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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씬 시티: 극장판 + 확장판 (2disc)
쿠엔틴 타란티노 외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인포(INFO) / 2017년 9월
평점 :

1. 만화 씬 시티는 폭력과 섹스를 잘 조화시켜 느와르의 극한을 달림으로서 딱히 인간의 내장이라던가 기타 고어 장치를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고서도 말초적인 흥분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그리고 영화 씬 시티가 원작을 200% 살린 영화로서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색감이 매우 훌륭하기 때문이다. 난 씬 시티 원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씬 시티가 만화같다고 인식했다. 흑백 대비가 심각할 정도인 이 만화를 감독이 어떻게 해결을 했는지 아는가? 아예 흑백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피의 빨간색과 금발머리라던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색을 중간에 등장시키는 과감함을 보였다. 아예 인물을 실루엣으로 만들어버리고 그림처럼 표현한 장면도 있다. 고어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아름다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씬 시티 1탄을 예술영화 취급한다. 난 그걸 너무나 안타까워하는 씬시티 팬 중 한 명이다. 일단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했던 게 엔딩크레딧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만 없으면 스토리가 강물처럼 줄줄 흘러가는 지라 스토리가 금방 모여 옴니버스 구성을 이룬다. 그러나 1탄이 상영되었던 2005년은 블루레이라던가 감독판이 대중들에게 생소하게 들렸던 때인지라, 그렇게 이 영화는 난해한 영화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2탄은 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가한 듯하다. 일단 팜므파탈로 등장하는 에바 그린 포스터가 그렇다. 왠만하면 선정성은 눈감아주는 미국에서조차 가슴골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인다고 포스터가 금지당했다(...)

또한 만화에서의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철저히 팜므파탈 스타일을 강조했다. 사실 만화에서 보이는 에바는 단발머리에, 두꺼운 화장만 아니면 항시 침착한 얼굴이라 부잣집 마나님같이 보이는 인상인데 말이다. 아무튼 영화의 에바 그린도 이쁘므로 나쁘지 않다. (응?)
아무튼 씬 시티 인물들 중에서도 이 여자가 워낙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다보니 (심지어 연기까지 잘함.) 2탄의 중심은 그녀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을 수렁에 빠뜨려 명성을 얻어가던 중 부잣집 남자를 틀어쥐었지만, 갑자기 시장님과 경찰들이 바 뒷구석에서 포커치기 바쁘고 폭력이 난무하는 씬 시티에서 '남자 없이' 살아가기를 원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옛 애인 중 하나였던 드와이트와 그 친구를 이용하여 부잣집 남자마저 살해하고, 매력적인 과부로 이미지를 바꾼다. 그러나 드와이트와 그 친구를 제거하는 데 실패하여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으로 또다시 어느 풋내기 남형사를 지목한다. 남자로 남자를 막으려는 그녀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2. 자칭 로맨티스트인 나쁜 남자(...) 드와이트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인 마브의 활약이 너무나 눈부신 나머지 가려질 뻔한 캐릭터가 있다. 바로 마법같은 손놀림으로 사람을 온통 홀리며, 겁대가리도 없는 겜블러 조니이다. 그 유명한 조셉 고든 레빗을 이 작품으로 인해 보게 되다니 영광이다. 다친 연기를 상당히 잘 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철렁했다. 씬 시티 시장에게 겜블러로서 한 번 우승하고 나서 왼손이 완전히 꺾여버리는데, 왼손을 적당히 부들부들 떨면서 절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신체 건장한 남자 배우가 부상당한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줘야 하는 건 쉽지 않은데, 특히 할리우드 배우같은 경우는 더하다. 어딘가에선 반드시 멀쩡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전에 토르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예수 역할을 했던 영화에서도 그랬고.) 그러나 이 배우는 정말 길 잃은 새끼새마냥 보여 보는 사람에게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씬 시티 시장이 인정하지 않는 아들에다가, 어머니가 마음 여린 창녀라는 캐릭터 설정도 그렇다. 결국 시장에 의해 제거당하지만 포커로 시장에게 항거하려는 그의 아이디어는 상당히 기발했다. 사실 씬 시티에서 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상당히 아쉬울 정도다. 널 잊지 않으마 ㅠㅠ
3. 한가지 맘에 안 드는 건 씬시티 1탄에서 죽은 하티건이 왜 유령으로 다시 등장해서 낸시 곁에서 맴도냐는 거다;;; 시장이 거울에서 하티건을 보고 멍 때리는 장면에서는 무슨 공포영화 보는 줄? 씬 시티에 한 번 들어간 사람은 귀신이 되서도 못 벗어난다는 거냐? 어차피 스토리 상의 내용이 맘에 안 드는 것 뿐이지 영화는 상관없으므로 점수에 반영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드와이트가 우유부단한데다 천하의 바람둥이라서 이 녀석이 중심인물이 되면 스토리가 개판이 되기 때문인가. 아무튼 하티건은 유령이라 낸시가 알콜중독에 걸려도, 방황을 해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게다가 복수심에 불탄 낸시는 사람까지 죽이고 말았다.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영화로 끝까지 지켜보고 싶지만, 씬 시티가 9년걸려 2탄을 낸지라 그 다음 시리즈를 영화로 방영하려면 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게다가 2탄이 흥해야 그 다음 영화들도 계속 낼 수 있을텐데 이런 흥행이라면 금방 적자가 될 판이다. (이걸 보러 영화관에 갔더니 관객이 나 혼자밖에 없더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니 아무래도 원작 만화책을 사야만 할 것 같다. 마침 인터파크에서 1~7권 묶음으로 30% 세일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