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포매니악: 볼륨1 - 무삭제 극장판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샬롯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1. 영화 시작이 너무 일찍되서 앞부분 살짝 짤려서 봤다. 대략 낚시랑 책읽기에만 심취했던 남자가 섹스중독증에 걸려 피폐해진 여자를 간호해주고, 그 여자가 자신의 인생 얘기를 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 그 여자는 자신이 나쁜 년이라 하는데 글쎄, 내 생각엔 그닥 나쁜 년은 아닌 듯하다. 뭐 다른 사람들이야 친구 B를 잘못 만났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남자들을 잘못 만났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사람들은 조가 아니니까. Anyone can beat Joe, but anyone cannot be Joe의 느낌이랄까. 철저히 이성을 사냥감이나 콜렉션으로 생각하는 그 여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되기 때문에 그런 건 단지 관객의 상상에서 진행되는 또 다른 이야기일 뿐. 이건 내 시점에서의 이야기일 뿐인데 다른 손님이 올거라 했는데도 굳이 여자 조의 집 안에 틀어박혀있고 급기야 집을 나가는 유부남 H. 그리고 애 셋 데리고 와서 손님이 왔을때도 안주인마냥 이것저것 남의 물건을 다루면서 비꼬는 H의 부인이 더 정신병원에 가야 할 인물들로 여겨졌다. 하긴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게 어디 한두번이겠는가. 그러나 가족을 만들고 그에 종속되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 오래 사귀게 되도 약간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긴 하다.

 3. 그런 의미에선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색정광이라고 불리우는 그녀 역시 제롬이라는 사랑의 마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만다. (그녀가 제롬과의 사랑이야기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피해자라고 진술할 때, 제롬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섹스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녀가 거부했을 때, 제롬을 만나게 된 과정을 동화 속 이야기처럼 꾸며놨을 때 그녀는 반쯤 미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신만을 위해 헌신하는 부드러운 남자(에피타이저)와 야수처럼 그녀를 다루며 짜릿한 쾌감을 던져주는 남자(디저트)를 너무 즐겼던 나머지 결국 그녀는 오르가즘을 잃어버리고 만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샘솟듯이 나오던 애액도, 항상 '날 느끼게 해준 건 니가 처음이야'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여유도 모조리 잃어버린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째,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는 역으로 작용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정확히 피보니치의 숫자만큼의 삽입을 겪고나서 문의 자물쇠가 풀려 민감한 자동문처럼 되었으니, 그 반대로 자물쇠를 채울 수도 있겠지.) 그리고 둘째, 먹고싶은 아주 비싸고 맛있는 요리를 최고의 실력을 지닌 요리사가 만들어줘서 배가 터지도록 먹을 기회를 얻었는데 이유없이 혀가 무감각해지는 그런 난처한 상황. 기타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보통은 섹스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그것을 되찾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불사하게 마련이다. 대게는 SM이라거나 심하면 단순히 가학적인 것을 어떤 식으로든지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가 된다.

 4. 해수욕을 하고나서 찜질방을 가고 그 다음에 이 영화를 봤더니 머리가 아프다. 왜일까...

 5. 일단 나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중독은 그닥 즐기지 않는다. 조하고 반대로, 나는 중독되는 경우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중독은 파괴이다. 물론 조가 수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했으며 지속적인 만남을 회피한 듯하니, 중독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섹스한 남자들은 모두 다르면서도 같으다. 그러니 난 하나만을 갈구했던 거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을 유심히 생각해봤다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문어발을 걸치고 다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편단심으로, 자신의 관념에서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남성과의 섹스를 열렬하게 추구하는 여자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만일 사랑을 느끼고, 이상형이 모두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된다면, 그녀와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영화에서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소설 첫부분이 정말 뜬금없이 등장하는데, 그 소설의 제목은 '어셔 가의 "몰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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