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원 : 일반판
이원석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해리슨 앤 컴퍼니(H&Co.)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사는 게 곧 전쟁이지요.

1. 외로움에 치를 떠는 독수공방 왕비 컷 한 편. 

 일단 이 왕비의 배경부터 설명하자면, 그녀는 선왕 때 왕비 간택에서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선왕의 동생, 즉 지금의 왕에게 냅다 떠맡겨진 신세가 되었다. 전부터 서로 눈짓으로 사랑의 마음을 주고 받고 있었으니 '계획대로다'라고 생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왕이 죽을 때까지 형인 선왕에게 받고 있었던 터라 잔뜩 열받은 그는 왕이 될 때까지 그녀와 정을 통하지 않는다. 물론 이 왕비 빼고 다른 여자들과는 실컷 즐긴다 ㅋㅋㅋㅋㅋ 그러다가 공진이라는 천재 상의원이 등장하면서 이 영화는 무려 왕비 네토라레까지 치닫는다. 옷 치수를 재는 도중 순간적인 욕망에 몸을 떠는 배우의 심리적 연기가 극단에 치닫는데, 여기에서 메이크업까지 약간 지워서 남자에 관해서 전혀 모르는 소녀의 얼굴을 그대로 담아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한창 그러다가 영의정 딸인가 하는 기가 세고 대찬 여자애에게 왕이 휘둘릴 즈음하여 영화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애초에 옷을 중심으로 하고 만든 영화라서 클라이막스를 보려면 옷이나 지켜보며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시간을 질질 끈다.

 

 

 

2. 그러나 이 옷들의 색상이 상당히 현란하여 또 꽤 볼만하므로 가급적이면 영화관이나 대형스크린으로 보시길 바란다. 블루레이면 더 좋다. 

애초에 이 영화는 인터넷 평을 믿지 않는 게 좋다. 일단 이 영화가 욕을 먹는 이유가 모두가 불행하여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일단 영화를 만든 이원석이란 사람이 신인 감독이기 때문인데, 이 감독의 2012년 데뷔작인 '남자사용설명서'를 보면 연애에 관해서 다루는 게 장난 없다. 게다가 영화에 사용된 색감도 정말 훌륭한데, 이것이 상의원에서도 그대로 발현된다.

 

 

 

 3. 사는 게 곧 전쟁이라는 말은 '인생은 곧 실전이다'라는 말과 연관된다.


 노력하는 자는 천재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천재는 곧 이상을 안고 비명횡사하기 마련이다. 왕비가 입고 등장한 그 화려한 웨딩드레스는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이 된 그녀를 위해 공진이 온 마음을 쏟아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얻을 수 없는 사랑을 꿈꾸고 있는 왕비는 그를 스쳐지나가 버린다. 결국 그의 이루어지지 못한 바람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은 훗날 실전을 잘 견뎌서 공진을 희생시킨 조돌석의 공으로 돌아가 박물관에 전시된다. 그 웨딩드레스는 살아서는 결코 남자의 손을 타지 못하는 왕비의 얼굴만큼이나 차갑다. 

 보는 내내 상당히 피곤하고, 쓸쓸하고, 추워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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