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철혈무정로 (총9권/완결)
임준후 / 알에스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일의 순서를 지키지 못하면 반드시 발목을 잡히고 말 거다.

 

여기서 철혈 2기의 문제를 파리드와 쿠델리아로 비교하기로 하겠다.
일단 공통점은 둘 다 책읽기에서 기초했다는 점 하나다.

 

1. 쿠델리아는 후미탄에게 읽어보라며 책 자체를 줬지만 파리드는 미카즈키에게 책을 주지 않는다. 그냥 '혁명을 일으킨 남자가 있다'라는 말만 할 뿐이다.
2. 쿠델리아는 '어렸을 때' 혁명의 여신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이후의 독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그 외에도 다른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리드는 오로지 그 책만 읽는다.
3. 쿠델리아는 자신이 혁명의 여신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파리드는 멋대로 미카즈키에게 짐을 지운다. 지 손에 피 하나 묻히지 않겠단 이야기다. 이래서 귀족 놈들은...
4. 아니, 생각해보면 자신이 영웅이 되려고 했을 수도 있다. 다만 친구의 여동생과 결혼하는 걸로 모든 일은 잘 끝났을 터였는데 그 여동생이 너무 어려서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거겠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희생이 너무 컸다. 빠른 출세를 꿈꾸다보니 파리드나 철화단이나 이상을 버리게 되었고 결국 이 혁명은 러시아 혁명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피를 흘렸으나 주변에 '친구가 없고' 결국 만신창이로 실패해서 이후의 똥은 쿠델리아가 치울 수밖에 없을 그런 혁명으로 말이다. 나는 파리드와 철화단이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출현하자마자 무인기가 나온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는 무기를 부르고 무기는 피를 부른다.

 

 

 철혈의 오펀스에서 가장 문제가 된 아트라의 문제 발언을 나는 이렇게 본다.

 

 1. 아트라가 정신상 한계가 왔다.
 2. 아트라는 애초에 보수적인 여성이다. 정말 보수적이면 자기 남자한테 여자가 몇이던 상관 안한다. 중동쪽을 보면 됨.
 3. 그래서 좋아하는 남자가 반신불수가 되니 생각이 저렇게밖에 들지 않는 거. 그리고 이게 쿠델리아와 그녀의 결정적 차이다.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감수하는 것. 쿠델리아는 미카를 이해하는 일이 이제 불가능하다. 미카는 혁명을 폭력이라 생각하니까. 아니 애초에 생각을 하고 살까? 그렇게 그들 세명은 갈라지는 거겠지. 정확히는 쿠델리아가 아이를 낳아달라는 제안을 거절함으로서 왕따가 된다. 이건 페미니즘 이전의 문제다. 애초에 페미니즘 자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저런 폭력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책을 읽지 못해서. 무식한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을 유발시키는 이 애니는 그런 의미에서 문학에 가깝다. 겉으론 소설 속 주인공의 무지를 비웃으면서 내부론 자기 자신을 반성하게 만든다. 우연인지는 모르겠다만 문학은 번식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할리퀸 로맨스를 보라.

 

 

 

 

 

 그리고 건담 최초 공식 동성 커플이 둘씩이나 탄생했다.
동인지를 노렸다 하기엔 굉장히 은유적임.
네 명 중 세 명 뒈졌지만 ㅠㅠ
아니 왜 사귀려고 하자마자 뒈지는 거야 아 맞다 이거 건담이었지...

 

 머리를 벤 것도 충격적인데 베서 효시를 한 것도 어지간히 쇼크다. 그러고보니 건담에서 이렇게 확실히 확인사살한 적이 있었던가? 아직도 방황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로이드가 안타깝다. 로이드처럼 결말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게 정치고 인생인 걸 어쩌겠는가. 나중에 죽으면 다같이 정원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게 저승이라는 이론도 있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목숨걸고 끔찍하게 싫어할 만한 사람도 없다. 각자의 대의를 주장하면서 살아갈 뿐이지.

 비평과 비난은 다르다.
 그러나 요즘 비평을 하는 인간은 자신이 유식해보이는 패거리에 속하는 게 너무 신나서 심하게 날뛰는 것 같다.
 무조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우리나라 소설의 수준이 조악하다느니 해서, 그게 해외수출이 되지 않는 상황이 당신들이 바라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소설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말이 나지 않았거나 주인공이 또라이라고 비난한다? 니가 또라이지. 책이나 애니에 관심 없는 다른 사람한테 니가 인터넷에서 그러고 다니는데 어떠냐 물어보면 슬금슬금 그 자릴 피하거나 그 시간에 니 일이나 잘하라는 소리나 들을 것이다. 그 시간에 니가 글 써보고 애니 만들어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내가 철혈의 오펀스에 제기할 의문은 있다.

 

 1. 상황이 어쨌던 애만 낳으면 되지 않냐고? 출산장려 갑이고.
 2. 사이타마 성우 가지고 왜 이딴 식으로 욕먹이고.
 3. 매스컴에서 이런 식으로 욕먹이니 우리 '제작진'은 끝까지 싸운다? 우리 불쌍하니 동정해달라? 현실의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왜 왜놈들 힘들다고 징징대는 애니를 봐야 하는지 그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

 양심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진들은 이미 돈 벌려고 검도 사용하고 총도 사용하고 심지어 꼬리까지 쓰는 건담에 질려서 다 사퇴하고 물러났다는데 거짓말이길 바란다. 오키우라 히로유키 같은 사람들이 좀 더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해 주신다면 이런 똥같은 작품이 히트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만화 강국이라는 일본에서조차 장편 애니메이션이 나오기 드물어져서 사람들의 원성이 잦기는 하지만, 이렇게 아무렇게나 유행요소를 때려박은 장편을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날 젊은 화가가 거장 베크린을 찾아와 괴로움을 호소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까? 그림은 2~3일에 한 장 정도 그리는데 그것이 팔리기까지는 2~3년이나 걸리니 말입니다."
베크린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림 한 폭을 그리는데 2~3년을 투자해보게. 그러면 2~3일 만에 팔릴 것일세."- <바보존> p. 177

 건담이라는 칭호를 달았으면 좀 더 장인 정신을 지니고, 순서있게 해야 할 일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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