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스 플러스 박스세트 (2disc) - 할인판
카와모리 쇼지 외 감독 / 우리엔터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그야 간단히 정조까지는 손에 들어오지 않잖아.

 

일단 마음에 안 드는 점부터 이야기하겠다.

 

 첫째, 남자 주인공이 왜 여자 주인공을 강간한 사람을 멋대로 용서하는가? 비록 너무 친했다 할지라도 가해자를 용서하는가 아닌가는 피해자의 문제이다. 심지어 그 강간한 사람과 사귀는 걸 방치하는 것도 기가 막힌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긴 했지만, 가해자와 사귀는 건 별개라고 선을 명확히 그어둔 상태다. 이사무가 그녀의 의사를 정말로 존중했다면, 적어도 피해자 뮨을 가해자에게 넘겨주는 듯한 발언은 삼갔어야 했다. 이는 그녀와 감정을 교감하면서 그녀가 남자 주인공을 사랑함을 명확히 안 샤론 애플이 이사무에게 나타나서 '얘, 이사무. 뮨이 널 좋아한대.' 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크로스 시리즈가 초반부터 여성차별 발언을 많이 한 건 사실이지만, 최소 그 전에 나타난 마크로스의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분명히 했고 남성들은 그들을 존중해주었다. 이는 명백히 마크로스 시리즈의 룰 위반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둘째, 마크로스를 조종하는 인공지능과 싸우는 게 과연 개척 정신과 모험을 소중히 여기는 마크로스 원작자의 의도와 일치하는가? 이는 마치 자본가를 까는 게 최종 목표인 건담 시리즈에서 착한 자본가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심하게 공격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기업 간의 과열된 경쟁과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심리적 전략에서 침해되는 프라이버시, 전력을 끊을수도 없고 부숴버릴 수도 없는 인공지능이 폭주할 때의 공포스러운 상황은 잘 담아내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결합해 독재정치를 일으킨다는 발상은 매우 기발한 점이 있는데, 이는 훗날 마크로스 프론티어 극장판과 마크로스 델타에서도 인용된다. 한때 임플란트 치아에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칩을 심어 특정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게 만든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돈 적이 있었다. 지식이 부족한 점도 있겠으나,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대한 일반인도 이해할 만큼의 쉬운 정보 제공이 부족한 탓도 있다. 마크로스 플러스에서는 그 맹점을 훌륭하게 찔렀다 할 수 있다. 마크로스 초기 제작자에게 욕을 먹었을 지언정, 마크로스 플러스 자체 팬도 또한 많았다 하니 말이다.

 

 

 

게다가 샤론 애플이 드러낼 수 있는 모습은 셋밖에 안 되지만, 확실히 그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모습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레이가 리리스와 결합하여 인류 모두에게 보인 그 환상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리고 인류 모두를 홀리게 하는데 성공한 점도 똑같은데, 이사무가 샤론 애플, 정확히 말하자면 여주의 노래에 면역(?)이 없었다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결말이 났을 수도 있다. 오히려 배경으로 볼 땐 샤론 애플이 훨씬 더 탄생 스토리도 탄탄하고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마크로스 플러스가 나온지 2년 뒤에 에반게리온이 방영되었으니, 연관이 없다고 할 순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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