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동전기 건담윙 (건담W) 보급판 박스세트 vol.5 (3disc)
마사시 이케다 감독 / 뉴타입DVD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포기하지 마라! 싸우는 것보다 계속 싸우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힘이 넘칠 때랑 힘이 극도로 빠질 때를 다 겪어봤는데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더라.

 

 리리나 피스크래프트의 여정이 건담 파일럿보다 돋보이는 이유는 이 애니가 성장물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심신이 지칠 망정 의지는 항상 강한 그녀를 보면서 감동하게 되는 것. 우주의 기운을 하나로 모으자는 근본주의 종교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데올로기는 그냥 이데올로기지 종교가 될 수 없다.) 최소 항상 나 자신을 토닥여주는 셀럽은 필요한 것 같다. 베토벤의 '그래야만 한다'에서 굳이 벗어날 필요가 있을까. 그녀가 아무리 완전평화주의를 주장하는 자신에게 매료되었다 하더라도, 매료된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답다. 회의주의인 사람이 어중간하면 사랑을 받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 회의를 보인다면, 음 그 역시 아름답다. 쇼펜하우어를 보라. 실제로 얀데레를 모에하는 몇몇 사람들이 눈에 하트 뿅뿅 있는 일러스트에 빠지지.

 

 

키치가 다를 때 할 수 있는 건 대화다.

 

 대화는 '내가 너를 바꾸겠다'가 아닌, '누구의 정신이 더 강력한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폐쇄성일 뿐이라 본다. 주먹과 주먹을 부딪치는 것 또한 대화에 속하기도 하기 때문에, 카미유 비단처럼 미쳐버리는 건 사실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요컨대 어떻게 이 시대에서 미치지도 않고 죽임당하지도 않고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가가 건담윙의 과제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의문을 제기한다.

 

 히이로 유이가 자폭을 하는데 대해선 비난을 하면서 젝스가 '전쟁을 전쟁으로 막는다'는 이론을 펼치는 데선 어째서 침묵하고 있는 걸까? 평화가 찾아오면 병사들이 일자리가 없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데 말이다. 리라나를 페북 프사로 달았을 때 어떤 페친이 히이로 유이한테 도움을 청하면 자폭으로 도와줄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리리나는 히이로 유이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다. 혹시 그 사람은 자신을 군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전쟁을 사랑한다'는 도로시의 말은 스크린 세계를 뚫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토미노 씨는 샤아가 인기를 끄는 데 대해 씁쓸함을 느낀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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