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라이즈 비니스 - 할인행사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해리슨 포드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1.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반전이 설정되어서 그랬으려니 생각했지만 여자주인공이 과거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그냥 연회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던가, 크리스탈 잔을 깨뜨렸다던가, 그대로 시속 60마일로 차를 몰다 들이받았다던가 하는 것들이 대화 속에서 암시될 뿐이다. 난 이 영화가 끝까지 이 여주인공의 시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여주인공의 흑역사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쨌던 이 여자는 신경이 약간 불안정하다는 걸 관객들은 직시해야 한다. 1인칭 시점은 소설이던 영화던 언제나 눈속임과 거짓말이 존재한다. 심지어 욕실 바닥에 놓여진 수건에까지도 의심의 시선을 던져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스포일러부터 질러야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볼 사람은 이후의 내용을 읽지 않으면 된다.

 

 2.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묻혀 있는가. 교수인 남편의 정부다. 그녀는 하룻밤의 정사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으려는 교수에 의해 살해당해 호수 바닥에 묻혀 있었다. 그녀가 연약한 여대생이었다는 설정은 단지 우연히 짜맞춰진 게 아닐 것이다. 이미 자본주의는 그런 식으로 사람을 착취한다. 사람의 행복을 좌우하는 조건이 자원이고, 그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이상 우리는 누군가를 깔아뭉갠 뒤 그 위에 집을 지어 살아야 그 기득권 내에 들어갈 수가 있다. 교수의 아내로서 거의 매일 열리는 연회 속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여자주인공은 처음엔 유령의 정체에 대해 헛다리를 짚는다. 그러나 똑똑한 남자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게 바로 오지랖 넓은 여자다. 그녀는 결국 이성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편견으로선 극복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하기 위해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든다. 다행히 그녀의 옆엔 그녀와 같이 오지랖이 넓은, 하지만 똑똑한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유령에게 대화를 해보라 조언한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라는 것이다. 여자주인공은 이에 용기를 내서 남편 정부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까지 갔다오기도 한다.

 

3. 그러나 결국 그들은 교류할 수 없는 존재였다. 유령퇴치에만 골몰하기 시작하는 남편을 희생양으로 바치고 사건이 종결되었기에 망정이다. 근본적으로 철이 없는 이 교수의 아내는 남편이 베일을 벗기 직전까지도 유령의 메시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이 유령이 남편과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공포감과 남편이 자신 몰래 바람을 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표류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물쇠가 고장난 문을 포함하여 영화의 모든 장치들이 그녀에게 도망치라 설득하지만 그녀는 마치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집에 머물 뿐이다. 처음부터 교수 부인이 아니라 교수만을 노리고 있던 유령이 차라리 그녀보다 더 현명하다 할 수 있겠다. 창문과 문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물과 무의식을 연결시킨 것도 그렇고, 감독은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의 틀 안에 들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술영화나 인디영화가 점점 발달하여 관객들의 입맛이 고급으로 진화함으로 인해 이 영화는 더욱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4. 그러나 나는 한 번쯤 볼 만한 영화라 추천해주고 싶다. 28주후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뛰어다니고, 급기야는 스티븐 킹의 셀처럼 전파까지 사용하는 좀비들이 나타나고 있는 시대이다. 단지 나타남으로서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혼란감을 주는 유령은 드물다. 괜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영화가 아니다. 한 번 감상함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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