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매튜 본 감독, 콜린 퍼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1. 겉으로는 007같은 고전적 스파이 영화를 표방하지만 이 킹스맨은 마치 '마이 페어 레이디'같은 줄거리를 지니고 있다. 얼마나 이에 대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느냐면, 첫번째 사진에 나오는 이 아저씨가 악당과 대화를 나눌 때 두 번씩이나 007 영화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리고 '마이 페어 레이디' 영화를 언급한 사람은 주인공 에그시이다. 영화에서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건 또 처음이다. 그리고 매트릭스(에그시와 가젤의 대결)에다가 샤이닝(에그시 엄마가 화장실 문 부수는 장면) 패러디까지 아주 대놓고 가져다 붙이니, 실소가 나온다. 액션 처리 수준에 감독이 그 매슈 본인 데서 이미 B급 영화는 아니지만, B급 영화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 영화의 뻔뻔스러운 요소는 사실 이 두가지 말고도 더 있는데, 스파이명에 영국의 기사 칭호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게 다 킹스맨의 중심인 아서가 귀족을 편애하기 때문이다'라고 변명하면서 넘어가는 구석이 있다. 의외에도 영화 설정이라고 은근슬쩍 설명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스킵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는 교회씬 이야기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2.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솔직히 영국 영화는 대체로 그네 국가에서 나오는 음식만큼이나 상당히 따분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영화는 메시지를 남기려고 너무 과하게 노력해서 지루하지만, 어찌보면 한결같은 데가 있다.) 하지만 영국배우와 미국이 합작을 하면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겔러해드는 오래되고 고리타분한 것만을 추구하는 아서에게 지긋지긋해진 나머지, 에그시를 데려온다. 그는 슬럼가 환경과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지만, 겔러해드는 그 '집안 환경'을 바탕으로 킹스맨이 되도록 에그시를 설득한다. 에그시의 아버지도 킹스맨으로, 겔러해드를 지키려 하다가 전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에그시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배우고 있는 것들을 잘 융합해 나간다. 어찌보면 온고지신의 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겔러해드의 유지를 잇겠다고 결심했는지 악당을 저지하는 총으로 우산총을 챙겨가지만, 현대 무기들의 집중공략으로 인해 믿고 있던 우산총이 망가진다. 위기 상황에서 그는 그 다음 무기로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한 라이터 모양 수류탄을 사용한다. 킹스맨의 매너정신을 배우면서 자신의 엄마를 때리는 새 아빠와 정당하게 1대 1로 승부하려 하지만, 반면 물건을 슬쩍하거나 술잔을 바꿔치기하는 '예전 꼼수'도 선보인다. 킹스맨 선발시험을 치를 때 동거동락했던 록시랑 잘 되려는 기색을 보이더니, 스칸디나디아의 공주가 자신의 '뒤를' 준다고 할 땐 또 거침없이 사양하지 않고 받는다 ㅋㅋㅋ 이 녀석 생존비결 제대로 터특했구나.


 


 


 

 3. 두번째 사진 좀 많이 무섭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저걸 일일히 보고 계산했단 말인가(...)


 '좀비 28 시리즈'(28일 후, 28주 후 등)을 생각나게 하는 교회 씬은 전혀 NG나지 않고 한 컷에 끝냈다고 한다. 다시금 이 배우의 역량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콜린 퍼스라고 하는 영국 배우인데, 50대라고 한다. 뭐... 라고? 그럼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잖아? 뱀파이어인가?


 저 교회씬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에 대해선 그 외에도 내용상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스파이가 '분노해서' 죽이고 있는 대상이 백인우월주의 교회집단이다. 둘째, 스파이가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것도 아니다. 백인우월주의 교회집단들이 서로를 죽이고 있다. 셋째, 피가 튀기고 살이 쪼개지는 와중에 흘러나오는 BGM이 웃겨서 보는 관객이 내내 웃음나오게 만든다. 넷째, 분명 백인우월주의 교회집단인데 악당인 흑인이 베포한 무료 유심칩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었다. 거기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서 뇌가 뜨거워지니 교회의 온 사람들이 광분해서 다들 저 난리.


 랄까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많이 불편한 영화일 것이다. 어차피 난 사이비 쪽에 속하니 푸흐흡거리면서 봤지만.


 


 


 4. 참고로 이 영화테마에서 빠지면 섭한 게 안경이랑 양복이다. 안경에 대한 언급은 잘 없지만, 에그시가 임무 전 제대로 정장을 차려입을 때 안경을 쓰고 나온다. 이것도 아마 겔러해드의 유지를 잇기 위해 쓰고 나왔다는 영화 설정으로 통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검은 뿔테 안경남에 대한 애정도를 높이기 위한 설정(모종의 음모)이 아닐까. 아니 그보다 분명 슬럼가에 있을 때 '운동신경도 좋고 시력도 겁나 좋았던' 녀석이 안경을 쓰고 나타난 게 수상하다. 안경을 쓸 때 좀 더 고급스러운 인상을 풍긴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실제로 그게 맞기도 했고. 배우가 워낙에 잘생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히 잘 어울렸다. 


 난 영국남자도 좋아하고 양복도 좋아하고 마티니도 좋아한다. 겔러해드는 구두를 정할 때조차 깐깐한데, 에그시가 자신을 호출하는 비밀번호를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로 정할 지경이다. 브로그는 남성 구두에서 습기를 없애기 위해 구두에 뚫어놓는 구멍들을 가리키는데, 보통 구두장식처럼 예쁘게 처리하기 때문에 그 목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좋아하는 구두는 습기가 차지 않도록 애지중지 관리해야 한다. 그러니 진정 양복을 사랑하는 사람은 브로그 있는 구두를 신지 않는다! 그리고 책이던 무엇이던 옥스포드가 최고다! 왜냐면 고전이잖아! 멋있잖아!! 결론은 이런 아저씨하고 같이 양복과 칵테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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