 도심의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마침 남편 미즈시마가 시골로 내려가자고 해서 훗카이도 츠키우라에서 숙박시설 겸 카페를 오픈한다. 그녀는 그 카페의 이름도 마니라고 지었다. 그런데 웃긴 건 그녀는 남편 미즈시마를 그 때까지는 전혀 마니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그럼 왜 결혼했어? 거기서 헛웃음이 나왔지만 일단 그에 대해서 썼다간 또 이 리뷰가 삼천포로 빠질 것 같으니 나중에 다른 데서 쓰기로 한다.

 아무튼 그 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몇 되지 않는다. 귀가 더럽게 밝은 유리 공예가 요코 정도가 약간 시골의 암막같은 존재로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월든에서 저자의 말에 의하면 시골 아낙네들은 자신이 사는 집으로부터 몇 킬로미터 떨어진 외딴 오두막의 침대 밑까지 샅샅이 뒤진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으로도 그 말은 맞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존재로구만.), 그녀마저도 깜짝 선물로 카페의 분위기를 밝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중에 하나였던 훈남 토키오는 카페 마니에서 인연을 만나 직장도 그만두고 도쿄로 상경한다. 아니 뭐 이딴 자식이 다 있어 ㅋㅋㅋ 정말 꿈이 없는 청년이었구만! 분명 해피엔딩인데 어처구니 없다고만 생각되고, 깔 부분만 이곳저곳 발견되는 걸 보면 난 의외로 상당히 세속에 찌든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3. 각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카페 앞 버스 정류장에서 쭈뼛쭈뼛거리며 서 있다가, 무슨 결심이 섰다는 듯이 돌연 이를 악 물고 카페 마니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들을 위해 카페 마니는 메뉴에도 없는 빵을 만들어주던가, 와인을 제공해주면서 그들을 반긴다. 그러고보니 해피해피 와이너리에서도 빵이 나왔었지. 각본을 쓴 사람이자 감독인 미시마 유키코가 어지간히 빵과 술, 그리고 나란히 서서 행진하는 음악단을 좋아하는 여자인가 보다. 빵 이야기가 한창 나오다가 오키나와 인형 이야기가 튀어나오지 않나, 갑자기 건배는 많이 할수록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질 않나, 스토리가 뒤죽박죽이다. 이혼가정 에피소드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꺼내자면, 호박수프를 앞에 두고 침묵하고 있는 부녀 앞에서 아코디언을 켜고 있는 아저씨가 상당히 억지춘향으로 보일 것이다. 보통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화를 내겠지. 하지만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워낙 돌발적인 데다가 로맨티스트들이고, 카페도 워낙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설정이라, 어쩐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해피해피 와이너리에서도 잠깐 언급했었지만, 정말 여기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녹색당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라 미묘하다.


 4. 아무튼 자살하러 고향이자 인적이 드문 츠키우라 마을로 찾아온 노부부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었기에 간신히 이 영화에 4점을 줄 수 있었다. 이 부부가 사실 주인공 부부보다 더 연기를 잘 했는데, 평소 빵이 입에 맞지 않았던 할머니가 콩빵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와이너리에서도 그러했듯이 이 영화는 효과음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 바삭바삭 소리가 났던 빵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좀 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고 할까. 상당히 짦은 장면이었지만, 그 장면을 보다보면 '사람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계속 변한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그러나 그녀도 그녀를 변함없이 지켜보고 사랑해주며, 그녀의 변화를 인정하는 할아버지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멋진 여자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리에도 그 노부부를 보고 나서야 미즈시마를 마니로 인정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렇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걸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이랑 원하는 걸
 동료와 함께 하라.
 그러면 사람은 변할 수 있다.'
 두 시간동안 열변하기엔 굉장히 간단하고 식상한데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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